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옥 빌헴 프리드리히 히걸 - 자연법에 대한 학적 취급방식들, 실천철학에서 자연법의 지위와 실증법학과의 관계에 대하여 1(Über..)

[그녀생각]

게옥 빌헴 프리드리히 히걸 - 자연법에 대한 학적 취급방식들, 실천철학에서 자연법의 지위와 실증법학과의 관계에 대하여 1(Über die wissenschaftlichen Behandlungsarten des Naturrechts, seine Stelle in der praktischen Philosophie, und sein Verhältnis zu den positiven Rechtswissenschaften)

자연법에 관한 학문은 역학이나 물리학 같은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오래 전부터 본질적으로 철학적인 학문으로 인정받아왔으며, 또 철학은 부분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그것은 철학의 본질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다른 학문들과 함께 자연법에 관한 학문은 철학의 철학적인 것이 오로지 형이상학에 놓 이고 이 학문들에는 철학적인 것에 조그마한 지분만 허락될 뿐 그 특수한 원리에서는 이들이 이념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다루어지게 되는 운명을 공통적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예로 거론된 학문들은 결국 많든 적든 간에 철학과 괴리되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이 학문들은 경험이라고 불리곤 하는 것을 자신의 학적 원리로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학문이라는 권리주장을 포기한 채 경험적 지식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것에 만족하고 어떤 객관적인 것을 주장하려 하지 않으면서 오성개념들을 구걸하여 차용하도록 강요받게 되었다. 

(주 : 오성은 대상의 한 측면을 분리하고 추상화하여 특정한 개념으로 고정시키는 사유능력을 말한다. 

대립된 규정들의 통일을 파악하여 총체적인 이념을 인식하는 이성과는 달리 오성적 규정들은 대립 속에 고착됨으로써 일면적이고 유한하고 추상적인 것에 머문다. 

헤겔은 근대의 학문들이 이러한 오성적• 개념적 사유에 사로잡혀 있음을 비판한다.

이 시기의 헤겔은 한편으로는 베른 시기나 프랑크푸르트 시기와는 달리 개념을 직관과 함께 절대적 이념의 한계기로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념의 자기운동을 통해 이념에 도달하려는 후기 논리학과는 달리 개념을차 별성과 유한성 속에 머무르는 오성의 산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셸링의 동일 철학에 경도되었던 이 시기의 헤겔이 칸트가 설정한 오성의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이와 대립되는 원리인 직관과의 통일을 주장할 뿐 바로 개념을 통해 오성의 한계를 내재적으로 극복하는 변증법적 사변논리학을 정립하는 데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스스로를 철학적 학문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철학과 학문 일반의 범주에서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배제되다가 결국에는 이러한 위상마저 스스로 단념해버렸다면, 이러한 배제의 이유가 그와 같은 이른바 학문들이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서 출발하지 않았고 철학과 의식적인 연관을 유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 

철학의 각 부분들은 그 개별성에서 자립적인 학문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이 자립적인 학문은 절대적인 것에 의해서 진정한 학문이 되는 것이므로 철학의 부분들 각각은 완전한 내적 필연성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별학문이라는 형태 속에서 오직 절대적인 것만이 고유한 원리인데, 이 원리는 이러한 형태가 지닌 인식과 자유의 영역을 넘어서 있으며 이 원리와 관련해서 그런 형태란 외적 필연성에 속하는 것이다. 

(주 : 헤겔에게서 '형태'는 원리가 되는 정신 내지 이념이 외화를 통해 경험적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모습을 뜻하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사랑의 형태는 가족이고 절대적 인륜성의 형태는 국가이다. 

정신은 자기형태화를 통해서만 비로소 구체성을 획득한다. 

역으로 형태는 그것이 경험적 현존재라는 점에서 정신에 대해 타자성을 갖지만, 정신은 그것이 자기 자신의 외화태임을 인식함으로써 그의 형태 속에서 자기동일성과 자유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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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념 자체는 그와 같은 규정성으로부터 자유롭게 남아 있다. 

이념은 모든 학문의 본질이며, 절대학문인 철학에서는 순수한 이념으로 존재한다. 

비록 특수학문의 학적인 것 또는 그 내적 합리성이 이러한 이념의 순수한 형식으로 드러나 고양되지는 않지만, 마치 절대적 생명이 각각의 생명체에서 자신을 표현하듯이 이념은 특수학문 속에서 자신을 순수하게 반영할 수 있다. 

한 학문의 그와 같은 고유하면서도 자유로운 학적 형성이라는 면에서 기하학은 다른 학문들의 부러움을 사는 훌륭한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앞서 말한 배제의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특성을 지닌 학문들이 본래 경험적인 까 닭에 모든 실재성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는 것도 아니다. 

