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편의점 알바·점주의 한숨…'불투명 시트지' 없애면 안될까요?
"카운터 위치가 구석에 있다보니 들어와 보지 않는 이상 위급 상황이 생겨도 잘 모를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신고도 어렵겠다고 생각해요."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지난 2월 8일 오후 10시50분쯤, 인천시 계양구의 한 편의점. 30대 남성이 편의점 안에 있던 업주를 흉기로 찌른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업주 A씨는 편의점 창고 앞에 쓰러져 있다가 사건 발생 50분이 지나서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편의점 시트지 부착 논란'이 재점화했다. 편의점 유리창에 붙은 불투명한 시트지만 없었다면 내부가 훤히 보여 A씨가 더 빨리 발견됐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확산하면서다.
현장에 있는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은 "시트지가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다만 시트지와 범죄 발생 간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시트지 제거 요구'는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B씨(24·여)는 "특정 손님과 둘이 있으면 조금 불안해 다른 손님이 들어왔으면 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시트지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적 없었다"면서도 "(시트지가 없어) 외부에서 훤히 내부가 보인다면 확실히 불안이 덜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종로구의 또 다른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C씨(21·남)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C씨는 "계산대에 호출벨이 있는데 막상 위협 받아도 호출벨과 떨어져 있으면 아무 소용 없는 것 아니냐"며 "위급 상황에 빨리 도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D씨도 '불청객'의 방문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안을 호소했다.
D씨는 "편의점 안에서는 밀실처럼 밖이 보이지 않아 근무자들이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할까 봐 불안해 한다"며 "야간 근무자 또한 구하기 힘들어 걱정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은 애초 시트지 부착 제도의 도입 배경부터 지적한다. 현행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는 소매점 정문을 향한 시야를 가리는 필름 등의 설치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조처에 따라 2021년 7월 전국 편의점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기 시작했다.
문제는 시트지 부착 이후에도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학생 5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일반 궐련 담배 흡연율은 2020년 4.4%에서 2021년 4.5%로 상승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비율도 2020년 1.9%에서 2021년 2.9%로 올라갔다.
범죄 전문가들도 시트지를 없앴을 경우 범죄 요인이 축소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부에서 안이 보일 때 범죄 발생 요소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며 "범죄 유발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에서는 불투명 시트지 부착이 범죄율에 영향을 준다고 보지만 시트지 제거 시 담배광고 진열·홍보가 어려워 광고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4500원짜리 담배 팔아 남는 마진은 9%대이고 카드 결제 시 마진이 더 줄어든다"며 "10%미만의 마진 상품을 카드 결제로 받는 상품은 담배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참에 담배 광고 규정 관련 논의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유민주 기자
출처: https://www.news1.kr/articles/5028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