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현경이와 마주 앉은지 30분째였다.
아무런 말도 않고 그저 날 뚫어져라 쳐다만 보고 있는 현경이...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였다.
차라리 욕을 하던지.. 그것도 아님 물이라고 끼얹던지...
이도저도 아닌 침묵은 날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랬다, 현경이는...
사람의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는 꼭 이루는 집착이 강한 아이.
지금 내 머릿속에 현경이는 그런 아이로 남아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모습 그대로 내 앞에 앉아서 날 괴롭힌다...
결국 불편한 침묵엔 약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 너랑 이렇게 긴 시간 앉아있는 거 불편해.
네가 할말이 있다고 해서 나오긴 나왔는데 할 말 없으면 나 먼저 가구..."
"팔은 다 나은 모양이다?"
".......어."
"그 땐 꽤 충격이 컸어. 나하고 약속하고 만든자리에
그동안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네가 아주 멀쩡하게 서 있어서..."
"............."
"늘 신윤제만 보고 있는 함지환. 그런 함지환만 보고 있는 나.....최현경."
"..............."
"매일 학교 나와서 매일 너희둘이 같이 있는 거 보고..
그러다가 지환이하고 어깨라도 한 번 스치면 가슴 설레여하고..
넌 하루하루가 행복이였겠지만 난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불행이였어."
".................."
언제나 지환이만 바라보고 있었던 현경이였다...
하지만 지환이가 바라본 사람은 나였고 나역시 지환이를 마주하고 있었다.
지환이와 내가 서로의 집안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현경이는 아마 배로 더 힘들었을 것이다.. 혼자였구.. 지환이가 아팠으니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프면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더 아프다고 했던 말...
난 현경이를 통해서 그 말을 실감하기도 했었다.
지환이의 옆에 있는 나도 현경이의 해바라기를 인정했을 정도면...
지금도 지환이가 현경이에게 막 대하지 않는 걸 보면...
지환이에 대한 현경이의 맘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누구라도 알수 있을 것이다.
"네가 실종됐던 날.. 아니, 네가 죽었다고 단정지어졌던 날.
난 하늘에 감사했어.. 하늘이 나한테도 기회를 주는구나... 싶었지.
물론 사람의 목숨을.. 다른 사람의 슬픔을..
내 기쁨으로 여긴거에 대한 벌은 충분히 받겠다고 각오도 했구.."
"............."
"정말 최선을 다했어. 지환이한테도.. 지환이 부모님한테도...
그렇게 해서 힘들게 지환이와의 결혼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어...
근데 내가 약혼 먼저 하고 싶다고 했지..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 최대의 실수기도 해..."
"............."
"불안했지만 지환이한테 널 정리할 시간을 주고 싶었거든.
나와의 약혼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도."
"..............."
"그런데 갑자기 교생실습을 나가겠다는 거야.
아이들이나 선생일엔 조금도 관심없어하던 애가... 그것도 너네 삼촌이 있는 학교로."
".................."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널 정리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아버님을 설득해서 결국 교생실습을 나가게 했지.. 그 속내도 모르고.."
"......................."
"그 뒤로 지환인 완전히 변했어.
조그마한 일에도 함박웃음을 짓고.. 뭐든지 열심히 하고.. 정말 딴사람이 됐어.
고등학교 때보다 더 밝고.. 활기차고.. 잘 웃고... 또 한번 하늘이 선물을 줬다 싶었지.."
"........................."
"근데 그런 지환이 뒤에 네가 있었더라..
나는 2년을 해도 안 되는 일을 넌 단 2시간, 아니 2초만에 가능하게 했어.
그 때 내 기분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너 때문에 받기로 했던 벌이 이런거구나..
이렇게, 아주 처절하게, 받는구나... 그리고 지금 지환이와의 약혼까지 깨져버렸어."
"............................."
"그래.. 난 지환이를 좋아하니깐 견딜 수 있다 치자..
근데 우리 엄마는.. 아빠는...?
네 이름도 모르는 두분이 지금 너 하나 때문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으셨는지.."
현경이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자기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목이 메어 오는 법이깐...
나 또한 현경이의 부모님에게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약혼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해주시고 좋아하셨어.