철학의 각 부분들이나 각 측면들이 자립적인 학문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이, 바로 이와 더불어 각각의 측면들은 또한 하나의 자립적이고 완성된 상이며, 고착된 개념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순수하고 행복하게 보존하는 직관은 그것들을 상의 형태로 수용하고 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문의 완성이 요구하는 것은 직관과 상이 논리적인 것과 통합되어 순수하게 이념적인 것안으로 수용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참되지만 분화되어 있는 학문에서 그 개별성을 제거하여 그 원리가 자신의 더 높은 차원의 연관과 필연성에 따라 인식되고 이를 통해 원리 자체가 완전히 해방되는 것도 요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만 학문은 이러한 인식과 해방 없이는 무지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 역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문은 자기 자신을 넘어서게 되어서, 그 규정성에 따라 제한된 자신의 원리의 본성이 절대적 형식 속에 있는 것처럼 인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인식에서부터 곧 학문이 지닌 상이한 규정들의 동등성이 확대된다는 그릇된 인식과 확신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함으로써 학문은 자신의 한계에 대해 단지 경험적인 태도만을 취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그릇된 시도를 감행하고, 또 때로는 한계를 본래보다 더 협소하게 여겨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확장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대해 - 예를 들어 사각형의 대각선과 변 사이의 통약불가능성은 증명하지만 원의 지름과 원주 간의 통약불가능성은 증명하지 못하는 - 기하학 역시, 산술학은 더욱더, 그리고 양자의 통합은 학문 이 한계의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더듬거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가장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주 : 피히테는 ('자연법론』의 서론에서) 후자가 지닌 통약불가능성의 근거에 대한 통찰을 단순화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했다. 

즉 굽은 것은 정녕 곧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가 지닌 피상성은 자명하며, 또한 둘 다 직선인 사각형의 대각선과 변의 통약불가능

성 및 포물선의 구적법에 의해 직접 반박된다. 

여기서 건전한 상식은 수학적 무한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도움을 구한다.

즉 무수히 많은 면을 가진 다각형은 바로 그것이 무수히 많은 면을 가진 다각형이기 때문에 측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식의 도움이 부분적으로는 그 안에서 절대적 이념이 실현되어야 할 무한진행에 대해서도 제공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이를 통해서 문제의 요점, 즉 무한한 집합이 아니라 동일성인 긍정적 무한성에 대해 그것이 정립되어야 하는지 아닌지 아무것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는 통약가능성 또는 통약불가능성에 대해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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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철학은 이론적 학문들이 지니고 있는 학문적인 것이란 어떤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無와 실재 사이의 중간물, 존재와 비존재의 혼합에 속하는 것이라고 입증했고 또 그들이 한낱 경험적인 억견 속에 있을 뿐이라고 자인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때 비판철학이 지닌 긍정적인 점은 이런 면에서 더욱 빈곤하게 되었으며 철학의 이론적 학문들을 되찾아줄 능력을 잃게 되었다. 

반면에 비판철학은 절대적인 것을 전적으로 실천철학에 놓았는데, 이 실천철학에서는 비판철학이 긍정적인 知 또는 독단적인 지가 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선험적 관념론이라고도 일컫는 비판 철학을 일반적으로 그리고 특히 자연법에서 다음과 같은 대립의 정점으로 보아야 한다. 

마치 물 표면의 원이 운동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동심원으로 퍼져나가 결국에는 작은 운동들 속에서 중심점과의 관련을 잃고 무수하게 되는 것처럼, 여기서 대립은 이전의 학문적 기도(企圖 - 계획이나 행동)에서는 미약했던 시초가 지닌 미개함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그 이전의 학문들은 이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립을 전개시키지 못했던 반면에) 비판철학에서는 대립이 무한성의 절대적 개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또 무한성으로서 스스로를 지양할 때까지 점점 더 확대된다. 

그러므로 자연법에 대한 이전의 취급방식들과 자연법의 여러 원리들로 간주되어야 했던 것에서는 학문의 본질을 위한 어떠한 의미도 모두 부인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절대적 부정성 내지 무한성 만이 학문을 위한 것인데, 지금까지의 자연법에 대한 취급방식들과 원리들은 비록 대립과 부정성 속에 있을지언정 절대적 부정성 내지 무한성 속에 있지 않으며, 긍정적인 것 만큼이나 부정적인 것 또한 순수하게 지니고 있지 않은 이 둘의 혼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학문의 역사적인 면에 대한 호기심 만이 이들 곁에서 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체하는 것은 이들을 절대적 이념과 비교하여 절대적 이념이 왜곡될 때조차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필연성을 간파하기 위함이다. 

즉 절대적 형식의 계기들은 필연적으로 그 원리가 되는 규정성을 통해 자신을 뒤틀어서라도 드러내고 또 제한된 원리의 지배 아래에서조차 이러한 시도들을 지배한다. 

또한 그렇게 지체하는 것은 세계의 경험적 상황이 학문이라는 관념적 거울 속에서 반영됨을 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후자와 관련해서는, 모든 사물들의 연관 속에서 경험적 현존재나 그 어느 학문의 상태도 그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상황을 표현하지만 자연법의 상태가 이를 가장 비근하게는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법이 모든 인간사를 움직이는 것인 인륜에 직접 관련되어 있는 까닭이다. 

또한 그것은 자연법에 관한 학문이 현 존재를 지니고 있고 필연성에 속하며, 그에 못지않게 필연성 속에 존재하는 인륜의 경험적 형태와 자연법이 하나이어야 하고 이 형태를 학문으로서 보편성의 형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한에서 그러하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한 학문이 절대적인 것 속에 있는가 아니면 절대적 통일 밖에, 즉 대립 속에 있는가 하는 것만이 그 학문이 지닌 원리의 진정한 구분으로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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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뒤의 경우 그 학문의 원리가 어떤 하나의 불완전하고 상대적인 통일이나 관계의 개념이 아니라면 그리고 또한 그것이 한낱 인력이라는 명칭 아래 관계 자체나 합일의 힘이라는 공허한 추상에 불과하다면, 그와 같은 학문은 전혀 학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 원리가 관계개념이 아니거나 단지 합일의 공허한 힘일 뿐인 그런 학문들에는 어린이가 세계에 대해 차별화하는 최초의 이념적인 관계, 즉 학문들이 그 안으로 경험적인 성질들을 정립하고 그 다양성을 열거할 수 있는 표상의 형식 이외에 어떠한 이념적인 것도 남지 않는다. 

