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초산장 이야기 1292회 )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맑음
강추위가 일주일째 이어진다.
12월 상순에는 이상 고온으로 겨울답지 않더니
이제는 본격적인 추위를 맛보고 있다.
서민들은 겨울나기가 쉽지 않겠지만
겨울에는 이렇게 추울 때도 있어야 한다.
오늘은 동짓날!
일 년 중 밤이 가장 짧은 날인데
몹시 추우니까 동짓날답다.
아무리 춥다고 해도 동지가 지나고 나면
햇빛 비치는 시간이 길어지니 점점 따뜻해질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유여사와 팥죽을 사먹으러 갈 예정이다.
가을학기 동화교실 강의가 끝났다.
해님반은 12월 20일, 달님반은 12월 21일에 종강을 했다.
봄학기는 3월 6일에 다시 시작한다.
해님반은 정영혜씨가 달님반은 소산이 반장을 맡아 수고해주었다.
감사합니다!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개근한
김영혜, 정영혜, 문진옥, 박정화, 이윤임, 홍미남, 소산 황미숙
일곱분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작은 선물로 축하해주었다.
비록 개근상은 못 받았지만 다른 분들도 바쁜 일 접어두고
꾸준히 참석해줘서 감사하다.
겨울방학 건강하게 잘 보내고 봄학기에 다시 만나기 바란다.
종강하는 날,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소개했다.
하세가와 요시후미가 지은 <괜찮아요, 괜찮아> 시리즈다.
<꿈의 궁전을 만든 우체부 슈발>과 함께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는 그림책이다.
하세가와 요시후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아들을 기죽이지 않으려고
아버지 몫까지 해낼만큼 당당한 어머니 덕분에
유명한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괜찮아요, 괜찮아> 시리즈는 3권까지 있는데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절대로 당황하지 않고,
“괜찮아요, 괜찮아!”
라고 말하는 할아버지가 나온다.
아직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가 말끝마다 입버릇처럼
괜찮다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점점 할아버지의 철학을 이해하고 닮아가게 된다.
우리도 절대긍정의 마음을 갖게 된다면,
날씨도 추워도 괜찮아, 경제가 어려워도 괜찮아,
월급이 적어도 괜찮아, 남이 나를 괴롭혀도 괜찮아,
몸이 아파도 괜찮아, 라고 말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초연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 수용소의 두 자매>도 볼만 한 그림책이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할 무렵의 이야기인데
두 자매는 수용소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부모님이 건네준 금화 세 개를 몸에 지니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몸살에 걸려 죽을 고비를 맞지만
언니는 아끼던 금화를 주고 간신히 동생을 구해낸다.
하마터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악착같이 버티자
마침내 나치가 물러가고 수용소에서 풀려나게 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이며
우애있게 살아가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은씨가 새로 펴낸 동화책을 보내주었다.
<시간을 수리합니다 / 꿈터 발행>
태우와 동갑인 고종사촌 은결이가 나오는데
가출을 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은결이 때문에
태우가 애를 먹는다.
그러다가 강릉으로 답사여행을 가서
시간 여행을 하게 되고
자경문을 쓴 이율곡을 만나 은결이가 차츰 변하게 된다.
환상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썼고,
은결이가 악역을 맡아 스토리가 탄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동화책이다.
양산에서 손꼽히는 동화작가로 성장한 이하은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12월 17일에는 동그라미계를 우리집에서 했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산장에서 모이지 않고
세 집을 돌아가며 모임을 갖는다.
37년이나 계속하고 있는 친목 모임이다.
처음에는 일곱 집이 했는데 지금은 세 집만 남았다.
점심은 우리집 부근에 있는 <호랑이 아구찜>에 가서 먹고
우리집으로 와서 차와 간식을 먹으며 놀았다.
남자들은 바둑을 두고 여자들은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12월 21일에는 글동 모임을 했다.
장소는 들꽃이야기 도서관 대신에
이번에만 사상에 있는 일식집 <고엔>으로 모였다.
12월이니 송년을 겸한 모임이다.
꽤 유명한 음식점이었는데 민들레씨가 한 턱 쏘아서
맛있게 잘 먹었다.
반장인 유리씨가 아파서 못 나온 게 좀 아쉬웠다.
정이 많은 유리씨, 어서 낫기 바랍니다!
덕분에 한해를 잘 마무리했다.
내년 1월에는 늘 그랬듯이 들꽃이야기 도서관에 모여
그림책 공부를 한다.
참, 이번 달에 그림책 작가 이영아씨가 새로 들어왔다.
몇 달이나 기다리다가 들어왔는데
이제는 회원이 10명으로 늘어 당분간 신규는 받을 수 없겠다.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영아씨가 들어와서 기대가 된다.
미국에 있는 큰딸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요새는 카드를 주고받지 않아서 보낼 생각을 못했는데
딸이 보내줘서 고마웠다.
지수가 어느새 많이 컸다.
카드에 직접 그림을 그려서 뜻깊었다.
멀리 있지만 복 많이 받고 잘 크기 바란다.
둘째 딸이 겨울철의 별미라고 과메기를 사 보냈다.
내가 해산물을 좋아하는 줄 알기 때문에 해마다 보내준다.
저희들도 살기 빡빡할 텐데 아빠를 생각해주니 가슴이 뭉클하다.
고맙다. 잘 먹을게!
친구들과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숲길을 걷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혼자라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추위였는데
여럿이 걸으니 아무렇지 않게 산길을 누볐다.
누군가는 다리가 불편해서 마음대로 걸을 수 없을 텐데
이처럼 매주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다.
친구들아, 올 한해 고마웠다. 새해에도 꾸준히 걷자! (*)
첫댓글 동짓날 밤이 가장 짧은 것이 아니라 가장 긴 밤인데 스크랩이라 못 고친답니다. ㅎㅎ
동짓날 긴긴 밤을...황진이 시조가 생각 나는데...
짧다니? 깜짝 놀랐더니 진회장이 먼저 지적해 놓았네요.
ㅋㅋㅋ 당연하죠.^^
소산 황미숙님은 제가 알고 있는 긴머리 찰랑찰랑 부산 분 맞지요?
글모임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