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시스템 대전환 – 왜 필요하며, 누가 가로막는가?]
이른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발명품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전국민 고용안전망과 함께 작동하는 직업교육-직업훈련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형태의 직업교육-직업훈련 제도와 기관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북유럽과 독일-스위스 등에 비해 그 질과 양이 크게 부족하다.
><왜 직업교육 시스템의 재편이 필요한가?
이 글의 주제는 우리나라 직업교육-직업훈련 시스템의 양적, 질적 도약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적-정책적으로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의 두 가지 개념이 동시에 쓰이고 있는데,
직업교육이 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직무-직업관련 교육을 일컫는다면 직업훈련은 직장-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직무-직업관련 교육훈련을 말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직업교육(vocational education)을, 고용노동부에서는 직업훈련(vocational training)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이 글에서는 이 둘을 합쳐 직업교육으로 통일한다.
직업교육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요즘 이야기되는 에너지 대전환(그린뉴딜)과 디지털 대전환 등은 기존 산업의 재편과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하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기존 일자리와 직무의 양적, 질적 변화를 요구한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직무와 일자리가 생기지만 또 한편에서는 기존 직무와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러한 산업전환과 노동시장 전환의 충격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려면 재직자와 해고자/실직자, 그리고 신규 인력에 대한 직업교육 직무재교육이 매우 중요해진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2년 전부터 펼치고 있는 4대 뉴딜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휴먼뉴딜 또는 사회적 뉴딜)인데, 그것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동시에 ‘전국민 직업교육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좋은 일자리인데, 문제는 청년 눈높이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20대 초중반 청년의 70% 이상이 대학-전문대 졸업 학력인 상황에서 이들의 염원은 양질의 일자리 취업인 데 반하여 대다수 일자리는 중소기업 또는 영세기업들이 제공하는 일자리이다.
이들 일자리는 초임은 최저임금 수준이며 더구나 입사 이후에도 직무능력-업무능력 향상과 이를 통한 임금인상의 전망이 별로 높지 않다.
그런데 동시에, 청년 눈높이 일자리를 제공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등에서는 청년 구인난이 심각하며 그것이 20년째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조 현장과 건설현장, 농업현장 등에서는 우리 청년들의 기피로 숙련공과 목수, 농부 등 숙련인력 후속세대가 제대로 양성되지 않고 있다.
싼 임금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인력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데, 그러나 그들에게 한국 산업경제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 청년들이 이런 일자리를 기피해 온 이유로 흔히 낮은 임금이 거론된다.
그러나 만약 당장은 임금이 낮더라도 취업 이후 임금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 있다면 어떨까?
가령 취업 이후 꾸준한 재직자 직업훈련과 이를 통한 직무능력-업무능력 향상의 전망이 주어진다면? 가령 초봉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5년 후에는 연 4천만원, 10년 뒤에는 연 6천만원의 가능성이 주어진다면?
즉 처음에는 미숙련 또는 반숙련으로 출발하지만, 5년 뒤에는 중급 숙련공(중급 수준의 선반공, 목수, 농부/어부 등)으로, 10년 뒤에는 고급 숙련공으로 상승할 전망이 확실하게 보장된다면?
틀림없이 지금처럼 극심한 ‘청년 기피 일자리’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과 건설업, 농어업 등 대다수 업종의 사내외에서 재직자 및 구직자(청년, 성인)를 위한 직업교육/직업훈련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청년 기피 일자리’를 ‘청년 선호 일자리’로 탈바꿈하게 하여 실질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며,
또 한편으로는 구인난(청년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들 업종의 중소기업-영세기업들의 산업고도화와 기술고도화를 가능케 하여 우리나라 제조업과 건설업, 농어업을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에 걸맞게 재탄생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유능한 인재 없이 유능한 기업 없다.
셋째로 직업교육의 양적, 질적 도약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기존의 대학제도가 현재 전면적 구조재편의 요구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인구 감소로 지방의 사립대학들과 사립전문대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해가는 위기에 처해있다.
