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부터 12일까지 나라奈良ㆍ교토京都ㆍ오사카大阪에 다녀왔습니다. 몇 가지 주제로 답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서너 번에 걸쳐서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무궁화입니다.
교토에 가면 정지용 시인과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동지사同志社 대학이 있습니다. 이곳에 두 분의 시비詩碑가 있다고 해서 일행들과 들렀습니다.
▲ 정지용 시인 시비詩碑
▲ 윤동주 시인 시비詩碑
그런데 윤동주 시인의 시비에서 태극기 오른쪽으로 무궁화가 심어져 있습니다. 흰색 무궁화입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라고 어려서부터 배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무궁화가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주장을 하는 책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 무궁화가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라는 강효백 교수의 책
먼저 무궁화에 대한 우리나라 설명 자료를 보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문화체육관광부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펴낸 자료에 무궁화에 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무궁화는 고려시대에는 전 국민으로부터 열광적 사랑을 받았으며, 문학적ㆍ의학적으로 진중한 대우를 받았다. 일본의 벚꽃, 영국의 장미와 같이 국화로 되어 있다가 조선조에 들어와……………."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려조시대에는 온 국민으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문학상, 의학상에 진중珍重한 대우를 받았는데, 영국의 장미처럼 국화로 되어 있다가 조선조에 들어서서 이화(李花, 배꽃)가 왕실화로 되면서 무궁화는 점차로 세력을 잃고 조선 민족으로부터 차차 소원해진 것이다."
- 문화체육관광부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문화원형백과 국가문화상징 무궁화)
그래서 저자인 강효백 교수는 고려역사의 양대 권위서인 『고려사高麗史』,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서 무궁화(槿, 木槿, 槿花)를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단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무궁화가 고려시대에는 전 국민으로부터 열광적 사랑을 받았다는데...
그럼 『조선왕조실록』에는 어떨까?
『조선왕조실록』에는 딱 한 번 나온다. 그러나 그마저도 행운이 아니라 '조근朝槿', 즉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단명短命의 상징으로 나온다(연산군일기 60권, 연산11년 1505년 10월 18일 5번째 기사)
그러자 강효백 교수는 일본의 옛 문헌들에서 무궁화를 찾아보았다.
무궁화는 일본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시가집 『만엽집萬葉集』(751년 이전 출간)에서부터 나온다. 『화명유취초和名類聚秒』(938년), 『유취명의초類聚名義抄』(1100년), 『하학집下學集』(1444년), 『절용집節用集』(1474년), 『선전초仙伝抄』(1536년), 『고금다도전서古今茶道全書』(1693년), 『화단강목花壇綱目』(1681년), 『농업전서農業全書』(1697년), 『대일본사大日本史』(1715년) 등등 무궁화는 일본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백과사전, 국어사전, 옥편, 다도서적, 꽃꽂이 서적, 원예 서적, 농업 서적, 일본 통사에 빠짐없이 나온다.
『삼국사기』ㆍ『삼국유사』ㆍ『제왕운기』ㆍ『고려사』ㆍ『고려사절요』를 비롯 조선시대 이전 우리나라 옛문헌에는 단 한 자도 나오지 않는 무궁화가 일본의 거의 모든 분야 최고最古의 대표 문헌 도처에 나오고 있다.
▲ 한ㆍ중ㆍ일 무궁화 자생지와 생육가능지 비교.
그런데 무궁화는 황해도 이북 북한 땅에서는 자생은 물론 재배도 불가능하단다. 반면 일본은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재배가 가능하며 혼슈의 와카야마和歌山현과 야마구치山口현에 야생 군락지가 있단다. ⓒ 『두 얼굴의 무궁화』
우리나라에 무궁화를 그린 옛 그림은 있을까? 저자가 천신만고 끝에 단 한 장의 무궁화 그림(?)을 찾았다. 무궁화(?) 그림 단 한 장이 오만 군데 온ㆍ오프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오만 군데 중 단 두 군데만 소개하면 이렇다.
"근세 조선시대까지 남겨진 그림 중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무궁화 그림은 조선말기 도화서 화원 유숙(劉淑, 1827~1873년)이 민화풍으로 그린 작품 '장원홍壯元紅'이다."
- 서효원, "서효원의 시시콜콜 과학사 - 무궁화 이야기" <조선일보> 2017.7.29.
