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광재
아주 오래된 건물에 낯 익은 글씨들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마음을 붙잡는다.
그래서 아주 편한 자세로 활짝 열려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오래된 건물의 세월만큼
흰 머리가 된 가게 주인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오롯이 돌로 지었다는 이 건물은
이층집인데 50년이 되었고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약국을 하였다고 한다. 이 가게 주인의
붓글씨도 뛰어나지만, 네모 반듯하게 현대식 건물이 긴 세월의 흔적이 눈에 뜨일 밖에 없었다.
바로 그곳은 해남군 화산면 화산초등학교 입구 삼거리에 있다.
오래된 건물 주인 명광재(70) 씨는 10년 전부터 한시를 쓰게 되었다. 어릴 적에 할아버지 밑에서
한학을 배우게 되었단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늦게 한지에 한시를 쓰게
되었지만, 13번이나 대회에 나가 입선하여 명인 중에 명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주 정제된
작품이 100편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소재를 어디에서 찾느냐고 묻고 지금도 어린애같이 천진나만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청년 시절에 자유로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군대 생활을 대전에서 했는데
그의 소지품을 지금 아내 될 집에 맡겨두었는데 자주 들리다 보니 이 집 딸에게 눈길이 가고 먼저 손을 내밀게 되었단다.
선경 명광재 씨의 연애 시절을 들어 보니 그 시대에 보기 드문 추억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여행비가 떨어지면 엿을 팔고 사랑하는 여인을 떡을 팔았는데 부산 영도 다리에서 했었다고. 그리고 부산에서
서울행 열차를 타는데 차비가 없어 열차 뒤 난간을 붙잡고 서울까지 갔는데 지금 생각하니 멋진 신혼
여행을 하는 셈이 되었단다. 그리고 추운 겨울날에도 닭덜 침낭 하나만 가지고 눈 위에서 잠을 자고 여행을
했었고, 둘만이 전라도 장성에서 목포까지 걸어서 여행했다고 한다. 지금 젊은 연인들이 하는 것을
이 부부는 50년 전에 이렇게 여행을 했다고 추억하고 있고 지금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단다.
선경 명광재 씨는 맑고 청아한 생각과 같은 공간에서는 네것 내것이 없는 하나의 지체처럼 공유의 마음을
지녔다. 그리고 어린아이 같이 밝고 깨끗한 웃음을 지녔기에 그의 정해아 한시에도 이렇게 나타내고 있다.
淨孩兒(정해아)
善鏡 明光在 (선경 명광재)
淨塵埃無孩兒如(정진애무해아여)
私利執非精潔人(사리집비정결인)
畏怖縮非悠然人(외포축비유연인)
勢閥者非阿附人(세벌자비아부인)
깨끗하고 티끌없이
방글방글 웃는 아이같이
사사로운 이익에 차지않고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
공포 두려움에 오그라들지 않고
침착하고 여유있는 사람
물리적 힘과 세력 강한 자본자께
알랑이지 않는 사람
이 한시는 제9회 2011년도 한국서가전 전남 서예 전남회에서 입선작이다. 그 외 입선작이 12 작품이
더 있다. 성경 명광재 씨는 삶의 철학은 부드럽고 약한 것 그리고 중용의 덕을 지향하고 있단다.
가진 것을 더 가지려고 하지 않고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고 안달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강한 고기도
부드러운 강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며 적당한 마음과 사려 깊은 심성이 모든 것을 이롭게 한단다.
그가 드러내어 보이는 것은 글과 꽃이다. 오래된 돌집 앞에 야생화가 있다. 저녁이면 꽃이 피고 사랑하는
인연을 받아들이고 아침이면 꽃이 아물어 이별의 시간을 알리는 야생화라고. 그래서 명인 명광재 씨는
'영송화'라고 새로 지었다. 저녁에 별과 함께 임을 맞이하는 속 깊은 꽃을 저녁에 꼭 보러오라 한다.
막지막으로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대전에서 왔으니 얼마 전에 막내딸을 대전으로 시집보냈다고 하며
아내와 대전에서 인연이 되는 것을 참으로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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