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올리는 글
취미로 하는 목공예이지만, 이번에 작업한 것은 너무 목공스러운 것인지라 우리 횐님들의 관심사와는 많이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하여 올리지 않고 있다가 - 돌연 심기가 바뀌어서 올렸는데 바쁘신 분들은 미리 패스하시라고 머리말로 씁니다^^
또 이럴까 말까를 수없이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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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박혀있는 부재들을 활용하려니 작업대상 크기의 결정에 제약을 받는다. 이번에 CNC로 삼방연귀 작업하니라고 Y축 간격을 늘리기 위해 기설치된 50mm의 안쪽부재를 더 얇은 판재로 교체하고 나니, 떼어 낸 부재를 재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때부터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 쓸 휴대용 목슨바이스의 제작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를 일찍이 예견하고 수년전에 미리 목슨바이스 2개를 구입했었는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는 부재들을 바탕으로 스케치업으로 대략적인 사이즈로 그리기 시작했다. 근 2년만에 가져보는 주작야화의 나날이다. 역시 몇 번의 수정을 해가면서 행복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상판과의 연결은 박스조인트로 만들어? 아님 각목으로? 주먹장을 해? 말어? 서랍도 만들어 넣어? 상판에 구멍은 얼마 간격으로 몇 개나 뚫을까? 이런 저런 생각의 결과는 가볍게 제작해서 쓰려던 본연의 목적에서 멀어져 점점 하지 않아도 되는 잡짓꺼리의 모음판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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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판
상판에 구멍을 뚫고나니 그간에 Dog Hole이 없는 작업대여서 써보지 못했던 것들을 인터넷을 통해 뒤적여본다. 평범해 보이지 않는 벤치독들에 눈이 희번득거리니 곧 바로 알리에 잽잽 날려서 공수한다. 난 아직도 모른다. 왜 Bench에 Dog를 붙였지? 그냥 넘어가자. 개 겁나 좋아하는데 괜히 안좋은 얘깃거리가 스며있으면 기분 띱띱하니깐. 벌써 그거 끼우고 쓰는 구멍을 개구멍이라 하잖아...
난 이런걸 보면 얼른 사서 체득하고 싶어한다. 뭣보다도 싸니까.
맞추고 남은 각목 똥가리중 마침 딱 두개 나올만한 것이 보임. 언젠가 유튭에서 보았던 기억을 따라 목선반으로 달달달 몇번하고 사포질도 몇번하고 오일도 칠하고... 이 간단한 물건 하나 만드는데도 무심한 시간을 잡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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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미로
얼마나 헤매었는지 모른다. 아마 보름 정도는 머리 한구석에서 맴돌이 치고 있었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잘 보존한다는 것이 까마득한 블랙홀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열심히 인터넷 뒤적여서 가장 그럴듯한 삼족오 세가지 중에 하나를 맨앞에 붙이려고 상감했던 것이다. 날마다 작업장을 수시로 뒤지는데 본데 또 보고 혹시나 하고 집안까지도 들쑤셔봐도 나오질 않는다. 가끔 이렇게 물건을 잃어버릴 때가 있긴 하는데 이럴때면 내 몸의 어디 한쪽이 빠진듯해서 일손도 잘 안잡히고 불안감과 조급증이 함께 찾아와 날 억누른다. 물론 다시 만들면 되겠지만 그거와는 근본이 또 다른 문제인 것이라 다른 작업하면서 틈틈이 찾는다. 점점 눈 따로 머리 따로 찾고 있다가 마지막 조립 시기가 닥치니 다시 만들지 않을 수 없다. 저번에 썼던 재료와는 다른 소재로 만든다. 이번에는 원본 고구려삼족오의 깃발 톤과 비슷하게 만든다.