앞으로 20년간 거의 절반의 대학과 전문대들이 정원 부족으로 문을 닫을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냥 방치할 경우, 해당 대학들이 위치한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사립대학과 전문대들을 지역의 경제부흥과 일자리 창출에 직간접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과제가 화두로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도, 직업교육의 관점에서 지역의 대학과 전문대 재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직업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직업교육 또는 직업훈련을 담당하는 주체로는 직업계 고등학교(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와 폴리텍대학, 그리고 사립전문대와 사설 직업훈련학원들이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그나마 품질이 우수한 직업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은 폴리텍(국립대학)이다.
값비싼 장비와 우수한 현장경력 교수를 충분히 갖춘 곳은 폴리텍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 숙련인력을 키워내는 곳도 사실상 폴리텍 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값비싼 공장설비(가령 10억짜리 자동선반 등)를 현장실습 교육용으로 갖춘 곳도 여기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사학재단이 지배하는 사립전문대들은 값싼 장비와 시설로도 충분한 보건복지 등 서비스업 위주의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사설 직업훈련 학원들 역시 다르지 않다.
더구나 2년 이상 직업교육이 가능한 전문대와 달리 사설학원들은 대부분 수개월의 단기속성 직업훈련(초보자 수준)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의 ‘서자’ 취급을 받고 있는 직업계 고등학교들의 형편 역시 열악하다.
재정지원이 충분치 않은 형편(특성화고)에 현장 경력자들의 교사직 진출은 법제도상 원천 봉쇄되고 있으며(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공통) 더구나 학교의 실습 설비는 충분치 않다.
기업체 연계 현장실습의 경우 요즘 빈발하는 실습생 안전사고의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직업교육/직업훈련 시스템의 오늘날 모습을 요약하자면, 폴리텍을 제외할 때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나는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직업훈련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재편할 것을 주장한다.
첫째, 폴리텍을 중심으로 직업교육 시스템을 대폭 재편하여야 한다.
먼저 폴리텍 캠퍼스를 양적으로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폴리텍대학(고용노동부 산하 국립 단일대학)은 전국에 35개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데 수요에 비해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는 전국 227개 시군구 기초지자체마다 원칙적으로 1개 이상의 캠퍼스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
그 경우 폴리텍의 운영지배구조에 기초지자체와 광역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자기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 특색에 맞는 교과과정을 공동으로 기획함과 동시에 그 재정을 분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경우 서비스업과 건설업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의 폴리텍 캠퍼스와 공장 일자리가 많은 산업공단 도시의 캠퍼스, 그리고 농어업 일자리가 많은 농어촌 캠퍼스의 모습이 각각 다를 것이다.
둘째, 폴리텍을 이렇게 양적으로 대폭 확장하는 주요 방법으로 앞으로 20년간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는 2백여 개의 사립대와 사립전문대들을 20년에 걸쳐 차례차례 국가가 인수하여 폴리텍 캠퍼스로 재편하는 것을 기획할 수 있다.
사학재단이 공익이사 및 공익감사 등을 수용할 경우, 기존의 사립대학/전문대들을 준폴리텍으로 재편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폴리텍 캠퍼스 신규 건설에 필요한 국가재정을 투입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더구나 이 경우 새로 등장한 폴리텍 캠퍼스 인근에 기술력 있는 산업 기업들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기에 지역 경제와 일자리가 크게 부흥할 수 있다.
셋째, 직업계고등학교의 취약한 실습설비 및 실습교사(현장교사)를 폴리텍의 우수한 실습설비 및 현장경력 교수인력으로 보완하여, 직업계 고등학교의 품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기초지자체마다 최소한 1개 이상의 폴리텍 캠퍼스를 확보하게 될 경우, 해당 지역의 직업계 고등학교(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교육을 (지금처럼 열악한 환경의 기업체 현장실습이 아니라) 폴리텍 캠퍼스에서의 현장실습 교육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 유럽의 고등학교 직업교육에서도 부분적으로(독일과 오스트리아) 또는 전적으로(핀란드 등) 학교 캠퍼스에서의 실습교육이 기업체 현장실습을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전제로, 현재처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나뉜 차별적 직업계고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고 동시에 직업계고를 성인들에게도 개방한다. 이 경우, 현재의 직업계 고등학교들을 일종의 ‘폴리텍 고등학교’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넷째, 이렇듯 기초지자체마다 1개 이상의 폴리텍 캠퍼스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또한, 서울과 부산, 경기도와 경남도 등 광역지자체별로 한국기술교육대학 같은 산업현장형 대학(국공립 산업대학)을 1개 이상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은 현재 충남 천안에만 있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립대인데, 이 대학의 교수들은 3년 이상 산업체 경력자들만 채용된다.
