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년 연구원
지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3%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5천만 국민이 탑승한 대한민국호가 바야흐로 차갑고 어두운 북쪽 바다에 자리한 빙산출몰 해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차기 선장에게 주어진 책임은 무겁기 그지없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일부 바이킹 무리가 차가운 북대서양을 건너 있는지조차도 확신할 수 없던 그린란드를 향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상황이다.
이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처한 상황과도 매우 유사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헤쳐나가야했던 항로와 거의 다를바가 없다.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희희낙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우물가 옆에 있는 어린아이를 보는 기분이 든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바다가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은 하고 있는 것인가?
정치는 다 썩었다고 현존 정치인은 모두 더럽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바마가 헤쳐나간 항로의 고달픔을 이해는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지지율이 높으니까 당선되기만 하면 수많은 난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차기 선장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항해사, 갑판장 등 승무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부터 어떤 집단인지부터 인식해야한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호의 항해사와 기관장 등 중책을 맡은 자들이 무슨 짓을 했는가?
9월 8일 오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동결했다.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는데 일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빙산 위험을 알리는 무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결코 줄이지않던 타이타닉 호의 조종실 사람들이 하던 짓과 무엇이 다를까? 김중수 뿐만이 아니다. 아니 선장부터 말단까지 제정신을 가진 승무원을 찾기란 어렵다.
차기 선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료 집단이 대개 그러하다. 어설픈 선장은 상황 파악도 못한채 그들의 말에 속아 대한민국호를 파국으로 몰고 가기 십상인 것이다.
차기 선장이 누가 되든 취임식 파티의 들뜬 분위기도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무수한 빙산들의 위험을 없애진 못한다. 무엇보다 나태하고 무능하며 부패한 승무원들과 한판 싸움이 다음 선장을 기다리고 있다. 비대한 정부는 태평스럽게 대한민국호의 곳곳을 좀먹고 있으며 선체는 관리되지 못하고 녹슬어가고 있다.
차기 선장이 무릉도원에 온듯 취해 잠시만 정신을 못 차려도 곧 차디찬 북쪽 바다에 대한민국호는 가라앉을 것이며 선장은 5천만 승객의 모든 비난과 조소를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차가운 바다에 외로이 수장되고 말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호를 암초지대에서 빠져나오게하는데 성공했다. 오바마가 과연 성공할지 안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한민국 호의 다음 선장은 명성높은 선대 선장의 항해일지를 유심히 읽어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호란 다른 배가 어떻게 빙산해역을 돌파하는지 혹은 어째서 실패하게 되는지 망원경으로 들여다봐야할 것이다.
대한민국호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