이들을 주로 경험적 학문들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실천적 학문들은 그 본성상 어떤 실제로 보편적인 것 또는 차별자의 통일인 그런 통일을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천적 경험 속에서는 감각적 지각조차 순수한 성질이 아니라 그것이 자기 보존의 충동처럼 부정적인 것이건 아니면 사랑 증오 사교성 같은 긍정적인 것이건 간에 관계들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학적인 경험이 일반적으로 저 순수한 경험과 구분되는 점은 그 대상이 성질들이라기보다는 관계들이라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다. 

더 학적인 경험은 이 관계들을 개념의 형식 안에 고정시키고 이같은 부정적 절대성을 고수하되 그러한 통일의 형식과 그 내용을 분리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통해서 앞서의 순수한 경험과 구분된다. 

우리는 이들을 경험적 학문들이라고 부를 것이다. 

반면에 그 안에서는 대립이 절대적이어서 순수한 통일 또는 무한성 내지 부정적으로 절대적인 것이 내용에서 순수하게 분리되어 대자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학문 형식을 순수형식적 학문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로써 자연법에 대한 학적 취급의 두 가지 그릇된 방식들 간의 특유한 구별이 확립되었다. 

이에 따르면 그 하나의 원리는 관계들 그리고 경험적 직관과 보편의 혼합인 반면, 다른 하나의 원리는 절대적 대립과 절대적 보편성이다. 

그러나 그 두 요소인 경험적 직관과 개념은 같은 것이라는 점과, 형식주의가 그 순수한 부정에서부터 하나의 내용으로 이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계들이나 상대적 동일성들에밖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형식주의가 그러한 까닭은 순수하게 이념적인 것 내지 대립이 절대적으로 정립되어 있어서 절대적 이념과 통일이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절대적 대립 또는 순수하게 이념적인 것의 절대태라는 원리와 더불어 (그에 대치되는) 경험 이라는 절대적 원리가 정립되어 있으므로, 직관과 관련하여 - 종합이 대립의 한 부분을 지양한다는 단지 부정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직관의 긍정적인 의미 역시 지니고 있어야 하는 한에서는 - 형식주의의 종합들이 단지 경험적 직관들을 표상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연법에 대한 학적 취급의 이 두 가지 방식을 좀더 자세히 특징지어보자. 

첫번째 경험주의적 방식은 절대적 이념이 절대적 형식의 계기들에 따라 이 방식에서 나타나는 양식과 관련하여 특징짓겠다. 

그리고 두번째 형식주의적 방식은 무한한 것 또는 부정적으로 절대적인 것이 어떻게 자연법을 헛되이 하나의 긍정적인 조직체로 만들려고 하는 지에 따라 특징짓겠다. 

후자의 시도에 대한 분석은 직접 철학적 학문으로서 인륜에 관한 학문들이 지닌 본성과 관계에 대한 고찰과 그것이 실증법학이라고 불리는 것과 갖는 관계에 대한 고찰로 이끌 것이다. 

여기서 실증법학은 자신을 비록 철학의 외부에 놓고 스스로 철학을 포기함으로써 철학의 비판을 모면할 수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또한 동시에 그래도 자기가 절대적 존립과 참된 실재성을 지니 고 있다는 묵과할 수 없는 외람된 주장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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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험적 방식이라고 일컬은 자연법의 취급방식에 관해서는, 우선 이 방식이 채용하고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통용시키는 규정들과 관계개념들 자체를 무릇 그 소재에 따라 다룰 수는 없다.

(주 : 여기서 헤겔은 홉스(Th. Hobbes), 로크(J.Locke), 흄(D. Hume) 등으로 대표되는 17세기의 경험주의적 자연법 사상, 그중에서도 특히 홉스의 이론을 염두에 두었다.)

다만 여기서 부정되어야 할 것은 바로 그와 같은 규정들의 격리와 고착화이다. 

이러한 격리가 지닌 본성은 학적인 것이 단지 통일의 형식만을 문제삼게 되고, 학적인 것이 그로 분할되는 여러가지 성질들의 유기적 관계들 중에서 이 성질들을 단순히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집합을 넘어선 하나의 통일에 도달하려면 어느 한 규정을 부각시켜서 이 규정을 관계의 본질로 간주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는 유기체의 총체성에 도달하지 못하며, 선택된 규정에서 배제된 그밖의 다른 것들은 본질과 목적으로 격상된 규정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처럼 예를 들면 혼인관계를 인식하기 위해서 때로는 번식이, 때로는 재산의 공유 등이 설정되는데, 본질적인 것이라고 하여 법칙으로 만들어진 이러한 규정에 의해 유기적 관계 전체가 규정되고 혼탁해진다. 

또는 처벌에 관해서는 때로는 범죄자의 도덕적 개선, 때로는 저질러진 상해, 때로는 처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표상, 때로는 범죄에 선행하는 범죄자 자신의 처벌에 대한 표상, 때로는 이런 표상이 실제가 되고 위협이 실행되리라는 필연성 등등의 규정이 채용되고 그러한 개별성이 목적과 본질로 만들어진다. 