지환이에 대한 내마음.. 그런 내마음때문에 지환이네 부모님한테 얼마나 고개숙이셨는지..
나 그 때 다짐했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지.
지환이 껍데기만 붙잡고 살더라도 부모님 위해서 참고 또 참아야지..
그래서 우리 부모님 고개 숙이셨던 거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드려야지..."
"......................"
"넌 단순히 네 옛사랑을 받아들인 거겠지만..
난 지환이를 잃었고 가족에겐 더없이 큰 상처를 남겼어.
내 잘못도 아닌... 신윤제, 너란 존재 하나때문에... 차라리!!!!!"
그 때였다.
현경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맘속에 담아뒀던 마지막 말을 하려던 찰나,
"최현경!!! 너 뭐하는 짓이야?????"
라며 카페 안으로 뛰어들어온 지환이.
왠만하면 테이블로 와서 조용조용 말하지-_-;;;
그렇게 입구에서 소리치면 사람들이 쳐다보잖니.
현경이는 지환이를 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환이는 우리쪽 테이블로 천천히 걸어왔다.
서로 비스듬하게 마주선 지환이와 현경이.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하라그랬지?"
"너한테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달라지는 거 없어.
그건 윤제한테 해도 마찬가지야."
화가 난 듯한 지환이의 말투와 제법 차분한 현경이의 말투.....
사람들은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근거렸고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던 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와중에도 계속되는 그들의 대화......
"너한테 약혼은 그냥 장난감일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아니야.
내 목숨만큼이나 귀하고 소중해. 그런데 그런 약혼이 네 한마디에 깨지게 생겼어..
.............잡을 수 있는 건 다 잡을 거야. 미친 짓을 해서라도 할 수 있다면 난 해."
현경이의 언성이 낮았다가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졌다.
미친 짓이라도 한다는 현경이의 눈빛이 진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난 아직 지환이에 대한 확신이 다 서지도 않았는데
현경이는 지환이에 대한 마음이 무서울 정도로 확고해 보였다.
집착이 강한 아이.
지금 현경이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말하고 있다.
"나가자. 나가서 얘기해."
"왜? 윤제 앞이라 못할 말이라도 있어?"
"최현경!!"
"아니면 여기서 해."
"나와."
"싫어."
"나와."
"싫어."
이젠 나와싫어를 주고받으며 눈싸움까지 하는 현경이와 지환이.
사람들의 시선이 아예 머무르기까지 하면서
내 몸은 점점 더 움츠려 들고... 그 때의 그 민망함이란-_-;;
그러다가 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나와!!!!!!!!"
하며 지환이가 현경이를 무식하게 끌고 나가버렸다ㅡ,.ㅡ
갑자기 나에게 몰려드는 사람들의 시선.
난 어색한 웃음으로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내앞에서 현경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건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안 된다. 솔직히 하기 싫다-_-
세상에 어느남자가 자기 여자를 두고 다른 여자 손을 잡고 나가버린단 말인가.....
그것도 제정신 박힌 놈이!!!
결국 난 사람들의 시선을 버티지 못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긴..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_-
휴....... 왠지 바람맞은 것 같은 이 드러운 기분을 위로할 것은 술뿐이다......
어느새 단골이 되어버린 친근한 술집.
내가 있었던 그 카페에서 10분거리에 있던지라 금방 도착했다.
한 자리 턱 잡고 앉아 홀짝홀짝 소주잔을 기울이던 나.
오늘따라 술이 더 쓰다ㅠ_ㅠ
그래도 술술 넘어가는 거 보면 술이긴 한갑다.
아휴........
살다보니 별 이상한 꼬라지도 보고.. 비참한 기분도 들고..
인간세상이란 게 어찌 이리 복잡하단 말인가ㅠ_ㅠ
내가 이래서 희상이를 더 좋아라하는가 보다.
희상이는 늘 웃고 늘 해맑다, 어떤 꼬마보다도-_-
요새들어 표정이 가끔씩 무표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난 희상이가 아이들앞에서 찡그리는 거 단 한 번도 못 봤다.
기특한 희상이.