"무궁화를 그린 그림으로 드물게 유숙(劉淑, 1827-1873년)의 <장원홍(壯元紅)>이란 화제가 붙은 민화풍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괴석 옆에 뻗어난 나뭇가지에 네 송이의 꽃이 달리고 가지에는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화제를 <장원홍>이라 한 것은 과거의 장원에 하사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등과登科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 지식백과] 무궁화와 회화(『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2004. 3.1. 이상희)
▲ 국내 무궁화 관련 텍스트들이 조선 후기까지의 회화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남겨진 무궁화 그림이라고 게재해 놓은 유숙(1827~1873)의 작품 '장원홍壯元紅' ⓒ 『두 얼굴의 무궁화』
이 그림을 5초만 살펴보라. 진짜 무궁화인가? 어째 좀 이상하지 않은가?
'장원홍', 이는 중국의 국화國花격인 모란의 한 품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의 고향 산동성 하택菏澤의 특산 모란이자 모란의 장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모란이다.
'장원홍은 무궁화가 아니라 모란이다'
또한 일본 대장성 인쇄국은 1932년 6월 1일 '천양무궁(天壤無窮, 천황영토의 무궁 확장)을 상징하는 꽃, 즉 천양무궁의 약칭 '무궁화無窮花'를 조선은행권 10원권의 도안으로 넣어 발행했다. 똑같은 도안으로 1935년 6월 1일 5원권을 발행하였다.
▲ 1932년 6월 1일 발행한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서 발행한 10원권 앞면에는 拾圓 문자를 기준으로 중앙에 무궁화가 도안되어 있다. ⓒ 『두 얼굴의 무궁화』
▲ 1938년 12월 1일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서 발행한 100원 앞면에는 百圓 문자 옆에 무궁화가 더욱 선명하게 도안되어 있다. ⓒ 『두 얼굴의 무궁화』
일본에 있는 무궁화 사진을 몇 장 소개한다
▲ 일본 주요 재래종 무궁화 품종(8세기~ 현재) ⓒ 『두 얼굴의 무궁화』
▲ 일본 최고 최대 이세신궁伊勢神宮 경내에 만발한 각종 무궁화 ⓒ 『두 얼굴의 무궁화』
▲ 메이지신궁 외원의 히노마루(日の︎丸) 무궁화 ⓒ 『두 얼굴의 무궁화』
▲ 메이지신궁 외원의 히노마루(日の︎丸) 와 소우탄(宗旦) 무궁화 ⓒ 『두 얼굴의 무궁화』
▲ 야마구치(山口)현 하기시(萩市) 가와카미촌의 <야생 무궁화 군락> 천연기념물 1928년 1월 지정 ⓒ 『두 얼굴의 무궁화』
저자인 강효백 교수는 아래 38개의 '~더라면' 중 단 한 개만 정말 '그렇더라면', 난 이 무모하기 짝이 없고 고립과 비난을 자초하는 이런 책을 절대 쓰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머릿말에 쓰고 있다.
1. 우리 옛시조 3355수 중 단 한 수라도 무궁화를 노래했더라면,
2. 1910년 이전 일본 전통시 하이쿠(俳句: 5ㆍ7ㆍ5의 17음절로 구성되는 일본 고유의 짧은 시) 중 무궁화를 노래한 하이쿠가 380여 수나 되지 않았더라면,
3. ‘무궁화’가 글자 수 약 337만자의 『고려사』에 단 한 글자만 나왔더라면,
4. 약 4965만자의 『조선왕조실록』에 단명(短命) 아닌 행운의 상징으로 단 한글자라도 나왔더라면,
5. 화훼식물이 등장하는 조선 시대 그림 154점 가운데 무궁화 그림을 단 한 점이라도 볼 수 있었더라면,
6. 구한말 이전 옛 민요 2585 곡 중에 무궁화를 노래한 민요를 단 한 소절이라도 들을 수 있었더라면,
7. 구한말 이전 건축 공예 의상 도자기 생활용품 벽화문양 등 문화재와 유물에 무궁화가 단 한 점이라도 있었더라면,
8. '무쿠게(む︎く︎げ︎, ム︎ク︎ゲ︎)'를 세계 대다수 언어는 '팽창' 또는 '부종(종창)’으로 번역하는데 우리나라만 '무궁화'로 오역하지 않았더라면,
9. 구한말 윤치호가 '무궁화'를 쓰기 전 '근(槿)', '목근(木槿)', '근화(槿花)'말고 한글로나 한자로나 '무궁화(無窮花)'로 쓴 문헌이 단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10. 무궁화가 일본 최고(最古)의 백과사전, 국어사전, 옥편, 다도서적, 꽃꽂이 서적, 원예 서적, 농업 서적, 일본 통사 등에 빠짐없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11. 일본처럼 야생무궁화 군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무궁화나무가 단 한 그루라도 있었더라면,