그러면 당연히 그 규정은 좀더 탐구되고 구분되어야 할 그밖의 다른 규정들과 필연적인 연관을 갖지 않는 까닭에 다른 규정들에 대한 (선택된) 한가지 규정의 필연적 관련과 지배를 찾기 위한 끝없는 곤혹스러움이 발생한다. 

또한 개별성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적 필연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각각의 규정은 다른 규정들로부터의 독립성을 반환받기를 얼마든지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경험적인 직관이나 불완전하게 반성된 직관에 의해 유기적인 것이 분산되어 있는 그러한 관계들의 다수성으로부터 채용되어 개념단위의 형식으로 정립된 이 성질들이 바로 저 경험적 知가 본질과 목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질들은 그 개념이 지닌 형식이 개념의 내용을 이루는 규정의 절대적 존재로 표현됨

으로써 원칙 • 법칙 • 의무 등으로 제시된다. 

이렇게 부정적 절대성 내지 순수한 동일성이고 순수한 개념이며 무한성인 순수한 형식의 절대성이 그러한 형식 속에 수용되어 있는 내용과 규정의 절대성으로 변형되는 것에 관해서는 비판철학의 원리를 다룰 때에 좀더 자세히 이야기될 것이다. 

여기서 논의되는 경험적 지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이와 같은 변형을 비판철학은 의식적으로 그리고 절대적 이성과 의무로 삼아 수행한다.

이러한 규정성은 사유에 의해 형식적 통일 속으로 정립되는데, 이 형식적 통일이 또한 학문이 추구하는 필연성이라는 허상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립자들의 통일이 이 대립자들과 관련해서 실제적인 것으로 고찰되면 이것이 곧 그들의 필연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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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형식적 통일의 질료는 대립자들의 전체가 아니라 단지 대립자들 가운데 하나, 그 한 규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필연성 역시 단지 형식적인 분석적 필연성일 뿐이며 그 규정을 서술할 수 있는 한낱 동일적인(동어반복적인) 혹은 분석적인 문장의 형식과만 관련될 뿐이다. 

그런데 이 문장의 (형식적) 절대성을 통해 또한 그 내용의 절대성 역시 도용되고, 이렇게 해서 법칙과 원칙들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적 학문은 그중 어느 것도 절대적이지 않은 원칙• 법칙• 목적• 의무• 권리(Recht)들의 다양성 속에 있다. 

(주 : 독일어에서 'Recht'는 '권리'와 '법'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헤겔 역시 이 단어를 (의도적으로) 이러한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하였다. 

문맥에 따라 두 번역어를 병용할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하여 ‘Gesetz'는 그것이 법학적 맥락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법률'로, 그밖에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될 경우에는 ‘법칙'으로 옮긴다)

그래서 이렇게 연관성 없는 규정들 모두 절대적 통일에 대한 그리고 근원적이고 단순한 필연성에 대한 상과 욕구가 동시에 경험적 학문에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성에서 비롯되는 이러한 요구를 경험적 학문이 어떻게 만족시키는지 또는 경험적 지에는 극복될 수 없는 다수와 하나의 대립이 지배하는 가운데 어떻게 절대적 이성이념이 그 자신의 계기들 속에서 서술되는지를 고찰할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 기도와 그 혼탁한 매개물 속에서조차 절대적인 것이 반영되고 지배함을,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전도됨을 보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또 부분적으로는 여기서 절대적인 것의 계기들이 획득한 형식들이 일종의 선입견과 의심할 여지가 없는 보편타당한 사상이 되었다. 

그러나 학문은 이러한 선입견과 상식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비판은 이들의 무가치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무가치함은 이들이 자라온 근거와 토대를 제시함으로써 가장 명확하게 입증된다.

이러한 근거와 토대는 이들을 성장시키고 자신의 취향과 본성을 이들에게 심어놓았지만 실재성을 결여한 것이다.

우선 학적 총체성은 경험적 학문에는 잡다한 것의 총체성 내지 완결성으로, 반면에 본래의 형식주의에는 일관성으로 떠오른다. 

경험적 학문은 자신의 경험들을 임의적으로 보편성으로 격상시킨 다음, 처음의 재료와는 모순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권리가 있다고 사유되고 원칙으로 표방되는 다른 경험적 재료가 선행하는 규정의 결론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포기할 것을 강요할 때까지 그가 사유하는 규정들을 가지고 귀결을 진행시킬 수 있다. 

반면에 형식주의는 그 원리의 공허함이나 그가 도용한 내용이 무릇 허용하는 데까지 귀결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형식주의에는 또한 완결성에 어긋나는 것을 경험적인 것이라는 오명 아래 그의 선천성과 학문에서 자랑스럽게 배제할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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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주의는 자신의 형식적 원리들을 선천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따라서 형식적 원리들로 장악할 수 없는 것은 비절대적이고 우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형식주의는 경험적인 것 일반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그리고 어느 한 규정에서 다시 다른 규정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피조건에서 조건으로 전진하는 형식적 이행을 강구하지만 이 조건이 또다시 하나의 피조건항이므로 형식주의의 귀결은 어쩔 수 없이 무한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무한진행을 통해 형식주의는 그가 경험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모든 우월함을 포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피조건항이 조건과 갖는 연관 속에서 이 대립자들이 절대적으로 존립하는 것으로 정립되기 때문에 형식주의 자체가 경험적 필연성에 전적으로 함몰된다. 

그리고는 대립자들을 묶는데 사용하는 형식적 동일성 내지 부정적으로 절대적인 것을 통해 이 경험적 필연성에 진정한 절대성이라는 허상을 부여한다.

