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백덕산에서 몇 가지의 덕을 누리다

[소금강]

  지난 토요일 오후 인터넷에서 사자산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사자산 등산로는 영월 수주면의 향토 사학자인 한상웅씨가 잘 안다는 내용이 있어서, 그분에게 전화를 걸어 사자산 산행 코스에 대해 물어 보니 백덕산 삼거리에서 사자산, 사자산에서 법흥사까지의 코스가 험해서 사고가 빈발하여 출입을 통제하니까 겨울철 산행은 하지 않았으면 한단다.

  그분의 충고를 받아들여 산행지를 백덕산으로 변경하기로 한다. 우리 산악회에서 작년 1월에 이미 백덕산 산행을 하기는 했으나 그때는 영월군 수주면 관음사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문재에서의 시작 코스와는 겹쳐지는 부분이 많지 않다. 버스 안에서 이와 같은 사정을 설명하고는 회원들의 양해를 구한다.

  처음 산행지로 정했던 사자산이 저명한 산이 아니어서인지 겨우 18명의 회원을 태운 버스는 횡성 요금소를 지나 새말로 향한다. 아침 식사와 화장실 때문에 당연히 새말 휴게소에 설 줄 알았던 버스는 새말에서 안흥으로 넘어가는 전재를 향한다. 손기사에게 왜 그냥 가냐고 했더니, 회원들이 전부 자는 것 같고, 또 새말 휴게소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는 있어도 고기를 파는 식당이라 서기가 그렇단다. 하기야 나도 새벽에 아시안컵 8강전인 이란과의 중계를 보고 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백덕산 등산로 표지판>

  할 수 없이 안흥을 지나 문재 터널을 빠져 나와서 백덕산 등산로 안내도 앞에 차를 댄다(07:40).

<백덕산 안내판>

   백덕산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평창군 방림면과 평창읍, 그리고 영월군 주천면과 수주면 등 3개 군, 5개 읍면에 걸쳐 있으나 산문이 영월 쪽으로 열려 있고, 백덕산의 주찰인 법흥사 역시 영월 쪽에 있어서 영월의 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산행은 대부분 평창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백덕산을 옛날엔 사재산(四材山)이라 했다고 한다. 즉 동쪽엔 꿀(석청), 서쪽엔 옻나무, 남쪽엔 전단토(사람이 먹을 수 있는 흙), 북쪽엔 산삼 등이 나서 네 가지 진귀한 물품이 나오는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처럼 예로부터 가난한 민초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 주고, 산자락엔 적선을 권하는 법흥사를 품고 있어서 백 가지의 덕을 다 갖춘 산이라고 하여 한자로 백덕산(百德山)이라고도 한다. (인터넷 자료)

    차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는데 구제역 방역 초소에서 근무하는 듯한 상병 계급의 군인이 다가 오더니 오늘 산행 코스에 대해서 묻더니만, 우리의 날머리인 ‘비네소골’ 근처인 운교리에 구제역 양성 반응이 나온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하산하지 말고 원점 회귀를 하란다.

   구제역 방역 일지에 춘천 푸른산악회와 내 이름과 전화 번호를 적고 아주 간단하게 몸을 푼 다음에 평창의 명산이란 표지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08:00). 문재 터널은 고도에 위치하여 산행기점이 800m부터 시작된다. 임도까지 거리가 100m 정도였는데 경사가 가파르다. 이 임도처럼 보이는 도로는 문재 터널이 생기기전에 자동차가 다니던 길이다.

<임도의 이정표>

   임도를 조금 걷다 보니 이정표는 능선 방향으로 나 있다. 정상까지 5.6km란다.

<문재에서 본 백덕산 일출 장면>

가파른 능선을 오르니 백덕산 저 너머서 해가 떠 오른다. 신년 해맞이때도 보지 못했던 해다. 얼른 사진 한 장을 찍고는 산행을 계속한다.

<등산로 좌우의 낙엽송>

수분 함량이 비교적 적은 뽀송뽀송한 눈으로 덮인 등로를 따라 오르는데, 좌우로 낙엽송이 빽빽하다. 꾸준히 오르다보니 헬기장이다(08:40). 사방이 탁 트인 것이 조망이 좋다.

