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색계(色戒), 핑크 다이아몬드에 담긴 남자의 진심은?
영화 색계(色戒)는 중국 소설가 장아이링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 왕치아즈는 미녀 정보원이자 사교계의 꽃으로 불린 실존 인물 정핑루...
그녀는 실제로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상하이에서 일본 정보기관 핵심 책임자인 딩모춘의 비서로 지내면서 국민당의 스파이 노릇을 했다.
2007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논란이 되었는데,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면서 강렬한 감정에 지배되는 색(色)과 그것에 대한 경계로 이성적 통제로 다스려지는 계(戒)의 세계에서 색이 계를 무너뜨린 대가는 파멸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 정사 장면보다 긴장이 더 고조된 된 장면은 남자가 여자에게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는 순간...
핑크 다이아몬드는 가장 경계심이 강한 남자와 끝없이 예민한 여자의 교감이 절정에 달하며 남자의 경계를 스스로 풀어버리게 만든다.
‘단지 난 보석 따위엔 관심이 없어. 다만 그걸 낀 당신의 손이 보고 싶어’라고 말하고, ‘누가 훔쳐 갈까 두렵다’며 다시 반지를 빼려는 여자에게 자신이 지켜주겠다며 단호하게 말하는 남자...
여자는 제대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고, 함부로 사랑에 빠질 수 없게 하는 내면의 어떤 압박감에 시달린다. 어머니를 일찍 잃고 재혼한 아버지는 그녀를 두고 떠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고독을 오로지 연극만이 달래준다. 그래서 그녀는 답답해 보일 만큼 조심스럽고 항상 살해 위험 속에 살아가는 남자는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경계한다.
이 영화에서 계(戒)를 확실히 무너뜨린 장치는 핑크 다이아몬드... 사랑과 임무 사이에서 사랑을 선택하고 남자를 구출한 여자는 죽으려고 준비한 독약을 들고 망설인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6.1캐럿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는 감독이 까르티에사에 특별히 주문한 것...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어로 색(色)계(戒)는 ‘유색 반지’와 동음 이의어라고...
까르띠에사는 일제가 점령했던 1930년대 상하이를 상징하는 커다란 핑크 다이아몬드 주변에 두 줄의 다이아몬드로 둘러싼 식민지 양식의 반지를 만들었다.
핑크 다이아몬드는 100만 캐럿 중 1캐럿 정도가 산출되는 아주 귀한 보석으로 생산량이 극히 적고, 수량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20년간 핑크 다이아몬드를 가장 많이 생산한 곳은 호주의 아가일 광산... 그러나 이곳에서 생산되는 핑크 다이아몬드는 연간 생산량이 매우 적을뿐더러 2019년에 아가일 광선을 폐광시킨다고 발표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또 보통 다이아몬드의 색은 다이아몬드가 형성될 때 소량의 불순물이 들어가 만들어지는데, 핑크 다이아몬드에서는 어떤 불순물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만큼 핑크 다이아몬드는 탄생부터 신비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 특상급은 1Kg짜리가 100만 달러 (약 11억 원)에 육박하고, 가격이 매년 20%씩 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1930년대 상하이에 6Kg짜리 핑크 다이아몬드가 존재했을까? 원작 소설에는 정핑루가 딩모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당시 유행하던 오버코트를 사달라고 했지만, 감독이 오버코트를 핑크 다이아몬드로 바꾸어 설정한 것...
또 정핑루가 딩모춘에게 신분이 발각되어 총살을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실제로 경계를 풀고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원작 소설에 정사 장면이 없는 것을 보면 결국,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감독이 상상력을 더해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 것...
‘그는 당신을 아주 특별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석상이 전하는 이 영화 대사...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는 비극의 시작이었지만 또 여자가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 받을 정도로 거짓 사랑을 완벽하게 연기했지만, 반지를 받은 이후 남자를 위험해서 구했으니 여자도 남자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을까?
화별마 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