그러나 상의 완결성과 귀결의 이와 같은 결합은 잡다한 것의 지위를 그것이 순수한 경험에 대해 존재하는 바대로 직접 바꾸어 놓는다. 

이때 귀결이 형식주의의 더 완결된 형식적이고 공허한 귀결인가 아니면 그 하나에서 다른 것으로 이행하는 원칙들로서의 특정한 개념들을 가지고 비일관성 속에서만 일관적인 경험적 학문의 귀결인가 하는 것은 상관없다. 

순수한 경험에 대해서는 각각의 잡다한 것이 다른 것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순수한 경험은 그 어느 규정도 다른 규정 보다 선호하지 않는다. 

그 한 규정은 다른 규정만큼이나 실제적이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순수한 경험을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학적 경험과 비교할 때 다시 논할 것이다.

이러한 형식적 총체성 다음으로 우리는 어떻게 절대적 통일이 근원적 통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순한 통일로도 나타나고 또 경험적 지의 반영 속에서의 총체성으로도 나타나는지를 고찰해야 한다. 

절대적인 것 속에서는 하나이고 그들의 동일성이 곧 절대적인 것인 이 두 통일들이 경험적 지 속에서는 분리되고 상이한 것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먼저 근원적 통일과 관련하여, 필연성의 본질인 근원적 통일이 현상에는 필연성의 외적인 끈이지만 그러한 통일이 경험에는 문제가 될 수 없다. 

본질적 통일인 근원적 통일 속에서는 잡다한 것이 직접적으로 無화되어 있고 또 無이기 때문이

다. 

경험의 원리는 잡다한 존재이므로 경험은 자신의 성질들을 절대적인 無로까지 밀고 들어가지 못한다. 

경험에 대해서는 성질들이 절대적이며, 또한 성질들을 순전히 다수로 정립하는 개념에 의해 무한한 다수가 된다.

그러므로 근원적 통일은 한낱 가능한 만큼의 성질들의 단순하고 적은 양의 집합을 의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경험은 이것으로 그밖의 다른 성질들을 인식하는 데 충분하다고 믿는다. 

대충 임의적이고 우연하다고 간주되는 것이 제거되고 최소한 필요한 만큼의 잡다한 것의 집합이 설정되는 이러한 이상(Ideal)은 경험에는 물리적인 것 및 인륜적인 것에서의 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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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적인 것에서 이러한 혼란은 때로는 주로 환상에 의한 존재의 모습 아래 자연상태로 표상된다.

또 때로는 주로 가능성과 추상의 형식 아래 경험적 심리학을 통해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능력들의 열거로, 즉 인간의 본성과 규정으로 표상된다. 

그리고는 이런 식으로 한편으로는 극히 필연적이고 즉자적이며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다른 한편으로는 동시에 비실제적이고 한낱 상상한 것이며 사념물이라고 인정한다. 

다시 말하면 저기서는 허구라고 인정한 것을 여기서는 한낱 가능성으로 인정한다. 

이는 더할 나위 없이 극심한 모순이다.

법적 상태의 뒤섞인 모습에서 모든 임의적이고 우연한 것을 분리시키고 나면 이러한 추상을 통해 바로 절대적으로 필연적인 것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방식으로 즉자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즉자적인 것과 무상한 것의 혼탁한 혼합 속에 머무르는 상식에는 더없이 이해하기 쉬운 일이다. 

막연한 예감이 특수하고 무상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특수한 관습이나 역사, 교육 그리고 국가에 속하는 것으로 무시해버리고 나면, 벌거벗은 자연상태의 모습 아래 있는 인간 혹은 본질적인 가능성들을 지닌 인간이라는 추상물이 남게 되며, 필연적인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와 관련이 있다고 인식되는 것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 

필연적인 것에 관한 혼란스런 모습은 절대적 통일이 아니라 한낱 단순한 잡다성, 가능한 한 특성이 적은 원자들만을 포함할 수 있을 뿐이며, 따라서 다수성의 원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약한 통일로서 원자들의 연결과 질서지음의 개념 아래 놓일 수 있는 것조차 이 다수성에 대해 차후적이고 비로소 부가되는 것으로서 다수성으로부터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별에서 경험주의에는 무엇보다 무릇 우연한 것과 필연적인 것 사이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즉 자연상태의 혼란이나 인간의 추상 속에서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탈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결여되어 있다. 

여기서 지도적인 규정은 현실에서 발견되는 것을 서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만큼 현실 속에 들어 있다고 하는 것밖에는 될 수 없다. 

저 선천적인 것에 대해 판정하는 원리는 후천적인 것이다. 

법적 상태에 관한 표상 속에서 효력을 얻게 되어야 할 것이 근원적이고 필연적인 것과 갖는 연관

을 밝히고 그렇게 해서 효력을 얻게 되어야 할 것 자체를 필연적인 것으로 밝히기 위해서는 단지 

어떤 고유한 성질이나 능력을 혼란[자연상태] 속으로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 