희상이를 생각하니 갑자기 술이 달아지면서-_-;;; 더 잘 들어가졌다.
역시 인간세상은 음과 양의 조화가 필수라니깐.
가끔씩 안주들과 토킹 어바웃하고...
그러다가 지치면 소주병 붙들고 신세타령하고...
그러다가 또 지치면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불러 나를 위로한다.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10시-_-
혼자서 술집에서 3시간을 버티다니... 역시 술먹으면 못할게 없다.
서서히 정리를 하고 일어나야겠다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한 자리 차지하는 청년 한마리ㅡ,.ㅡ
고개를 들어보니 많이 본 얼굴인.....................누구더라?
술 먹으면 이게 안 좋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거.......
"혼자서 뭐해."
"누구시더라."
"나 규완이야. 너 혼자 이걸 다 마신거야?"
아.......
냉동인간 이규완이... 너였구나.
"어. 나 대단하지??? ........내가 좀 해..킥킥..."
"내가 데려다 줘?"
"아니아니. 근데 넌 여기 왠일이야?"
"오랫만에 중학교 얘들 만나서 간단히 밥먹고 2차왔어."
"그래? 그럼 가봐야겠네......."
".........그 때 바닷가에서 말야."
"바닷가?? 아... 그 때 베개싸움 했던 통나무집??"
"어.. 희원이 길 잃어버릴 때마다 내가 맨날 찾으러 다녔거든.
한동안 조용하다 했는데 갑자기 없어졌다고 하니깐 내가 좀... 흥분했나봐. 미안하다."
"아냐아냐~~ 아냐~~~ 히히히.
내가 원래 그래...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다른 사람 놀래게 하고.. 상처주고... 히히히. 내가 원래 그래."
"미안해. 내가 실수했어."
"아냐. 진짜 아니라니깐... 내 잘못이야, 내 잘못.
이세상에 태어난 것도 내 잘못이고.. 내가 신윤제인 것도 내 잘못이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도 내 잘못이고... 다... 다 내 잘못이야.. 히히히."
"너 진짜 취했나보다. 네 이름까지 헷갈리는 거 보면... 정신차려!! 데려다줄게."
"아니아니!! 아냐.. 혼자 갈 수 있어."
"곧있으면 찬희도 오는데... 찬희랑 같이 갈래?"
"쉿!!!!!! 쉬잇. 찬희한테는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거 비밀!! 비밀. 알았지?"
"알았어. 걸을 수 있겠어?"
"고럼고럼. 너도 이제 친구들한테 가봐. 나도 갈거야."
"밖에까지만 데려다줄게."
"아냐. 나 혼자 갈래..."
"휴......"
"진짜!! 진짜진짜 괜찮다니깐."
"알았어. 조심해서 가."
"응."
규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친구들한테 가고
난 혹시 찬희와 마주칠까 싶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비틀.. 비틀.....
겨우겨우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벤치에 앉았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후.... 나 정말 왜 태어났냐..."
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상처나 주면서 말야...
나 낳고 키워준 엄마아빠까지 등지고... 얼마나 잘 살겠다고.....
네 꼴이 지금 이게 뭐냐, 어? ..........신윤제!! 눈이 있으면 봐봐...
네가 지금 잘 사는 거야?
네 아들 잘 되게 하겠다고 다른 사람들 속이고 상처주고...
거기다 이젠 생전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상처를 주냐..... 이 한심한 인간아.....
너 같은 게 무슨 아이를 키우겠다고... 얼마나 훌륭한 자식으로 키우겠다고...!!
차라리 그 때 죽지.
죄책감으로라도 그 사람 따라서 가지.
그랬으면 부모님한테도.. 현경이 부모님한테도.. 좋은 사람으로 남았잖아.
그렇게 마지막으로 부모얼굴에 먹칠은 안 하는... 효도라도 하잖아.
이 등신아.....
머저리.. 병신.. 바보천지... 차라리 죽지.
자신한테 욕을 해본적이 있는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아프다.
자기 스스로 자기를 찌른다는 게... 찔러야 한다는게... 아프다.
자신한테도 떳떳하지 못하는 나...
생각해봐라... 얼마나 비참하고.. 창피하고.. 부끄러운지.....