12. 무궁화 재배 가능지가 황해도 이남이 아니고 북한과 만주까지였더라면,
13. 무궁화가 우리나라 원산종으로 한민족을 상징할 수 있고 국토 전 역에 분포하고 있었더라면,
14. 정말 옛날 한반도에는 무궁화가 널리 분포했으나 한반도 지각변동이 일어나 공룡처럼 멸종했더라면,
15. 『환단고기』, 『규원사화』 등에 출현하는 환화, 훈화, 근수, 천지화 등이 진짜 무궁화였더라면,
16. 『산해경』이 괴기소설이 아닌 지리서이고, 『산해경』에 나오는 '군자국'이 한국이고, '훈화초'가 무궁화이고, 『산해경』 제18권 「해내경」에 '조선'이 별도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17. 국내 무궁화 관련 텍스트가 정사(正史)에 무궁화가 단 한 자도 없는 사실은 은폐하는 대신에 주변의 유설류와 일본과 중국의 무궁화. 관련 기록을 견강부회 · 표절 · 오역ㆍ변조 · 가필하지 않았더라면,
18. 우리나라가 도입 복제한 일본 무궁화 품종명 대부분이 일본의 국기, 군기, 신사의 부적, 마쓰리용 꽃삿갓 이름이 아니었다면,
19. 일제 강점기 조선은행권 10종 지폐(1932~1945년)속 무궁화 문양이 없었더라면,
20. 일제 강점기 일제가 정말 한반도의 무궁화를 뿌리채 뽑고 불살라버리는 등 탄압했더라면,
21. 남궁억 선생이 무궁화를 보급하려다 구속된 게 사실이었다면,
22. 무궁화가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신화, 역사, 문학과 예술에 중요한 지위와 역할을 차지하는 꽃이었더라면,
23. 무궁화를 꽃집에서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었더라면,
24. 무궁화가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고 국민 일상생활에 쉽게 접할 수있는 꽃이었더라면,
25. 무궁화가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 지정이 아닌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선정한 나라꽃이었더라면,
26. 무궁화 나무들이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의 산과 들에 무성하지 않고 야마구치현의 야생무궁화 군락을 국가천연기념물 제18호(1928년)로 지정하지 않았더라면,
27. 야스쿠니신사와 신주쿠 공원 등 일본의 대다수 신사와 공원에 무궁화 꽃이 피지 않았더라면,
28. 초대 이토히로부미부터 현직 아베 신조까지 9명의 제국주의 팽창주의 총리가 무궁화 자생지 야마구치 출신이 아니었더라면,
29. 일본 우익 총본산 '일본회의(日本會議) 뱃지의 핵심 문양이 무궁화가 아니었더라면,
30. 한국 대표 무궁화 '신태양'이 일본 대표 무궁화 '히노마루(일장기)'를, '눈보라'가 '시노미래'를, '배달'이 아베 고향 특산종 '나가토'를, '옥토끼'가 후쿠오카 특산종 '다마우사기(옥토)'를 복제하지 않았더라면,
31. 국내 무궁화 115개 품종중 육성 경위와 육종 근거가 명확하게 표기된 재래종(?)이 단 한 종이라도 있더라면,
32. 관계 당국이 이름을 모르는 외래종과 재래종(?)을 교배한 품종을 국내종 무궁화라고 발표하지 않았더라면,
33. 무궁화가 우리나라 거의 모든 국가상징을 독점 지배하는 꽃이 아니고 비공식 나라꽃이기만 했더라면,
34. 나라꽃은 일단 한 번 정해지면 절대 바꿀 수 없는 꽃이고 나라꽃을 바꾼 나라가 덴마크 호주 이스라엘 등 8개국이나 되지 않았더라면,
35. 원산지, 학명, 영어 이름 모두 'KOREA'인 개나리를 비롯 아름다운 3500여 종 한반도 자생종 꽃이 없더라면,
36.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 '무궁화=일장기'(木槿=日の︎丸) 사진34,500장, 동영상 203편과 '무궁화=욱일기'(木槿=旭日旗) 사진 592,000장, 동영상 428편이 없더라면,
37. 야후재팬에 '무궁화=일본꽃'(木槿=日本花) 사진 254,000장, 동영상 26,500편과 '무궁화=일본혼'(목근=日本魂) 사진 301,000장, 동영상 4,030편이 없더라면,
38.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신흥강국 주권독립국가가 아니고 일본의 식민지 또는 위성국이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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