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터 들살이] 니캉내캉-김민재

[김민재]

9/27 DAY 1

오전 7시 반 들뜨기보다는 걱정이 조금 앞서는 마음으로 행신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첫날부터 우려하던 최악에 사태는 없이 좀 아슬아슬하게 역에 도착하고 곧이어 기차는 출발했다.

여행이 실감이 난 것은 기차가 서울을 지나 속도를 내면서부터였다. 슬슬 잠도 깨고, 일정도 한 번 더 확인을 마친 후 창밖을 보니 기차의 속도가 달라져 있었다. 그때부터 내 귀에 들리는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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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두 시간을 달려 10시 반 하고도 4분 뒤,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네이버, 구글 지도로 20번은 더 넘게 찾아본 지역이라 막연하게 길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실제로는 꽤 어려웠다. 두리번대다가 10시 방향에서 지하철역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사실 이때까지 혼자 움직이지는 않았다. 열차가 정말 딱 좋은 시간대라 그 기차에는 초승달도 타고 있으셨고, 나영이 누나도 타고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3명 이서 함께 게스트하우스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짐을 풀고 나서는 혼자 이동했는데, 목적지는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지역이다.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들살이에서 첫 식사를 했다. 일부러 혼밥난이도가 낮은 국숫집을 첫 식사 장소로 선택했다. 역시 주문은 어렵지 않았고 계산까지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리고 비빔국수는 예상보다 맛있었다. 잠시 카페에 들른 뒤 코발트광산으로 이동했다. 경산이라는 처음 듣는 지명에 역 주변이 깡촌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도시였다. 대구가 서울이라면 경산은 일산 같은 위성도시 같았다. 때문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코발트광산까지 이동했다.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장소. 좀 생소한 이름이다. 오히려 경산 안경공장 괴담이라고 하면 좀 더 많이 알 수도 있겠다. 이곳은 전쟁 당시 대구, 부산교도소에 있던 수감자와 보도연맹 가입자 3500여 명이 학살된 장소이며 심지어 1600명의 유해는 지금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곳에서 위령탑 근처에 수평갱도에서 그림 작업을 했다. 아직 9월이 끝나지 않아 가을의 햇살은 뜨거웠지만, 갱도 앞은 갱도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오히려 서늘했다. 때문에, 갱도 앞에서 갱도의 철문을 그리고 있던 나는 그 한기가 느껴질 때마다 혼잣말했다. ‘저는 위령탑에 기리러 온 사람인데 저 따라오시는 거 아니죠? 저 귀신 무서워해요. 못 그렸다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 분명 옆에서 보면 많이 웃기는 광경이었겠지만, 난 진짜 무서워서 그랬다. 그렇게 혼자 주저리주저리 거린 것도 잠시 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잘했냐 못했냐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권력자의 공포심과 무능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 나간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표현력이 좋지 못한 관계로 그 심정을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억울함과 공포가 이해됐다. 감히 얼마나 일지 유추할 수 없지만, 굉장히 참담했음을.

9/28 DAY 2

모기와 사투 끝에 일어난 아침은 계획보다는 30분 늦었었다. 하지만 별 상관없었다. 오히려 아침을 근처 유명한 빵집에서 진짜 오랜만에 먹은 진짜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고 첫 번째 포인트로 이동했다. 봉무동 일제 동굴 진지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철조망 때문에 제대로 된 드림이 나오질 않을 것 같았다. 굉장히 실망하긴 했지만 뭐 이미 한 시간이나 걸려 왔는데 어절 수가 있나 라는 마음으로 그럴 듯한 그림 한 장을 뽑았다. 하지만 두 장까진 그릴 만한 게 없기에 그냥 돌아왔다.

대구에는 근대 골목 여행이란 거 있었다. 나는 그 안에 포함된 근대역사관과 228 기념공원을 방문하려는 목적으로 근대 골목 투어를 했는데 수확은 생각지 못한 곳에 있었다. 근대역사관을 갔다가 실망한 뒤 근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자 핸드폰 배터리가 15% 남은 상황이 되었다. 아직 시간은 4시 누가 봐도 망한 상황이기에 급하게 숙소로 이동해서 5시 반까지 핸드폰을 충전했다. 그리고 해가 슬쩍 뒤로 갔을 때쯤 조금 더 가벼워진 차림으로 나와 숙소 바로 옆 청라언덕과 대구 중앙교회를 방문했는데 진짜 수확은 바로 여기였다. 방문한 교회 아래에 있는 성당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뭐, 그 그림을 그리고 난 뒤에도 다른 그림을 그리려고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모기의 공격으로 번번이 무산되어 우여곡절이 많았던 둘째 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청라언덕 선교사 주택. 이곳의 한옥지붕이 너무 마음에 들엇ㅅ지만 모기와의 전투에서 별다른 공격수단이 없던 나는 패배하고 도주햇ㅅ다아아

[팔-기린(승환승민)]

대구여행이 숨겨지고 은폐된 역사를 돌아보는 여행이 될 거라곤 짐작도 못했는데 대단하네,
삼일째부터는 모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소식을 기대해~

[지구별(유현소운아빠)]

멋진 곳에 다녀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