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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북한 비핵화, 더 멀어진 윤석열의 무장 평화론
김종대 연세대 통일교육원 객원교수
오랜만에 긴 연휴를 즐기던 지난 10월 초에 나라 안팎으로 충격적인 소식이 연이어졌다. 미국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 가결은 2021년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사태 이후 가장 중요한 미국 민주주의 붕괴 신호다. 정작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크라이나가 될 모양이다. 해임안 가결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공화당 강경파에 의해 주도됐는데, 지금 임시 예산 체제로 겨우 지탱되고 있는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당분간 지원할 수 없다. 이미 100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미국은 이번 예산에서 250억 달러의 추가 지원을 의회에 요청했으나 승인되지 않았다.
고장 난 미국 민주주의의 희생자 우크라이나
그 이전에 공화당의 반우크라이나 정서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해임된 매카시 의장은 9월에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의회 방문과 연설을 거부했다. 동유럽에서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서방의 자유주의 대오에 균열이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틈을 노려 러시아는 10월 5일에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 폭격을 가해 민간인이 최소 49명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대한 공습도 이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미콜라이우, 키로보흐라드 지역에 이란제 샤헤드 드론으로 공습을 가했다.
미국 의회 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의원. 2023 10.03.[AP=연합뉴스]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회복되고 있다. 지난달에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올해 1.5%, 내년에는 1.3% 정도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자체적으로는 2.8%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제재받는 전쟁 중인 러시아는 경제 규모 면에서도 한국을 추월했다. 작년 이 무렵에는 서방의 가혹한 제재로 러시아 민간경제의 30%가 붕괴할 것으로 전망하던 전문가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러시아의 체력을 소진시켜 실패국가로 전락시킬 것이라던 오스틴 국방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무장관도 할 말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방향도 이상하다. 원래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남주의 헤르손을 집중 공격해 크림반도와 러시아의 잇는 신경과 동맥을 끊어놓는 작전을 선호했다. 크림반도로부터 러시아를 차단하면 흑해의 제해권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해상 수출도 가능해지는 전략적 이점이 있다. 이는 걸프전에서 미국이 쿠웨이트 동부 해안에 집중하던 이라크군을 우회해 서부를 치는 레프트 훅 작전과 유사한 ‘결정적 전투’ 개념이다. 한국 전쟁 당시에도 낙동강 전투에 집중하던 한국군과 달리 인천상륙작전이라는 레프트 훅이 결정적 전투였다. 마치 마이크 타이슨의 훅과 어퍼컷이라는 이중 타격처럼 이루어지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전쟁 개념이다.
그런데 막상 젤렌스키는 영토의 실지 회복에 집착해 도네츠크, 로한스크 일대의 3000km가 넘는 광범위한 지상 전선에 전력을 분산했다. 한반도의 휴전선도 200km밖에 안 되는데 그 넓은 전선에서 작은 성과를 추구하다 보니 전력은 계속 소모되고 희생이 늘어나도 견고한 러시아의 방어선은 뚫을 수가 없다. 대반격은 연대급 이상의 대부대가 동원되는 파상 공격이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대대급 이하의 산발적 전투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에는 여전히 구소련의 교리와 전법에 영향을 받은 지상군 위주의 전쟁에 집착하는 전통이 강하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서방이 아무리 전력을 지원해도 이 전쟁에서 얻을 것은 거의 없고 무한정 소모전만 지속된다. 다시 베트남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전쟁을 계속 지원해야 하느냐에 대해 회의와 비판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멀어진 북한 비핵화, 더 멀어진 윤석열의 무장 평화론
경제제재로부터 회복한 러시아와 밀착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월에 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했고, 핵무기의 기하급수적 증대, 다종화된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다짐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9월 말에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명기하는 결정을 내린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핵을 “억제하고 단념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억제도, 단념시키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만일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10월의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올 11월로 예정된 한국군 정찰위성 1호 발사보다 먼저 우주를 선점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는 우주 경쟁에서 북한이 앞서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판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우리에게 막대한 평화배당금을 선사한 9·19 남북 군사합의서를 무력화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정찰과 공세적 훈련도 강화할 모양이다. 우리 군이 결정적 전투에 집중하지 않고 넓은 지상 전선에서 소모전을 구상하는 모양이 바로 젤렌스키의 전쟁관을 답습하고 있다. 군 수뇌부가 육군 일색으로 채워지다 보니 이런 재래식 전쟁을 선호하는 거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2023.09.14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견국가 대한민국의 힘과 영향력이 모두 쇠퇴하는 조짐이다. 10월 4일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발표한 미군 참전에 대한 미국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50%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 조사에서 63%가 한국을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추락이다. 