이는 현실을 이른바 설명하기 위해 이 현실을 단지 극히 형식적인 관념형태로 힘, 질료, 능력 같은 규정으로 정립하고 그 하나가 다른 것에 의해 매우 용이하게 파악되고 설명되도록 하는 가설들을 세우는, 경험에서 출발하는 학문들 일반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한편으로 자연상태의 혼란 및 능력과 성향의 추상 속에서 표현되는 근원적이고 절대적인 통일에 대한 막연한 예감은 절대적인 부정적 통일에는 이르지 못하고 단지 다량의 특수성과 대립들을 소거하는 데까지만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도 경험적 규정과 다를 바 없고 서로 내적 필연성을 갖지 않는 정할 수 없는 수량의 질적 규정들이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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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정들은 단지 다수로서의 관련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또 이 다수가 서로에 대해 있지만 통일을 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서로 대립해 있고 서로에 대해 절대적인 상충 속에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서만 관련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인륜의 분화된 에너지들은 서로를 파괴하는 전쟁으로서 자연상태 내지 인간의 추상물 속에서 사유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성질들은 서로 전적으로 대립해 있고 따라서 순수하게 관념적이어서, 이 성질들이 이와 같은 관념성과 격리 속에서는 마땅히 그러해야 할 바와는 달리 존립 할 수가 없으며 서로를 지양하면서 無로 환원된다는 점을 보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경험은 이러한 절대적으로 단순한 것 속에서 규정들이 무라는 점에 대한 절대적 반성과 통찰에 도달하지 못하며, 그것에는 다수의 무가 다량의 실재성들로 남아 있게 된다. 

그러나 자신을 절대적 총체성으로 표현하는 긍정적 통일이 경험주의에는 이러한 다수성에 이질적이고 낯선 것으로 부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절대적 동일성의 두 측면을 연결하는 이와 같은 형식 안에 이미 근원적 통일의 총체성과 마찬가지로 이 경험적 지에 반영되는 다수의 총체성마저도 혼탁하고 불순하게 서술되리라는 것이 함축되어 있다. 

경험에는 근거지음이 무릇 쉬운 일이듯이, 여기서는 분리된 통일들 가운데 하나에 대한 다른 하나의 존재근거 또는 그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가는 이행근거가 경험에 쉽게 제시될 수 있다. 

자연상태의 허구에 따르면 자연상태는 그가 초래하는 폐해로 인해 이탈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도달하려는 곳, 즉 혼란스럽게 상충하는 것의 화합은 좋은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바를 미리 전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는 가능성들로서의 근원적인 성질들에 대한 표상 속으로 사교본능 같은 이행근거가 직접 삽입된다. 

또는 능력이라는 개념형식을 포기하고 곧바로 제1의 추상적 통일인 자연상태를 넘어선 법적 상태인 제2의 통일의 현상이 지닌 극히 특수한 것으로, 즉 강자에 의한 약자의 예속 등과 같은 역사적인 것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경험적 물리학에서처럼 절대적인 질적 다수성의 원리에 따른다면 통일 자체는 다시 근원적인 것으로 정립된 단순한 것과 분화된 다수의 잡다한 착종만을 서술할 수 있을 뿐이다. 

즉 그것은 다량의 원자적 성질들 대신에 그 자체로는 그 특수성 속에서 파괴될 수도 없고 단지 가

볍게 부분적으로 결합되고 혼합될 수 있는 성질들의 피상적인 접촉만을 서술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분할된 것의 다수성 또는 관계들의 다수성밖에는 서술할 수 없다. 

또한 통일이 전체로서 정립되는 한에서는 사회와 국가라는 명칭 아래 무형식적이고 외적인 조화의 공허한 이름밖에는 정립할 수 없다. 

이러한 통일이 독자적으로나 또는 그 발생에 따른 훨씬 더 경험적인 관련에서나 절대적이고 그 직접적인 기원을 신에게서 부여받은 것이라고 표상될 때조차, 그리고 또한 그 존립에서도 그 중심점과 내적 본질이 신성하다고 표상될 때조차도, 이러한 표상은 다시 어떤 형식적이며 다수성을 관통하지 못한 채 그 위에서 부유 할 뿐인 것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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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통합의 건립자일 뿐만 아니라 그 보존자이며 최고권력의 위엄이 이러한 보존자라는 점과 관련해서 신의 여광(餘光 - 은은하게 남는 빛)으로 그리고 내적으로 신성한 것으로 인식된다고는 하지만, 통합이 갖는 신성함은 통합된 다수에게는 외적인 것이다. 

경험의 원리는 하나와 다수의 절대적 통일을 배제하기 때문에, 이들 다수는 통합의 신성함에 대해 단지 지배관계 속에 정립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계의 바로 이 지점에서 경험은 그와 대립된 추상적 단일성이 우월성을 갖는 원리와 직접 만나게 된다. 

다만 경험은 추상적 단일성과 절대적 다수성처럼 그토록 특유하고 상이하게 정립된 사물들의 혼합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비일관성에 당황해하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또한 경험은 자신의 단지 질료적인 측면 외부에 있는 광경들, 즉 지배와 복 종이 가능하게 되는 대립의 원리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순수하고 더 신적인 내면의 현상들에 대한 접근을 봉쇄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자연상태, 법적 상태 전체가 지닌 개인들에게는 낯설며 따라서 그 자체가 개별적이고 특수한 위엄과 신성함, 그리고 이러한 최고권력 아래로 주체들이 절대적으로 굴종하는 관계 등은 유기적 인륜성의 분산된 계기들이 특수한 본질들로 고착되고 이를 통해 인륜성의 이념과 마찬가지로 전도되는 형식들이다. 

여기서 유기적 인륜성의 분산된 계기들이란 한편으로는 절대적 통일이 단일성과 다수성의 대립을 내포하고 있고 절대적 총체성인 한에서 절대적 통일이라는 계기와 다른 한편으로는 무한성 또는 대립의 실재성들의 無라는 계기를 말 한다. 

