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파르티잔 치맛바람
바람은 항문에서 거세게 불어옵니다. 당신의 등을 밀어냅니다. 그
럼 이제 당신의 차례, 꽃의 슬픈 유래나 강물의 은결무늬에 대한 노
래에 항문이 간질간질하던 당신, 구타의 음악소리에 볼기짝이 꽃처
럼 붉어져 혼자 타오르고 있던* 당신, 무거운 가방에 매달려 참고서
를 완주하던 당신, 바로 당신. 붉은 엉덩이를 치켜들고 만국의 소년
이여, 분열하세요. 배운 대로, 그렇게.
대한논리속독학원
대각선으로 읽히는 세상, 주제가 아닌 문장들이 대각의 극점에서
비틀비틀 걸어오는 길목에서
아카데미 속셈학원
그들과 마주칠 때 셈하세요. 발각되지 않게 속으로 조용히, 주제
를 비켜나 맨홀로 흐르는 소년들을 모아
민족사관논술학원
적의 공용된 논리를 귀로 듣고 밑으로 쏴버릴, 발칙한 엉덩이를
룰루랄라 단련시켜요.
하이든음악학원
누추한 음계를 타고 오르며 참혹해진 리듬, 바이엘과 체르닌를 교
미시킨 자랑스러운 소년 파르티잔 이제,
엔터정보전산학원
스스로를 복제하는 수 천 가지 자격증을 우리는 가졌어요. 날마다
나를 세작(細作)하는 또 다른 나
우리학교야자시간
수레바퀴의 빈틈에 덕지덕지 달려들어 주제들의 세상을 휘영청휘
영청 혼내줄 시간, 마음껏 분열하는
생뚱한 바람이 거대한 치마를 들어 올려 아이스키림 한 입 베어
먹기 전까지 우리의 항전은 끝나지 않아요. 근엄한 얼굴로 인생의 진
리를 논하는 정규군의 향연에 더 이상 뒤를 대지 않을 테니 그리 알
아요. 부릉부릉 분열하는 파르티잔들의 습격을 거듭하는 이상한 트
랙에서, 소년들이여, 등에 누운 참고서 아래에 붉고 뜨거운 바람의
계곡을 기억해요 그리고 궐기해요. 배운대로, 그렇게, 뿡.
* 조태일 시에서 따옴
서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