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시도 관련, 노조대표자 기자회견》
1. 일시 : 2022년 7월 29일(금) 10시~
2. 장소 :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3. 참석자 :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위원장 외 유통서비스산업 노조 대표자
4. 기자회견 내용 :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시도 관련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께!
어렵게 쟁취한 마트 노동자의 휴일을 빼앗아 가지 마십시오!
우리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소속된 유통사업장 노조 대표자로 백화점, 마트, 그 외 다양한 판매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7월 20일,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국민제안 TOP10’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라는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우리는 유통업계 노동자를 대표해서 이 투표에 항의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신설되기 전, 마트 노동자들의 삶을 기억합니다.
물건을 끊임없이 진열하고 판매해야 하는 마트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휴식시간이 따로 없었습니다.
매장 이미지를 훼손 한다는 회사 측의 억지로 매장 안에서는 적절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습니다.
수많은 유통업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과 하지 정맥류에 시달렸습니다.
상당수가 여성인 유통업 노동자들은 자궁질환, 방광염에도 시달렸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휴일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남들 쉴 때 일하는 것이, 서비스노동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에게는 주말도 없고 명절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마트에서는 “우리 가족 손 잡고 함께 가요, 이마트, 해피해피 이마트”라고 명랑 쾌활한 로고송이 흘러 나오지만, 정작 그 노래를 가장 많이 듣는 우리는 휴일에 가족의 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7월 21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했던 기자회견을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자회견에 나온 마트노동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어 생긴 한 달에 단 "두 번"의 휴무를 ‘작고 소박한 행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제야 ‘사람답게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작은 행복을 다시 빼앗아 간다는 게 마트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 하실 수 있으신가요?
마트노동자의 정기 휴일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닙니다. 마트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마트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국민들이 힘을 합쳐 주셨습니다.
그토록 힘겹게 얻어낸 것이 한 달에 단 두 번의 휴일입니다.
"대형마트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휴식권이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의 증거"가 "유통산업발전법"에 담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은 대선후보 때부터 ‘마트 갈 자유’를 언급하셨지요.
소비자의 구매 선택권, 소비자의 편의성, 저희도 아주 잘 아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소비자 역시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이 빠져 있습니다.
대부분 국민들은 주말에 쉽니다.
마트노동자의 아이들, 부모님, 친구들도 주말에 쉽니다. 마트 노동자도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을 꾸려나갈 권리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은 주120시간 노동에 대해 언급하며 장시간 노동을 더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밝히신 바도 있습니다.
2012년 이전, 손님이 없을 때도 24시간 불을 밝히며 돌아가던 대형마트를 기억하는 저희는, 24시간 영업이라는 끔찍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도 염려가 됩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마트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빼앗아가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윤이 더 중요하다고 다시 천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대체 어떤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까?
유통노동자들은 과로사 판정 기준에 근접한 장시간 노동에 오래 시달려 왔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이 장시간 노동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백화점·마트·면세점과 같은 유통기업 일반에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해도 된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국민제안’ 투표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그 국민 안에 유통노동자의 자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노동자로서, 또한 국민으로서 윤석열 대통령님께 요청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나라는 쉬지 못하는 노동자의 삶 위에 재벌들이 이윤을 쌓는 나라가 아닙니다.
노동자도 함께 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휴일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나라입니다.
경조사를 챙기고, 여행을 가고, 다음날 다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우리가 어렵게 쟁취한 휴식권을 빼앗아 가려 하지 마십시오!!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없습니다!!!
2022년 7월 29일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대표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