반면에 인륜성의 절대적 이념은 자연상황과 위엄을 전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포함한다.

(주 : 절대적 인륜성의 이념은 절대적 실재성을 통일로서의 자기 안으로 환수하는 것, 그리하여 이러한 환수와 통일이 절대적 총체성이라는 점에 있다. 

절대적 인륜성의 직관은 절대적 민족이며, 그것의 개념은 개체성들의 절대적 합일이다.)

이는 위엄 자체가 바로 절대적인 인륜적 자연이며, 자연적 자유로 이해되어야 할 절대적 자유의 상실이라든지 위엄의 실재태에 의한 인륜적 자연의 포기란 사유될 수 없는 까닭이다. 

반면에 인륜적 관계에서 포기되어야 할 것으로 사유될 수밖에 없는 자연적인 것이란 그 자체가 인륜적인 것이 아닐 터이고, 따라서 그런 것은 그 근원성에서 인륜을 서술하는 데에 가장 불충분한 것일 터이다. 

마찬가지로 절대적 이념에서는 무한성 또는 개별자 내지 주체들의 無가 고착되어 있지 않으며 위

엄과의 상대적 동일성 속에, 즉 개별성 역시 그 안에 어떤 단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것일 굴종의

관계 속에 있지도 않다. 

이념에서는 무한성이 참으로 존재하며, 개별성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인륜적 위엄과 단적으로 하나이다. 

오직 이러한 굴종적이지 않은 참되고 생동하는 합일만이 개별자의 진정한 인륜성이다.

(주 : “이에 따라 인륜성은 삶으로서 생동하는 개인이 절대적 개념과 동일하다는 것으로 규정된다.

즉 인륜성은 개인의 경험적 의식이 절대적 의식과 하나이며 절대적 의식은 그 자체가 경험적 의식, 즉 자기 자신으로부터 구별될 수 있는 직관이라는 것으로, 그러면서도 이러한 구별이 순전히 표면적이고 관념적인 것이어서 현실의 그리고 구별 속의 주체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으로 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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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적 경험을 그것이 학적인 한에서 실질적인 무가치함 그리고 그 원칙과 법칙 등의 비진리에 대해 고발한 이유는 그것이 규정들을 그 안으로 전이시키는 형식적 통일을 통해 이 규정들에 개념의 부정적 절대성을 부여하고는 이들을 긍정적으로 절대적이고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즉 어떤 절대적인 것을 의미하는 형식들인 목적• 규정 • 원칙• 법칙• 의무• 권리라고 진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질적 규정에 그처럼 많은 개념들을 제공하는 유기적 관계의 통일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가운데 목적, 규정 또는 법칙으로 표현된 하나의 규정에 다른 규정들을 지배하는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며, 이 나머지 규정들은 그 하나의 규정에 대해 비실제적이고 무가치한 것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활용과 귀결에 바로 내적 총체성으로서의 직관이 파괴된다는 점이 놓여 있다. 

따라서 비일관성만이 개념 속으로 규정들이 수용되는 것을 교정하고 직관에 가해진 폭력을 지양할 수 있다. 

비일관성은 앞서 하나의 규정에 부여되었던 절대성을 직접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오로지 비일관적이기만 했던 고대의 경험이 절대적 학문 그 자체와의 관계에서는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논의했던 근대의 경험적 학문성이 지닌 일관성과의 관계에서는 정당화되어야 한다. 

장대하고 순수한 직관은 이런 식으로 필연성의 연관과 형식의 지배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서술의 건축술에서도 참된 인륜을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원작자의 정신이 지닌 상 자체를 하나로 모아 형태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흩어져 있는 덩어리 속에서 그 정신을 말없이 서술하는 건물과도 같다. 

단, 이렇게 개념의 도움을 빌린 서술에는 이 서술이 포괄하고 관통하는 것을 이념적 형식으로 고양시켜 이를 이념으로 자각하지 못한다는 이성의 미숙함이 존재한다. 

직관이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 오성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직관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개념들을 꼭 필요로 하는 한에서 개념에 대하여 미숙한 태도를 취하고 의식을 통과할 때에 전도된 형태를 띨 것이다. 

그래서 직관은 개념과 관련해서는 연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순적일 것이다. 

그러나 부분들 및 스스로를 변형시키는 규정들의 배치는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에 있는 이성

적 정신을 누설하고, 이러한 정신의 현상을 산출물과 결과로 간주하는 한에서 그것은 산출물로서

의 이념과 완전히 일치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오성에는 경험을 공박하여 그 부적당한 근거들에 대해 다른 근거들을 대립시키고 개념의 혼동과 모순을 제시하고 개별화된 문장들에서 가장 우둔하고 비이성적인 것을 표현하는 귀결들을 이끌어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의 비학문적인 점을 내보이는 것보다 더 수월한 일은 없다

