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을 연구하는 이론
성격 연구는 크게 두 종류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성격을 단면적인 상태로 이해하려는 연구들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하는가보다는 현재 어떤 종류의 성격 유형이 있는지와 같은 상태에 관심이 더 많다. 대표적인 연구는 특성 이론(character theory)이다. 특성 이론에는 어떤 유형의 사람은 어떤 성격이고 어떤 특질의 사람은 어떤 성격인가를 다루는 유형론과 특질론이 있다.
<성격을 연구하는 이론>
다른 하나의 연구는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발달하며, 그러한 성격이 생활하는 데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알고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 이론(processing theory)이다. 과정 이론에는 무의식과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강조하는 정신분석, 개인과 환경의 상호 작용을 강조하는 행동주의적 관점의 사회학습 이론,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자기실현을 강조하는 인본주의 이론 등이 있다.
1. 특성이론
사람들은 평소에도 뚱뚱하면 여유롭고, 마르면 지적이며, 옹니에 곱슬머리이면 고집이 세다는 등 나름대로 상식을 동원하여 성격을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누구나 나름대로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성격판단의 기준을 내현 성격 이론(implicit personality theory)이라고 한다. 성격의 특징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독특성에 있지만, 좀더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성격들간에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성 이론은 이러한 특성을 찾아내어 성격을 분류하는 이론이다.
(1) 유형론
유형론(typology)은 성격 이론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인 Hippocrates는 사람의 체액을 혈액, 점액, 혹담즙, 담즙으로 구분하고, 그 중 어느 체액이 신체 내에서 우세한가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가령 혈액이 우세하면 다혈질로 셩격이 다정하고 유쾌하다는 식이다. 이렇듯 체액을 중심으로 하는 성격 이론을 특히 체액론이라고 한다.
한편 Hippocates의 체액론과는 달리 Kretchemer와 Sheldon은 체격에 따라 구분했는데, 체격을 중심으로 한 성격 이론을 체격론이라고 한다. 이밖에 Jung은 심리 특성으로 성격을 내. 외향성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유형론의 분류와 그에 따른 성격 특징은<표 1>과 같다.
학 자 | 이 론 | 분 류 | 성격유형 | 성격 특징 |
Hippocrates
| 체액론
| 혈액 점액 흑담즙 담즙 | 다혈질 점액질 흑담즙질 담즙질 | 다정하다, 유쾌하다 느긋하다, 동작이 느리다 우울하다, 슬프다 민첩하다, 화를 잘 낸다 |
Kretchemer
| 체격론
| 마르고 큰 키 뚱뚱함 근육질 | 세장형 비만형 근육형 | 꼼꼼하다, 신경질적, 깔끔하다 사교적, 변덕 심함, 활발하다 활동적, 모험적이다 |
Sheldon
| 체격론
| 내배엽형 중배엽형 외배엽형 | 내장 긴장형 신체 긴장형 대뇌 긴장형 | 사교적, 애정과 내장 기관 중시 모험적, 신체 활동과 권력 추구 감각적, 예민, 사람을 회피 |
Jung
| 심리유형론
|
| 내향성 외향성 | 갈등 회피, 고독을 즐김 사교적, 진취적, 모험적 |
<표 1> 유형론의 분류와 성격 특징
(2) 특질론
특질(trait)이란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비교적 영속적으로 구분해 주는 심리적 경향성을 말한다. 이는 성격을 이루는 기본 단위이자 인간 행동의 다양성(개인차)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질은 선천적으로 획득될 수도 있고 후천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특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질은 사회 생활이나 대인 관계를 영위할 때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 특질과 개인을 특징지우는 개별 특질로 구분된다. 이러한 공통특질과 개별특질을 찾아내어 성격을 분류하려는 이론이 특질론이다.
