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꽃
죽여드릴까요 살려 드릴까요
오른손에 가위든 들꽃 미장원 그녀
오늘 손님은 꽃대 세우고 서 있는 질경이 꽃
죽이고 살리는 게 제 손에 달렸다는 듯
거울 속에
그을린 눈매 치켜 든다
살기 위해
촛농 뚝뚝 흐르는 서른아홉 나이에
이혼장에 불도장을 찍었다며
자존심 살리는 그녀
바닥너머 바닥으로 내려앉는
거울 안쪽 질긴 잎이 환했다면
거울 이 쪽은 캄캄 했다고 심지를 올리는 손
수수함을 가장한 오늘도
누군가를 정성 드려 죽이고 살리는 일
산발머리 질끈 당겨 묶고
검은 앞치마를 입는 그녀의 손길이 옹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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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 자작 시
〔차회분〕질경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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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죽이지 마시고 살려주시기를...
저도 가위들고 여러 화, 찹초들에게 으름장 놓는 직업을 가졌으니 ㅠㅠ
훔쳐가서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시문입니다
질경이를 삶에 비교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군요. 특히 거울에 대비한 이쪽과 저쪽의 비교 스킬에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네요. 훌륭한 시군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여기 앞머리 꼭 살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