나를 위한 변명마저도 없는 비참함이라..... 후... 진짜 눈물난다.
버스를 마다하고 계속해서 걷고 있는 이 길.....
이 길 끝에 누가 서 있으려나...
우리 아들? 부모님? 찬희? 삼촌? .......아니면.. 지환이?
그래, 지환이겠다.
현경이에게 들었을 모진 말들 때문에 지금쯤 내 집 앞에 와 있겠지.....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나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
나를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특한 놈.
생각만 했는데 정말 우리집 앞에 서 있다.
근데 지환아.....
너 아까 카페에서 현경이를 데리고 나가면 안 되는 거였어...
차라리 내 앞에서 못할 말이라도 그냥 해버렸어야 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앞에서 현경이 손을 잡고 나가는 네 뒷모습...
그걸 보는 내가 어땠을 것 같니...?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나.. 어땠을 것 같아...?
현경이의 말보다 네 뒷모습이 더 가슴 아팠어.
누구 말처럼...... 날 두 번 죽인거야.. 현경이도 아닌, 네가......
난 결국 지환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려 또다시 걸었다.
밤새 걷고 걸어서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오피스텔이였다.
그것도 외계인네 오피스텔.
물론 그 땐 몰랐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간거니깐....
근데 잠결에 다리가 저려서 일어나보니 어디서 많이 본 출입구인 것이다.
그리고 더 자세히 보니 외계인네 오피스텔 출입구였다.
그놈의 술!! 술!! 다시는 안 먹어야지하면서도
이 주책맞은 손이 또 술잔을 기울이고.. 기울이고...ㅠ_ㅠ
아휴.....
외계인네 집앞까지 안 간게 천만다행이었다.
쥐난 다리를 겨우 풀고 후다닥 집으로 뛰어돌아갔다-_-;;;
새벽 5시.
동네에 도착한 시간이였다.
그 때서야 오늘이 개학날이었음을 생각해낸 난 발걸음을 더 빨리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지환의 차가 그대로 있었다.
순간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딱 멈췄다.
차 앞유리를 통해 보니 지환이는 잠자는 중-_-
유리창을 두드려볼까 했지만 조용히 집으로 들어왔다.
다시 자기엔 시간이 빠듯해서 아주 오랫만에 환이물건들을 정리했다.
베란다에 널려져있는 일회용기저귀들 하며...
거실에 나뒹구는 분유통.. 손수건.. 딸랑이.. 장난감.. 등등등.
내 집이지만 정말 더럽다-_-
이런 더러운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환이가 고마울뿐.
대충 집안을 정리하고 빨아서 넣어뒀던 교복을 꺼냈다.
페브리X 뿌려서 세균은 없애고 냄새는 향기롭게~~
다 끝내지 못한 방학숙제때문에 무거운 맘을 그나마 덜어내며 등교준비를 했다.
삐빅_소리를 내며 도착한 문자한통.
어제 낮에 본 그 번호였다.
[어제 말 못했는데.. 지환이 후계자수업 받는 중이야.
너한테 시간내는 것조차 지환이한텐 버거울거야.
그러니깐 네가 잘 생각해서 결정내리길 바랄게.]
현경이... 현경이가 보낸 문자였다.
후계자수업......??
지환이가... 후계자수업.......!!!!!
난 분명 지금 이생활이 좋다고 했는데.....
나하고 끝까지 가고 싶다던 지환이가... 그룹을 잇는 후계자수업...!
둘 중 하나다.
내 의견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거나...
아님 나하고 끝까지 가고 싶단 게 입에 발린 소리였거나..
하...... 말도 안 돼.
.............어쩐지.. 요새 바쁘다 싶더니.....
다 후계자 수업때문이였구나. 그랬어... 후계자수업.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였다.
어제의 비참함에 이어 오늘의 기분까지... 정말 구리다ㅡ,.ㅡ
후.......
난 한숨과 함께 집을 나섰다.
잠시 옆집에 들러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어제 못 들어와서 죄송하단 말씀도 드렸다.
다행히 어제 환이가 그리 많이 보채지는 않았단다.
늘 새벽에 자다가 깨서 울곤 했었는데... 착한 녀석, 분위기 파악을 했나보다.