설명절도 끝나고 과거를 청산하는 의미도 부여할겸 작년에 썼던 영수증과 통지서 등을 새로 생긴 대패밥과 함께 불멍속으로 빠지게 했다. 더 태울 것 없나 여기저기 흩어진 휴지며 기름종이 그리고 막가지 등을 손으로 휘젓으며 청소도 겸하는데, 불과 며칠 동안의 먼지가 쌓인 종이에 말아진 나무조각을 보면서까지도 몰랐다. 풀어 제쳐 진 후에야 그토록 찾던 삼족오란 것이 날 허탈하게 만들었다. 찾는 동안 수없이 눈이 스쳐간 곳이었는데 저렇게 보관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을 수 있었다니 찾았다는 기쁨보다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쨌든 자조어린 썩소를 날리며 다시는 잊지 않을 곳으로 쳐박아 둔다. 이것을 붙일 곳이 벌써 생각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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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
여러가지 생각 끝에 조립은 직결나사로 하기로 하고 목심대신 568각형 및 원형의 조각으로 나사를 가리기로 했다. 다시 말하자면 뻘짓인데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않는 스타일에 어울릴 것 같아서이다. 측면의 한쪽은 또 다른 두개의 삼족오를 왼쪽 측면은 귀면기와 도깨비 형상 두개를 나란히 조각했다.
삼족오
전문적인 사진을 찍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어지러운 환경 때문에 천으로라도 가리고 찍는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두르고 찍었는데, 결과적으로 많이 미흡하여 포토박스라도 설치하지 않으면 원하는 색감과 콘트라스트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구려시대의 상징이었다는 삼족오를 많은 시간을 들여 찾았는데 그중에서도 부조로 적용하기 좋은 디자인을 골랐다. 이런거 멋진 감각으로 도안하신 분께 고마운 마음을 보내게 된다. 상품화 하는거 아니라 죄책감없이 그냥 갖다 썼다. 공유정신의 앞잡이였던 지난 날의 습성찌꺼기이리라.
귀면기와 도깨비 형상
이런 도채비 얼굴들은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 어루만지기까지 한다. 이젠 무서울게 없는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조각될 형상을 찾아보면서 막새기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전통적인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해서 도안한 것들이 내게는 더욱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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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목 조각
뻘짓은 한번하면 체면불구하고 뻘짓에 뻘짓을 더하게 된다. 처음엔 간단히 8개의 탈만 조각하려던 것이 각목의 각면 모두 다른 16개의 탈을 부르게 되고 마구리도 밋밋해 보여서 연와모양을 새기게 되고, 이어 윗부분도 심심해 보이니 산스크리스트어를 원형으로 둘러서 음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조화보다는 이런저런 조각으로 둘러치기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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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서랍을 뒤쪽에 만들어 넣기로 결정하면서 레일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우선 서랍 앞에 넣을 문양에 치중하다 보니, 처음 계획으로는 터치식 레일로 할까 언더레일로 할까 등의 그럴듯한 생각을 했었다. 결국 다 접어두고 나무레일로 대신했다. 이 바이스가 완성되면 또 어딘가에 이니셜같은 것을 박거나 불도장을 찍거나 할텐데, 이왕이면 서랍문양에 그럴듯하게 나만의 상징으로 포장하고 싶었다. 12지간으로 두르고 안에다 이름 한자 조각했다. 외자이름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도장같은 디자인이 되었을텐데 이렇게 뜻있어 보이는 밝을 哲자 하나만으로 새겨지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뿌듯함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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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
목슨바이스의 고정나사가 제법 튀어나오는데 그대로 둘 수 없다. CNC에 설치된 목슨바이스처럼 둥글게 깎아서 끼워도 되지만, 이번엔 다르게 하려한다. 왜냐면 뻘짓으로 끝장봐야 하니까. 두개를 디자인하여 대충 출력해봤다. 왼쪽은 그냥 맴돌이가 생각나서 그려 본거고, 오른쪽은 국화빵 겹쳐놓은 가운데다가 수막새 하나 조각해 놓은 것이다.
