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목일기 – 시간을 줄여야 할지 늘여야 할지
블로그에 기록을 남긴지도 반년도 훨씬 넘겨 버렸다. 그 동안에 뭔가를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이제서야 글로 옮기려다 보니 작업의 순서도 그렇고 열정사이즈에 의한 공작물의 만족도도 그때그때 기록을 하지 않으니 고만고만 넘어가고 만다. 한번 손을 놓으니 한없이 늘어나는 시간으로 된다. 다시 가다듬고 정리하려니 감퇴된 기억들이 시간을 바싹 줄여 놓는다. 이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이제야 흩어졌던 기억의 감각들을 주어서 맞추어 본다.
1. 디지털 피아노 테이블
집성도하고 모양도 내어서 오래 끌어왔던 디지털피아노 테이블을 완성했다. 이것도 애를 먹은 것이 오래 묵힌 천연오일이 아까워서 그냥 별일 없겠지 하고 칠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눈매 사이사이에 변질된 오일이 하얗게 자리잡아 버린 것이다. 누군가들도 했듯이 나 역시 분노의 샌딩질로 스트레스를 줄였다. 테이블만 놓기가 썰렁해서 음표관련 조각과 꼬마가 좋아하는 스누피 그림으로 장식했다.
2. CNC에 레이저 장착
그동안 적지않은 시간과 금전을 들여 CNC에 레이저를 부착하여 원했던 레이저 작업을 조각과 함께 병행할 수 있었다. 아직은 기본적인 글이나 그림 등을 나무에 조사하여 각인을 하는 정도지만, 머잖아 구상중인 공작물을 제작할 때 나의 창의력에 도움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우선은 선물용 소품부터 만들라는 지엄한 요청이 들어왔으니 그 작업에 더하여 뒷면에 소심하게 반발하듯 레이저로 살짝 지져분다.
3. 작업실 환경개선
여기 정착한지 7년여 동안 좁은 곳에서 작업하면서 목공공구나 부자재 등을 들여 온 것은 거의 나가지 않고 수시로 장소변경을 해가면서 어느 구석으론가 처박혀있다. 이번에 청소도 겸해서 대대적으로 위치이동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협소한 공간안에서 옮겨 보았자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제작한 플립테이블이나 로테이션 테이블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거기에 더해 12개의 서랍을 군데군데 만들어 넣었다. 이로 인하여 컴퓨터로 작업할 때나 통로를 지나다닐 때 전보다 한결 여유로운 공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4. 작은 창고와 개집 그리고 나무벤치 및 재활용 울타리
여지없는 명령을 받들어 다른 일 모두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했다. 그런데 창고 하나 만드니라고 긴 원목을 통째로 나르고 각절기 위에 올려 놓고 하는 등 힘꽤나 썼더니 근육통과 함께 연골조직의 쇠퇴를 저리게 느껴야 했다. 이 정도쯤으로 이렇게 힘들어 하다니 스스로에게 괜히 화를 내보기도 한다. 당연한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여간 언짢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긍심으로 최면을 걸고 저녁마다 통증완화 로션을 바르고 지낸다.
5. 여담
심하게 아픈 이후로는 목공예에 대한 열정이 식었나 싶어서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인터넷 검색하다 특별하게 보이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가끔씩 떠올랐던 아이템을 구현코자 하는 욕심이 발동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여전히 목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도 많은 내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작업을 하려 한다는 식구들의 권고에 따라 좀 더 천천히 시간을 늘여가야 하는가도 싶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우면 내일은 개울타리도 쳐야하고 셔터문 내려서 기름칠하고 공방2층에 선반도 쳐야하고 다음 작업 스케치 수정도 해야 하고... 이런 생각들을 마이뇌피셜집대성집 [잠들기 전에 꾸는 꿈]에 꼬불쳐 놓으면서 꿈길로 들어간다.
첫댓글 오랫만에 빛가람마님의 취목일기를 읽네요.개집도 최고로 지어주셨네.복많은 개!ㅋㅋ 분노의 샌딩이란 말에 빵터졌습니다. 근육통이 안오면 비정상이죠. 저리 부지런하신디..ㅋ글 다읽고 사진은 또 쳐다봅니다. 타고난 예술가십니다.
처음 마음으로는 겁나 예술적으로 보이는 도그하우스를 예정하였으나...
부족한 자재로 어찌저찌 짜깁기를 하다보니 구상했던 그림과는 꽤 멀어졌죠.
그러다보니 그냥 저리 크게 지어졌네요. 늘 격려해주는 덕분으로 잘 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추;목일기가 등장 잘 지내시고 있다는 소식 고맙습니다.
네~ 무사히 잘 지내고 있다는 말씀을 듣기만해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혜경씨도 보람된 시간 잘 보내시리라 믿으오니, 늘 행복하시길요...
늘 꿈꾸는것들이있고 저런결과물들도 수시로 만들어나오니 아직젊네젊어 ㅎ
나이먹으니 그냥편한것이제일이등만
몸힘든것은 도저히못해 ㅜ,ㅡ
친구의 여행기도 정리해보면 어땨? 어.. 그것도 몸힘든 것이긴하네^^
올려주는 사진들에서 풍요로움이 느껴져서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좋았네.
우리 땅친 모델이 맞제?~^^
부부동반 선물로 만든 냄비받침이 꼭 떡살처럼 곱습니다.
너무 큰 대작은 몸살 나니까 살살 하시고 아프지마시고^^
훗~ 들킨듯 - 지금 작업하는 것이 대작이긴 한데 너무 추워요.
마침 떡살도 추가되는 작업인데 마치 미리 보는듯 하오이다?
오키친구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즐거운 일로 채워가길 바라와요~^^
빛가람마 님, 대단하시단 말밖에..
다 멋져요~
저 희컨 잘 생긴 개는 진돗갠가요?
희컨!ㅋㅋㅋㅋㅋ
진도에는 가본 적도 없고 명예도 벼슬도 싫다는 녀석이랍니다.
아직도 경계심이 풀리지 않아선지 원래 야생종이라서 그런지 비맞는 것도 예사이고
눈속에 파묻혀 있기도 해서 놀란 적이 여러번 있었답니다.
그냥 누가 물어보면 네~~ 합니다^^
집을 멀뚱히 쳐다보고있는 개님이 ㅎㅎ
시간을 늘려서 시나브로 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몸뚱아리 눈치도 보면서요^^
다음작품 천천히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