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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2016 광주문화재단 지역협력형사업 연수 프로그램 참가 후기
김선식 추천 0 조회 252 16.07.24 15:06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광주문화재단

2016 지역협력형사업+무지개다리사업 연계
신진작가및기획자창작역량강화연수프로그램

참가 후기


2016년 7월 14일~15일


김  선  식
(무등수필문학회)



2016 지역협력형사업 연수 프로그램 참가 후기


2016년 7월 14~15일,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탐방지역이 가깝지 않은 부산, 바쁜 일상에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지역이라는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내게 행사 안내 메일이 온 것으로 보아 금년도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개인이나 단체를 참가대상으로 한 것 같다. 우리 무등수필문학회에서는 또 누가 참가할 수 있을까? 평일이라 가능한 회원이 제한적이다. 박석구 회원에게 전화하니 마침 시간이 되겠다고 한다. 안내서의 제목을 읽다가, '신진작가'라는 말에서 멈칫-'난 신진작가는 아닌데?-하다가 뒤에 따라오는 '기획자'라는 말에서 안도한다. ㅎㅎㅎ. 헌데 얼마나 대단한 프로그램이기에 1일차 연수라 하여 사전교육까지 하는가 싶다. 모집 인원이 무려 40명, 대식구가 움직이자면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또 읽어 내려가다 보니 그것만이 아니고 무려 네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주제로 오후 내내 다양한 강의가 있다고 한다. 아무튼 좋은 일. 11일(월)에 실시한 1일차 실무교육에도 참가했으나 그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 출발


7월 14일(목) 아침 8시, 서둘러 문화재단 앞에 도착하니 미끈한 관광버스 한 대, 홍보석처럼 붉은빛을 으리번쩍 내뿜으며 서 있다. '음, 저 버스로 가는 모양이군.'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벌써 몇몇 참가자로 보이는 이들이 버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그런데, 모두들 이제 갓 3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다. 베컴(?) 스타일 머리도 보인다. 순간, '이거 내가 잘못 온 건 아닐까? 젊은이들 틈에 끼어서 괜히 물 흐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 그렇지만 이왕에 나선 길, 곧 마음을 고쳐먹는다. 나, 이렇게 머리가 허옇지만, 마음만은 자네들과 친구하고 싶다네. 좀 봐주시게나들.
 이번 연수회를 진행할 김지원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팀장님과 진행을 도와줄 세 분 미녀 선생님(김연아, 류슬기, 심미진 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름표를 받아 목에 걸었다. 이름표에 적힌 프로그램 명칭이 길다, 무지 길다. "2016 지역협력형+무지개다리사업 연계 신진기획 창작역량강화 연수프로그램" 한 숨에는 다 읽지도 못하겠다.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출석 체크, 짐 정리, 좌석 배치, 서영진 이사장님께서 일부러 나와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말씀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출발, 부산을 바라고 쾌적(버스가 새 차인데다가 좌석 사이를 넓힐 수도 있는!)한 여행을 시작했다. 차가 출발하여 안정적인 주행 자세를 잡자마자 진행 선생님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참가자들에게 연수 자료며 김밥, 과자봉지, 생수 등 먹을 것들을 한 보따리씩 안겨준다. 우, 이렇게나 융숭한 대접이라니, 참가비도 따로 없었는데, 미안하고 고맙다. 잔말은 이만 줄이기로 하고, 사진을 따라가며 일정을 되돌아본다.


 ♣ 첫 번째 방문지 홍티 아센터



프로그램 매니저 안희정 선생님


홍티 아트센터 프로그램 매니저 안희정 선생과 김지원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팀장


부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홍티 아트센터는 부산시 사하구 다산로 무지개공단 한가운데에 있다. 공단을 이리저리 돌아 버스를 대고 센터로 들어선다. ‘공단 한가운데에 웬 아트센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잖아.’ 하면서 그 이질감을 되작여보고 있는데, 센터의 프로그램 매니저 안희정 선생님께서 나와 우리를 맞으며 시설에 대해 자세한 설명으로 그 궁금증을 풀어 주신다.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펼치는 레지던스  창작공간과 작가들의 작품 전시공간으로 조성된 홍티 아트센터가 이 무지개공단에 들어서면서 공단 내의 환경개선은 물론 작가와 공단근로자, 그리고 주민들의 문화예술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이젠 공단에 있는 기업의 대표들과도 점점 이해와 소통을 넓혀가 대표 자신은 물론 근로자들에게까지도 발걸음을 터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은근한 자랑을 마다하지 않는다.


