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몇개 없는 명품 시계

[영원한해병]

내 손목 위로 '과학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옮겨놓고 싶은 게 시계 수집가들의 욕망이다. 지금 현재,

전 세계 시계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바로 그 시계.

존 F. 케네디는 1960년 친구인 그랜트 스탁데일로부터 18K 금으로 만들어진 오메가 손목시계 '울트라

신'(사진 1)을 선물 받았다.

아내 재클린이 당시 스탁데일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케네디는 이 시계를 받자마자 “얇고 우아한

디자인이 맘에 든다”며 재클린이 선물했던 시계를 풀어 바꿔 찼다고 한다. 그해 11월 대통령 취임식 때

이 시계를 착용한 케네디의 모습이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시계 매니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시계 뒷면에 '미합중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친구 그랜트로부터'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 시계는 '스탁데일

시계'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케네디 사후에는 '로버트 화이트 컬렉션' 중 하나로 보관돼 왔다.

로버트 화이트 컬렉션이란, 어린 시절부터 암살 당시까지 케네디의 삶을 아우르는 다양한 물품을 보관한

것으로 2005년에 약 1500여 점이 경매에 나왔다. 스탁데일 시계 또한 이때 경매에 출품됐다. 시계를

만들었던 장본인인 오메가는 경매 첫날 35만 달러(약 3억5000만원)에 구매해 스위스 비엘에 있는 오메가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시계 업계에서 '컴플리케이션(complication) 시계'란 시간(시, 분, 초)과 날짜(요일, 날짜) 외에 다양한

기능이 더해진 시계를 말한다. 명품 시계 브랜드가 자사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위해 고심하는 것 역시

컴플리케이션 시계 제작이다. 핵심은 얼마나 더 독특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느냐다.

시계 복원가인 미셸 파르미지아니에 의해 만들어진 '토릭 웨스트민스터'(사진 2)는 말 그대로 영국

웨스트민스터 성당의 구교 종소리를 재현한 4개의 공이 1시간, 각기 다른 4개의 소리를 가진 15분,

1분을 구분해 알려주는 고난도의 기술을 적용한 시계다.

'불빛이 없는 곳에서도 종소리만으로 시간을 구별할 수 있는 시계'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종소리와 첨단 과학이 완벽하게 결합한 이 시계는 매니어들 사이에서 '창조'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걸작으로 손꼽힌다.

사진 속 시계는 플래티넘 소재의 30's 투르비옹(일반적인 투르비옹은 1분에 1바퀴를 도는 데 비해 30's

투르비옹은 30초에 1바퀴를 돈다) 모델로 가격은 약 6억9000만원이다. 100% 주문제작품으로 소재와

세팅을 달리할 수도 있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Ⅱ ICE'(사진 5)는 총 2393개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화려함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다이얼 위에 물결무늬로 수놓아진 300개의 다이아몬드는 '무한한

시간의 바다'를 연상시킨다. 국내에는 단 한 점만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은 6억5000만원대다.

명품 브랜드의 컴플리케이션 시계 중에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시기에 제작된 한정품이라는 이유로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 많다.

시계 메이커이자 주얼리 브랜드인 피아제는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해 '투르비옹 스페셜

에디션-베이징'(사진 3)을 제작한 바 있다. 다이얼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용을, 베젤 측면은 정교한

음각으로 만리장성을 표현한 이 시계는 전 세계적으로 단 3점만 한정 제작됐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4개씩 제작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레 마스크 컬렉션'(사진 4)은

원시 예술을 대표하는 마스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정점의 미학을 추구했던 바쉐론 콘스탄틴이 제네바에 위치한 바비에-뮐러

박물관에서 '원작에 유사하게 제작할 것'을 약속하고 다이얼로 옮긴 마스크들은 인도네시아, 중국,

멕시코 등 4대륙에서 발견된 것들 중 엄선된 것이다. 지금까지 총 12개의 시계가 만들어졌으며 4개

1세트의 가격은 5억6900만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