특질론의 대표적인 학자는 Allport다. 그는 인간을 설명하는 약 18,000개 정도의 형용사를 분석하여 성격을 공통 특질과 개별 특질로 구분하였다. 이어 Cattell은 이들 형용사를 비슷한 의미를 갖는 단어들로 묶어 200개의 성격 특성을 찾아내었고, 최종적으로 요인분석을 통해 인간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16개의 성격 요인(factor)을 선정했다. Cattell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특질을 기저에서 외현적 행동을 결정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원천 특질(source trait)과 안정적이지 않고 사람마다 독특한 표면 특질(surface trait)로 구분하였다.
이런 특질 분류와는 달리 Eysenck는 내향성/외향성, 안정성/불안정성(신경증적 경향성, neuroticism), 정신병적 경향성(psychoticism)으로 분류하였다. 가령 내향적인 사람은 가성 수준이 높아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주의력이 높아 조건화가 잘 이루어지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각성 수준이 낮아 자극에 민감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조건화가 어렵고 쉽게 소거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은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의사결정시 신중하고 위험이 따르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질서 있는 생활을 선호한다. 이에 비해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적이고 친구가 많으며, 파티에 참석하기를 좋아하고 흥분을 잘하고 충동적이다.
신경증적 경향성은 정서적인 안정성을 나타내는 차원으로, 이러한 경향성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쉽게 흥분하고 불안해 하며 불안정한 특성을 보인다. 이에 비해 정신병적 경향성은 정신병이 될 성향과 정신병질자가 될 정도를 반영한다. 이러한 경향성이 높은 사람은 공격적이고 냉정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하고 사회적 관습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충동적인 행동 특성을 보인다. 특질론의 분류와 그에 따른 성격 특징은 <표 2>와 같다.
학자 | 분 류 | 성격 유형 | 성격 특징 | 보 기 |
Allport
| 공통 특질 개별 특질
| 공통 특질 중심 성향 기본 성향 이차적 성향 | 사회생활에 공통된 성격 특질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특질 개인 생활을 지배하는 특질 개인차를 나타내는 특질 | 본능적 특질 동기와 정서 권위주의 특정색 신호 |
Cattell
| 원천 특질 표면 특질 내.외향성 안정성 차원 |
내향성 외향성 | 행동을 결정하는 기본 특질 개인차를 나타내는 특질 조용, 내성적, 신중, 질서 추구 사교적, 충동적, 모험적 | 성본능 동성/이성애
|
Eysenck
| 정신병 차원
| 신경증적 경향성 정신병적 경향성 | 쉽게 흥분하고 불안정함 공격적이고 냉정, 충동적 |
|
<표 2> 특질론의 분류와 성격특징
2. 과정 이론
앞에서 살펴본 특성 이론은 사람의 성격을 묘사하고 분류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형성된 성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지는 연구들이 성격의 과정 이론이다. 과정 이론에는 크게 정신분석 이론, 행동주의 이론, 인본주의 이론이 있다.
(1) 정신분석
정신분석(psychoanalysis)은 Freud에 의해 창시된 이론으로 무의식과 성욕을 강조하는 Freud 중심의 정신분석과 이에 반발하여 사회문화적 속성과 집단 무의식을 강조하는 Jung, Adler 중심의 신정신분석으로 구분된다.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의 무의식적 동기와 내면적인 힘, 그리고 그 힘들의 갈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정신역동 이론(psychodynamic theory)이라고도 한다.
Freud의 정신분석
Freud(1856-1939)의 정신분석은 특히 인간의 무의식적 동기나 소망, 갈등을 다루기 때문에 심층 심리학이라고도 하며, 인간의 심리적인 과정과 움직임을 다루기 때문에 역동 심리학이라고도 한다.
의식 수준과 성격 구조
Freud는 인간의 정신 세계를 무의식과 전의식, 의식이라는 가설적인 삼층구조로 분석하고, 그 중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주된 의식 수준은 무의식이라고 보았다. Freud는 무의식 이 외에도 조금만 노력하면 각성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의식, 항상 각성 수준에 있는 지각, 감각, 언어, 감정 표현 등과 같은 의식을 구분하고 빙산에 비유하였다. 그러면서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며 무의식은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빙산의 대부분이라고 보았다.