무슨 뜻일까? 빛과 그림자?


제4기 입주 작가 STUDIO1750의 “띄워라 보물선” 展


안희정 선생께서 참가자들에게 설명.



센터의 시설과 예산 규모에서부터 운용하고 있는 프로그램, 이 센터의 특징이라 할 참여 작가들의 레지던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설명을 듣고 나서 안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센터를 둘러보았다.
1층에는 우리가 설명을 들었던, 그리고 얼른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듯 모를 듯한 작품들을 전시중인 전시 공간(사실 설치미술이라는 게 문외한인 내 눈에는 거개가 그렇다. 이건 뭐지?), 2층까지 천정이 터져있는 공동 작업실과 입주 작가들의 개인 창작실(5곳, 8평씩이라 했던가?), 회의실, 사무실이 있고, 2층에는 세미나실, 커뮤니티 홀, 공동주방과 식당이 있고, 작가 개인연구실을 겸한 레지던스 공간(6곳)이 있는데, 관심을 모은 레지던스 공간을 직접 보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안 선생님의 설명으로 어떤 공간이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지역 작가뿐만이 아니라 타지역 작가는 물론  해외의 외국인 작가에게까지도 그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박상덕 입주작가(가운데 빨간 티)의 작업실을 방문, 한 젊은 참가자가 이 작가와 아는 사이인 듯, 만나자마자 격한 포옹으로 반가움을 나누었다.


잔뜩 만들어 쌓아놓은 이건 뭘까, 궁금해 하다가……


이렇게 따로 놓고 보니 ‘답’이 나왔다.

'답'


2층 공동주방 겸 식당 한쪽에 놓여 있는 쌀포대-반가운 이름, 나주쌀- 입맛은 알아가지고......ㅋㅋㅋ


2층 복도에서 내려다본 공동 작업실. 어떤 설치미술 작품 제작중.


2층 옥상 한곳, 하늘정원 휴게소에서 단체사진 한 컷, 맨 오른쪽 안희정 선생님.


창밖에 보이는 저 스텐리스 철제구조물과 줄줄이 늘어선 돌덩이들도 설치미술작품.


여기저기 시설들을 돌아보면서 점점 가슴 밑바닥에서 괴어오르는 어떤 앙금, 부럽다는 느낌, 우리 지역에서는 왜 이렇게 못하는 거지? 그 이유를 딱 집어낼 수는 없지만, 단순히 재정적인 이유에서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그렇다면 ‘마인드’가 문제인가 하다가, ‘곳간에서 인심 난다’ 했으니 그것도 결국 돈으로 귀착되고 마는가, 씁쓸하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거리


다시 차를 달려 도착한 두 번째 탐방지, 그 이름도 요상한 또따또가 거리. 부산시 중구 중앙동의 40계단을 중심으로 조성된 원도심 창작공간이다. 이름하여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일제강점기부터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행정기관들이 모여 있어 중앙동, 가히 부산의 중심지였던 곳이었으나 시청사가 이전해 가면서 도심 공동화가 급격히 일어나 쇄락해 버린 곳이다. 그 빈 공간을 메우고자 2010년 부산시에서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원도심이란 말처럼 좁은 도로 양편에 올망졸망 작고 낮은 건물들이 늘어섰다. 1층은 대부분 음식점이나 사무공간이 차지하고 2층 이상의 빈 사무실에 작가들이 무료입주하여 창작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마치 중소도시의 뒷골목 어디쯤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시원스레 눈길을 붙잡는 것이 있다. 바로 쨍쨍한 햇볕 아래 싱싱한 초록으로 빛나며 줄줄이 늘어서서 어서 오시라, 야들야들한 손바닥을 흔들어 맞아주는 마로니에 가로수들이다.


또따또가 거리 안내판


마치 호두알처럼 생긴 주황색 열매를 서너 개씩 달고 있는 마로니에 나무.


여기서도 부산문화재단에서 우리 일행을 안내하기 위해 나오신 강성민 선생님의 예쁜 목소리가 거리의 소음을 누르고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그 소리를 비집고 훅 끼쳐오는 고약한 냄새에 어이쿠, 코를 싸쥐지 않을 수 없다. 마로니에 그늘에서 하수구 악취를 맡아야 한다니 이 무슨……. 이 냄새, 그것은 그 한 많은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쌓여온 세월의 더께일까, 배설의 역사일까. 어디로든 걸음을 옮겨 일단 피하고 보자, 눈을 드니 저만큼 그 유명한 40계단이 거의 직립으로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마침 안내 말이 끝나서 팀을 나누어 이쪽저쪽으로 갈라져 간다. 40계단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아간다.


