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지금, 국내 수입 차 시장에는 올해 공식 업체를 통해 70여 종의 신차가 선보였다. 한 달에 약 5~6대씩 신차가 등장했던 셈이다. 올해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단정 짓자면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 소량 다품종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수입 차 시장은 이미 들어올 만한 주요 모델들은 거의 들어와 있다. 대량 판매 모델들도 인기를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는 법. 메이커들로서는 이미지 관리, 또는 시장 확대를 위해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들여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새로 들어오는 모델들은 페이스 리프트(개조한 차) 수준이거나 틈새 모델, 또는 이전 모델의 성능 강화 모델이 주류를 이룬다. 완전 신모델로 ‘대박’ 신화를 창조할 만한 차들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양한 모델이 들어오면서 수입 차 시장을 이끄는 트렌드 또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다.
◇합리성 추구= 수입 차 가격은 국산 차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편이지만 중소형차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계속 이어졌다. 가격 하락은 주로 옵션 조정을 통해 이뤄진다. 풀 옵션 위주로 들어오던 차들이 고가의 불필요한 옵션을 빼버리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췄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는 500만 원, 제타 TDI는 300만 원을 내리는 등 파격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특히 럭셔리 메이커들의 가격 하락이 줄을 이었다. 가격 인하를 주도한 모델은 BMW 5시리즈 페이스 리프트. 528i는 이전 모델보다 가격을 약 1900만 원이나 내린 6000만 원대로 잡았다. 3시리즈의 엔트리 모델인 320도 SE 버전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4000만 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벤츠도 이에 질세라 뉴 C클래스의 가격을 4000만 원 중반대로 잡았다. 그리고 아예 가격이 낮은 급의 B클래스를 들여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영역 파괴까지 주도했다.
이 밖에 볼보 S60 2008년형 모델, 크라이슬러 300C 등 기존 모델은 물론이고 캐딜락 뉴 STS, 사브 9-3 등 신모델들도 가격을 대폭 낮췄다. 또한 혼다 시빅 1.8, 크라이슬러 세브링, 포드 토러스와 뉴 이스케이프 등 합리성을 추구하는 낮은 가격의 차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중저가 시장은 계속해서 커졌다.
◇고성능화= 틈새 모델은 시장을 주도한다기보다는 메이커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모델로서의 의미가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포츠카나 고성능 버전. 특히 스포츠카는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으로 빠르게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비롯해 페라리와 같은 회사 소속인 마세라티가 거의 같은 시기에 문을 열어 고성능 스포츠카가 시장에 대거 진입했다. 게다가 소규모 브랜드인 파가니 존다, 로터스 등 희귀성 높은 순수 스포츠카들도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포르쉐 911 GT3RS, 벤틀리 GT 스피드, 아우디 R8 등 기존 메이커들도 새로운 고성능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일반 모델의 스포츠 버전도 시장에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아우디 S6, S8, 벤츠 CLS 63 AMG, ML 63 AMG, CL 63 AMG, 재규어 XKR, XJR, 마이바흐 62S 등 일반 모델에 스포츠성을 더한 스페셜 버전이 대거 선보이면서 파워 경쟁은 한층 가속화됐다.
◇탈 휘발유= 디젤의 인기는 여전했다. 특히 럭셔리 메이커들이 디젤 승용차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아우디가 A6 디젤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연초에 벤츠가 E클래스 디젤 모델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럭셔리 디젤 세단의 길을 열었다. 최근에 선보인 C클래스도 디젤 모델을 선보여 앞으로 럭셔리 모델의 디젤 승용차 확대가 주목되고 있다. 재규어도 XJ 디젤을 들여와 이에 동참했다. 푸조는 407 쿠페에 디젤을 얹어 디젤의 적용 범위를 더욱 넓혀 놓았다. 폭스바겐은 스포츠 성능을 한층 강화한 골프 GT 스포트 TDI를 내놓았다. SUV는 아예 디젤이 기본 모델화될 정도로 디젤이 필수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벤츠 ML, BMW X5,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프리랜더2 등 새로 나오는 SUV들은 어김없이 디젤을 라인업에 전진 배치했다.
