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붙은 날짜는 빨간 글씨다
단 몇분이면 끝나는 행사때문에
조상때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관습과 풍습이란 것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 때문에
요즘처럼 다양한 시대에 따라간다는 것이 그리 좋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가 나다
그러다보니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명절이란 빨간 날짜를 보자마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아무일없이 즐거이 보냈으면 모르겠지만
내집이 아닌곳에서 그동안 얼마나 눈치를 보고 듣고싶지 않은 말들을 들었겠는가
그것들이 쌓여 결국은 웬수같은 대접을 받는지도 모른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그래서 빠를수록 좋다
잊어야 하니까, 물론 올해부터는 나 혼자지만 빠져나왔다
축가를 들만한 해이다, 경자년....넌 참으로 이쁘고 귀중한 해이다,내겐.
굳이 일상의 복귀를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명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토끼와 말은 여행을 떠났다, 빨간글씨가 이틀이나 붙어 있어서
단지 그 이유로,
또 하나는 걸어다닐때 떠나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시간들이 코앞에 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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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여행이 아닌 알수 없는 여행
떠나봐야 아는 여행
아직은 두 다리가 젊기에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무작정 떠나서 도착한 곳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운치는 더없이 좋았다
다만 짐이 있는데 우산까지 펼쳐야 하는것에 좀 버거운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아는곳은 없다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럴때는 택시를 타고 물어 보는 것이 최고다
어디를 가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고....
그때 가장 지역을 잘 아는 분들이 택시 기사님들이다
안목항
커피의 거리로 유명하다고 블로그를 통해 알고는 있어서
말과 토끼는 그곳을 먼저 가기로 했다
바다는 비를 맞고 상기된 빛으로 광광객을 맞이하고 있었고
비에 젖은 모래빛은 약간 붉은 빛을 띄고 있어서 마냥 뛰어도 푹신하고
메마르지 않을 것 같았다
상냥한 택시기사님 말대로 이곳은 서울의 명동 같은 거리였다
차도 움직이기 힘들고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생생히 살아 있는 그런 거리였다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분위기가 연출된 이곳이야 말로
명절분위기는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이라면 이래야 한다
다들 좋아서 다들 기쁨에 넘쳐서
일에 치여서 죽상을 하고 마음들이 다쳐서 아파하는 것이 아닌
너도 나도 설렘이 가득해서 입안가득 웃음이 머금어 있어야 명절이지 않을까?
2층으로 된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갔다
커피를 너무도 좋아하는 언니 앞에는 은은한 커피향이 담긴 잔이 놓였고
커피때문에 가끔 잠을 못이루는 내 앞에는 생강차가 놓였다
커피야 뭐...많이 마시지 않으니까 언니 것 몇 모금만 얻어 마셔도 내 입안에 커피 향을 남길수 있으니까
괜찮다,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많은 커피를 마지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카페에 들어가기도 무섭다,양이 너무 많기도하고
혼자서는 다 마시지도 못하고
다 먹자니 밤이 무섭고 버리자니 아깝고..해서...
이젠 뭐든지 혼자서 먹으러 들어 가기엔 버거운 나이가 되었다, 다 쪼그라 들어서
먹는 식당에도 카페에도....
그저 지나가다가 핫도그 한개...풀빵 몇개...붕어빵 몇개....그거면 내 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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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바다 경치가 아름다운지 창가쪽은 이미 젊은 연인들의 차지가 되어서 앉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가고 자리가 비워지고 나서야 우리도 창가쪽으로 자릴 옮길수가 있었다
두개의 점으로 보이는 갈매기같은 점들은 연인들이었고, 키가 차이져 보이는 무리의 갈매기 같은 점들은
가족들이었다, 물론 카페 2층에서 본 풍경이다. 그리고 하얀 파도의 줄넘기 타기놀이.
보고만 있어도 아름답고 평화로운데...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다.
바람이 약간 있어서 삼단 우산을 챙긴 우리는 우산을 쓰나마나하게 비를 다 맞을지도 모른다
워낙 강한 비가 아니어서 상관이야 없겠지만
점심으로 먹은 해물칼국수로 뜨거워진 몸에
따뜻한 차 한잔과 분위기에 한층 열이 오른 토끼와 말은 드디어 모래밭으로 나갔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풍경과 분위기에 폰카를 바쁘게 만들었다
이쪽도 저쪽도...파도도....사람들도....어디 한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
진짜 여행을 온것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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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강릉까지여서
그곳부터 시작을 하지..뭐... 했던 계획대로
그리고 점차 올라가다가 속초까지
뭘 어찌 하자는 결정하지도 않았다
여행의 묘미는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되면 즐겁고 안되면 되게 하고...ㅎㅎㅎ..무슨 군대 문구 같지만..어쨌든
강릉 바다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양양이 나올것이고 주문진도 나올것이고 우리 가족들이 자주 가던 남애항도 나올것이다
남애항을 지나가면 항상 그생각이 떠오른다
먹지 않는 회를 시켜 놓고 안먹는다고 뭐라하던.
애들처럼 짜장면 소리 몇번 했다가 면박을 받기만 했던.
