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주의비평
역사‧전기비평에서 예로 든 맞선보기 방식으로는 결혼 상대의 내면에 숨어 있는 인격을 알아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조건이나 환경은 접어두고, 연애 같은 방식을 통해 상대의 본질을 알아보자는 작품 감상방법이 바로 형식주의비평이다. 그러니까 작품 외적 연구보다는 작품 자체를 세밀히 읽고 그 내부를 꼼꼼히 규명하고자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학의 본질을 규명함에 있어 문학의 매체인 언어를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비평 방법이다. 그래서 시어와 일상어의 차이 같은 독특한 질서를 해명하기만 하면 문학이 무엇인가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어와 일상어의 차이를 해명하려던 그들의 작업은 부분적인 「기법」 즉, 작품 「전체」보다는 문학성을 드러내는 「요소」에 대한 직관적(비논리적)인 연구에 치우치는 한계 때문에, 전체(구조)를 연구하며 언어를 과학적 방법론으로 삼으려는 구조주의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
1) 러시아 형식주의
러시아 형식주의는 1910년 중반부터 1920년대 말에 걸쳐 러시아에 나타난 문학비평 운동으로, 1920년대 러시아 예술에서 자율적인 기능‧기교‧형식을 중시하던 경향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형식주의의 이론은 독자적인 미적 가치를 가지면서도 그것 자체가 목적화 된 말이기도 하다. ‘시어’와 ‘일상어’를 구별하는 데서 출발한 이 이론은 문학을 언어활동의 특별한 기능으로 파악하고, 거기서 문학작품의 형태나 양식을 분석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문학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중시하는 외적 접근방법을 지양하고, 문학작품 그 자체의 내적 접근을 통해 문학을 연구하자는 방법이다. 이러한 러시아 형식주의비평은 종래의 사회주의 문학 연구에서는 이단적인 운동이 되어, 마르크스 혁명에 묻혀 있다가 1930년대 후반 프라하 구조주의에 의해 비판적으로 계승되었다. 이어 영미의 형식주의 방법(신비평, New-criticism)에 간접적 영향을 끼치고, 1960년대 이후 구조주의(Structuralism)와 기호학(모든 문화적 행위를 일종의 언어체계의 작용으로 보는 연구방법)이 발달되면서 다시 주목 받게 되었다.
(1) 낯설게 하기 수법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시의 다양화 수법은 수법 그 자체의 연구가 아니라 음성조직(sound texture), 리듬, 의미의 ‘낯설게 하기’(혹은 전경화前景化, 주도적-언어 자체에 주의력을 집중시키게 만들어 심미적 기능 즉 시적 기능을 유발시킨다. 배경화背景化의 반대, 쉬클로프스키가 논의함, 체코 구조주의에서 자세히 설명함. 예컨대 낙엽을 ‘갈색 마른 잎’이라고 표현하면 낙엽에 대한 자동화된 상투적인 지각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하면 낯설게 지각되는 대신 풍성한 정서적, 심리적 의미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지각이론은 일상생활에서도 그 예를 발견할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어떤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에게 반해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결혼 후 그녀의 모습을 너무 긴 시간 동안 보게 된 나머지 그 모습에 익숙해져서<자동화되어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리게 되었다.<이의 극치가 바로 의처증이다>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즉 그녀가 「낯설었을」 때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지각이 자동화되어서 아름다움을 상실하고만 것이다. 이때 그녀의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해서는 「낯설게 만들기」(탈자동화)가 필요한 것이다./이 예를 보다 확장시켜보자. 인류 문화의 초기에 세계는 인간에게 시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문화 발달에 따라 세계는 인간에게 보다 친숙한 것이 된 대신, 그 본래의 시적인 성격은 차츰 잃게 되었다.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낯선」 세계를 문화적인 것으로 개념화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세계에 대한 시적 지각은 「자동화」된 지각으로 바뀌어버린다. 이처럼 개념화되고 자동화된 산문의 시대에, 원래의 세계의 본질인 시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낯설게 하기가 필요한 것이다.)와 같은 문학성을 드러내는 장치들을 위한 연구이다. 그래서 시까지도 ‘낯설게 하기’의 한 방법으로 여겨, 시는 이미지의 산물이라는 견해에 반대한다. 그 점에서 시를 이미지로 보려는 영‧미의 신비평과 다르다.