또한 유럽 나토가 공격받을 경우 64%, 발트 삼국이 러시아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57%가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점과 비교해보아도 한국은 미국민의 관심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회의적인 미국 여론도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63%가 찬성했다. 주한미군 주둔 찬성률도 64%에 머물렀는데, 이는 2016년 70%를 기록한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이 더 악화되고 내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기라도 한다면 한미동맹은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혼란에 직면하고 불안도 고조될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혼란 때문에라도 일본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창안자로서 일본의 동아시아 전략 개념은 매우 화려하고 풍부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일본의 전쟁 수행 능력은 의심스럽다. 2021년 로위연구소 아시아전력지수에 따르면, 한국군은 일본 자위대보다 효용 가치가 높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훈련, 준비태세 및 유지”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서 미국과 3.3점 차로 2위를 차지했으나 일본은 78.6점으로 8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변변한 공격 미사일이 없고 상륙부대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모병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은 전력 발전은 느린 데 반해 말만 앞서가는, 공의 움직임은 없으면서 현란한 몸짓으로 상대방을 혼란시키는 축구 선수 호나우드형 군사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략 개념은 일본이 앞서서 주도하지만 정작 일본 자위대는 전투 부대가 아니라 후방 지원에 국한되는 기획 사령부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과 일본의 구도대로라면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에서도 더럽고 궂은일은 한국군이 떠맡아야 한다. 이에 미국은 한국이 대만사태 비상계획에서 제외되어서도 안 되고,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로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최근 유엔사가 재편되는 기본 방향이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는 대만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비상계획을 수립할 조짐이다. 지난 9월 말에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공개 포럼에서 유엔사 개편과 미군 극동사령부 창설을 제안하였다.
매력 없어진 대한민국, 민주주의 후퇴의 먹구름
참으로 이상한 것은 반도체와 전기차 공장을 미국에 지어주기로 약속하고 동맹에 올인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매력이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매력이 저하되는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언론 보도가 하나 있다. 뉴욕타임스의 주간지인 <더 뉴요커>는 9월 30일에 ‘한국의 우려되는 민주주의 부식’라는 칼럼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과 야당 수사, 노동과 시민사회에 대한 수사를 소개했다. 칼럼은 인도와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 후퇴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을 조망하며, 독재로 회귀하는 한국을 그냥 놔둘 것인지를 질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로 팔을 마주잡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연합뉴스
중국과의 관계는 더 이상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그동안 소원해졌던 중국과의 대화를 복원하는 최고의 기회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과 인기를 발판으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중국에서 확장시키면서 한중 관계의 회복을 도모하는 여러 노력이 펼쳐질 만도 했다. 정부의 다각적인 대중 대화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민간의 공공외교로 연말의 한중일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대화와 협력의 흐름을 만들 시점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중국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정부와 여당은 대중 관계 회복에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과 전략 대화를 소홀히 하면 러시아와 밀착되는 북한을 견제할 외교적 수단을 모두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아시안 게임 기간 중에 재향군인회를 방문해 여전히 전임 문 정부를 겨냥한 ‘가짜 평화론’을 설파하며 이념 전쟁을 부추겼다. 국민의힘은 자질 미달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국회를 무시하고 일방 독주하는 국정의 행태를 반복한다. 사실상 무대책인 것이다.
내우외환의 위험 구간에서 윤석열 정부는 안보 지상주의와 극우 통치라는 국정 기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안보 국가로 강화된다는 뜻은 안보적 목적을 위해 경제와 사회적 이익을 단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안보 국가는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감시와 통제의 일상화를 동반하게 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산전체주의’와의 투쟁이라는 극우 이념을 확산시키는 데서 민주주의는 서서히 질식된다.
극우 근본주의자들이 쌓는 ‘신중세주의’의 성곽
반공과 친일, 극우를 정체성으로 하는 근본주의 집단이 주도하는 외교·안보는 파국적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주의 연대가 허물어지는 지금은 가치와 이념이라는 단선적인 잣대로 국가의 생존전략을 수립할 수 없고, 수립해서도 안 된다. 유연하며 개방적이고 다원적인 공공외교로 외교의 자산을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 공간을 넓히는 전략이어야 한다. 위기를 차단하면서 주변 관계에서 안정을 도모하고, 협력의 비전을 말하는 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이지, 반공과 친일을 말하는 독재국가가 어떻게 세계에서 존중받을 수 있겠는가. 이는 외부를 향한 넓은 시야의 지평을 확보하지 못하고 좁은 빨대로 세상을 보는 격이다. 중세의 기사단처럼 십자군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 중세풍의 성곽 국가를 지향하는 자폐 국가다. 이는 외교·안보에서 ‘신중세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출처 : 글로벌 무대에서 외면받는 '자폐국가' 한국의 우익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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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빈라덴 = 젤렌스키. 이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