많은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고
여전히 빗줄기는 잘 왔노라고 닦아주고 또 닦아준다 우리들 마음을.
그래 뭐 좋다
이 비가 내일 기온이 내려가면 눈으로 볼수 있으니까 멈추지 말고 내리기만 해라.
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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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같은 낮
시간은 낮인데 빛이 없어 그런지 밤같은 느낌의 시간속을 거닐었다
젖어 버린 갈대들도 모처럼 목욕을 해서 그런지 더욱더 붉은 빛을 띠고 있는 곳
남대천.....연어가 돌아온다고 했다던 곳....
습지야 어디든 비슷해서.....섬강쪽에있는 삼합리 같기도 하고 앙성쪽에 자주 갔던 비내섬 같기도 해서
왔던 곳을 또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빗물이 살짝 스며든 습지 오솔길은 마치 솔가지가 떨어진 산길을 걷게 해주는 듯 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남대천에는 갈대들 움직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방송국 피디였다면 이런 장소에서 어떤 장면을 찍을까?
봄이 오는 소리를 녹음 하려나?
싹이 올라오는 소리를 녹음 하려나?
그러거나 말거나 언니입에서도 나의 입에서도 어머나...어머나...장윤정씨의 노래제목만 연실 나올뿐이었다
작은것에도 감탄하는 우리 가족들
정말 미운짓거리만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성격들
그런데 이쁜곳에 가면 그 호들갑이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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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면 아버지 고향 북한땅이 있겠지만
속초에 도착하니 초저녁이었다
아바이 마을도 보이고 언젠가 왔던 엑스포 탑도 보이고
조용하면서도 그래도 속초시답게 없는 것 없이 있을것은 다 있었다
언젠가던가 십년이 넘었던가 방파제에서 그림을 그린적이 있었는데
그곳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
방파제랑 항구는 어디나 거의 비슷해서 적어놓고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면
거기가 어딘지 잘 모른다
더구나 요즘처럼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나이가 되면 더욱더.
그냥 내 나이 또래끼리는 알면된다고 하며 넘어간다, 어디 말하는지 알지? 하면서.
터미널 옆에 숙소를 잡았는데도
밤새조용했다
다들 더 좋은 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는지
파도소리 들으며 자려고 바닷가 쪽을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린 내일 아침 버스를 타기 좋은 곳을 택해서 정말 속초 터미널 버스 옆에 숙소를 잡았다
뭐., 으리 으리 하지 않아도 된다
숙소는 누구의 방해없이 푹 잘수 있으면 되고 겨울이면 따뜻하면 되고
약간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 특히 욕실.....
야수회의 회원으로 많이 다녔던 경력이 붙어서
그정도면 ...그래..뭐..이정도면 딱좋아 할 정도였다
그리고 아주 푹 잤다
언니랑 둘이니 말할필요도 없다
더구나 토끼 언니다
말도 많지 않고 움직임도 많지 않고
뭔가 없는 것도 아닌것이 약간 부스럭 거릴정도의 움직임만 있는...
진짜 조용한 토끼 한 마리 있는 격이다
말과 토끼가 같이 놀기에는 뛰는 간격이 맞지 않는것 같은데
의외로 둘이는 잘 맞는다
말이 좀 챙기면 된다 혼자 멀리 뛰다가도 뒤돌아 봐주고 기다려 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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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밤이 갔다
캄캄하지만 새벽이 열렸다
이미 일어났다, 우리는.
미시령에 하얀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있다고 언니가 말했다
예상대로였다, 어제의 비가 눈으로 변한것이다
밤새 마법이 펼쳐졌다는 것인데
무조건 횡계로 가야 한다
속초 터미널에서 한번에 이천까지 가는 버스도 있지만
이럴때 횡계를 들려서 가지 않는 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몇번을 갈아타야 한다 , 버스를.
속초에서 강릉까지, 강릉에서 횡계까지, 횡계에서 원주까지, 원주에서 여주로..
그래서 엄마생각이 간절했는데 우리끼리만 왔다.
승용차 아니면 엄마는 이젠 많이 버거워 하신다, 걷는것도 여행도.
그래서 설 당일날 어느 옹주가 살았다던 장흥리로 모시고 나갔었다.
그때도 무지 좋아하셨는데....
여행갔을때 이쁜 풍경을 보면 엄마가 늘 생각났다, 언니들도 물론.
울릉도 갔을때도 얼마나 가족들이 함께였으면 좋았을까로 아쉬워했었던가?, 나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단 것에.
아마도 그 가까운 울릉도도 함께 못 가보고 삶을 마감할지도 모른다,우리 가족들은.
잘 움직이지 못한다 , 서로 시간들이 맞지 않아서.
성향들도 다르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성격도 있고..다 뭉치는것은 무리다
그러니 이것저것 맞는 형제끼리는 무조건 가야 한다.이번처럼, 그래서 난 토끼 언니가 정말 좋다.
