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간 : 2016. 12. 10 (토) 09:47 ○ 날 씨 : 맑음. -3℃
○ 종 목 : 등산
○ 복장/신발 : 배낭 25L, 춘추등산복 / 프로스펙스 경량 트렉킹화
○ 코 스 : 거창 비계산~우두봉~장군봉~파리봉 (14.3km - 5:29')
○ 특이사항 : 부산토요자유산악회 정기 산행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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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산을 가보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거의 부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시간 여유도 많고, 마음도 홀가분 하여 그동안 못가봤던 명산대천을 찾아 볼 생각이다.
부산교대에서 07:20분 버스를 탑승하여
09:40 거창의 가조면 산제치에 도착. 정비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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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치는 오늘 우리가 가는 비계산과 오도산을 가르는 고갯마루 이름이다. 오도산 아래 마을 중 산제리라고 있던데 아마 여기서 이름을 따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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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밖에 지나갈 수 없는 논두렁 같은 등산로를 줄줄이 오른다.
워밍업도 끝났는데 앞사람을 추월할 갓길이 없다.
비계산이 1130m 높이지만 산제치의 고도가 600m 넘는 고지대라 실제 업힐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가파르고 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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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행 동반자는 B급러너와 박하2님.
산행은 아마 B급러너와 같이 가고, 박하2님은 그리 늦지 않게 도착할 걸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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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형상이 닭이 날아가는 모습 같다 하여 비계산이라고 한다는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학이 날아가는 비학산이라면 풍수상 날개 아래가 길지라고 하는데 닭이 날아가면 어디가 길지지?
닭이 날아가면 뭔가 다급하고, 요란한 느낌이 나는 건 나만 그럴까?
이 산엔 아마 풍수상 좋은 땅이 없을꺼야....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9A54A584EBF1114)
나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닭똥 묻은 것 같은 나무 사이를 올라간다.
B급러너님이 이게 자작나무인가요 하고 식물에 무외한인 내게 물어 본다.
하긴 내가 뭐 다 알것 같은 얼굴을 소유하고 있지...
![](https://t1.daumcdn.net/cfile/cafe/2315754A584EBF111A)
마장재라는 곳에 도착하니 우리가 가야할 산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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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론 결코 산의 웅장함을 담아낼 수 없어 잘 안찍는 편.
그저 지도처럼, 말 그대로 조감도 그 이상의 역할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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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도 많고 뭔지 모를 꽃나무들도 많이 보인다. 여긴 봄에 와도 참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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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많아 오르막에선 모자도 감당이 안된다. 안경도 벗고, 모자도 안쓰고 그냥 땅으로 흘려 보낸다.
썬크림 바르는 걸 잊으면 하루만에 오바마 비주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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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산 정상은 바람불어 추울 것 같아 150m 아래의 평평하지만 돌로 자리가 만들어진 약간 그늘 진 봉우리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다른 산꾼들이 우리쪽을 가르키며 저기서 밥먹자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이어 산행 인솔자인 듯한 분이 저긴 춥다. 이런다. 어찌 알았지? 메구다. 추워서 배낭 매고 빵 먹었다.
산행 짐은 가볍게...라는 모토를 걸고 요즘은 그냥 편의점 빵으로 도시락을 대신한다.
다른 분들이랑 같이 식사하면 좀 민망하지만 주로 혼자 다니니 별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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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머리를 닮았다는 우두산. 그럼 장군봉쪽은 소 꼬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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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한다. 산 능선이 주로 암릉이라 산행 속도가 나지 않는다. 허벅지 근육도 뻑뻑해진다.
그때 나타난 의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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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이 마치 고개 돌린 소의 뿔 같이 갑자기 툭 튀어 나와 있다.
산행 코스는 이 봉을 우회하는 것이지만 처음 왔으니 안가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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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목계단을 거의 네 발로 기다시피 올라간다.
올라갈 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뭐든 잡고 오른다. 다리에만 가해지는 부담감을 손으로 나누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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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올라왔는데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을까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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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시그널은 몇개 보이는데 길은 없다. 그냥 낭떠러지이다. 암벽등반하는 산악회 시그널인가?