즉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에서 기술개발과 기술개선의 현장에 있던 박사급 인력들이 교수로 채용되는데,
더구나 매 3년마다 1년씩 다시 기업체 현장의 기술개발-기술개선 현장에 파견될 것이 요구된다.
학교의 실습장비들 역시 산업현장과 유사하다. 따라서 동 대학의 졸업생들은 바로 기업체의 생산기술 현장과 기술개발 현장에 투입되는 유능한 현장형 엔지니어 인력으로 환영받고 있다. 동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과 초봉이 높은 이유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런 유형의 대학이 전국에 불과 2개 밖에 없다. 즉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학(고용노동부 산하 국립대)과 경기도 시흥의 한국산업기술교육대학(산자부 지원 사립대)의 둘 뿐이고, 캠퍼스 역시 천안과 시흥에 합쳐 총 3개 뿐이다. 기업들의 수요,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의 인력수요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한국기술교육대학 유형의 대학을 광역지자체별로 1개 이상 만드는 것은 국가재정상 어렵지도 않다.
이미 창원대(경남), 공주대와 한밭대(충남), 군산대(전북), 순천대(전남), 인천대(인천), 서울시립대와 서울과기대(서울), 강원원주대(강원), 금오공대(경북) 등등 많은 국공립대학들이 이런 유형의 대학으로 역할할 잠재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가능성일 뿐, 현실은 그 반대이다. 현재 이들 대학은 모두 교육부 관리 대학으로서 교육부의 교수채용 지침(학술논문 위주 채용, 영어 강의 가능 교수 채용 등등)의 지배를 받기에 수도권의 스카이대학들과 동일한 스펙의 교수들을 채용하여 대동소이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자신이 위치한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별로 도움 되지 않는 교육과 연구에 나서도 별로 불이익을 받을 일이 없다.
해법은 논리적으로 간단하다. 예컨대, 위에 언급한 대학들을 교육부가 아닌 여타 정부 부처가 관리하는 대학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들 대학을 한국기술교육대학처럼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이들 대학에서 기존 교수 및 학과들은 그대로 존치하더라도, 새로이 만들어지는 학과와 새로이 채용하는 교수들은 한국기술교육대학 유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 대학을 한국기술교육대학처럼 고용노동부 관리로 바꾸거나, 한국산업기술교육대학처럼 산자부 관리로, 또는 중소벤처부가 관리하는 대학으로 바꾸는 정책을 구상할 수 있다.
또한 광역지자체별로 1개 이상 확보된 이들 대학의 운영지배구조와 재정구조에 광역지방정부가 참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광역지방정부가 해당 지역의 전략산업 및 일자리 전망에 걸맞는 산업 엔지니어 및 경영-관리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설 수 있다.
><무엇이 이러한 대전환을 가로막고 있는가?
그런데 이 글에서 제안된 방향의 직업교육 시스템 대전환은 우리의 현실에서 여러 가지 난관과 장벽에 직면하여 있다. 가장 큰 장벽은 폴리텍의 역할 확대를 반대하는 사학재단들(사립대학 및 사립전문대)과 사설 직업훈련학원들이다.
사립대학-전문대와 사설직업훈련학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폴리텍 캠퍼스의 확대와 정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사립 유치원들이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를 반대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게다가 교육부 퇴직 관료들은 사립대학과 사립전문대의 고위 관리직과 교수, 총장 등으로 이직하고 고용노동부 퇴직 관료들은 사설직업훈련학원의 뒷배경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현직 관료들이 음으로 양으로 폴리텍대학의 캠퍼스 및 정원 확대를 저지하고자 움직이는 현실적인 이유이다.
