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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절 미쳐돌아간 건 보이차 가격 뿐만이 아니었고, IT 경기 또한 전반적으로 급상승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원복을 넘어 침체기에 들어서 똥줄이 바짝바짝 타긴 하나, 지난 2-3년간 시대를 잘 만난 덕에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아 지금은 대익패를 슬슬 노려볼 사정이 되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418 7542 시음기를 졸하게 써 보겠습니다.
병면입니다. 고수차의 굵직굵직하고 패기넘치는 병면도 황홀하지만, 대익 특유의 조밀한 병면은 늘 다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7542의 긴압도가 살짝 떨어진 느낌인데, 어차피 20년은 잊고 지내야 하는 병배차에 긴압도를 떨어뜨려봐야 무슨 부귀영화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조금 회의적입니다. 짧은 경험상, 긴압도가 높으면 진년이 늦게 찾아오는대신 그만큼 밀도있는 층차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뒷면은 앞면에 비해 다소 거칩니다. 제조원가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어린 잎만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차가 되는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합시다. 이런 뻔한 재료로 어떻게 독보적인 풍미를 내는지, 다른 차창은 정말 노하우가 없어서 그렇게 못 만드는건지 매번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병면의 색만 보자면, 이걸 지금 먹어도 되려나 하는 걱정이 살짝 듭니다.
아쉽게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세차때 사진을 찍지 못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큰 잎은 예외없이 쇄절되어 있는 것은 맹해차창의 전매특허입니다. 병면 색과 달리 생각보다 탕색이 빠르고 진하게 올라옵니다. 하관차창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연미와 은은한 약향이 함께 올라옵니다. 다행입니다.
대략 6포째의 탕색입니다. 잡미잡향이 없고, 아직 후미에 살짝 고저에 치우친 고삽미가 있으나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차탕이 무척 순후합니다. 제 주분야인 커피로 치면 묵직하고 매끌거리는 바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자락에는 '그래 이게 대익이지'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맹해차창 특유의 노트가 있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어 말하면, 지난 몇 년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한 맛입니다. 단 맛이 매우 오래 지속되는데, 살짝 성깔이 남은 고삽미가 그 단맛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차탕이 목을 타고 넘어간 뒤에 코로 심호흡을 하면 마치 몇발자국 앞에서 느껴지는 듯한 기분좋은 흙내음 같은 것도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418 7542는 세월이 깎아 만든 정돈된 풍미 속에 온갖 복잡다양한 디테일을 숨기고 있습니다. 똑같은 진년차라 한들 모든 진년차가 이러한 층차감을 보여주지는 못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3-5년 정도 더 지나면 더욱 완성도가 올라갈 것 같다는 소견입니다만, 지금 당장 즐기기에도 딱히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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