하이브리드 시장도 작지만 꾸준히 커가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들어오는 하이브리드카는 렉서스 RX400h와 시빅 하이브리드가 있다. 미국 시장에 비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동력원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렉서스 LS600h는 대형 럭셔리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하이브리드의 영역 제한이 없음을 확인해 줬다.
◇개성 추= 패션 카라고 할 수 있는 트렌드세터 모델들도 시장을 이끌었다. 판매량은 적지만 개성이 넘치는 차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그만큼 넓어졌다. 207CC, BMW 3시리즈 컨버터블과 폭스바겐 이오스 등 하드톱 컨버터블이 줄줄이 선보였다. 컨버터블 열풍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대됐다. 아우디 A4와 TT 카브리올레 등 소프트톱 컨버터블도 꾸준히 맥을 이었고,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스파이더, 무르시엘라고 로드스터, 롤스로이스 팬텀 드롭헤드 쿠페 등 고성능, 럭셔리 컨버터블도 선보였다. 볼보 C30, 벤츠 마이 B, 푸조 207GT 등 비인기 분야인 해치백 시장에도 스타일을 앞세운 모델들이 다수 선보여 해치백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푸조 407 쿠페, 인피니티 G37 쿠페 등 세단을 기반으로 한 쿠페도 선보였다. 포드 익스플로러 스포츠 트랙 같은 픽업트럭 등도 모습을 보이는 등 개성을 추구하는 소수를 위한 차들이 계속해서 시장에 나왔다.
주목할만한 신차
BMW 5시리즈= 엔진이 바뀐 것을 뺀다면 실상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 힘들 정도로 스타일 변화의 폭은 작다. 하지만 외형적인 변화를 떠나 가격 하나만으로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이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525i와 비교할 때 가격이 약 1900만 원 내린 6000만 원대로 떨어진 것. 525i와의 비교에 이의를 달 수도 있겠지만 6000만 원대에 BMW 5시리즈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브랜드 상징성 때문에 5시리즈의 가격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만만치 않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 인하를 주도하는 모델로 올해 수입 차 시장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 B=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 확대를 의미하는 모델이다. 소형 모델부터 라인업이 시작되는 현지와 달리 국내에는 고각의 큰 차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형 해치백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 B는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벤츠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델이다. 그만큼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모델이다. 게다가 가격도 3690만 원으로 저렴한 편. 한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눈을 돌렸다고 할 수 있다. 그 첫 테이프는 마이 B가 끊었다. BMW도 1시리즈를 들여올 계획이고 아우디도 A3을 들여오기로 한 데는 마이 B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우디 R8= 아우디가 내놓은 정통 미드십 스포츠카. 일단 콘셉트카를 바로 양산 차로 만든 듯한 미래적인 스타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포르쉐나 페라리 등 정통 스포츠카 메이커가 아닌 일반 양산 차 메이커가 내놓은 스포츠카라 더욱 관심의 대상. 포르쉐 911을 경쟁 상대로 지목할 만큼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델이다. 무엇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이전에 볼 수 없던 완전 새로운 모델이라 신비감을 더한다. V8 4.2리터 420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 시속 301km,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이 4.6초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로터스 엘리스 R=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스포츠카 메이커들의 차는 차체도 어느 정도 클 뿐만 아니라 최소한 V8엔진을 얹을 정도로 배기량도 크고 힘도 매우 세다. 그에 반해 로터스는 성인이 겨우 탈만한 작은 차체와 4기통 1.8리터 엔진을 얹고도 정통 스포츠카 소리를 듣는다. 경량화로 스포츠 성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출력은 192마력이지만 무게는 860kg에 불과해 제로백 5.2초, 최고 시속은 241km에 이른다. 엘리스는 국내 스포츠카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를 소개했다. 스타일에 있어서는 새로운 트렌드 세터를 자처할만 하고 성능에 있어서도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않은 재주를 발휘하는 독특하고 희귀한 모델이다.