또따또가 창작공간 거리 풍경, 평일이라선지 사람이……


40계단 안내판


층층대를 힘들게 내려오고 있는 저 노인의 어깨 위에서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그날의 아픔을 본다.



계단 아래 이르니 하, 그 시절의 풍속도 한 장면, “뻥이요!” 튀밥 튀는 아저씨의 외침에 귀를 막는 아이들이다.


“뻥이요!” 소리에 터져나오는 튀밥이 신기하기만 했지.


‘四十階段紀念碑’


스무 계단을 오른 층계참에는 중절모를 깊이 눌러쓴 거리의 악사가 기다란 벤치에 앉아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잠시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구수한 현인 선생의 목소리도.


40계단 층계참에서 "굳세어라 금순아"를 연주하는 악사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유량한 가락을 끝도 없이 뽑아내고 있구나. 저 아래 영도다리 난간이 그리도 그리운 모양이지.



작가들의 창작공간 탐방



맨처음 방문한 스페이스 닻 갤러리. 커뮤니티예술(전시,교육)공간. 맨 왼쪽 또따또가 해설사 정아윤 선생님.


Gachi 공작소. “부산 Gachi 찾기” - 같이 찾기? 가치 찾기?


벽에 걸린 저 시계들은 작가와 주민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것이라 한다. 커뮤니티 예술


가치 공작소. 빼곡하게 걸린 공구들, 설치미술 창작공간임을 알겠다.


플라워공방 ‘PINO’, 꽃공예가 이동원 작가.


꽃공예 재료와 공구


百年魚서원. 주인장 위 사진 왼쪽 김수우 시인, 오르쪽 정아윤 해설사 


아르케arche×프리덤freedom. 커뮤니티예술(음악) 공간


마중(impormation). 전시회나 행사 안내유인물 등을 비치, 배포


그리고 만들고 2(시각, 공예)


또따또가 운영지원팀 ‘사다리꼴’


공구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빌려다 쓰기도 하고.


공동으로 작업하고, 공동으로 전시하고.


마지막으로 들른 또따또가 갤러리, “The Artist Life”展 이집트의 무하메드 씨가 한국에 와서 생활한
일상을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작품을 설명해 주시는 온새미대안학교 교장선생님(가운데)








또따또가 갤러리 전시 작품들



♣ 동광동 인쇄골목


또따또가 갤러리를 나오니 이번엔 40계단 위쪽이다. 그런데 어쩐지 익숙한 풍경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인쇄소 간판들이다. 그래, 여긴 부산의 전통적인 인쇄골목이기도 하지. 40년 가까이 출판업에 종사해 온 내가 어찌 이 낯익은 간판들을 보고 무심할 수 있으랴. 머나먼 이역만리는 아니지만, 멀리 부산에까지 와서 느껴보는 이 묘한 동류의식이라니, 마치 내 출판사가 있어 수십 년간을 맴돌았던 광주의 남동 한 골목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일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아무하고나 손 맞잡고도 싶다마는. 아서라 말어라. 바쁜 일정이 등을 미는구나.


동광동 인쇄골목 표지판


인쇄골목의 벽화


이번에는 40계단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원래 있던 그것은 아니라지만, 또 내가 여기에 무슨 애환이 얽혀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자못 감회가 새롭다.


40계단기념비 뒷면에 새긴 경상도 아가씨노랫말과 내력


아코디언 악사를 지나 계단 아래까지 내려오니 40계단기념비 뒷면에 “경상도 아가씨” 노랫말과 그 내력이 적혀있다. 어렸을 때 무심히 따라 불렀던 그 한 소절을 다시 흥얼거려 본다.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러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우는 이북고향 언제 가려나.


원도심 또따또가 창작공간을 둘러보고 나니 오전에 홍티 아트센터에서 받았던 느낌이 조금 더 진하게 다가온다. 도시 발전에 따라 죽어버린 도심 건물들을 이처럼 예술가들에게 개방하여 전성기처럼은 아니더라도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그런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저력과 여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건물주들은 비록 수입이 없다 해도 건물을 놀리지 않아서 좋고, 예술가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않아서 서로가 좋은, 이거야말로 윈윈전략이 아닌가 말이다. 지자체에서는 또 여러 가지 혜택을 건물주들에게 제공하여 이런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 소통과 이해를 우리라고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40계단기념비를 두고 기념사진 한 컷! 기념비 왼쪽 필자, 그 옆 이돈배 시인, 필자 오른쪽 박석구 수필가.


