HD현대·한화오션, 7조8000억 구축함 수주전 ‘진검승부’
김범수별 스토리 •18시간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과 벌인 해군의 차기 호위함(FFX) 수주전에서 사실상 판정패했다. 방위사업청이 한화오션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업계에선 향후 7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건조 사업에서 양사가 또다시 대형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초전을 치른 두 회사의 수주경쟁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제공: 세계일보
14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최근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FFX 울산급(Batch-Ⅲ) 5·6번함 건조 사업과 관련해 이의 신청한 데 대해 최종 기각을 통보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한국형 FFX 수주에서 지난달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아 총 91.7433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을 불과 0.1422점 차이로 누르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의제기한 부분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향후 대응은 내부 논의 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이 이번 방사청 결정에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다툼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특히 이번 한국형 FFX 건조사업은 내년 방사청이 발주할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6척 건조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이번 결과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HD현대·한화오션, 7조8000억 구축함 수주전 ‘진검승부’© 제공: 세계일보
이번 FFX 입찰의 성패를 갈랐던 것은 HD현대중공업이 과거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 설계 자료를 유출한 것에 따른 감점(1.8점) 문제였다. 이번 FFX 입찰 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 기술 능력은 72.3893점으로 한화오션(71.4158점)보다 앞선 만큼 이번 결과가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실정이다.
아울러 1.8점 감점이 2025년 11월까지 모든 군함 입찰에 적용되면서, 다른 평가에서 한화오션을 압도하지 않으면 내년 KDDX 수주전도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수주전은 20여년 만에 재개된 민간기업(조선·방산그룹) 간 경쟁인 데다 기존 업계 1위인 HD현대중공업과 새롭게 단장하고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한화오션의 전면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설계도면 은닉·유출 사건까지 더하면서 양 기업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중국 등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순탄하게 받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측이 지난해 12월부터 네 차례 문제제기를 하면서 양사 간 감정은 악화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지연됐다면 이번 FFX 수주전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인수를 마쳐야 하는 한화로서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 이의제기는 아니다”라는 HD현대중공업 대응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는 평가다.
HD현대·한화오션, 7조8000억 구축함 수주전 ‘진검승부’© 제공: 세계일보
지난해 8월 HD현대중공업이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을 때에는 당시 대우조선이었던 한화오션 등이 ‘동종업계 인력 빼가기를 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HD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EU가 LNG운반선 독점 우려 이유로 허가하지 않으면서 인수합병이 무산됐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은 향후 선박엔진사업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2월 한화그룹이 계열사 한화임팩트를 통해 선박엔진을 만드는 HSD엔진의 지분 33%를 사들이면서 선박엔진분야 1위인 HD현대중공업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