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라진 연락단.
어린이들은 빨리 사귄다.
금방 친한 동무가 되어버린다.
서로가 이해타산 利害打算이 없는 순수한 동심 童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서로가 정감을 나누며 재미있게 놀고, 즐겁게 웃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금새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웃으며 조잘거리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다.
우문사로가 말을 타고 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릴 때 느끼는 호쾌 浩快한 기분과
양 떼들을 모는 모래사막 이야기를 하니 근오지 아이들은 신기해한다.
늑대개 범털 이야기까지 나오니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모두 하루빨리 범털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또, 근오지의 아이들은 아주머니 혼자서 험악스러운 덩치 큰 장정 둘을 가볍게 때려눕히는
무술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어린 구상윤이 우문 청아에게 여쭈어본다.
“아주머니는 어떻게 큰 남자 둘을 한꺼번에 그렇게 쉽게 쓰러뜨릴 수 있지요?
그 아저씨들 힘이 세고 성질이 사나워 동내에서도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요”
“하하, 무술을 배워 어느 정도 고수가 되면, 좀전의 그 아저씨들 정도는 댓 명이 달려들어도 쉽게 상대할 수 있지”
“우와! 그래요”
그러자 무예의 기본기가 충실한 사로가 우쭐대며 아이들에게 무술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 모두가 가르쳐 달라고 야단이다.
그래서 우문청아가 연락단장 강기진에게 부탁하여, 초원으로 이동 중에도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무술을 가르치도록 부탁하였다.
강기진도 기꺼이 승낙하고 아이들은 좋아하며 바로 배우기 시작하였다.
힘이 약하면 정의와 순리 順理는 뒷전으로 밀려나, 나쁜 사람들에게 피해 被害를 당할 수 있으며,
고생 苦生 한다는 것을 그동안 직접, 몸으로 체험 體驗하였기에
근오지의 고아들은 항해하는 선상 船上 위에서도 열심히 무예를 수련하였다.
우문청아가 아이들에게 직접 무술 지도를 하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신경을 집중해야 할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문청아와 이슬비 일행이 사로국으로 온 이유는 겉보기에는 시집과 친정에 인사차
온 것처럼 보였으나, 또 다른 임무가 있었다.
해마다 사로국에선 연락단원 30여 명을 선발하여 소릉하에 있는 금성부로 보내고 있었다.
그러면 금성부에서는 개개인의 자질에 따라 초원의 북 흉노측으로 7할
즉, 20여명을 보내어 내륙과의 연락을 지속적 持續的으로 취하고 있었고,
10여 명은 사로국과의 해로 담당 연락책으로 곧바로 활용하였다.
그런데 여섯달 전 사로국에서 초원으로 보낸 연락단 30명이 단체로 행방불명 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우문청아와 원화단 부단주 오첨욱은 연락단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와 그 행로 行路를 탐지 探知하고
조사하는 임무를 박지형 근위대장으로부터 별도로 밀명 密命으로 받고 온 것이다.
그러나, 사로국으로 오는 도중에는 이상한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넓은 망망대해 茫茫大海에 간혹 돌섬들만 군데군데 보였을 뿐, 아무런 단서 端緖를 찾지 못하였다.
육지라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도 경로 經路를 따라 탐색 探索하면,
유류품 遺留品이나 주변의 나무나 바위에서 무슨 흔적이라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바다에서는 파도가 한번 스쳐 지나가면 아무것도 없다.
넓고 깊은 대양 大洋의 밑바닥을 뒤집어 볼 수도 없고,
그야말로 막막 漠漠하다.
이슬비와 오첨욱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각주구검 刻舟求劍이란 고사 故事를 떠올리며,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드넓은 해상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을, 이제야 뒤늦게 조사한다고 무슨 단서 端緖가 나올까?’
하여튼,
박달거세의 주도 主導로 추진하고 있는 국책사업 國策事業의 요체 要諦인 연락단원들이
근오지에서 범선으로 출항하였으나, 소릉하의 금성부에는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근오지 바닷가부터 소릉하 항구 사이의 해로 海路에서 실종된 것이다.
지난 가을철에는 태풍이나 별다른 기상이변 氣象異變도 없었다.
봄, 가을철에는 일교차 日較差가 심하여 아침으로 바다에 해무가 짙게 끼는데,
이런 기상현상은 늘 있는 연례행사 年例行事다.
그런데 무술에 능한 젊은이 30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수적 水賊의 습격으로 배가 이끌려 갔거나, 아니면 자체 내분 內紛이 발생하여
서로가 싸우던 도중에 배가 파선되거나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연락단원들은 군 입영 軍 入營 시, 출신 성분과 인성. 체력 등을 통과한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쳤으며,
훈련 기간에도 규율이 엄하고 위계질서 位階秩序가 엄격 嚴格하여, 자체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렇다면, 해적에게 당하였다는 것인데, 수적 水賊이라면 보통 해적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의 대규모 수군 水軍 수준일 것이다.
웬냐하면 소규모의 수적에게 당할 호락호락한 연락단원들이 아니다.
개개인의 무술 실력이 뛰어난 일당백의 고수 高手들이 웬만한 무리에게 쉽사리 당할 리가 만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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