<삼거리 이정표>

   두어 번 오르내리다가 삼거리에 도착한다(09:05). 여기서 사자산이 갈라진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약 20미터 올라가면 사자산 정상이라 적어 놓고, 치악산, 성우리조트, 백덕산, 운교1리 방향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만 이곳은 사자산 정상이 아니다. 앞으로 약 2km 이상 더 가야 정상이다. 사자산을 들러 오려던 임계근님의 전언에 의하면 러셀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돌아왔단다.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골짜기>

    여기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왼편으로 직진이다. 봉우리 하나를 우회하여 위로 올라가면 발 아래로 법흥리 골짜기가 내려다보이고, 1,160m봉(사자산) 쪽으로 뻗은 서남쪽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정상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우리 산악회와 내 신분을 확인하더니 방림면장인데, 구제역 때문에 방림면에서만 3,000여 마리를 살처분했고, 먹골에서도 양성으로 나왔으니 문재로 다시 하산을 하라는 부탁이다.

<당재 이정표>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주능선을 따라 삼거리에서 35분을 오르면 당재 삼거리에 이른다(09:35). 당재라 표기한 것이 없이 이정표에 ‘백덕산 2.0km, 비네소골 3.0km’라 표기되어 있고, 누군가가 볼펜으로 1210m라고 적어 놓았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거기가 당재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왼쪽으로는 ‘비네소골’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라는데, 눈길에는 발자국이 전혀 없다.

<쉼터의 노송>

<작은 당재 이정표>

당재에서 봉우리를 왼편으로 우회하면서 오르막을 20여분 올라가면 큰 노송 두 그루가 있고, 거기서 약 15분 정도 올라가면 ‘작은 당재’에 닿는다(10:03). 이곳에도 ‘작은 당재’란 표식은 전혀 없다. 다만 이정표로 짐작할 따름이다. 거기 이정표엔 ‘관음사 3.2km, 법흥사 4.0km, 백덕산 1.2km’, 화강암의 4각기둥 이정표엔 ‘문재 4.6km’라 적혀 있다.

  작은 당재에서 조금 올라가니 이미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선두 일행을 만난다(날개님, 화전민님, 오징어님, 임계근님). 조금 더 오르니 먹골로 내려가는 ‘먹골 삼거리’에 닿는다(10:23). 거기 이정표에 ‘백덕산 0.5km, 헬기장 0.3km, 먹골 4.7km’라 적혀 있다.

<N자로 굽은 나무>

먹골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조금 가다 보면 완전히 N자로 굽은 굴참나무가 길을 막고 있는데 참 신기하다. 여기서 사진 몇 장을 찍고 구부러진 부분을 보니, 가운데 푹 패인 부분이 사람들의 손길에 많이 상해 있다.

<백덕산 정상석>

  편안한 능선 길에 이어 너덜 지대를 지나 백덕산 정상에 선다(10:40). 백덕산 정상은 정상 표지석과 오래된 삼각점이 있다. 산행 기점인 문재에서 5.8km,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백덕산 정상에서 본  방림면 운교리 골짜기>

  정상을 중심으로 우측 법흥리쪽 계곡에서는 피어 오르는 안개때문에 보이는 것이 전혀 없지만, 좌측 방림면 운교리 쪽으로는 골짜기가 비교적 선명하다. 일기 예보와는 달리 아직 눈은 오지 않지만,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나뭇가지에 얼어 붙어 상고대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옆으로 갈라진 바위와 나무>

<구들장을 쌓은 듯한 바위>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옆으로 결이 난 바위도 있고, 구들장을 쌓아 놓은 듯한 바위도 있다. 다시 'N'자형 나무가 있는 공터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11:05). 나는 참치 김치 찌개를 준비했고, 아이거북벽님은 라면이다. 나중에 합류한 런던님과 노루막이님은 어묵국이다.

   버너의 불을 줄이려고 손을 댔다가 장갑의 일부를 태운다. 점심을 먹고 하산을 하는데(11:35), 처음에는 몇 명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줄줄이 올라온다. 길이 좁은 곳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하기 위해  비껴 서 있다 보니 시간이 지체된다.