싱숭생숭한 맘으로 도착한 학교.
현경이의 문자만 아니였어도 이리 우울하진 않았을텐데......
교실에 가보니 책상에서 꿈나라를 여행중인 외계인을 볼 수 있었다.
괜히 오늘 새벽일이 생각나는군-_-;;;
설마 날 봤다거나 하진 않았겠지..... 하나님, 플리즈예요ㅠ_ㅠ
또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엔 배가 요동을 친다. 해장시켜 달라고...
오늘 매점의 첫손님인 나.
라면에 물을 부어 바깥 테이블로 나왔다.
산뜻하구만..... 아침이라 그런가.....
산뜻한 아침의 해장라면은 정말 끝내줬다*-_-*
이래서 술을 또 먹는다니깐...
제대로 속 쓰려봐야 술을 끊을 텐데.....
뜨거운 라면 국물을 후루룩 마시다가
"잘도 쳐먹는다." 란 한마디에 모든 걸 분출해내버린 나의 입.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다시 앞을 보니 어느새 외계인이 라면을 먹고 있다.
스피드한게.. 역시 외계인이야-_-
"뭘 그렇게 봐. 첨보냐?"
"외계인이 라면먹는 건 당연히 첨보지-_-"
"아침부터 죽을라고."
"외계인이 사람죽이면 하늘로 못 날라간다아~"
"너 어제 술 왕창 먹었다며? 작작 좀 먹어대."
"외계인은 음주금지입니다-_-"
"그러니깐 끄덕하면 남의 집에 와서 행패나 부리지."
"켁!! 콜록콜록.. 쿨럭..."
이번엔 면발을 분출해버린 나의 입이여.
정확하게 외계인의 컵라면안으로 슈욱 들어갔다.
"아, 씨발!!!!! 너 죽을래?????"
"그러니깐 왜 밥먹는 사람을 건들여!!"
"아, 진짜 드러워서!! 너야말로 사람 아니지? 어??"
"면발 한 번 뿜었다고 사람 아니면 이세상에 사람들 반절은 사람 아니겠다?"
"그 방정맞은 입, 앞으로는 꽉!! 다물고 먹어라, 좀!!"
"아침부터 싸우지 말자고. 개학날이잖니^-^"
"네가 나한테 찔리는 게 있나보다? 갑자기 온순해지는 거 보면....."
외계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그리고 난 어색의 미소로 응해줬다-_-;;;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다 먹었음 일어나자~ 어?"
"뭘 그렇게 서둘러. 앉어."
"내가 뒷처리 다~~~아 하고 갈테니깐 먼저가."
"아직 안 먹었다니깐 그러네."
외계인은 내 면발이 들어간 컵라면의 국물을 마셨다.
쯧쯧쯧.
네 도끼로 네 발등 찍은겨!
"그거 방금 내가 뿜은 면발 들어간 건데-_-"
"풉!!!!!!! 콜록콜록....."
이번엔 외계인이 제대로 사례 걸려버렸다.
난 고소함에 실컷 웃었지만
외계인은 정말 괴로운 듯 눈물까지 흘렸다.
뒤늦게서야 심각함을 깨닫고 물을 외치며 파닥거리던 그 때,
"마셔. 얼른!"
이라며 물을 건네는 세나양.
연인들끼리 닮아간다더니 소리소문없이 나타나는게 어쩜 이리 똑같을고ㅡ,.ㅡ
외계인은 잠시 주춤하다가 물병을 받아들었고
세나양은 걱정어린 눈빛으로 외계인을 주시했다.
내가 제일 처음오긴 왔는데 방청객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거야 둘이 연인이고 넌........ 깍두기잖니!!
내안의 또다른 내가 대신 대답해줬다.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에 조용히 물러나야만 하는 내신세여ㅠ_ㅠ
나도 남자친구 있다구우~~~~~~
.........................오늘 아침에 뒷통수 맞았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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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또와-유나연재
[연애소설연재]
◈◈ CoMebaCk [애엄마인"신윤제"가고등학생"신우주"로돌아오다]-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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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재밌네요 계속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봤어요. 내용도 길어서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