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지원 작가의 전작 영화 <증인>에서 지우(김향기)는 “엄마, 나는 변호사는 할 수 없을 거야. 자폐니까. 하지만 증인은 할 수 있어. 증인이 되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라고 말한다. 이 대사로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인 법정물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나.
= 미국 출장을 갔다가 만난 지인이 영화 <증인>을 추천했다. 마침 비행기에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감상했다. 펑펑 울었다. 회사로 돌아와 프로듀서들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다들 작품이 괜찮다고 의견을 모았다. 영화 <증인>을 드라마로 만들겠다며 시작한 작품은 아니지만, <증인>의 대사는 영화와 드라마를 연동하는 어떤 단추가 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이라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변호사 상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폐에 대한 시각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시나리오작가가 이미 학습이 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남을 요청했다. 문지원 작가는 원래 영화감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일정상 공백이 생기면서 역으로 드라마를 제안할 수 있었다.
- 몇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영화 시나리오만 썼던 문지원 작가가 16부작 드라마 대본도 쓸 수 있겠다는 판단은 어떻게 내렸나.
=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이야기를 써볼 의향이 있느냐고 제안했을 때 본인이 하고 싶어 했다. 대본은 작가님이 주도적으로 썼고, 에이스토리 프로듀서 두명이 붙어서 16부작 드라마 호흡에 맞는 가이드를 주는 방식으로 초고를 작업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던 분이라 그런지 한 회차 안에서 이야기가 완결되는 구성으로 대본을 쓰더라. 사실 기존 드라마들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다음 회를 봐야 의문이 풀리는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지원 작가는 작품의 세계관을 흔들 수가 없다며 이런 구성을 따르지 않았다.
- 그런데 문지원 작가가 고집한 구성이 시청자 유입에 도움이 됐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어떤 회차부터 봐도 스토리를 쉽게 따라갈 수 있다.
= 일반 시청자들이 봤을 땐 시청률을 위한 트릭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참신했던 것 같다. 긴 호흡으로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 요즘 소비자들의 특성과도 잘 맞았다.
-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너무 편협하게 재현되거나 왜곡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소재다.
=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변호사가 된 분이 있다. 헤일리 모스라는 미국 변호사다. 그의 말투와 행동을 관찰하며 우영우 캐릭터의 현실성을 먼저 검증했다. 이 소재를 잘못 다루면 드라마가 엄청난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초반부터 김병건 나사렛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대본을 썼다. 그래서 집필 기간이 1년 반 정도로 오래 걸린 편이다. 유인식 PD도 전문가 자문을 받는 자리에 함께하며 자폐의 특징을 공부했고, 배우에게 연기 디렉션을 줄 때 참고했다.
- 신인 작가의 대본이었지만 제작진이 탄탄하게 붙었다. 유인식 PD는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연출한 베테랑이다.
= 무조건 연출을 잘하는 분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한국의 톱클래스 연출자들은 오래전 미리 계약을 해둬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 유인식 PD와는 알고 지낸 지 십수년 된 관계다. 그가 원래 하려던 작품이 약간 늦춰지면서 시간이 생겼을 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을 주면서 공백을 파고들었다. (웃음)
- 매 에피소드가 방송되고 나면 네티즌이 실제 있었던 사건 자료를 공유한다. 법률 용어를 정확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실화를 에피소드에 적절하게 녹여내 설득력을 담보하는 솜씨가 좋았다.
= 엔딩 크레딧에 신민영 변호사의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 조우성 변호사의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신주영 변호사의 <법정의 고수> 등이 원작으로 소개된다. 저작권을 일부 구매해서 베이스로 놓고 대본을 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 말도 안되는 황당한 사건은 없을 것이다.
- 신생 채널 ENA의 투자를 받고, 비주류 채널에서 시청률 15%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제작비가 무려 200억원이 들었는데 다른 곳보다 ENA가 높은 금액을 불러 계약이 성사됐다는 얘기가 사실인가.
= 잘못된 정보다. 제작비는 알려진 것의 4분의 3 정도다. 어떤 곳이든 방송이 끝나기 전에 먼저 돈을 주지 않고 몇번에 걸쳐 분할 입금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작사 자금을 먼저 써서 만들었다. 계약상으로는 제작비를 모두 회수했지만 실제 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ENA와 계약을 맺은 것은 IP 때문이다. 예전엔 제작사가 방송국과 외주 제작 계약을 맺고 제작비의 70% 정도를 받은 후 IP는 방송국이 가져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넷플릭스가 IP 권리를 갖는다. 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국내 방영권은 ENA 채널,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은 넷플릭스와 계약하고 IP는 제작사가 소유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맺으면 다양한 부가 사업을 할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달 웹툰을 오픈하고 그외에도 준비 중인 IP 사업이 있다. 드라마가 시즌제로 간다면 해외에서도 비즈니스가 가능한 구조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IP를 만들면 방탄소년단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생략)
- 우영우 역의 박은빈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제작사와 원래 인연이 있는 배우는 아니었는데.
