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버즘나무
마경덕
한 가마니의 그늘이 실려 갔다
그늘만큼 허공도 잘려나갔다
떨어뜨린 그림자를 싣고 버스는 달려가고
청소부는 돗자리만한 그늘을 쓸어 담았다
천 개의 귀를 가진 양버즘나무
찰랑찰랑 목까지 드리운
방울귀고리도 몽땅 잃어버렸다
늘 적자((赤字)인 나무의 농사법
마디마디 관절이 불거지고
욱신욱신 무릎이 쑤신다
이쯤 농사를 접으라 해도
고집쟁이 저 여자
놔두면 묵정밭 된다고
그럴 순 없다고
끙, 무릎을 일으킨다
헛농사를 짓는 양버즘나무
4월 느지막이
허공에 밭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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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양버즘나무 / 마경덕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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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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