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
박물관엔 나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홀로 진열된채
박물관에 진열된 전시품을 바라보는 사람을 바라본다는것
마치 텅빈 방안에 누워
헤어진 연인의 옛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을 바라보는것
만큼이나 두근거리는 일이다..
몽고 샤먼의 방울, 박봉술 명창의 오래된 북, 거북이 등에 새겨진 시, 만석중놀이의 낡은 인형, 신열이 내려 아팠을 슬픈 무당의 칼한자루, 시베리아의 가죽 우산, 300년 만에 발견되었다는 연애편지, 흰고래의 수염으로 만든 비파, 뉴기니아의 해시계, 무덤에서 발견되었다는 나무 남근, 최승희의 오래된 엽서, 호랑이 뼈로 만든 최음제, 코발트 빛 축음기 한 대, 페루에 가서 죽은 비익조 박제.
그리고....................나의 그림자. 착각속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한사람의 애틋함.
CF) 지키는 사람조차 없어서일까... 다 훔쳐가려 하는 한 사람의 몸짓은 착해 보이는 너구리군의 주먹 한방에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