이 점은 여전히 이번 대통령 선거판에서도 작동하고 있는데, 여야를 통틀어 어느 대선 후보도 기존의 사립대학과 전문대, 그리고 사설직업훈련학원의 역할과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공약과 전략을 제안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 모두 ‘디지털 인력 1백만명 양성’과 같은 야심찬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러한 대규모 직업교육-직업훈련을 제도적으로 담당하는 수행기관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다.
현재의 직업교육 시스템의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대규모 인력 양성에 필요한 대규모 정부예산 투입의 수혜자는 필시 폴리텍보다는 사립대학-전문대와 사설 직업훈련학원들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국민내일배움카드를 개편하여 현재 개인당 3백~5백만원의 직업훈련 지원금을 6백~1천만원으로 2배 인상하겠다고 공약하였는데, 하지만 이런 내일배움카드 사업(프로그램)의 주된 수행기관은 사설 직업훈련학원들이다.
똑같은 정부예산(일인당 연 6백~1천만원) 투입으로 국립 폴리텍대학이 사설 직업훈련 학원들에 비하여 훨씬 우수한 품질의 직업교육-직업훈련을 수행할 수 있는데도 하지만 폴리텍이 아니라 사설학원들이 국가예산 따먹기 경쟁에서, 차기 대통령 정부에서조차, 크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렇듯 직업교육 시스템의 대전환을 가로막는 장벽은 예산제약이 아니다. 동일한 정부예산으로 국공립 폴리텍대학이 사설학원 및 사립대학-전문대에 비해 훨씬 우수한 품질의 직업교육을 수행해왔다.
이는 동일한 정부예산 투입으로 국공립 유치원들이 사립 유치원들에 비해 우수한 품질의 아동 보육을 수행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차기 대통령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삶을 질적으로 도약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은 2021년 말 기준 3만5천 달러로 이탈리아와 동일해졌으며 더구나 이미 PPP(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에서는 일본을 이미 2018년에 넘어섰다.
국민소득상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 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을 포함하여 선진국 어디에도 직업교육을 공립이 아닌 사립의 영역으로 놔두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사학재단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배하는 유례 없는 나라이며, 더구나 이들이 직업교육(직업계고와 사립전문대)마저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사설학원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이러한 ‘제도’ 시스템을 확 바꾸는 대전환을 꿈꾸지 않는다면 정치권에서 이야기되는 교육대전환은 피상적 선거 슬로건에 그칠 뿐이다.
# 여기, 소위 일류 대학은 아니지만, 졸업하면 취업이 잘 되고 더구나 학비가 낮으며, 기숙사 생활이 기본인 대학들이 있다. 아주 매력적이 않은가!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
그런데 이들 대학의 공통적 특징은, 교육부가 아니라 노동부(한국기술교육대), 산자부(한국산업기술대), 노동부+거창군(한국승강기대), 국토부(한국교통대), 농협중앙회(농협대) 등이 관리+재정을 담당한다는 것.
# 왜 교육부 관리 대학들의 졸업자들은 취업이 잘 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그 교수들이 취업 현장 = 산업/기업 현장과 거리가 먼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 그 이유는, 교육부는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로 교수의 학술논문 (특히 영어권 학술지에 논문)의 숫자를 주로 사용하며, 따라서 현장/산업현장/농업현장 경력자는 교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산학협력 교수 = 비정규직/임시직 교수가 아닌 한.
# 이에 반해 예컨대 한국기술교육대학은, 교육부가 아닌 고용노동부의 관리 하에 있는 까닭에, 교수 채용시 학술논문 보다 현장 경력을 더 중시한다 => 산업체 현장(생산기술 현장 + 제품개발 기술 현장) 경력자 위주로 교수를 채용한다 => 게다가 채용 이후에도, 교수들로 하여금 3년마다 1년간 다시 산업현장에 다시 근무하도록 (그 과정에서 해당 산업체의 기술개발을 지원) 요구한다.
# 한국기술교육대학은 학사/4년제 졸업 + 석사/6년제 졸업이 있다. 이 대학의 석사 학생들은 교수들과 함께 산업체(주로 중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의 기술개발 과제를 공동으로 (산학 협력) 수행한다.
