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이어 캐리, 완전한 알앤비 싱어로 태어나다

[FANMH]

지금이야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서 자판 몇 번 두들기면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음악차트를 볼 수 있지만, 불과 십일이 년 전인 라디오의 팝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던 시기에는 빌보드 차트 20위권 안에 든 가수와 음악 정도는 알아줘야 ‘팝 음악 좀 듣는다.’며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물론, 차트의 인기순위가 음악을 듣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쉴 새 없이 바뀌는 음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바로 통합이면 통합, 장르별이면 장르별로 음악의 인기순위를 매겨놓은 이 차트라는 놈만큼 유용한 자료도 없다. 그리고 전 세계의 음악차트들 중에서도 가장 세계적으로 알려진 녀석이 바로 빌보드차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 차트에서 팝 음악계의 주된 흐름을 알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보아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그렇다! 바로 알앤비/힙합 차트(싱글, 앨범) 되시겠다.

내가 왜 빌보드차트 이야기를 꺼냈느냐 하면, 사실 요 몇 주 동안 빌보드 알앤비/힙합 차트 순위에 별다른 변동이 없어서 지루해하던 판국이었는데, 이번에 아주 흥미로운 점을 한 가지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창 성공의 단맛을 보고 있는 뮤지션들과 이제 막 데뷔하는 신예들이 한데 어우러져 차트의 상위권을 점령한 가운데, 저 아래 50위권 부분을 훑어보던 중 그녀의 이름이 새삼스레 다시 보였던 것이다. 그녀의 앨범은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만 무려 6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표식과 함께 66주간(자그마치 16달하고도 2주다!) 차트 50위권 안에 머물러 있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기록만 놓고 따진다면, 판매량으로 보나 차트에 진입해 있었던 기간으로 보나 올 상반기 최고의 알앤비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그녀가 누구일까? 바로 높은 음역대를 넘나드는 보컬의 주인공, 머라이어캐리(Mariah Carey)다. 그리고 차트에서 장수하고 있는 그녀의 앨범은 2005년 작인 [The Emancipation Of Mimi]이다.

과연 어떤 요인들이 이 앨범을 그토록 오래 차트에 머물 수 있게 만들었을까? 그 장수의 비결을 어디 한번 캐내 볼까나. 흑인음악과 팝 발라드 사이에서 안전하게 줄타기를 하던 머라이어캐리는 어느 순간 흑인음악을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여러 힙합, 알앤비 아티스트들과 조인트를 구축하고 이름난 프로듀서들을 영입하면서 조금씩 음악적 색깔의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애절한 발라드 트랙과 리메이크 곡을 한두 곡씩 담는, 기존 팬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까지 볼 수 있으니, 상업적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그녀를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애초에 그녀는 음악적 지향점을 뚜렷하게 밝히며 활동한 적도 없었으며, 급변하는 음악 산업의 흐름에 때맞추어 멋지게 성공한 것이 굳이 죄라면 죄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의 열매 곁에는 늘 호사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혹시라도 팝 발라드과 알앤비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그녀를 비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 역시 '장르'의 의미가 점차 모호해지는 현 시점에서 그 점에 대해 논한다는 것이 어쩌면 자신들의 주장을 의심해봐야 할 문제로 돌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변신에 따른 첫 성공의 단맛을 오래 지속하고 싶었던 탓일까. 알앤비와 팝의 만남은 너무나도 지루할 정도로 길었으니, 차츰 팬들은 그녀를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말았다. 만약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 앨범 역시 그랬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머라이어 캐리가 점점 음악이 이상해지더니 [The Emancipation Of Mimi]는 완전히 별로네요.'

혹시 폭발적인 가창력을 내세운 그녀만의 애절한 발라드의 추억을 지금까지 간직하며 바라고 있다면, 과감하게 그 미련을 버리기 바란다. 위의 경우처럼 그녀의 앨범이 별로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때로는 침묵이 남과 나를 이롭게 한다.' 정도? 분명 [The Emancipation Of Mimi]는 기존의 소수 팬들에게 외면당했을지언정 힙합과 알앤비 청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환영받았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더군다나 실로 오랜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었기에 그녀의 또 다른 변신은 결과적으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 무엇이 변신일까? 이 앨범을 통해서 가장 놀라웠던 두 가지 사실은 '리메이크 곡은 없다.'와 '팝 발라드는 없다.'였다. 그것은 이전의 고정된 머라이어 캐리만의 이미지에서 탈피를 뜻하는 것이었다. 완전한 알앤비 앨범이라 말할 수 있는 결과물로 당당하게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즉, 또 다른 변신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요소를 담고 있는 셈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 정도 예상은 앨범 제목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그 나름대로 추측은 할 수 있으리라. (예외는 물론 있는 법이지만.)