특히 경험이 스스로 학문적이라고 참칭하거나 아니면 학문 자체에 대해 논쟁적으로 대항할 경 우, 오성에 의한 공박을 통해 경험은 마땅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반면에 규정들이 고착화되고 그 법칙이 경험에서 얻은 측면을 통해 일관성 있게 수행되면서 직관이 이 규정들에 종속되어 무릇 이론이라고 불리곤 하는 것이 형성된다면, 경험은 이들의 일면성을 고발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그리고 경험은 그것이 통용시키는 규정들의 완결성으로 인해 이러한 이론을 극히 공허한 보편성이 되도록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강요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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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개념들의 제한성, 규정들의 고착화, 채용된 현상의 한 측면을 보편성으로 격상시키고 그것에 다른 규정들에 대한 지배를 부여하는 것 등이 바로 근래에 더 이상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심지어 철학이라고 자칭하는 것이며, 자유나 순수의지나 인류 등과 같은 더욱 공허한 추상들로 비약하고 더욱 순수한 부정들을 장악함에 따라 형이상학이라고 자칭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자유라든지 평등이라든지 순수국가 등과 같은 본질 없는 추상들과 긍정적으로 표현된 부정들을 가지고 또는 이에 못지않 게 본질을 결여한 강제, 특히 실천이성과 감성적 충동 간의 대립이나 그외에 심리학에 속하는 것에 관한 모든 부언설명과 더불어 심리적 강제 같은 통속적인 경험에서 채용한 규정들을 가지고 자연법은 물론 특히 국법과 형사법에서 학문들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며, 또 이같이 무가치한 개념들을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지고 절대적 이성목적이니 이 성원칙이니 법칙들이라고 학문 전체에 강요하면서 마치 철학적 혁명을 산출해낸 양 믿는 것이다.

경험은 그런 식으로 철학하는 행위가 경험을 지향해야 한다고 정당하게 요구하고, 그런 원칙들의 구조물과 인공물들에 대항하여 자신의 견실함을 정당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경험은 학문적 관점에서건 실천적 삶에서건 그런 식으로 철학하는 행위가 지닌 일관성에 대해서는 비록 막연하게나마 전체에 대한 직관에 기반을 둔 자신의 경험적 비일관성을 선호한다. 

또한 하나의 동일한 직관이 지닌 여러 측면들을 절대적으로 분별하여 그 성질들 가운데 한가지 개별적인 성질을 통해 직관 전체를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험은 예컨대 인륜성과 도덕성과 합법성에 대한 혼동을 선호하고, 또 처벌이라는 더 개별적인 경우에는 복수, 국가의 안위, 개선, 위협의 실행, 위하(威嚇 - 힘으로 협박함), 예방 등의 혼동을 선호한다. 

더 나아가 경험은 이러한 이론과 스스로 철학 및 형이상학이라고 자칭하는 것이 현실에 적용될 수 없으며 필수적인 실천에 모순된다고 정당하게 주장한다. 

이와 같은 이론이나 철학의 무용성은 거기에 그 어떤 절대적인 것도 없고 실재성과 진리도 없다는 것으로 더 잘 표현될 것이다. 

바로 이런 식으로 철학하는 행위에 개념의 내용을 제공하면서도 이 내용이 그에 의해 훼손되고 전도되는 것을 보면서, 경험은 결국 이런 식으로 철학하는 행위는 자신에게 배은망덕하다고 정당하게 비난한다. 

경험은 다른 규정들과 착종되고 결합되면서 내용의 규정을 제공하는데, 그 본성상 하나의 전체이며 유기적이고 생동하는 이 규정이 그렇게 파편화됨으로써 그리고 본질 없는 추상들과 개별성들을 절대성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소멸되기 때문이다.

경험 자체가 순수하고 또 그렇게 유지된다면, 경험은 그와 같은 이론과 철학에 대해 극히 정당하게 자신을 주장할 것이다. 

경험은 그 많은 원칙과 목적• 법칙• 의무• 권리들을 어떤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 하지 않고 그 자신의 직관을 자신에게 더 명료해지도록 만드는 교육을 위해 중요성을 지닌 구별들로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경험이 이론과 다투는 것처럼 보일 경우, 통상 그 하나도 다른 하나와 마찬가지로 반성에 의해 이미 먼저 혼탁해진 지양된 직관이고 전도된 이성이라는 점이 밝혀진다. 

또한 경험이라고 자칭하는 것은 한낱 추상 속에서는 더 취약한 것이며, 더 미약한 자기 활동성 때문에 자신의 제한성들을 스스로 끄집어내어 구별하고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교양 속에 굳어져서 상식으로 현존하기 때문에 경험에서 직접 받아들인 듯이 보이는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는 점도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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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직관의 이미 굳어버린 전도와 이제 비로소 고정되는 추상들 사이에서 그 분쟁의 모습은 필연적으로 이들 자신만큼이나 난잡하다. 

그 각각은 다른 것에 대항하여 때로는 추상을 또 때로는 소위 경험을 사용하지만, 양측 모두에 경험에서 와해되는 경험과 제한성에서 와해되는 제한성이 있다. 

그들은 때로는 철학에 대항하여 원칙과 법칙으로 허세를 부리면서 오성이 그 안으로 응고된 그러한 절대적 진리들에 관해 철학을 자격이 없는 심판관이라고 배제하고 또 때로는 철학을 궤변을 위해 오용하면서 자신의 증인으로 끌어들인다.

경험 속에서 직관이 지배적인 것일 때 경험적인 것과 반성된 것의 혼합에 대하여 경험에 허용되는 이러한 상대적인 권리는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경험의 무의식적 내면과 관련되어 있다. 

반면에 이 내면과 경험의 외면, 양자 사이의 중심인 의식이라는 측면에 준거하면 거기에 경험의 결함과 일면성이 놓여 있다. 

그리고 비록 이런 방식으로는 경험이 개념에 의해 단지 혼탁해질 뿐이지만, 경험이 학적인 것을 향해 밀고 나아가며 개념과 불완전하게 결부되고 단순히 접촉하는 것은 다수성과 유한성이 무한성 내지 보편성 속으로 절대적으로 함몰된다는 필연성에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