=> 스카이대학 + (지방)국립대학들이 주로 글로벌 대기업(삼성, 현대차, LG, SK, 두산....)의 기술개발 업무에 협력(공동개발)한다면, 한국기술교육대학 ( + 한국산업기술대 + 한국승강기대 등)은 그 아래 tier의 기업들, 즉 중견기업 + 중기업/벤처기업 등의 기술개발 업무와 협력한다.
#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기술교육대학은 전국에 1개 밖에 없다 - 충북 천안에만 2개 캠퍼스가 있을 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역시 전국에 1개 밖에 없다 : 경기도 안산공단에만 1개 캠퍼스. 한국승강기대는 거창에만 있고, 한국교통대학, 농협대학 등도 각각 1개/캠퍼스 뿐이다.
# 그렇다면 이런 정책 공약은 어떤가?
1. 한국기술교육대학(중앙정부/고용노동부 관리)를 전국의 광역지차체 17개마다 최소한 1개 이상 설립하자.
- 그리고 그 운영/지배구조와 재정/예산구조에, 광역지방정부가 참여하게 만들자.
- 그 경우, 가령 전남, 전북, 경남, 경북, 강원, 경기(남부/북부), 충남, 충북, 제주, 그리고 서울 등에 한국기술교육대학이 각각 1개씩 설립된다.
- 그 경우, 가령 전남과 경남, 경북, 강원 등은 해당 지역의 전략산업의 기술개발 수요 + 기술인력 수요에 맞는 방향으로 기술교육대학의 교육과정을 기획할 수 있다 + 고용노동부와 협력하여.
=> 그 경우, 기술교육대학의 '인근 지역'에 산업체들이 자리 잡게 된다. 왜냐면, 기술교육대학의 교수 +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중소기업 + 중견기업들의 기술개발이 가능한 경우들이 많으므로.
=> 또한 그 그 경우, 현재 심각한 인력난(기술인력 구하기 힘듬)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산업체들 (특히 제조 중소기업 + 건설업 + 농업/어업 등)에 유능한 청년/장년 기술인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가능해진다. => 인력난에 지친 산업체들의 입장에서, 기술교육대학 '인근 지역'에 회사/공장을 짓는 것은 당연히 매력적이다.
- 만약 전남, 경남, 경북, 강원 등의 지역에, 청년들 눈높이의 생활SOC (현대적 주택 + 육아/보육 + 교육 + 문화예술 + 스포츠레저 등)가 동시에 건설된다면 => 기술교육대학의 졸업자 = 청장년 기술인력이 해당 지역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매력적인 지역이 된다.
# 여기서 매우 주의할 점이 있다 : 한국기술교육대 + 산업기술대 등에 근무하는 상당수 교수들 개개인들은 여전히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을 일종의 '2등 대학'으로, 그리고 자신들을 '2등 교수'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일반 대학' (즉 교육부 관리 대학)으로 이직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학술논문 열심히 쓰고자 하고.. 산업체 현장 파견 등보다는), 이왕이면, 한국기술교육대학이 아예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교육부 관리 하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 그런데, 그런 욕구에 굴복하여 이들 대학이 교육부 관리 하의 일반 대학으로 전환되는 순간, 이들 대학의 '장점'은 모두 사라진다.
실제로 그렇게 전환된 대학들이 있다. 대표적이 경우가 서울과기대. 서울과기대는 본래 1930년대에 경성공립직업학교로 시작하여, 1940년대에 경기 공립공업고등학교, 1970년대에 경기 공립 공업전문학교, 1980년 초중반에 공립 경기개방대학, 1988년에 서울산업대학이었다. 예컨대 금형 제작을 전공하는 최고의 기능인/마이스터와 현장형 기술자/엔지니어를 양성하는. 1989년에는 산업대학원(기계, 전자 등)이 설립되었다 => 한마디로, 오늘날의 한국기술교육대 + 산업기술대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던 대학이었다.
=> 그런데, MB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 이주호), 이 대학은 이름을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바꾸고, 교육부 관리 하의 '일반 대학'이 되었다.
