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도라지꽃의 이미지는 친숙한 누이의 이미지와 어릴 때 함께 소꿉놀이를 하던 여자 친구를 떠 올리게 한다. 그러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옛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야생의 산에서 자라는 도라지는 점차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지만 밭에서 집단으로 재배하거나 화단 등에 한 두 뿌리를 화초로도 가꾸기에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넓은 밭을 꽉 채운 보랏빛과 하얀색의 도라지꽃의 향연이 펼쳐지면 지나치지 못하고 멈추어 서서 바라보게 만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은 가냘픔 보다는 성숙한 모습의 흐느적임이 눈 속을 채우며 함께 뛰놀고 싶은 환상에 빠져들게 한다. 더위에 흐르는 땀이 밴 옷에서 나는 땀 냄새를 잊게 하는 유혹을 외면하지 못하게 한다. 산새들도 침묵하는 깊은 산속에서의 만남은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난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도라지 뿌리는 식재료와 약제로서 많이 사용하는 친숙한 존재이다. 오래된 도라지 뿌리는 인삼보다도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흥이 나거나 심심풀이로 콧노래 혹은 작은 소리로 불러보는 도라지 타령(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에야라 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또한 귀에 익숙하다. 꽃도 보라와 흰색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어 핀다. 한 여름 수줍게 풀숲에서 피어난 꽃을 보노라면 어여쁜 아가씨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기관지와 목 염증 등에 대한 탁월한 효능을 보여주기에 민간요법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쓰디 쓴 맛은 쉽사리 친숙해지는 맛은 아니지만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겨우내 망각하고 지냈던 입맛을 돋게 만드는 봄나물은 강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오신채五辛菜(불교에서 금하는 채소로 5가지 매운 맛의 채소로 달래慈蔥, 마늘大蒜, 부추, 파, 무릇興蕖)의 매운 맛과 씀바귀의 쓴 맛 그리고 냉이와 미나리의 향긋함이 더해지기에 봄날의 춘곤증을 이겨낼 수가 있다.
도라지하면 떠오르는 것이 또 하나가 있다. 다름이 아니라 집에서 출근하지 않고 주부로 용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바로 도라지 뿌리를 가져다 껍질을 까는 일과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기판이나 선들을 연결하여 보내는 일이다. 그리고 목걸이나 팔찌 등을 만들기 위해 줄에 조그마한 구슬들을 꿰는 일도 있었다.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일이지만 대가는 박하였다. 그래도 놀면 뭐하냐며 이웃끼리 서너 명씩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을 하였기에 서로간의 정도 더불어 돈독해 지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 또 신문지나 시멘트 포장지로 봉투를 만드는 일도 온 가족이 다 참여하기도 한다. 규격별로 자르는 일, 풀 쑤는 일, 접는 일, 풀 바르는 일, 봉투를 완성하는 일 등을 분업화한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한방에서는 길경桔梗이라 부르며 효능은 치열, 편도선염, 폐열, 설사 등에 사용. 쓴 맛의 성분인 “플라틴코틴”은 염증과 궤양에 효과가 있음.
성분은 당질, 칼슘, 철분, 사포닌을 함유.
굴과는 상극이라 하니 조심하시구요. 마른기침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사용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식도락을 즐기는데 특별한 재료로 만든 특이한 음식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가장 흔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평소에 맞볼 수 없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시식하는 재미가 더 크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식용하는 재료로서 도라지는 매우 유용하다. 잘게 찢어 양념으로 무친 도라지무침, 내가 좋아하는 도라지 강정, 도라지 튀김, 감기 등에 끓여 차처럼 마시기, 고추장 무쳐서 구운 도라지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쓴 맛 탓에 잘 먹지 않고 기피한다. 그래서 물에 담가 쓴 맛을 어느 정도 제거하고 사용하며 꿀이나 설탕 등을 사용 단맛을 보강하여 거부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탄생하기 까지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식품으로 가치가 얼마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실에 적합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투박하고 소박한 채소 위주의 식단과 보리밥 등 잡곡밥이 서양식의 폐해를 바로잡는 건강 식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신토불이를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국내산이냐 외국산이냐에 대한 집착은 원산지를 속이는 편법까지 동원되는 불상사가 연일 이슈화 되고 있지 아니한가.
도라지, 더덕, 무, 고구마, 감자, 마, 땅콩, 돼지감자, 당근 등 땅 속 뿌리나 덩이줄기 등은 풍부한 영양분의 저장으로 매우 우수한 재료이며 간식을 즐기게 만드는 훌륭한 식품이 된다.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반찬이나 주식으로서 활용하기도 하고 때론 허기진 배를 달래는 간식으로서 역할도 한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성인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 주며 쾌적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기에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제 먹는 것 하나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청정한 자연 속에서 재배되거나 자라난 식재료 등의 먹거리가 대세인 것이다. 도라지 하나에도 건강을 염려하는 염원이 담겨있는 오늘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