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블로거를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겠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에서는 자신의 치부가 공개된 대통령 후보 캠프의 관계자가 이런 식으로 대책을 세우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진짜 파워 블로거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여론조작이 가능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정보,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1986년 한 미국 화물선이 2년 여간 바다를 떠돌다 싱가포르에 입항했다. 입항했을 당시 배 안의 화물은 모두 사라진 후였다. 화물선에 실려 있던 것들은 다름 아닌 쓰레기들. 매립지 용량 초과로 처리하지 못했던 것들을 몰래 바다에 버린 것이다. 결국 바다의 40% 이상은 이 거대한 쓰레기들이 떠도는 공간이 돼 버렸고 생물들은 고통 속에 죽어갔다.
오프라인의 바다에 거대한 재앙이 생겨난 것처럼, 온라인의 바다 인터넷 역시 쓰레기들로 오염되고 있는 것만 같다. 바로 어뷰징을 통해 검색 노출을 조작하는 블로그들 때문이다.
어뷰징이란 원래 운영하는 계정이 아닌 기타 계정들로 조작을 일으켜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특정 프로그램(봇)을 사용해 방문자 수나 댓글 수가 많은 것처럼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 홈페이지 방문자를 늘려주는 프로그램도 실제 사람이 아닌 기계적인 조작을 통해 구현된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 어뷰징을 통한 조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정보들이 검색 첫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양질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방해(혹은 차단)하는 것은 물론 여론조작까지 가능하다.
어뷰징의 집중 공격대상 네이버
현재 네이버의 경우 국내 검색 점유율이 70%를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돈벌이를 위해 네이버 검색 상위에 노출되려는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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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처럼 미용 관련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특정 업체 상품이나 병원 추천이라는 식의 광고들이 검색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식이다. 해당 상품을 이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나 단점, 실제 피해가 생겼을 때의 대처방법 등 균형 잡힌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홍보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경우 검색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조건으로 ‘평가지수’라는 것이 있다. 평가지수가 높은 블로그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판단한 검색 엔진이 첫 페이지에 노출시켜 이용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여주게 되는데, 이 평가지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어뷰징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이 높은 네이버가 이러한 평가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의 경우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댓글과 공감 수가 증가하는지 여부가 검색 상위노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것은 가짜 아이디를 동원한 어뷰징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지식인이나 동영상, 이미지 검색 같은 경우도 광고를 위한 어뷰징의 타깃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뷰징을 위해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도용됐을 가능성이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의 한 직원은 어뷰징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브로커를 접촉한 후 상당수의 개인정보 도용이 있을 것이라는 추단을 내놓기도 했다.
어뷰징을 통해 댓글과 공감수를 늘려 평가지수를 높인 광고 블로그들은, 조작되거나 편향된 정보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한 마디로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다. 이용자수가 많은 포털 네이버는 이러한 비양심적인 행위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어뷰징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들, 편향된 지식들의 범람
다이어트를 검색하면 특정 업체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글들이 무수히 검색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이 실제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일각에서는 검색된 다이어트 정보 80%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바 있다.
예를 들어 비욘세 등 헐리웃 스타들이 사용한 다이어트 방법 가운데서는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도 했다.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상품들은 물론 인체에 피해가 있을 수도 있는 성형수술의 무분별한 노출도 문제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해외에서도 비꼴 정도로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술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해당 수술은 현재 연관 키워드가 생길 정도로 검색을 통한 노출에 열을 올리는 상태다.
이용자 수가 많은 네이버 같은 대형포털 검색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조작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다량으로 제공한다면 전체적인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이용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뷰징과의 전쟁, 인터넷 환경은 정화될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어뷰징과의 전쟁을 벌이는 네티즌이 있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 프로그래머인 작은 파워블로거는 현재 어뷰징 신고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오른쪽 카테고리 하단 링크 참조),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와 대화를 나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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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나 다음 등 각 포털 검색 엔진의 차이는 뭔가? 노출에 있어서 평가지수를 체크하는 기준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검색 엔진들마다 노출시키는 기준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상위로 올라오는 블로그의 평가기준으로 글을 쓴 후 얼마나 짧은 시간에 댓글과 공감이 달리는지를 측정하지만 이것은 어뷰징이 너무 쉬운 구조다.
국내 검색 엔진들은 구글과 비교해 어뷰징에 대한 방어가 허술한 부분이 있다. 이를 테면 구글의 경우 평가 기준 가운데 저명하고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 링크가 얼마나 걸려 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이러한 검색기준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돈이 들어가 어뷰징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국내 검색 엔진의 경우 단순한 카운팅 방식으로 결과를 반영해 보여주면서 어뷰징에 너무 쉽게 노출되는 점이 있다.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측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인터넷을 보면 초창기 분위기랑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인터넷 초창기의 문화는 돈을 목적에 두기 보다는 일종의 선물처럼 정보나 파일 등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제공하고,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 중요한 사용목적이 되곤 했는데...지금은 그런 부분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터넷 초창기처럼 댓가를 바라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무언가 이득을 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 이제는 일반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접근하는 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고, 블로그를 만드는 것도 간단해 졌기 때문이 아닐까.
현재 블로그뿐만 아니라 지식인, 동영상이나 이미지 검색 등 노출가능한 모든 카테고리는 상업적 키워드가 점령해 가는 추세다. 다이어트를 검색해도 특정 업체의 상품들이 노출되고 지속적으로 상위에 올라온다. 바이럴 마케팅의 부작용일까?
바이럴 마케팅의 문제라기보다는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포털 시스템의 허점이지 않을까 싶다. 홍보를 위한 협찬임을 밝히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 아무런 제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작은 파워블로거 사이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
광고주들 가운데 어뷰징 조작으로 상위 노출 시켜달라거나,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회사에서 회의를 하기도 했다. 어뷰징을 고려해봤지만 많은 직원들이 비양심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개인적으로는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에 화가 나서 어뷰징을 신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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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 신고 사이트를 운영하며 바라는 점이 있나?
일단 소비자들이 지금의 상황에 자연스럽게 눈을 떴으면 좋겠다. 아마 공익차원의 사명감이나 의무감으로 꾸준하게 어뷰징을 신고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어뷰징 사실들을 전파하고 마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지켜보듯이 경각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블로거들에게 바라는 점도 있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통한 이벤트 등에 참여했을 때, 어뷰징을 통한 댓글이 달리는 것을 삭제하고 자신의 블로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감정 없는 프로그램이 달아놓은 댓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마케팅 업체도 어뷰징을 통한 홍보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은 파워블로거 사이트에 등록된 어뷰징 블로그와 ID를 공유하는 오픈 API를 만들 생각이다.
검색엔진은 이것을 근거로 어뷰징 노출을 제한할 수 있으며 마케팅 회사는 광고주들에게 설명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뷰징 블로그는 실제 방문자 수가 하루에 1~2명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 곳에 돈을 들여 광고를 진행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블로거들이 스스로를 지키려 하고, 검색엔진까지 스스로 어뷰징을 걸러내는데다가 광고주들도 홍보효과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뷰징이 설 곳은 없어질 것이다.
국내 검색엔진의 허점을 파고들어 인터넷의 정보를 조작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어뷰징. 이것은 단순히 맛없고 비위생적인 식당을 맛집으로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뷰징을 경계하고 균형 잡힌 정보들이 검색에 노출되도록 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