볼보 C30= 전통적으로 해치백은 비인기 차종에 속한다. 트렁크 공간 협소와 뒷좌석 충돌 안전성에 대한 의문, 전통적인 세단 선호 등 불리한 요소로 가득하다. 골프 GTI나 TDI처럼 스포츠성을 극대화하거나 디젤로 실용성을 살리지 않고서는 주목 받기 힘들었다. 그에 반해 볼보 C30은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해치백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줬다. 특히 뒷좌석이 다 보이는 유리로 된 해치 도어는 강한 개성을 보여준다.
해치백에 2도어, 그리고 휘발유 모델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C30은 꾸준히 해치백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벤츠 마이 B, 푸조 307HDi 등 패션 카를 자처하는 해치백들과 함께 해치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시초를 마련했다.
렉서스 LS600hL= 국내에서도 친환경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매연 덩어리로 알려져 있던 디젤은 이제 휘발유보다 더 깨끗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디젤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또한 친환경의 선두주자로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친환경과 연비와 파워 삼박자를 골고루 만족시킨다. 그중에서 LS600h는 하이브리드의 최정상 모델. 하이브리드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대형 럭셔리 세단에 얹은 하이브리드는 강한 희소성과 함께 변화하는 친환경 기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5.0리터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해 6리터급 엔진의 성능을 뽑아낸다.
푸조 407 쿠페= 디젤의 인기를 증명하는 모델. 정작 판매나 관심에 있어서는 그리 주목받고 있지는 않지만 의미 깊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407 쿠페는 쿠페라는 스포츠성이 디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소음과 진동이라는 디젤의 약점이 최대한 줄어들 때 강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시원스러운 주행이 얼마나 효용을 발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SUV와 세단, 해치백까지 확장된 디젤이 이제는 쿠페라는, 휘발유 버전조차도 버거워하는 세그먼트에 당당히 입성했다. 게다가 인피니티 G37 쿠페와 함께 세단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인 쿠페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몫했다.
돋보기 수입 차 고르는 요령
동급 경쟁 차 비교 시승 필수…유지 비용도 고려해야
자동차는 일종의 기호품이다. 굳이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자기 취향에 맞고 마음에 드는 차를 사면 그만이다. 하지만 특성 하나만 보고 샀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가족 차가 필요한데 연비 하나만 보고 소형차를 샀다가 좁아터진 실내공간에 후회할 수도 있고, 넉넉한 힘을 보고 샀다가 낮은 연비로 기름 값을 감당하지 못해 세워두는 날이 더 많은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이처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기 전에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자신에게 딱 맞는 차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수입 차의 가격은 천차만별. 마음에 드는 차라고 해도 지불 능력이 안 되면 그림의 떡이다. 우선 자신의 수입과 매달 자동차에 지출할 수 있는 경제적 지불 능력을 고려한다. 차 구입 단계뿐만 아니라 유지 단계에서도 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수입 차는 부품 값이 비싸 수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초기 구입 비용이 부담된다면 할부나 리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가격대를 정했다면 자신의 취향이나 용도, 가족 수, 안전도, 사용 연료 등을 고려해 크기와 모델을 결정한다. 모델을 결정했으면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다. 같은 모델이라도 버전에 따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수입 차는 대개 풀 옵션으로 들어오지만 옵션을 덜어낸 모델들도 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풀 옵션 차를 살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같은 차라도 비용을 줄이면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엔진 배기량이 그 예로, 터보엔진을 고르면 적은 배기량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디젤도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에 비해 연비가 높고, 토크도 높기 때문에 넉넉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배기량이 적기 때문에 세금에서 혜택을 볼 수가 있다.
차를 사진과 제원표만으로 볼 때와 직접 타보고 느끼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승차감이나 가속감 등은 실제로 타 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직접 차를 시승해 보고 동급의 경쟁차도 같이 타 본 후 비교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르도록 한다.
수입 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다양한 프로모션을 한다. 등록비와 취득세 지원이나 고가의 내비게이션이나 패키지 무상 장착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권 등을 주는 이벤트를 연다. 이런 정보를 꼼꼼히 검토한다면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