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를 겪어낸 들판은 초록의 기운으로 고요하고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들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니까요.
오늘은 들판을 바라보다 생각난 '들'에 관한 우리말을 올립니다.
들썽이다.- 어수선하게 들떠서 움직이는 것
들쌔다.- 널려서 흔한 것
들뭇하다.- 어떤 범위 안에 가득차 있는 것
들입다.- 무리하게 힘을 들이는 모양
'들'은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사물을 모두 가리키거나,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보조사이자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입니다.
복수를 나타낸다고 해서 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이는 건 아닙니다.
가령 이런 문장에서는 '들'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인간들은' 만물의 영장 같은 단어입니다.
우리 조국을 우리들 조국으로 쓰지 않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냥 복수적인 성격보다는
단일성을 강하게 나타낼 때는'들'을 붙이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들'이라는 말은 들판처럼 넉넉함을 타고난 낱말임은 분명합니다.
어안 선생님께서 날마다 올려 주시는 우리말을 성실히 공부하며
또 의문이 생길 때마다 국립국어원을 들락 거리다 보니 익히게 되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새벽! 모처럼 누린 오롯한 시간에 바라본 '들'판 덕분에
오늘 올릴 우리말 고민을 덜어 주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