또따또가 창작공간 탐방을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는 연수 참가자들, 발걸음들이 가볍다.



♣ 열띤 세미나


오늘 낮 동안 연수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인 광안리 아쿠아 팰리스 호텔에 들었다. 호텔은 광안리해수욕장과 바로 붙어있어서 눈을 들면 광안대교가 시원스레 바다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배정받은 객실에 여장을 풀고, ‘자, 공부 좀 해 봅시다.’ 호텔 세미나실로 모였다. 부산문화재단의 협력형사업 소개와 청년기획자 우수사례 등을 듣고 교류하기 위해서다. 


청년기획자 우수 사례. 발표자 맨왼쪽 부산문화재단 허장수 팀장님


2016 부산문화재단 지역협력형 사업소개 발표 부산문화재단 최윤진 팀장님


2015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다원예술부문 “초량, 소리家 머무는 공명공간”
발표 오른쪽 총괄진행 정만영 님


열띤 사례 발표와 심도 있는 질의응답으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세미나를 마쳤다.


이어서 저녁식사, 저 왼쪽의 휘황찬란한 불야성, 회타운으로 향한다. 백사장 한쪽에서는 한창 쇼가 벌어지고 있다. 이름을 알 만한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관람객들은 빙 둘러 박수를 치며 한껏 즐기고 있다. 상가지역의 빌딩들이 통째로 횟집이다. 8층 남매횟집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각종 회를 비롯한 음식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저녁 한번 거하게 잘 먹었다.


회타운 8층 남매횟집에서 내려다 본 광안리 해수욕장


식사를 마치고 나와 광안리 해변에서.

 왼쪽, 참가자 중 최고령 광주문인협회 이돈배 시인, 오른쪽, 무등수필문학회 박석구 수필가


나도 환하게 불 밝힌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컷!


광안대교-저 다리 위를 한번 시원하게 달려보았으면 좋겠구마는!


그야말로 불야성! 가운데 제일 높은 건물이 호텔 아쿠아 팰리스



♣ 새벽, 광안리해수욕장, 광안대교


둘째 날 새벽, 언제나처럼 5시 알람에 맞춰 눈을 떴다. 끌 수도 없는 에어컨을 밤새 틀어놓은 바람에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진다. 털고 일어나 간단히 씻고 해변으로 나간다.


회타운 빌딩숲 위로 떠오르는 햇살


백사장엔 거의 사람이 없다. 다정하게 물가에 바투 앉아 어깨를 서로 겯고 있는 한 쌍 외엔. 어제 종일 어질러진 모래밭을 청소하는 미화원들과 청소차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갈매기와 까마귀들이 저공비행으로 모래밭을 훑고 있다. 갈매기야 당연하지만 웬 까마귀?
얼추 일출시간 어름일 텐데, 회타운 빌딩 숲 위로 솟아오르는 해가 보인다.


일출 한참 뒤 회타운 빌딩숲과 광안대교의 모습


♣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첫 일정은 부산시립미술관 관람, 그 중에서도 이우환 공간이다. 미술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이거 ‘개 꼬막 보기’가 아닐지 모르겠다. 더더구나 설치미술이라면?
대부분 작품들이 바위와 철판(or 유리판)을 소재로 구성되었는데, 화제를 보고 작품을 보아도 그저 아리송할 뿐, 그 의미나 작가의 의도를 꿰어내기가 도무지 안개 속이다.
그리고 점과 선을 이용한 회화작품들이다. 같은 패턴을 무한 반복한 그림, 한 이미지를 위치를 달리하여 여기저기에 늘어놓은 그림, 그냥 액자 속에 들어있는 작품이 아니라 설치작품이나 회화 자체가 전시 공간 속으로 녹아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이 미술관 자체를 화가 본인이 설계하고 공간을 디자인했다니 건물 전체를 한 작품으로 조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깊은 작품 의도나 내밀한 정신세계를 투영한 것이라면 이렇듯 슬렁슬렁 보아 넘겨서야 어찌 그 편린이나마 맛 볼 수 있으랴. 나에게는 자연이든 미술작품이든 그에 대한 감상의 완성은 사진촬영인데, 그마저도 금지라 그 또한 재미가 덜하지 않은가. 건물 밖 잔디밭에 있는 작품을 겨우 한 컷 건졌다. ㅎㅎㅎ


이런 식이니, 여기에서 뭘 읽어내야 할지 모르겠다. 自愧!