<등산로 상의 산죽>

 산죽이 파랗게 오롯하게 잘 나 있는 외길 등산로는 꽤 많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하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다.  

<중간이 부풀어 오른 나무>

 산행로 옆에는 중간이 부풀어 오른 나무도 있다.

  후미로 오다가 정상을 얼마 남기지 않고 정상을 포기하고 하산하는 사과나무 총무님을 만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내려오는데, 중간에 하산하는 사람들도 많고(이 사람들은 정상까지 가지 않고 중간치기를 한 사람들이다), 헬기장에 이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헬기장에서 본 문재 건너편 산>

   문재 건너편 산을 배경으로 사과나무님과 몽실이님의 사진을 찍고는 하산을 계속한다. 몽실이님이 이제 오르막길은 없느냐고 묻기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오줌을 누면 넘어갈 정도로 얕으니 걱정말고 내려가자고 했는데, 막상 닥친 오르막길은 변강쇠 오줌줄기라도 넘기기는 힘들 정도로 길고 높다.

 문재에 도착하니13:45) 아침에 보지 못했던, 등산로를 전면 폐쇄한다는 현수막도 보이고, 물레방아도 있고, 대설주의보에 대비해서 모래와 염화칼슘을 싣느라고 바쁜 포크레인과 트럭도 눈에 들어온다.

   어묵국과 오징어 무침으로 하산주를 하고는 귀가를 하다가, 안흥에 있는 심순녀 할머니 빵집 주차장에 내려서(14:45) 산행 단체 사진을 찍고, 찐빵 몇 박스를 산 후에 다시 새말로 향하는데 눈이 많이 내린다. 안흥에서 새말로 넘어가는 전재를 내려가는데, 앞에서 트럭과 승합차가 벌벌대는 바람에 우리도 서행을 할 수밖에 없다.

   홍천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춘천으로 오는데, 홍천 방향에서, 동홍천 방향에서, 춘천 방향에서 서울-춘천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차량의 긴 행렬을 구경하면서 춘천 요금소를 통과하니(16:29), 귀가 시간이 상당히 빠르다. 오늘의 산행 인원이 너무 적어, 명절 밑이기는 해도 다음 함백산 산행은 많은 회원들이 참가할 것을 바라면서 산행 후기를 접는다.

[사과나무]

갑자기 바뀐 산행 코스로 인해 어려움이 많으셨습니다. 늘 이것 저것 챙기시고 애쓰시고.... 그래도 늘 부족한 것 같고....저도 요즘 많은것을 배워가며 산행을 합니다... 항상 수고하심에 감사드리구요 저는 산행이 점점 힘들어지니 어찌해야 되는지 ... ㅎㅎㅎ ~ ~ ~

[소금강]

사과나무님의 산행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점 회귀 산행이 아니라, 종주 산행이라야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고 따라오실 것 같은데요. 준비해 주신 어묵국 덕분에 하산후가 아주 따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심사랑]

법흥사를 보지 못하고 오셨군요. 안흥찐빵은 맛있게 드셨는지요? 저는 칠순잔치, 장사집을 오가는 주말을 보내고 법흥사 사진을 보고파서 들어왔는데, 아쉽습니다. 다음에 법흥사 꼭 가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소금강]

재작년 시산제를 법흥사 오른쪽 구봉대산에서 지냈고, 작년 1월과 금년 1월에 법흥사 왼쪽 백덕산을 올랐으니, 당분간은 법흥사쪽으로 갈일이 별로 없을 듯 싶네요.

[금산아지매]

구제역때문에 산행지가 변경되었군요 일지를 보고 궁금했었는데 아무튼 이것저것 챙기시고 진행하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몇주 쉬었더니 몸이 말을 들으려나 모르겠네요함백산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소금강]

겨울 사자산이 위험하다고 해서 옆 줄기인 백덕산으로 변경했는데, 그것도 구제역때문에 원점 회귀 산행을 했습니다. 그래도 산행 경력이 오래 되시니까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함백산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