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등 저지대 지하철역, 출입구 높이고 차수판 설치… 배수구·펌프시설도 늘려
27일 출근길에 물폭탄이 쏟아져 강남역 주변은 성인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반면 지하철 구내는 비 피해가 거의 없었다.이날 지하철로 출근한 이국현(30)씨는 "강남역 주변 도로가 물바다여서 놀랐는데 지하철 역 안은 멀쩡하고 지하철도 정상 운행해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강남역 지하상가 상인 김진호(38)씨도 "비가 쏟아져 걱정했는데 침수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 ▲ 지붕 위에 얹힌 승용차… 우면산 산사태는 자동차를 간단히 움직일 정도로 강력했다. 고지대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떠밀려온 흰색 승용차가 주택 지붕 위에 얹혀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서울시설공단 강남관리소 백승갑 소장은 "강남역은 도로를 타고 물이 조금 내려왔고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앞 배수로에 물이 조금 넘치기는 했지만 침수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지상(地上)이 물난리가 난 것과 비교해 지하 공간이 차분했던 것에 대해 "집중호우에 대비해 방재시설을 강화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는 작년 강남역 등 저지대에 있는 13개 지하철역의 각 출입구 턱을 25㎝씩 높였고, 2단으로 된 70㎝ 높이의 차수판(遮水版)을 모든 역에 설치했다.
차수판은 2단계 경보(시간당 강수량 30∼50㎜)가 발령되면 곧바로 입구에 옮겨지고, 3단계 경보(시간당 강수량 50㎜ 이상)가 내려지면 곧바로 설치된다. 저지대에 있는 지하철역은 이런 조치로 출입구 높이가 약 1m씩 높아진 셈이다. 배수구도 늘리고 펌프 시설도 늘렸다. 폭우 시 도로에 넘치는 물이 환기구를 통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기구 주변에 1m 높이의 플라스틱판도 설치했다.
특히 강남역은 전날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을 보고, 사전에 배수 펌프를 통해 물을 빼놓았다. 의심스러운 상가 천장은 미리 뜯어내 방수 처리를 한 것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강남·대치·사당역 등 역사 55개는 침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3단계 경보가 내려지기 전에 미리 차수판을 설치해 폭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