Freud는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을 이루는 것이 바로 무의식적 동기(unconscious motivation)라고 주장했다. 무의식적 동기는 주로 성욕과 공격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러한 무의식적 동기와 의식 간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빚어지는데, 이 갈등이 인간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Freud는 그 밖에도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모든 것에는 반드시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한 것들은 이미 선천적으로 또는 개인의 경험(주로 어린 시절)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러한 관점을 정신결정론(psychic determinism)이라고 한다.
Freud는 말년에 무의식적 동기 중에서 선천적인 것 이외에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도 있음을 인정했는데, 그것이 바로 성격 구조다. 성격은 본능적인 원초아(id), 현실과의 접촉에 의해 결정되는 자아(ego), 사회적 규준이 관습에 의해 내면화되어 행동을 규제하는 양심인 초자아(super ego)로 구성된다.
<그림 4> 성격 구조와 의식 수준과의 관계
제 1 기 | 자기 보존의 본능 | 종족 보존의 본능 |
제 2 기 | 자아본능 | 나르시시즘 | 성본능 |
제 3 기 | 죽음의 본능(타나토스) | 생의 본능(에로스) |
<프로이트 본능론의 발전>
Freud의 성격 발달
Freud는 인간에게도 선천적으로 에너지의 모양과 형태는 변하지만 총량은 변하지 않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에게 있는 그러한 에너지를 심리성욕적 에너지(psychosexual energy) 즉, 리비도(libido)라고 불렀다. 인간의 성장에 따라 이 에너지가 신체의 어느 부위에 집중되느냐에 따라 인간의 성격 발달이 결정되고, 그 에너지가 얼마나 원만하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성격 특성이 결정된다.
발달 단계 | 주된 특징 | 성격 특징 |
구강기 (0~2세) | ㆍ빨고, 먹고, 깨무는 행위에서 성욕을 충족 | ㆍ수다스러움, 냉소적, 험담 ㆍ불안하면 먹고, 검을 소리내며 씹음. |
항문기 (2~3세) | ㆍ배설물의 보유와 배설을 통해 성욕 충족 ㆍ사회적 통제를 배움 | ㆍ결벽증 : 항문기 강박증 성격 ㆍ지나치게 지저분 : 항문기 폭발성 성격
|
남근기 (4~6세) | ㆍ성기에 관심, 이성 부모를 사랑, 동성 부모 동일시 ㆍ초자아 발생 ㆍ매우 중요한 발달기 ㆍ성욕이 잠재됨 | ㆍ남아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거세불안 ㆍ여아 : 엘렉트라 콤플렉스, 남근선망 ㆍ연상의 여인을 좋아하고 마마보이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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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기 (7~12세) | ㆍ친구나 외부 세계에 관심이 짐중됨 : 미운 7세 | ㆍ리비도가 잠재되어 특별한 성격 유형이 나타나지 않음. |
생식기 (13세 이후) | ㆍ이성에 대한 갈망 ㆍ호르몬의 변화가 나타남, 성행위 추구 | ㆍ의존적인 성격 ㆍ오이디푸스적 성격 ㆍ반사회적 성격 |
<표 3> 프로이트의 발달 단계에 따른 성격 특성
심리 성욕의 발달은 리비도가 어린 시절 입에 집중되는 구강기(oral stage, 0-2세), 배설물의 보유와 배설에 집중되는 항문기(anal stage, 2-3세), 성기와 이성의 부모에 집중되는 남근기(phallic stage, 3-6세) 또는 오이디푸스기(oedipus stage), 리비도가 잠복하는 잠복기(latent stage, 7-12세), 이성과의 사랑과 성관계로 향하는 성기기(genital stage, 13세 이후)로 구분된다(표 3 참조).
사람들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지만 욕구가 과도하게 충족되거나 지나치게 적게 충족될 경우 나이가 들어도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 단계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를 고착(fixation)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발달이 진행된 경우라도 심리적 어려움이나 좌절을 겪게 될 때 욕구 충족이 쉬웠던 이전의 발달 단계로 되돌아 가려는 경향이 발생하는데 이를 앞 단계로의 퇴행(regression)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