결국은 손 한번 더 가지만 집성해서 깎아보니 역시 뻘짓 좀 더한 값한다. 맨 앞판에 삼족오 깃발 꽂는게 화룡점정이 될줄 알았는데 마무리는 돌출나사 신체보호용구였던 것이다. 그 외에 부재가 접촉되는 안쪽을 가죽으로 덧대어 더욱 고급스럽게 마무리하는 것을 보았는데, 가죽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어떤 것을 구해야할지 모르니 또 검색해 볼 수밖에 없었다. 어디 특별한 곳에서는 죠라이닝이라고해서 콜크와 러버를 혼합한 바이스 전용품으로 팔기도 하는데 수입과정이 알리나 아마존과 같지 않아서 패쓰하고 국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콜크판 3T로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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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시간이 걸려서 완성되었는데 이 목슨바이스를 제작하는 중에도 또 다른 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개중에는 이것보다 먼저 완성되어 함께 오일칠하기를 기다리게 하기도 했다. 겨울이라 날씨에 따라 일정이 바꿔지기도 하였다. 그에 따라 그간 벼르고 별렀던 수십개의 끌과 대패날 등을 어느 햇볕좋은 날 지겹도록 갈아냈다.
< Woodwalker카페에서 동양적인 것을 좋아하는 서양사람들을 위해 유튜브로 올리라는 소리에, 잠시 홀짜꿍했으나 이런 일은 미리 염두에 두고 시놉시스 및 스토리보드와 Q카드 작성하고 전문 카메라맨을 동원해야 나다운 작업이 될 것이기에 얼른 포기함. - 우리집 거시기는 말 꺼내고 안한다니깐 이제 나보고 늙어부렀네 구래용~ 긁지마 제발~~ >
첫댓글 뭔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한 정성은 알겠네요~~ㅋ
작품에 깃든 정성을 알아주시니 그대가 진정 베프여~^^
삼족오가 고구려상징인줄 첨 알았으. 그나저나 대단하시다 빛가람마님. 존경스롸요.
퀴즈에 잘 나오는 삼족오..드라마 주몽에서도 나온..ㅋ
이래 저래 하나씩 연관지어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하다요.
지식의 끝이 한이 없으니 어느 한쪽이라도 붙잡고 줄타기 하는걸껍니다.
격려의 말쌈에 가심이 헐렁헐렁해지요~
언제 술(or TEA)한 잔 하시지요~!
@미스티(서봉옥) 역시 아는게 많아요. 좋은 메모리의 주인공.
부디 더욱 확장시켜서 우리들의 보물창고가 되어주시구랴^^
잘보존한다고하다가블랙홀로빠져버리는일이
부지기수인우리나이에
이런걸하는것도존경스럽지만 과정과결과를글로남기는열정이더존경스럽군
서양사람들에게알리는걸실행하는것까지할수있다면. 그거슨욕심인가? ^^
살아옴시로 늘 느끼는 것이 외국어에 취약한 모리구조를 가진 나으 한계땜시
감히 코큰 파란눈들에게 설명을 못하는건디, 조금있으면 전용AI트랜슬레이터를
장만하여 노안의 로망을 보여줄지도...
그나저나 문러버님의 집결된 글을 보자니 그대의 고집스러운 타이핑에도 몬가 짚은
뜻이 있는걸로 하고 특별히 주의깊이 읽는다네. 줄곧 건강하시소^^
@빛가람마 띄어쓰기를안하는건
편한사이나또래들과대화할때
띄어쓰기를 지키는건
내윗사람이거나 고용주거나 꼰대일때
ㅎㅎ
맞춤법 띄어쓰기 대회 한 번 해볼까?
전문용어 읽느라 혀가 꼬이긴 합니다만
전문서적 내셔도 될듯 합니다
나의 냉장고도 블랙홀인디 손댈 엄두가 안나요
새삼 그열정에 박수를 보내옵니다^^
함께하는 좋은 친구 안녕하시구료^^
이제 오미크론도 히마리가 떨어진 듯하니 머잖아 볼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어붑니다.
저 못지않은 열정을 지니고 계시는데, 같이 박수치고 웃을 시간을 기다려봅니다.^^
끊임없이 지대한 관심으로 출석율 최고의 친구.
내 글에도 늘 성의있게 보아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