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동차 업계는 어떤 종류의 자동차에나 동일한 기술적 해결 방안을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이퍼카는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하이브리드화하고 있고, 핫해치는 4기통 터보 엔진을, 슈퍼세단은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있다. 3만5000파운드(약 5188만원) 안팎의 4인승 퍼포먼스 쿠페라고 이야기가 다를까? 그렇지 않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성능 좋은 쿠페 모델은 별로 없었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성능으로 승부하는 2도어 4인승 쿠페를 파는 메이커는 BMW 정도였고, 포드 머스탱 5.0 V8 GT가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진 정도였다. 이제 렉서스 RC 200t F 스포츠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연 렉서스 RC 200t F 스포츠도 성능으로 인정받는 쿠페가 될 수 있을까? 이제부터 그 질문의 대답을 알아보자.
2014년 출시한 BMW M235i는 직렬 6기통 터보 엔진과 자그마한 몸집을 가졌고, 변속기는 수동과 자동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신형 포드 머스탱과 비교하면 가격, 2도어, 4인승, 후륜구동 등 공통점이 많지만, M235i와 머스탱의 주행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머스탱은 5.0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달았고, 차체가 M235i보다 30cm 이상 길어서 쿠페가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도 있을 정도다. 변속기는 BMW처럼 수동과 자동이 있다. RC 200t는 M235i나 머스탱에 비해 크기가 전혀 다를 뿐 아니라 4기통 터보 엔진을 얹었고, 자동변속기 한 가지로만 출시된다. 이 세 모델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다를 뿐만 아니라, 주행감각의 차이도 매우 크다. M235i가 evo에서 자주 다뤄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놀라운 성능으로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쿠페로, M135i와 폭스바겐 골프 R과 함께 지난 몇 년 동안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인기 있는 모델일지라도 완벽하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의 배기량은 2979cc, 최고출력은 321마력이고 최대토크는 45.9kg·m다. 여기에 매끄러운 6단 수동변속기를 물렸고, 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며,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된다. 영국에서 가격은 3만5235파운드(약 5419만원)부터 시작하고, 더욱 강력해진 후속 모델 M240i가 출시될 예정이다.
외관은 콤팩트하면서 매력적이지만, 더욱 강렬한 외모를 뽐내는 M2가 출시된 이후에는 이불 속에 틀어박혀 책만 읽을 것 같은 힘없는 형이되어버린 모양새다. 하지만 내부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품질도 훌륭하다. 다만 뒷좌석은 성인이 타기에 부족하고 그다지 편안한 승차감을 주진 못할 것이다. 역동성에 있어서 M235i는 복잡한 자동차다. 최대한 단순하게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부드럽거나 뻣뻣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즉 대부분의 차는 부드럽게 굴러가거나, 거칠게 튀어 오르는 것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M235i는 이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돌출부에서는 견고한 차처럼 충격을 흡수하는데, 크게 수직운동을 할 때는 아주 부드러운 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보면 두 종류의 단점만을 모아둔 것 같아서 일반적인 국도에서는 아주 성가실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그럭저럭 잘 넘어간다. BMW가 만드는 모든 차들은 노면에 잘 붙어가기 때문에 돌출부에서 운전자를 튕겨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믿음이 생기고 나면 주행의 모든 요소가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앞쪽의 움직임은 매우 훌륭하다. 언더스티어가 전혀 없는 M 모델의 특징을 100%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게다가 민첩하고 섀시의 반응성도 좋다. 물론 보디 컨트롤이 더욱 견고하다면 차에 대한 운전자의 믿음이 더 커지겠지만, M235i 자체로도 페이스 조절에는 무리가 없고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핸들링은 가볍고 경쾌하며, 엔진은 반응이 빠르고, 고속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에너지를 유지한다. 그리고 운동성은 뛰어나다. BMW는 현명하게도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LSD)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M235i는 코너에서 뒤 차축의 컨트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LSD를 옵션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인상이 꽤 엉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LSD가 달린 M235i는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코너에서도 컨트롤이 정확하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운전하는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후륜구동의 진리에 충실하고, 지루한 출근길 주행과 고속도로의 짜릿한 질주가 모두 가능한 쿠페이기 때문이다.