현 메인스트림계를 이끌고 있는 음악 형식 중 하나, 바로 크렁크앤비(Crunk & B)에 편승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It's Like That'으로 시작하는 본 앨범으로 들어가 보자. 첫 곡부터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와 머라이어 캐리에 대한 감탄 내지는 상업적 수완에 따른 찬반양론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트랙이었다.

두 번째 트랙 'We Belong Together'에서는 이미 저메인 듀프리식 알앤비에 한번쯤은 매료된 적이 있는 이들에게 오랜만의 향수에 젖어 들게 만들 수도 있겠다. 'Shake It Off'와 함께 저메인 듀프리의 오프닝 단독 플레이를 마치고, 럭셔리한 관악기 사운드와 그녀의 장기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Mine Again', 스눕독(Snoop Dogg), 넬리(Nell) 등 유명 래퍼들이 각각 참여한 'Say Something'과 'To The Floor', 저 유명한 올드소울 그룹 스타일리스틱스(The Stylistics)의 'Betcha By Golly Wow'의 한 조각을 건반으로 재구성한 칸예웨스트(Kanye West) 프로듀싱 곡 'Stay The Night' 등의 곡들 또한 주목할 만하다. 트위스타(Twista)의 속사포 같은 래핑으로 'One And Only'를 멋지게 장식하는가 하면, 뉴질랜드 알앤비 듀오 아디wm(Adeaze)의 'A Life With You'의 멜로디 라인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는 'Your Girl' 역시 신선한 충격으로 내게 다가온 곡이었다. 이후, 가볍고 섬세한 느낌의 'Joy Ride'가 흐르고 나면 앨범의 타이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Fly Like A Bird'로 앨범을 마무리하게 된다.

경이로운 가창력을 지닌 여가수, 혹은 영원한 팝의 디바에서 살이 너무 많이 쪘다느니 이제 머라이어 캐리도 한물갔다느니 등등 한동안 그녀를 향한 수많은 칭찬과 비난들이 난무했다. 어찌 보면 그것은 그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된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그만큼 대형 스타로서 입지를 갖추고 있었으며, 그 끼와 재능도 다분하지 않았는가?! 앨범에 관한 어떠한 것이 그녀의 본심이며, 상업적 전략인지에 관한 것들을 그저 막연한 추측을 통해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건 좋다. 어차피 상상은 자유니까. 그러나 흑과 백이 있는가 하면 회색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그 회색의 존재를 지나치게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지나치게 그녀를 향한 옹호론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그녀의 이 앨범을 통해서 그녀 또는 소속사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거나 그 진심을 단편적으로나마 감지하고 이해하고 있는 것, 둘 중 하나일 텐데 말이다. 여하튼  그녀에 관한 사소한 논쟁거리에 시간을 소모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음악에 매진해보자. 그것이 진정 미미를 해방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직도 마지막 트랙 'Fly Like A Bird'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그녀를 해방해주는 대신 내가 그녀에게 구속당해버린 건 아닐까? 그건 오늘밤 꿈속에서나 그녀에게 물어봐야겠다.

멜론에서 퍼왔어요~ 중복인가요??

[라라라-☆]

저는 처음보는것 같은데 ...중복이면 어때요 ㅋㄷ

[어느멋진날]

정말 어마어마했던...

[스치듯안녕]

최고의 컴백이었죠

[joli chiot]

중복은 맞는거 같아요.~ㅎ 예전에 리드머닷넷의 필자가 쓴 리뷰인데 중간 중간 덧붙인감이 있네요.ㅎ~암튼 최고.ㅎㅎㅎㅎㅎㅎㅎㅎ

[Butterfly★]

2006년 상반기에도 상당히 많이 팔렸나보네요~ 대단해용 ㅋ 2005년 최고판매앨범까지만 찍고 내려오는 줄 알았는데 2006년 상반기 최고판매 알엔비 앨범이 되다니 ㅋㅋ;;

[Котик]

마지막에 "내가 그녀에게 구속당해버린 건 아닐까?" 딱 맞는 말인듯 하네요

[따개비]

훈훈한 기사네요 ㅋ ㅋ /

[CHY Entertainment.Co.Ltd]

캐리는 첨부터 알앤비에 기본을 두고 있었는데...

[어느멋진날]

이런게 진정한 기사지...

[mariah lover]

경이로운 가창력, 다시 골백번을 생각해도 맞는 말이지 누구나가 다 인정하는 ㅋㅋㅋ

[pink lady]

인종도 흑인에 가까우니까요.. 그냥 백인이라면 이런 톤이 되기는 힘들었을거에요.. 참 보기드문 보이스죠 ^^

[Mlover]

컴백의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