아무 시그널이나 따라가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도 해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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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봉에서 바라본 풍경도 상당히 좋아서 사진으로 남겨보지만 역시... 산은 그저 마음에 품는 것이 최고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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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지 않아 나타난 장군봉.
정상석이 장군의 형상이라 거창군의 센스에 잠시 감탄. ㅎㅎ
주위에 데크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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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유래비문.
풍수상으론 산의 형상이 반듯하게 나타난 봉우리를 옥녀봉등 여자이름으로 부르고, 그 중간에 바위들이 툭툭 튀어 나오면 장군봉 같은 남자 이름으로 부른다는데 여기에 재미난 전설을 넣으면 이야기가 있는 산행으로 재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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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답게 가장 남성다운 포즈를 취하고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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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얼굴을 보니 어따 험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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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더 험악한 얼굴이 되는가 시합해 보자하고 한 컷.
현상해 보니 졌다.
다음에 재도전. 장군의 얼굴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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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에서 바라본 가조면 전경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다.
바리봉(주차장) 안내 표지판을 보고 오른 산봉에서 직진하니 낙엽으로 희미한 길이 점점 없어지더니 결국 없어진다.
길을 잘못 찾았나 몇 번을 살펴보다 결국 다시 올라 온다. 분명 담배곽도 있고, 물병도 있었는데...
산에 문명의 산물을 함부로 버리고 다닐 게 아니다. 그것으로 길이라고 착각하는 뒷사람들을 어렵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들을 주워오는 게 맞았는데 그때는 그 생각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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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정도 알바했는데 기운이 다 빠진다.
정상 부근에서 왼쪽으로 급격하게 길이 꺽였던 걸 못봤다. 누가 나무로 그 길을 막아 놨었다. 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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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고 한숨 쉬고 있는데 박하님 오신다. 역시 준족이시다.
나도 박하님처럼 이렇게 오래도록 산을 잘 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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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봉에서 만난 아마추어 사진작가 덕분에 이런 저런 포즈로 사진 많이 찍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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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부터 바리봉까진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는 길이 많아 산행이 재미있다.
하지만 이미 데크 공사할 물건들을 옆에 비치해 놓았기 때문에 아마 다음 번엔 계단을 올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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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
이 코스도 오늘이 그 마지막이니 한 줄 한 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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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봉 내려가 작은 봉우리 하나 지나서 이젠 끝까지 내리막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는데 주차장 불과 400m를 남겨 두고 다시 오르막이다. 이 작은 고개를 넘어야 주차장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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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에 허를 찌르는 코스.. 아주 재미있네. ㅎㅎ
박하님은 이때 순간적으로 다리에 쥐가 내릴 것같아 놀랐다고 하는데 다행히 무사 하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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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자산에서 준비한 막걸리와 여러 산꾼들이 준비한 라면, 오뎅등 뜨거운 안주가 산행의 기쁨을 배가 시켜준다.
19시 넘어 주례로 하차. 즐거운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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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세하고 멋진 산행후기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부탁 드립니다.
잘 아시겠지만 후기 쓰느니 차라리 산행 한번 더 하는게 쉽다고 느껴집니다.ㅎ
박이사님 덕분에 즐겁고 유쾌하게 산행했습니다.
거창의 아름다운 풍경은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줍니다.
저도 거창 자주 가보고 싶습니다. 시간 맞춰보입시다.^^
난 중간중간 인증사진?ㅎㅎ찍고, 중간 확인알바 10여분,뒤따라 바리봉 전에서 님들 조우한것이 나에게 다행과 기쁨이 교차?..ㅎ 마지막 님 그림자라도 밟으려 따르다 근육경련까지 빠른 회복에 감사하고 .님의 리얼하고 현장감 후기에 사진까지 보노라면 나는 또한번 경사깊은 암벽 능선에서 흘떡거리는 내모습이 그려집니다.멋진후기와 b급러너님 넘 감사합니다..
토자산집행부에 여러모로 배풀어주심에 감사함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