= 아내가 작가 출신이다. 우영우 역에는 맑고 지적인 이미지에 딕션이 좋은 배우가 어울릴 것 같다며 박은빈을 언급했다. 원래 좋아했던 배우지만 그 말을 듣고 더 유심히 살펴봤다. <이판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한 적도 있고 워낙 경력이 오래돼서 연기력도 탄탄하니 우영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당시 박은빈씨는 <연모>를 먼저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혹시 마음이 변할까봐 <연모> 촬영장에 커피차도 자주 보냈다. (웃음) 긴 시간 사극 드라마를 촬영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크랭크업을 하자마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준비를 시작했다. 첫 대본 리딩을 하던 날 캐릭터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끝나고 사인을 받았다. 내가 대본집에 사인을 받은 유일한 배우다.
(생략)
- 스튜디오 드래곤이나 제이콘텐트리와는 달리 에이스토리만의 캡티브 채널(계열사 간 내부 채널)이 없다는 것이 지적되어 왔는데.
= 그래서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외부에서 판단하기도 하지만, 업계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는 캡티브 채널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퀄리티가 담보되기 전에는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는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퀄리티가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에 적자가 난 작품이 없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모두 흑자를 달성했다. IP를 기반으로 한 부가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새로운 이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 과거 넷플릭스 독주 체제에서 디즈니+, Apple TV+ 등 다양한 글로벌 OTT가 플랫폼 산업에 뛰어들면서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제작사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나.
= 아주 좋다. 그들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곳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는 우리 같은 제작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으니까. 규모가 큰 작품은 거액의 투자가 가능한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OTT 플랫폼과 먼저 계약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채널을 찾는다. 원래 캐스팅이 세면 플랫폼의 선택도 빨리 받을 수 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계기로 대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한다. 소수의 스타들에게 대본이 몰리면 그들의 몸값이 끝도 없이 치솟는다. 그보다는 다양한 스타들을 탄생시키고 제작비는 영상에 더 투자하는 것이 작품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박은빈처럼 잠재력을 가진 이들을 찾기 위해 더 유심히 배우들을 관찰할 것이다.
은빈이가 더 탑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이해하겠긔 (저 마지막 문장에 너무 꽂히는 분들 안계셨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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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지리산? 그 전지현 나오고 그 드라마가 말해주긔!
@로또2등함주라 근데 그 지리산 드라마 제작사도 에이스토리긔ㅋㅋㅋㅋ
@꼬꼬마친친 예?????????? 숙부 개깜놀하고 가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스토리 너네 뭐하는 데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라마는 작가가 8할이랬던 것 같긔 좋은 대본은 힘이 있더라긔
잘했어요 이상백 대표(정명석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에이스토리..와 십오년 전쯤 알던 제작사 이름인데 그 회사 그대로인거면 진짜 대박낫네여..
어쩐지 은빈이가 인스타에 올린 연모 때 커피차에 에이스토리가 있어서 뭔가 했더니..ㅋㅋㅋㅋ
은빈리 기다려줫군요ㅠㅠㅠㅠ리딩끝나고싸인받은거ㅠㅠㅠㅠ박은빈더더더더흥하라긔ㅜㅜ
와 영화 시나리오 쓰던 분이라서 매 회차가 영화같았던 거군요. 꽉찬 대본이었긔
저거맞긔 한편에 끝내줘서 저같이 긴호흡 시러하는사람은 너무좋고 부담없긔
그리고작가형 글너무 잘써요 작가형의 인생관이 궁금해질정도로 대사나 글에 본인신념이 녹아있는 너낌......알고싶은 사람이긔 ...박은빈캐스팅한것도 정말 작품만을 ㅅ생각해서 캐스팅한거라 저런 찰떡캐스팅한것갘긔...인맥이든 걍 조아하는 배우다란 뜨는배우란 이유로 쓰면 거슬리는부분이많쟈나....
와 정말 저랑 생각이 넘 같으시긔 드라마 못보는 이유가 긴호흡 못견뎌서인데..우영우도 처음에 볼 생각도 안하다가 하도 난리여서 넷플로 봤더니 한회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어서 진짜 넘 좋더라긔!!!
진짜 작가님 덕분에 배테랑 피디도 붙고 좋은 배우도 붙고 한 것 같긔
역시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긔
프로 표절러이면서 배우빨로 적당하게 비비려고하는 박지은이나 홍자매와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 진짜 이런 드라마들이 잘돼야하긔
에이스토리 테마주 아니고 회사 자체가 괜찮고 저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해서 주식 샀긔.. 대표님 열일해주시긔...
역시 작품이 좋아야 드라마가 살긔.
역시 대본이 젤 중요하고 이미지에 맞는 캐스팅도 너무 중요하긔.
킹덤으로 유명해지고 지리산으로 폭망해서 주식 나가리갔던 그 에이스토리맞져...? ㅋㅋㅋ 지리산으로 배운 게 있었냐긔
대본이 제일 중요하냄.
대본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이 역할에 맞는 이미지와 연기를 가진 배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스타라도 재미없으면 잘되기 힘들고 배역이랑 안어울리거나 연기 별로면 못보겠더라고요 우영우는 대본도 좋은데 배우캐스팅까지 완벽해서 더 재밌냄
기사 잘 읽었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