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작은 집사는 밤만 되면 좀비가 되었다. 머리 헝클고 나와서 밤새 달팽이를 잡았다. 애써 가꿔놓은 꽃밭이랑 텃밭이 달팽이 천지가 되어 꽃잎도 이파리도 구멍이 뽕뽕 뚫린다고 달팽이와 전쟁이라더니 올해 또 달팽이들이 나타났다고 화를 낸다. 올해는 민달팽이가 많단다. 달팽이가 맥주 좋아한다고 취해서 죽게 만들겠다고 맥주로 유인한단다. 달팽이는 좋아하는 맥주에 취해서 죽으면 행복하겠다. 바닷속 달팽이는 알록달록 예쁘기만 한데 땅에 사는 달팽이는 밉다고 한다. 내 생각에 못생겨서 잡는 거 같다. 역쉬 예쁘고 볼 일이다. ---------------- 가을이 일기 252
바보 아냐?
바보 맞다. 큰집사는 자기가 자기한테 맨날 ‘나 바보 아냐?’ 이렇게 묻는다. 이야기 삼매에 빠져 간식을 안 주는 마의 600미터 구간에서 우리한테 간식을 주고 나서 ‘나 바보 아냐?’ 그런다. 맨날 그 자리에 있는 나뭇등걸이나 돌부리 나무계단을 고정하는 쇠못을 왜 수시로 걷어차고 아파서 쩔쩔매면서 ‘바보 아냐?’ 또 그런다. 사과를 먼저 줘야 하는데 식혜를 먼저 따르고서도 ‘바보 아냐?’ 간식을 화르르 쏟고 나서도 ‘바보 아냐?’ 맨날 싸는 산책 가방도 뭘 빠뜨리고 싸고는 ‘바보 아냐?’ 게다가 그 소풍 가방도 안 메고 와서 집으로 허겁지겁 가지러 가며 ‘바보 아냐?’ 오늘은 컵을 안 넣고 와서는 ‘바보 아냐?’ 하물며 그 소중한 나이키 수시로 뜨는 깜박이등이 수시로 뜰 때마다 ‘바보 아냐?’ 쿠당 넘어지고 나서도 ‘바보 아냐?’ 뭘 자꾸 물어보냐? 고만 물어. 고만. 자꾸 물면 아프잖아. 바보 맞다고오. 바보 뜻 알지? ‘바라보고 싶은 사람’ - 우리 간식 주는 사람 허당들이 대체로 바보들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