♣ 영화의 전당


다음 코스는 “영화의 전당”이다. 부산하면, 부산국제영화제 아닌가. 그 부산국제연화제의 본산으로 가는 것이다. 국제영화제로서 당당히 자리 잡은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가 있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빅루프’로 표현되는 독특한 건축양식, 씨네마운틴,과 비프힐, 공중에 매달린 브릿지, 대규모 야외극장, 빅루프를 받쳐주는 더블콘, 다목적 도시 광장 등등.


영화의 전당으로 이동중


야외극장 대형 스크린(24×13m)


하늘연극장(841석)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다.


하늘연극장 조정실



하늘연극장 앞 로비. 각종 행사들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


로비에서 시네라운지로


고장난 에스컬레이터 까마득 걸어 올라가는 참가자들. 더운디......


야외극장 객석(2,500석 4,000석까지 확장 가능)


더블콘(식당120), 위는 공중에 매달아 가설한 브릿지, 공중회랑?


두레라움 광장, 옆에서 보면 날아가는 새


정면에서 보면 여인상


이어서 NATIONAL GEOGRAPHIC 사진전을 보았다. 전에 구독했던 책에서 이미 보았던 사진도 있었으나, 대부분 진기한 내용을 담은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들 또한 저작권 때문에 촬영을 할 수 없어 아쉬웠다.


비프힐 1층 홀에 전시중인 영사기. 1992년 한일영사기제작소 작


NATIONAL GEOGRAPHIC 표지 앞에서 박석구 수필가



♣ 이슬람 부산성원


이슬람음식 전문점 '카파도키아'


부산성원 옆에 바로 붙어있는 이슬람음식 전문점 ‘카파도키아’에서 점심식사, 이 또한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넷씩 앉는 테이블에 코스 요리처럼 몇 가지 메뉴가 잇달아 나왔는데, 처음 먹어보는 요리인데다가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었는지 배가 고파 나오는 족족 허겁지겁 먹어치우느라 아차차, 인증 샷을 놓치고 말았으니 이런이런. 그 기다리는 시간에 식당 내 홀에 있는 장식품들을 몇 가지 찍을 수 있었다.


자기들의 원색이 강렬하다. 살짝 두들겨보니 도기가 아니고 자기.


홀 한쪽에 있는 장식장. 갖가지 공예품들로 가득.


벽걸이 장식, 오지호 화백의 오방색이 생각난다.


간판 대신 내프킨에서.



부산문화재단 고윤정 선생님의 안내(코발트색 스커트)


이슬람교


이번 연수 프로그램 전 과정이 다 좋았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이슬람부산성원 방문을 들겠다. 더러 영화나 사진으로 이슬람 사원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예배실 내부까지 들어가서 가까이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값진 경험이었고, 이슬람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도 많았다. 막연하게 세계 3대종교 중 하나이고, 아랍인들만의 종교라고 생각했는데 허, 그게 아니었다니. ‘알라’가 영어의 ‘the God’ 즉 ‘하나님’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으니,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이슬람 부산성원의 바깥 모습


이슬람 부산성원 예배실 전면


천정의 돔 내부


자세히 설명해 주신 한국이슬람부산지회장 이동화 님.

들고 계신 것은 ‘카-바’인데 예배 시 지향점을 가리키며 메카의 하람성원을 상징하는 건물 모형이다.


민바르-설교자의 자리


미흐랍-예배 시 방향 표시


바닥 카펫의 가로줄 무늬는 예배 시 열을 맞추는 선


이슬람 사원의 내부 장식 문양.

 동물이나 사람형상은 우상이라 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나뭇잎, 꽃잎 등 그냥 자연의 문양이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름표를 찍어보았다. 이틀 동안 멋진 프로그램이었다. 


섬진강 휴게소. 주변 풍광이 좋아, 지나게 되면 들르지 않을 수 없는 곳.



♣ 에필로그


이틀 동안, 그리 길지 않은 여정이었으나, 매우 알차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신 광주문화재단, 김지원 팀장님과 세 분 선생님들께 다시 감사드리고, 아울러 지역협력형 사업이라는 말에 걸맞게 여러 가지로 편의와 도움을 주신 부산문화재단에도 감사드린다. 연수 참가자들의 예술적, 인간적 역량 강화에도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호남 양 지역 간에 상호이해와 협력, 나아가서는 상생호혜를 이뤄 나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또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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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6.07.24 15:06

    첫댓글 광주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지역협력형사업 연수 프로그램 참가 후기를 가벼운 터치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 16.07.26 13:01

    우와 엄청난 문화 차이를 느낍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작성자 16.07.27 09:18

    그러게, 보다 보니까 살짝 신경질이 나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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