M235i를 꽤 만족스럽게 운전하고 나니 머스탱을 보는 눈이 높아졌다. M235i에서 머스탱으로 갈아타면 아마도 엄청난 크기 차이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마치 프로레슬러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재킷을 입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M235i와 머스탱은 시트도 상당히 다르다. M235i는 시트가 좁은 대신 고급 소재를 사용한 반면, 머스탱은 지나치게 화려해서 마치 모조품을 대하는 느낌이다. 속도계에는 항공기의 대지 속도를 뜻하는 ‘Ground Speed’라고 쓰여 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소재도 품질이 별로 좋지 않다. 포드가 머스탱의 가격을 낮게 맞추려고 어떤 부분을 희생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실내는 괜찮은 편이지만, 품질이 좋은 독일 차 기준에 익숙해진 소비자라면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플라스틱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머스탱에는 성능이 끝내주는 V8 엔진이 있다. 힘이 넘치는 미국 스타일이라거나, 겉만 화려하다고 놀려도 V8은 분명 개성이 넘치는 엔진이다. 다시 말해 중간 속도에서 머스탱을 즐길 여지가 많다는 뜻인데, 요즘 나오는 고성능 차에서 상당히 중요한 측면이다. 회전수는 천천히 오르내리지만, 엔진 특유의 소음과 힘찬 성능 덕분에 느린 반응 속도를 알아채긴 쉽지 않다. 속도를 올리면 마치 수면을 미끄러지듯 전방이 천천히 들리는 기분이 꽤 짜릿하다.
최고출력 410마력에 최대토크 54.1kg·m를 발휘하는 V8 엔진은 셋 중에서 가장 힘이 강하다. 포드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4.8초가 걸리고(역시 3대 중 가장 빠르다), 최고시속은 250km, 가격은 3만4995파운드(약 5382만원)로 M235i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이 모델은 이전에 출시한 머스탱과 조금 다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모델이어서 뒤 차축에 정교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특히 울퉁불퉁한 코너를 도는 상황에서 강력한 접지력을 내는 멀티링크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코너에 진입할 때 고의로 밸런스를 무너뜨리지만 않는다면, 아무리 깊숙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코너를 빠져나올 때 뒷바퀴의 구동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천천히, 제어할 수 있는 선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미끄러질 것이다.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머스탱은 여전히 전통적인 머슬카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여전히 급가속보다는 점진적인 가속이 더 어울린다. M235i보다 주행과 승차감 모두 안정적이다. 이것은 아마도 ‘Ground Speed’보다 10~20% 낮은 속도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차체 움직임과 섀시 반응은 느린 편이다. 또한 차체가 크기 때문에 영국의 좁은 도로에서는 흥분을 충분히 가라앉혀야 주행이 원활하다.
스티어링 반응은 느리지만, 변속기 성능은 빠르고 정교하다. 브레이크 성능도 좋은데, 위치가 애매하다. 만약 '힐앤토' 운전을 하는 방법을 알아낸 독자가 있다면 나에게 알려주기 바란다. 스포츠 쿠페로 분류된 머스탱은 비록 M235i에 판정패를 당했지만, BMW가 만든 차조차도 지루해 보이게 만들 정도로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M235i와 머스탱은 극과 극으로 다른 모델이지만 이번에 비교할 렉서스 RC 200t F 스포츠 역시 전혀 다른 모델이다. 수평으로 층층이 쌓은 RC 200t의 대시보드는 1970년대판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소재 품질과 전체적인 구성, 마감은 세 차종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디자인에 대한 일부 소비자의 만족도가 떨어질지는 몰라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렉서스는 박수받을 만하다. 만약 렉서스가 유럽 라이벌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했다면 끔찍하게 지루한 차가 되었을 것이다. 외관 또한 마찬가지다. RC 200t의 외관은 스포츠카와 가장 거리가 멀고, 어떻게 보면 가장 힘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은 비교적 낮은 수준인 최고출력 242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낸다. 0→시속 100km 가속에 7.5초가 걸리며, 최고시속은 230km로 셋 중 가장 느리다. 그렇지만 가격은 3만6495파운드(약 5612만원)로 가장 높다.
RC 200t의 성능은 직선 도로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가속 페달을 최대한 눌러줘야 한다. 물론 성가신 일은 아니지만,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여유가 있으면 이 차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주는데 RC 200t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 가속 페달을 바닥에 붙이지 않으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상 스포츠 모드에 두고 운전해야 진짜 RC 200t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M235i나 머스탱보다 대놓고 화려하지 않지만 이는 셋 중에서 가장 정교하게 공기저항과 소음을 조절해 부드러운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모델로, 성능이 약간 더 좋았다면 GT카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장거리 주행을 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게 만드는 차는 아니다. 스티어링은 100% 디지털이고, 자동변속기는 수동에 비해 반응 속도가 느리며 힘의 전달에 감동이나 흥분이 전혀 없다.
RC 200t의 섀시 밸런스는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이고, 비교 대상인 셋 중 민첩성과 주행 감각이 가장 떨어진다. 1675kg이라는 무게 때문에 보디 컨트롤과 그립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완전한 컨트롤이 어렵다. 그다지 컨트롤에 신경 쓴 차가 아닌 것이다. 앞서 말한 세 모델은 각각 우선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특징도 모두 다르다. 빠른 주행의 즐거움을 찾는다면 M235i를 고르겠지만, 각각의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이 중에서 1위를 뽑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자동차 업계에서 비슷비슷한 모델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선택지를 찾을 수 있는 쿠페 모델이 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