=> 물론 그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 개개인들로서는 그러한 전환이 자신들의 신분 상승을 의미하였을 것이다
=> 그렇지만, 이 점은 예컨대 내가 10년 전에 산업체들(가령 서울/경기 소재 전자회사의 플라스틱 사출 금형)의 기술개발 현장 인터뷰에서 확인 한 바, 산업체들의 기술진/경영진들은 이 대학이 일반 대학으로 전환되면서, 유능한 현장형 금형 기술/엔지니어 인력 + 마이스터급 숙련기능 인력의 채용에서 아주 큰 구인난 장벽이 생겼다고 한결같이 말하였다.
# 현재 서울에 소재한 국공립대학은 서울대학교와 서울시립대, 그리고 서울과기대의 3개인데, 이들 3개 대학 모두 '일반대학'이다. 서울시립대와 서울과기대는 국공립인 까닭에 학비가 싸고, 그렇기에 공부는 잘하지만 집이 좀 가난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일종의 '일류대학'이다 => 물론 그것도 좋다 => 그러나, 서울시 예산과 중앙정부 예산이 투여되는 이런 국공립대학 '일반대학'을 서울에 굳이 서울대학교 이외에 이렇게 여러 개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 나는 기존의 지방 국립대학들, 즉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충북대 등등을 서울대 급으로 키우는 것을 찬성한다. 물론 모든 학과, 모든 분야에서가 아니라 (즉 '종합백화점식' 대학이 아니라), 예컨대 충북대는 (바로 인근에 오송 생명공학단지가 있으니) 생명공학 + 생물학 + 의학/약학 + 그 관련 경영학 + 산업경제학 + 인문학/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만큼은 서울대 급으로 또는 아시아 최정상급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앞으로 '벛꽃 피는 순서대로 망해가는 지방 사립대'에서 해고되는 교수들의 일부를 지방 국립대에서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여기서 중요한 점 : 국립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평가 지표'에 '졸업생 취업율'을 넣지 말아야 한다 => 왜냐면, 국립대학은 '시장 논리'( = 노동시장 = 채용시장)에서 '벗어나는' 영역 (문사철 학과 + 기초 자연과학 등의 학과)에서도 학생교육 + 연구를 수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는 '공익성 + 사회적 가치'의 수행이 바로 국공립 대학의 존립 목적이 아니겠는가?
# 그런데 이와 동시에, 광역지자체마다 최소한 1개 이상, 한국기술교육대 모델의 공립대학(중앙정부 예산 + 도예산)을 설립할 것을 주장한다.
---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망해가는 지방 사립대/4년제를 이런 모델의 지역 공립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는, 해당 사학재단이 협력할 경우, 공익이사 + 공익감사를 대전제로, 일종의 '준 공립대학'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 그 경우, 그 해당 캠퍼스와 건물 등을 그래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재정/예산 신규 투입이 그리 클 필요도 없다.
# 동시에 또한, 기초지자체별로 최소한 1개 이상의 폴리텍 대학 (숙련 기능인 양성.. 마이스터급의 기능인 양성)을 요구한다. 전국 237개 기초지자체마다 적어도 1개 이상.
- 가령 서울의 금천구, 은평구, 강북구, 노원구 등에 폴리텍 캠퍼스가 각각 1개씩 존재하고, 해당 구청/구청장이 그 캠퍼스의 운영/이사회에, 그리고 예산/재정 + 교육훈련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
- 마찬가지로, 경기도 고양시, 성남시, 화성시, 파주시, 이천시 등등의 기초지자체별로 폴리텍을 운영 => 각자 자기 자지체의 산업(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IT, 건설업, 어업 등)에 맞는 숙련기능 인력의 양성 계획에 기초지자체가 적극 나설 수 있게끔.
- 예컨대, 강원도 양구군, 충청도 홍성군, 전북 장수군 등에서도 동일하게 => 이런 지역의 경우, 폴리텍에서 농업을 (인근의 농장들과 제휴하는 현장 실습을 병행하며) 6개월, 1년, 2년, 3년 등의 과정으로 개설 => 귀농 청장년들에게 농축산 직업교육.
- 비수도권의 경우, 망해가는 사립전문대/대학을 국가/중앙정부가 인수하여, 그것을 이렇게 재편/전환하면 될 것이다. 또는 사
학재단이 그 전환에 협력할 경우, 공익 이사/감사 파견을 전제로, 준폴리텍으로 전환.
<정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