물론 꼬드끼는 것은 나고 따라오는 것은 언니지만..그래도 동참해주어서 늘 언니한테 먼저 의향을 묻는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고
언니지만 가장 친한 친구이고 또 다른 나 같은 존재다.언니들은
그점에서 우리 엄마한테 무한히 감사를 드린다, 딸을 많이 낳아 놓아서..넘 좋았다고.
사는동안도 행복했고, 기대기에도 넘 좋았고, 엄마는 가난했지만 언니들이 있어서 가난도 나눈것 같고..
암튼 신파극처럼 될까 여기까지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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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계로 가는 버스 안이다
점점 산으로 오를수록 눈이 보인다
세상에 버스 앞방향에 옆산에 온통 눈이다
설산이 펼쳐지고 있다
안달이 났다, 입에서도 몸에서도
사람들한테 실례가 될까 감탄사도 못 꺼낸다
조용히 언니랑 둘이서만 옹알거리면서 폰카를 찍는데
워낙 조용했던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운전기사가 몇마디 거들어 주셨다, 고맙게도
하얀 설경 앞에서는 다 맑아진다
세상이 하얗게 변했는데 마음이 불이 나는 사람도 없고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다
어찌보면 하얀 색깔은 그렇게 사람을 씻어주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미웠던 사람도 다 이뻐보이도록...
여백의 미란 말이 그래서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다.
횡계 마을이 보였다
산도 하얗고 마을도 하얗다
옴마야~~제대로 왔어..정말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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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겸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오전 11시쯤이면....
딱이다, 대관령은 무조건 황태요리지, 그것이 찜이든 해장국이든..구이든..
바다보다는 이쪽 음식이 난 좋다, 언제나...
산골하고 바다하고 어디를 갈까 하면 무조건 산이었던 사람답게..음식도 산골음식이 더 좋다
일단 비린내가 없으니까.
싸락눈이 내렸다 , 바람도 바다보다 더 쎄다
쎈 바람타고 온 싸락눈에 얼굴을 맞았다, 아프다.
어딘가 사진을 담으러 가야 하긴 하겠는데 시골로 가는 것은 시간도 교통편도 그렇고 해서
양떼목장을 가려고 했었지만 식당 사장님의 만류로 얼음축제와 횡계읍내에서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하게 해준 사장님께 계속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다녔다.
얼마나 바람이 차갑고 쎈지...양떼목장을 안 간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후훗..
가끔 현지사람들 말을 잘 들어야 할때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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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작된 얼음축제장...와우..
온통 푸르름이 가득한 얼음과 눈..
그리고 아기자기 하게 만들어 놓은 눈꽃 세상.
또 다른 겨울왕국이 언니와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어디를 봐도 어떻게 각을 잡아도
얼마나 아름답던지....한폭의 겨울 영화였다
그곳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영화의 주연 조연이었고
우리 입장에서 우리는 주연이고 그들은 조연이었다
내 폰은 열일 하느라고 그 추위에서도 열을 발산하고
내 얼굴과 언니 얼굴에도 웃음꼬리가 내려가질 않았다
마치 인제 자작나무 숲에 온듯
마치 선자령에 온듯
횡계 얼음축제장 마지막날은 하얀 눈이 내려 주어서 최대한 보상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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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드득 뽀드득
얼마나 듣고 싶었던 소리인가
얼음이야 뭐..날이 추우면 어디서든 볼수 있으니까..그토록 그립진 않다
하지만 눈때문에 겨울을 기다리는 나는 일부러 그림속에 눈을 남겨놓곤 했었다
이제 제대로 된 눈세상을 그릴수가 있을 것이다
이곳을 다녀가면
원래대로라면 그곳 골목에 앉아서 아니면 거리에 앉아서 물에 소주 한병을 붓고
두 손 호호 불어가면서
하얀 화지에 풍경도 넣고 바람도 넣고 얼어 버리는 느낌도 살려가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그건 안될일이고...사진으로나마 담아갈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음.....올 설날은 진짜 세뱃돈을 많이 받은 설날이 되어 버렸다
무지 걱정 했던 일도 잘 넘어갔고...나의 해가 되려나? 그냥 괜히....그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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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세상을 보고 올라 탄 버스
난 하염없이 잠을 잤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생각도 없지만
다 잊고 잘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어느덧 원주였고...30분 달리니..집이었다
아파트가 보이고 드디어 현실이 보였다
저녁거리.....뭘 사갈까?
호박 한개 사들고 왔다
집은 조용했고 그다지 어질러지지 않았다
아들이 청소기를 돌려 놨다고 하는 것 보니
아들때문에 깨끗한것 같았다.설거지도 다 해놓고.
말 띠 엄마를 둔 아들도 늘 그러려니 해서....어디를 가도 몇박 며칠을 집을 비워도
아무렇지도 않다, 사고 날까봐 조심하라는 말도 언젠가 부터는 하지 않는다.
물론 남편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자유롭고 어떻게 보면 존재가치가 없어지기도 한것 같고..ㅎㅎㅎ..
존재가치가 가볍고 없어졌다 해도 난 자유가 좋다.
이번 설처럼..온전한 자유.....
그러니..보답을 해야지..오늘부터는 다시...
그나저나 그 이쁜 풍경들은 언제 다 그려 놓으려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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