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뒤 보존 처리된 금박 유물의 세부 문양. 어창선 제공
....
2017년 초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유물을 정리하는 대상에 두 개의 작은 금박도 포함됐다. 워낙 작기도 했거니와 심하게 구겨진 채 발굴됐기 때문에 원래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보존 처리를 위해 세부 상태를 촬영했다. 그 순간 구겨진 금박 표면에 문양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원체 작은 조각이라 현미경으로 보면서 작업했다. 겉에 묻은 진흙을 제거하자 숨 막힐 듯 미세한 선들이 현미경 렌즈 속에 가득했다.
“우와…. 이게 가능해?” “이걸 도대체 어떻게 새긴 거야?”
보존 처리 연구원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다른 한 개의 금박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같은 방식으로 새겨진 미세한 선들이 이 금박에도 있었다. 두 개가 같은 개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즉시 두 금박 유물에 대한 보존 처리와 복원을 동시에 진행했다. 보존 처리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두께가 매우 얇고 심하게 구겨진 상태로 출토됐기에 접힌 부분을 펼칠 때 조각이 부러지거나 분실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보존 처리가 끝나 두 개의 금박을 하나로 맞춰봤을 때 조사단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m가 넘게 떨어진 곳에서, 각기 다른 날 발굴된 두 개의 작은 금박이 기적처럼 하나로 합쳐져 온전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길이 3.6㎝, 높이 1.17㎝의 동전보다 작은 금박의 표면에는 맨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미세한 선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 선들을 하나하나 새겨나간 통일신라 장인의 손기술은 더욱 경이로웠다.
....
금박에 새겨진 선의 굵기는 0.05mm 이하로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약 0.08mm) 보다 더 얇다. 어창선 제공
....
화조도를 새긴 금박은 무게가 0.3g 남짓이었다. 고도의 정련 기술을 바탕으로 순도 99.99%의 순금을 0.04㎜ 두께로 얇게 펴서 제작된 것이었다.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0.05㎜ 이하 굵기의 선으로 새겼으며, 선의 간격도 0.1㎜가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1㎝크기도 안 되는 두 마리의 새는 멧비둘기의 암수를 구분할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됐다. 통일신라인들은 이렇게 뛰어난 세공 기술을 불과 3㎝ 남짓한 금박 위에 펼쳐 통일신라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줬다.
이렇게 정교한 세공 기술을 현대 기술로 재현할 수 있을까. 김용운 국가무형문화재 조각장 등 금속공예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1300년 전 통일신라의 장인이 새겼던 기술을 현대 장인들은 재현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당시에 이 미세한 문양을 새기려면 문양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돋보기와 같은 물건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금속공예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에 돋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어떻게 초미세 문양을 새겼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다만 통일신라시대 사리함과 비단벌레 장식 마구류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경험이 있는 금속공예 전문가 최광웅 옹의 조언을 받아 제작방식을 대략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순금을 0.04㎜ 두께의 금박을 만들어 몇 가지 실험을 했는데, 얇은 철필로 눌러 그었을 때 0.05㎜에 가까운 선을 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꽃과 새를 표현하는 것까지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통일신라 장인의 수준 높은 금속공예 기술을 다시 한번 짐작할 수 있었다.
금박유물을 세상에 알리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가장 큰 이유는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문양을 이토록 정성스럽게 새긴 유물의 사용처였다. 지금까지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유사 사례를 조사한 조사단이나 전국의 금속공예 전문가에게 자문해도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추측해 본다면 어떤 기물에 장식적으로 붙인 마구리거나 맨눈으로는 문양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인간이 아닌 신을 위한 작품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오랜 시간 걸려 연구하고 공개됐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많다. 이 유물의 정확한 사용처와 구체적인 제작방식을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통일신라 장인의 세밀한 금속 기술을 복원할 날을 기대해도 좋다.
첫댓글 역시 황금의 나라 통일신라 전래 멋지내!
와 실제로 보고싶긔ㅠㅠ
현대에서는 못 만드는데 예전에는 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요 진짜 너무 신기하냄
22222222
와 이런거 진짜 신기하긔
경주가서 제일 아쉽던게 건물이나 유적지가 조선시대 모습으로 재현되어있던거였긔. 사실 모르는거자나요…..저런거 만들던 사람들이 뭘로 꾸며놓았을지 ㅠㅠ
와 넘 신기하긔......
진짜 타임머신이 있으면 신라시대 가보고 싶긔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