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화접 2권 제12장 잊긴... 이 썩을 놈아! -6 ━━━━━━━━━━━━━━━━━━━━━━━━━━━━━━━━━━━ ⑥ 속셈을 간파당한 철화접은 오히려 화를 자초한 꼴이 되고 말았다. 한 번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자 풍차바퀴처럼 돌아가며 쉴새없이 퍼부어 대는 살수들의 합격술에 휘말려 다시금 공세로 전환할 틈 을 확보하기가 난망해진 탓이었다. 그렇게 일 다경의 시간이 흘러갔다. "헉! 헉!" 부지불식간에 철화접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 의 하얀 얼굴은 서늘한 야풍에도 불구하고 굵은 땀방울이 가득했 다. '아직 우두머리와는 일합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탈진하 게 되면 내 운명은 오늘로 끝이 아닌가! 안돼! 이대로 끝날 순 없 어. 그렇다면... 그래, 도박을 감행해 보자. 나와 아이들의 운명 을 모두 걸어 한 판의 도박을 벌이는 거야.' 철화접은 칼과 보법을 이용하여 힘들게 적의 예검을 피해내는 와 중에 모진 결심을 굳혔다. 그 결심은 즉각 행동으로 이어졌다. 어지러운 걸음걸이로 뒤로 밀 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두 살수는 조금도 의심 없이 그녀를 쫓아오며 더욱 공세의 도를 높여갔다. 턱! 한순간, 하염없이 밀려나던 철화접이 뱃머리에 등을 부딪치고 휘 청 몸의 중심을 잃었다. "가거라!"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난 한 살수가 양손으로 꼬나 쥔 검을 위에서 아래로 전력을 다하여 내리쳤다. 슈― 아― 아! 지독한 살기를 담고 있는 일검이 휘청거리는 철화접의 이마에 무 자비하게 떨어졌다. 눈 한 번 깜박거릴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 이었다. 누가 보아도 철화접의 운명은 이제 종말을 고할 순간이라 짐작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중심을 잃고 휘청이던 철화접의 신형이 옆으로 한 바퀴 회전을 하 며 검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퍽! 필살을 자신했던 그 검은 철화접이 등을 대고 있던 뱃머리에 깊숙 이 박혔다. 또한 거의 같은 찰나에 철화접은 자신의 검으로 다른 살수의 검을 막아내면서 좌측 발로는 순간적으로 뱃머리에서 검을 뽑아내느라 촌각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던 그 살수의 턱을 우지끈 걷어차 올렸 다. 뻑! 뼈마디가 부러져나가는 음향이 터지며 그 살수는 삼 장의 높이로 치솟았다가 갑판의 바닥에, 의식을 잃은 육신을 무참한 몰골로 내 던지고야 말았다. "차앗!" 한 번의 도박을 멋지게 성공시킨 철화접이 기세를 올렸다. 칼과 권각을 이용한 신랄한 반격이 재개된 것이다. 홀로 남은 살수는 철화접의 상대가 될 수 없었기에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며 그녀의 예공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철화접은 어렵게 잡아 쥔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여갔다. "단도! 괴도!" 다시 주방오대도법의 절기가 현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철화접은 들추어진 방립 속에서 상대의 눈이 체념의 빛 을 띠고 있는 것을 언뜻 볼 수 있었다. "물러서라! 이제 내가 상대하겠다." 이때 팔짱을 끼고 묵묵히 관전하고 있던 우두머리가 기척도 없이 둘 사이에 끼어 들었다. 차― 앙! 철화접의 칼이 우두머리가 떨쳐낸 검에 의해 봉쇄되었다. '엄청나군......!' 철화접은 한 번의 격돌만으로 우두머리의 내공이 얼마나 심후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하마터면 쥐고 있던 칼을 떨어 뜨릴 만큼 손아귀에 격렬한 진동이 일어난 까닭이었다. "결국 내 운명은 귀하가 가려주게 되었군." 벼랑 끝에 내몰릴수록 오히려 담대해져만 가는 철화접이 손의 통 증을 애써 참아가며 태연자약하게 입을 열었다. "잠시 쉴 틈을 주겠다. 운기조식 하겠다면 그리 해도 좋다. 얼마 든지 기다려주마." 훤칠한 체구에 젊음의 패력이 물씬하게 넘쳐나는 우두머리가 장중 한 기도를 뿜어내며 호의를 베풀었다. 그러나 철화접의 자존심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의는 고마우나 귀하와 일전을 치를 진력은 아직 남아있으니 사 양하겠다. 이대로 시작하자." "미련할 만큼 고집이 세군." 우두머리는 자신의 순수한 호의를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것이 못내 안타까운 듯 발검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때로는 휘어질 줄 알아야 부러지는 참담함을 모면할 수 있는 것.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 운기조식을 하도록." 젊은 사내는 충언을 담아 거듭 호의를 베풀었으나 철화접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귀하도 어지간한 고집이 아니군. 하지만 난 한 번 뱉어낸 말은 다시 주워담은 적이 없다. 그러니 공연한 헛수고는 집어치우고 누 구의 명이 더 긴지 가늠해 보도록 하자." "쯧쯧! 할 수 없군. 좋다! 나도 더 이상 권하지 않겠다. 하지만 선공의 기회는 양보할 터이니 그것만은 받아주기 바란다." 우두머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며 제안을 거두어들이면서 도 먼저 발초하라며 끝내 호의를 베풀었다. "정말 피곤한 위인이군. 무영각에 그대같이 고지식한 위인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좋아, 받아들이지. 그리 하는 것이 공평한 싸 움이라고 여겨져 그대가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서 결국 힘들게 결전의 막은 올랐다. 젊은 사내는 유연한 동작으로 어깨 위로 손을 뻗어 검을 뽑았고 철화접은 칼을 중단의 높이로 고정하고 한 발짝 상대에게 다가섰 다. 팽팽한 긴장이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되었다. 잠시 후 미리 합의했 던 대로 철화접의 칼이 먼저 움직였다. "편도!" 철화접의 양발이 빠르게 교차하며 둘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압축 해 들어갔다. 동시에 그녀의 칼이 상대의 어깨를 비스듬한 사선으 로 내리쳐갔다. "직접 대하니 더욱 가공스럽군." 젊은 사내는 한마디 찬사를 내놓으며 몸을 비틀었다. 검으로 되받 아 막지를 않고 고요히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칼날의 사정 권에서 벗어난 것이다. "난 무영각의 독문절학 중 최고로 손꼽히며 나아가 천년무림사를 통털어 일컬어지고 있는 고금삼대검공(古今三大劍功) 중 하나인 탈명추혼검(奪命追魂劍)으로 귀하를 대적하겠다. 귀하의 도법과 견주어 감상을 해보도록." 간단하게 일도를 피해낸 젊은 사내가 친절하게 자신이 펼쳐낼 검 식에 대해 미리 설명을 하였고 철화접은 순간 뒷머리를 둔기로 강 타당한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탈명추혼검이란 검학에 대해서 우노에게 들었던 말이 순간 뇌리를 스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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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향설 시인님의 좋은글 "철화접 2권 제12장-6"과 아름다운 영상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 하루는 꽃같은 마음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