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에게 내린 죄는 바로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편견을 가진 인간을 바라보며 신들은 너희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결코 신이 될 수 없다고 흐뭇해 했다고 한다. 바로 편견은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이자 정신적 질환인가 보다. 돌아보면 내 스스로도 편견속에 파묻혀 있다. 편견이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온통 편견 투성이이다. 편견은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를 뜻하는 단어이다. 편식(偏/ 치우칠 편. 食/ 밥 식)의 그 편자를 같이 사용한다. 다양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음식만을 고집스럽게 먹는 것을 말한다. 특정 음식의 섭취를 고집하는 것을 편식이라 하고 특정 생각을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는 것을 편견이라고 한다. 아마도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만을 고집하는 것도 편견가운데 아주 독한 편견일 것이다. 전쟁도 인종차별도 세대갈등 남녀갈등 등 각종 갈등도 바로 이 편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닌가. 얼마나 인간사에 편견이 깊게 자리잡았으면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까지 등장했을까.
요즘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바로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몹쓸 정신병인 편견에 관한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다시말해 편견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그런 주인공이 이 사회에 만연한 엄청난 편견과 부딪혀 나가는 그 과정이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이 아닌가 나는 보고 있다. 편견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그 편견에 과감히 도전해 편견의 부당함을 시청자 스스로 깨닳게 해 나가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래서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하지만 어제 (2022.7. 28) 방영된 제 10회는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도 어쩔 수 없는 편견의 벽을 다시금 실감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장애와 관련된 편견이었다. 장애가운데 지적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에 대한 편견이 드라마 가득 차 있었다. 지적 장애인 딸을 둔 어머니는 비장애인 남자가 딸에게 접근해 사랑하는 것에 격분하는 입장이다. 지적 장애인을 가진 딸을 그냥 일시적 놀이감으로 삼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둘사이를 떨어뜨려 놓기위해 청년을 지적장애인 준강간혐의로 처벌해 달라고 하면서 일어나는 법정 다툼을 다루고 있다. 하필 이 사건의 변호인이 바로 자폐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 아니든가. 드라마 스토리를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인 여성은 자신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며 감옥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한다.사실 지적 장애인 여성을 사랑한 것이 교도소를 가야할 만큼 엄청난 죄를 저지른 것인지 몹시 혼란스런 상황이다. 남자의 순수한 사랑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 사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죄의 유무를 가름할 결정적인 사안은 되지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에대한 검사 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검사는 여성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랑이 뭔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남자에게 성적 이용을 당하고 있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자편을 든다고 판단한다. 당사자에게 사랑이 뭔지 아느냐,성행위와 성폭행과의 차이를 아느냐는 그런 질문을 던진다. 지적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런 고차원스런 단어의 의미를 알리가 없다, 그리고 올바르고 제대로 된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편견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지적 장애를 가졌다고 사랑의 느낌을 모른다...결코 그렇지 않다. 말로 자연스럽게 표현을 못할 뿐이다. 그러다면 그 검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할지 아주 궁금하다. 아니 분노가 솟는다. 또한 판사는 배심원단의 무죄의견이 많았지만 징역 2년을 선고한다. 이 판사 또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장애인이 왜 하필 지적 장애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인가, 과연 순수하게 그런 감정이 생길 수 있을까에 대한 편견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반 배심원들의 무죄의견이 더 많았지만 징역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다. 물론 남자가 정말 지적 장애를 가진 여자를 놀이감으로 삼아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접근했고 그렇게 했다면 중죄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정말 사랑했다면 20대의 젊은 남자는 지적 장애 여성을 사랑한 죄로 교도소에서 2년을 갇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중죄 전과자로 낙인찍혀 평생을 힘들게 살아야 한다. 그것도 지적 장애인에대해 사랑을 빙자하여 성폭행했다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말이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를 이 드라마는 강한 어조로 항의하고 있다.
우영우 변호사도 이 사안에 대해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는다. 바로 자신이 지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그냥 받아드리는 모양새다. 세상 편견에 대한 도전에도 불가능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끼는 표정이었다. 우 변호사와 그의 동료인 남자친구관계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덕수궁 돌담길을 같이 걷다 만난 친구들에게 우 변호사를 소개하는 데 남자 친구는 잠시 머뭇거린다. 그리고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친구들 역시 그건 사랑이 아니고 동료에 대한 그리고 장애 변호사라는 직업을 향한 동정심이라고 말한다. 부모에게 소개할 때 뭐라고 할 것이냐고 다그친다. 결국 몸싸움까지 벌어지지만 말이다. 지적 장애인과 비장애인사이의 사랑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비장애인 사이의 사랑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 사랑의 의미가 퇴색할 때 복원하는 과정이 비정상인 커플에 비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우영우 변호사도 그리고 그의 남자 친구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어 낸다. 힘들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힘든 사랑의 길을 걷게 되는 모습이 드라마에 그려진다. 그래서 어제 방송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나라면 저런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우리는 정말 이 편견이라는 괴물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편견이 언제 깨어지는지 아는가. 바로 자기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할 때 비로서 그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이 이런 저런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면 장애인이 얼마나 힘들고 엄청난 편견을 받고 살게 되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장애를 갖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상황이 일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범죄인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범죄자를 다루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는 경찰 그리고 검사 판사들도 그들이 요상한 사건 사고에 연루돼 범죄자가 될 때 그들이 가졌던 범죄자에 대한 편견이 깨지게 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보면 자신이 그동안 범죄자에 대해 말도 안되는 편견속에 살아왔구나 느끼고 반성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꼭 찍어 먹어봐야 @인지 된장인지를 알게 되는 것인가. 스스로 그 고약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정말 그런 상황에 놓여야만 그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한쪽으로 치우친 그런 생각 그런 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 스스로는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지적 장애인 딸을 가진 어머니의 생각이나 검사나 판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 스스로 그리고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더 이상 무슨 지적과 비판이 필요할 것인가. 그만큼 편견은 무서운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어제 방송에는 고래의 등장도 없었다. 편견에 관한 이야기에 고래의 등장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고래에게는 결코 없을 그런 편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여러편의 감동적인 장면과는 아주 다르게 조금은 아니 많이 우울하고 슬프고 안타깝고 그리고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소재였지만 그래도 편견가운데 가장 혹독하고 널리 잔인하게 퍼져 있는 바로 이 지적 장애에 대한 편견을 거론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 시점이 바로 어제였을 것이다.
2022년 7월 2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