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선 2단계 건설현장 답사기 (2/2)
(2008. 03. 29)
신경주역사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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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주역 건설 현장
마지막으로는 신경주역 건설 현장을 방문하면서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어려운 건축용어들이 난무(?)하는 토목현장과 달리 실제 승객이 이용하게 될 역사를 시설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이 되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Airport = St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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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신경주역 입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경주역은 경주시 건천면 일대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경주 시가지와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도가 마치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지장물처럼 인식되고 있어서 철도역을 외곽으로 쫓아낸 것이 '자랑거리'이자 '업적'인 듯 합니다. 예를 들면 충남 연기군 일대에 건설되는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경우, 도시계획을 확정하면서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호남고속철도의 우회노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자면, 세종시 부지를 지나게 되어 있는 기존 노선대안을 오히려 더욱 적절하게 활용하여 세종시내에 정차역을 건설. 이 역을 교통허브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프랑스의 '릴'시의 경우가 좋은 사례가 됩니다. 본래 TGV노선은 이 도시를 전혀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게끔 계획되어 있었지만, 릴 시측에서는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이 노선을 '도심 정가운데'에 유치합니다. 유치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라릴 등 대규모 쇼핑공간, 문화공간 등을 건설하고, 도시계획을 릴 역 중심으로 새로 짜는 등... TGV 위주로 도시공간구조가 짜여졌으며. 그 결과 인구 20만에 불과한 릴 시가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도시가 고속철도를 통해 전국 각 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속철도역사를 도심부에 위치시켜 접근성을 극대화 및 이를 중심으로 도시계획을 수행하는 등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릴 시 사례가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 반대로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역은 마치 공항을 짓듯 하나같이 시내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광명역의 사례에서처럼 짓고 난 뒤에도 두고 두고 문제거리가 됩니다.
신경주역의 경우는 경주 시가지 및 문화재 보존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그렇게 외곽 지역에 지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감안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문해 보니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은 '이건 기가 막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사현장을 오가는 현장견학이기 때문에, 비포장길을 덜컹거리며 달리거나 대형버스가 원활히 진입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은 매우 자주 일어납니다만... 신경주역 현장을 찾아가는 길은 특별히 더 험난했던 것 같았습니다. 시내에서 한참을 달려 나가 구불구불한 비포장 마을길을 또 들어가야만 비로소 깊은 산속 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웅장한 역사가 나타납니다.
경주 신도시
물론 신경주역 주변이 이대로 방치되지만은 않습니다. 신경주역 일대 경주시 건천면 지역에는 양성자가속기부지42만평을 포함해 총 104만평 규모의 경주신도시 건설이 예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주변 여기저기에 신도시 예정지역의 전형적인 모습인 토지보상에 관련한 현수막이 내걸려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명역세권, 천안아산역세권 등의 개발이 개통 4년차인 지금까지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미루어 볼 때 2010년 개통을 앞두고 여태 삽도 뜨지 않고 있다는 부분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역시 2단계 사업으로서 추가건설되는 KTX오송역의 경우, 이미 오창생명과학단지 부지조성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있는 상태로서 신설역의 역세권개발사업으로는 1,2단계 구간을 통틀어서도 가장 빠른 진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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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신경주역 승강장에서 바라본 전경
역사는 개통되었는데 정작 역세권과 연계교통망의 확보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라면 수천억원의 혈세를 들인 제2, 제3의 광명역만 계속 양산해낼 뿐입니다. 철도 및 그 연계 기반시설에 대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시도되는 고속 - 일반열차 통합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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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철도역만 놓고 본다면 신경주역의 설계 사상에는 근본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신경주역은 경부고속철도 뿐만 아니라 새로 이설되는 동해남부선도 정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합역사'로 설계하여 고속-일반열차 상호간 편리한 연계수송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동해남부선 일반열차와 KTX 고속열차가 각각 동일한 승강장에서 방향별 평면 환승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방식이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환승역은 각 노선별로 승강장과 공간을 따로이 설정하여 상호 환승할 경우 여러 차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빠르고 저렴하게 새 노선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건설/행정편의 우선'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중시되어 왔습니다. 실제 신경주역의 기존 설계마저도 KTX경주역과 동해남부선경주역을 각각 독립된 건물로 건설하여 환승통로로 연결하는 인천1호선/공항철도 계양역과 같은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고속열차 승객과 일반열차 승객의 동선을 분리. 검표의 편의를 도모한다.' 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울 정도로 마인드는 뒤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건설중인 신경주역은 4홈 8선의'통합역사'로서 KTX와 일반열차가 방향별로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KTX가 동해남부선으로 바로 진입할 수도 있어서 직결운행 가능성 또한 기대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앞 광장에는 서울역, 광명역, 천안아산역 등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버스 환승센터가 설치됩니다.
다만 서울-포항간 직결 열차를 운행한다고 했을 때 그 운행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현재의 설계대안으로서는 미지수입니다. 기존 경주역에서 포항방면으로 가려면 열차 운행방향을 바꿔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경주역에서 포항방면으로 가는 것 역시 열차 운행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동차편성이기 때문에 운행방향이 바뀌는 것 자체에 대한 기술적 문제점은 없으나 상하행선이 바뀌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평면교차 지장에 대한 대책이 없다라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 포항지역에서 KTX의 포항 직결운행 유치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경주역 구조의 한계 상 쉽게 가능할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 듭니다. 현재배선 하에서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울산방향으로 수km 정도 간 지점에 Y선을 갖춘 신호장을 추가 시설하여 이곳에서 회차시키는 것인데 이 경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차라리 환승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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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이런 훌륭한 통합역사를 놓고 KTX울산역을 추가로 건설한다고 하는 부분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KTX울산역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언양고가 인근에 건설되는데 울산시가지로부터 울산공항보다 두 배 이상 멀리 떨어져있어 그 경쟁력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구울산역의 경우 울산시가지 내에 밀착해 있어, 신경주역에서 환승해 들어올 경우 오히려 KTX보다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주역에서 동일홈 환승이 가능하므로 제대로 결합운행만 한다면 환승저항은 거의 0에 가깝게 할 수 있으며, 승객만 충분하다면 아예 연결선을 통해 울산행KTX이나 부전행KTX를 운행할 가능성 또한 열려있습니다. 이 대안이 언양에서 버스를 타고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실제 수치로 비교해 보아도 KTX울산역~구울산역이 28km에 50여분(네비게이션 언양터미널~울산역 기준), KTX경주역~구울산역이 42.8km에 35분(현재 새마을호 기준. 실제로는 선형개량으로 더 빨라질 수 있음) 정도로 나타납니다.
마치며
경부2단계 구간의 노선대안은 천성산에서의 문제 뿐 아니라, 경주방면으로의 우회 등으로 많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바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지역을 단지 입소문으로만이 아닌 직접 돌아봄으로서 자칫 (일반적으로 시끌시끌한 편인) 반대의견에 묻힐 수도 있는 현재대안의 가치라던가 하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는 부분은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2단계 구간은 서울-부산간 소요시간을 진정한 2시간대로 단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도로교통으로 1시간 이상 걸리는 포항/경주~동대구간을 직선으로 연결. 동 구간 소요시간을 10분대로 크게 단축시켜 이 지역 광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1단계 구간 개통이 가져다 준 큰 변화 만큼 2단계 구간 개통 후에도 더욱 편리한 교통생활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서 매번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시는 KR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