(2) 서사 장르의 분석
운문과 서사 장르의 분석 수법이 엄연히 다름을 전제로 할 때, 주로 운문에 적용한 러시아의 형식주의 수법은 서정시 적용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소설을 다룸에 있어서는 실패했다.
2) 영‧미 형식주의
영‧미 형식주의는 20세기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주로 시의 비평에 사용되었던 이 방법은 언어분석으로부터 문학의 해석과 이해를 꾀하려는 작품 내적 접근 방법이다. 즉 문학을 정의함에 구조와 상관성이라는 개념에다 중심 역할을 부여하되 문학작품을 작가와 역사적 맥락과는 별도의 독립적인 대상으로 다루었다. 이 방법은 신비평, 분석비평,(Analytic criticism, 작품의 형식과 의미 분석에 주력함)기술비평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지고 있다.
역사‧전기비평의 반대편에 선 이 방법은 문학성을 그 언어적 조직과 일체화시켜 기술한다. 다시 말해 문학작품이 언어로 된 예술임을 강조하고 순수하게 작품 그 자체 구조의 분석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신비평의 경우 문학의 본질적인 요소인 작품(text)을 중심으로 하여 작품 자체 내의 언어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형식주의비평에서는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이 일제 강점기의 궁핍한 하층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식의 해명이 아니다. 외려 인간의 삶에 내재한 운명의 양상을 아이러니의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이 방법은 이광수 소설 ‘무정’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삶이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설명도 인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문학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체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새롭게 형상화 한다고 보는 것이 형식주의비평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비평에서는 문학작품의 의미를 그 작품이 산출된 시대적 배경과 연관시키는 것은 문학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으로 본다.
(1) 영‧미 형식주의의 이론
형식주의의 근본적인 미학원리는 문학작품의 형태‧구조‧스타일, 그리고 심리적 영향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학파(작품 내용, 사회적‧도덕적 효과를 강조한 플라톤과는 반대 입장)에서 연유되었다. 그러나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이론은 18세기 칸트와 19세기 코울리지다. 그리고 이 운동의 주동인물은 미국 남부의 내시빌(Nashville)시에 있는 벤더빌트 대학의 J‧C‧랜썸(신비평이라는 명칭을 처음 씀)이다. 그 밖에도 크로체, T‧S‧엘리오트(신비평 창시자), I‧A‧리차즈(과학주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3) 러시아와 영‧미비평의 차이
한 마디로 러시아의 형식주의가 ① ‘내용과 형식의 상호 의존성’을 중시하며, ② 기법을 정교화 하는 매우 체계적인 이론이고 ③ 이미지를 방법의 한 가지로 보고 경시하며 운문 분석에 더 주력한다면, 신비평(영‧미 형식주의)은 ① 내용을 형식에 포함하여 문학 밖의 것을 끌어들이지 않고 ② 기법으로만 규명하려는데 중점을 둔 비교적 덜 체계화 된 이론이며 ③ 이미지, 메타포어를 중시한다.
결국 러시아 형식주의는 ④ 구조주의(언어학적, 구조적 연구)로, 미국의 형식주의는 ④ 신아리스토텔레스학파(구성과 플롯 중시)로 이행되고 만다. 또 형식주의 중에서도 외적 형식을 중시하는 신비평은 시에 관심을 가졌고 구성 등의 내적 형식을 중시하는 시카고학파는 소설을 주로 이야기했다. 이는 독자가 처음으로 작품을 지각하게 하는 외적 형식과 매체(언어, 소리, 색체)로서 기능하는 내적 형식의 차이인데, 소설의 경우 외적 형식을 내적 형식을 전달하는 효과로 이해하기 때문에 외적 형식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반면, 시의 경우 외적 형식은 내적 형식과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 형식주의 비판이론은 곧 담론이론인데, 일종의 문화이론인 담론이론은 음성적(형식주의)부문과 언어 실천(이데올로기)부문으로 나눌 수 있고 이때 언어 실천에는 반드시 권력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