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시험(평가)은 무엇이며 왜 치르는가? 쉽게 비유하면 산에 오르는 사람이 산꼭대기에 오르기 앞서 한 번씩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산 길잡이를 오래 한 어떤 이가 참으로 산 오르기를 즐기고 참맛을 알려면 때마다 뒤를 돌아보란 얘기를 들려 주었다. 바로 이런 뜻에서 시험은 이제까지 배운 것을 점검하고, 그동안 목표에 어느만큼 왔는가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무엇이며 왜 치르는지 실제 상황을 놓고 생각해 보자.
먼저 ‘출제’는 어떠한가? 언어, 수리, 외국어 등의 영역에서 개념·원리를 반영하거나 소재를 활용하는 등으로 교육방송 교재와 강의 방송에서 출제한다. 실제 반영률이 86.7%(언어 영역 경우)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과목에서 80%를 웃돈다. 그래서 학생들은 EBS와 내가 하나가 될 정도로 EBS 수능 교재를 달달 외운다. 한 마디로 “‘듄아일체’ 할 때까지 무한반복” 하거나 “무조건 ‘닥듄공’ ”한다. ‘듄아일체’의 ‘듄’은 한글로 친 EBS이니 ‘닥듄공’은 닥치고 EBS를 공부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다음으로 ‘수험 진행’은 어떠한가? 몇 해 전 어느 지역에서 휴대전화 부정행위 사건이 있었는데, 일부 수험생이 답안을 제공받는 대가로 과목당 4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적극 개입한 사실도 확인됐는데, 이미 2002년부터 그 지역 학생들이 대물림 수법으로 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현재의 ‘수능’ 시험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교 시험’은 올바른 대학수학능력, 곧 ‘생각하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힘(사고,이해,표현 능력)’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 배운 내용을 생활 속에 활용하는 정도, 이를 테면 ‘지식’이 학생들 몸에 어느 정도 배도록 이끄는 게 아니라 특정 교재(교과서) 내용을 얼마나 암기하는가를 묻고 있지 않는가? 과연 이렇게 해서 학생들이 노력한 과정을 제대로 담고 알아 낼 수 있을까?
더욱이 이른바 선다형 객관식 문제로 치른다. 물론 기본적 지식에 관한 문항은 객관식이나 완성형 정도로 물을 수도 있고 이해력을 재기 위해서 이런 방식이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습 과정에서 ‘형성평가’로 필요한 수준에 그쳐야 함에도 ‘문제은행’이든, ‘감금출제’를 했든 대부분 정해진 답을 다섯 중에서 고른다. 본디 ‘선다형’은 더 높은 사고력(적용력, 분석력, 종합력 및 평가력)을 재기도 어렵거니와 ‘부정행위’의 부담도 상존하지 않는가?
현재 ‘수능’은 국가가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12년 동안의 개인 학습 결과를 한 순간에 치르고 학생을 등급화(서열화)할 뿐이다. 그래서 수능시험 점수 차이로 ‘눈치’에 따라 대부분 일생의 전공 학과가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고등학교에서 체계를 갖추어 ‘진로상담지도’를 하기보다 단순히 ‘진학 업무’에 그치도록 하는 근본 이유가 된다.
그동안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는 방식은 무척 다양하게 바뀌긴 했다. 대학별로 수시 모집을 하기도 하고, ‘수능’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흔히 말하는 내신)로만 학생들이 진학할 수도 있다. 또 수능 반영 비율이 대폭 낮아지고, 최소 자격 기준 적용이나 영역별 점수 반영을 하기 때문에 (가)-(다) 군별로 선택의 폭이 예전보다 무척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수능’을 자격 기준으로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표현’(말하기나 쓰기) 능력은 잴 수 없고, ‘이해’(듣기나 읽기) 능력 측정에 그치며 ‘획일적’인 잣대로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국가 주도의 허울뿐인 ‘수능’은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 참다운 대학수학능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바탕에서 ‘학교력’이 아닌 ‘능력’을 살릴 수 있기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올바른 대학수학능력과 무관한 ‘요식 행위’로 ‘대국민사기극’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졸업자격고사와 수행평가로 인재를 제대로 기르자는 것이다.
도대체 학생이 토의나 토론 수업을 거의 하지 못한 상태로 12년을 배운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나 1회용 ‘수능’에 의존한 채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현재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무엇이 담기고 있는가? 교사들의 ‘점수 부풀리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평준화 체제에서 학교별 고교 등급제는 무슨 뜻이 있으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산출된 고교 성적을 대학입학시험에 반영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나마 ‘수업’을 살리려 노력한 현장 교사들의 땀이 배어든 수행 평가를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부담스럽게 느끼는 원인은 무엇인가? 실제로 교사들은 중간, 기말 고사마다 수행 평가, 비교과 활동에 이르까지 권한은 없이 의무와 책임만 떠안은 채 주어진 교과서를 갖고 진도 나가랴 수행 평가 전표 만드랴, 보고용 공문 처리하랴 학생 활동을 통제하랴 바쁘기만 할 뿐이다. 이제껏 ‘절대평가체제’로 해 온 학교생활기록부의 성적이 부풀려지고 교사들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실제적으로 ‘대학수시(정시)모집’에서 이른바 ‘고교내신(석차순)’을 반영하는 상대 평가가 적용되는 모순 탓이 아닌가?
진정 학생 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학생이 학점제에 따라 학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도 영역별로 하거나 몇 개 필수 교과에 한정하여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전 과목을 다 평가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고등 학교에서 치르는 평가(시험)는 적어도 논술이나 구술 형태의 시험을 1년 중 2번 치르게 하여 평소 올바른 대학수학능력을 기르는 게 바람직하다. 더 구체적으로는 학기 중 2회 정도의 예비 발표(모의 시험)를 누구나 하도록 하고 그 중 나은 것을 최종 발표하는 것도 좋겠다. 사실 각 과목 중에 예, 체능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필’에 초점을 두지 말고 ‘실기(수행) 평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것을 응응하여 고교졸업자격고사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 교육을 바탕에서부터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란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수-우-미-양-가의 5등급이나 9등급 수능 결과를 도입하기보다 합격과 불합격 정도를 재는 통과 체제(Pass/Fail)로 ‘자격능력’을 길러 주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우수 학생의 경우는 학생과 교사가 개별로 약속한 성과를 반영하는 평가 체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런 바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나 학생의 수행평가 결과물 등을 제시한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대학이 파악하고, 이를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체제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는 경우에 따라 세계 선진국에서 보듯이 일부 학생들에게만 적용하는 논술이나 구술을 치를 수도 있다. 일부 단체에서 밝힌 “어려운 논술문제 출제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만든다”는 것은 ‘논술(생각글쓰기)’을 일상에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 부작용이고 규모가 큰 대학 단위(인문사회, 자연계 정도의 구분)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이다.
먼저 문장의 이해력(읽기)이나 표현력(쓰기)의 능력을 알기 위해서는 주관식이라고 알려진 서술형이나 논문형의 시험을 제대로 치러야 한다. 교재에서 다루지 않은 자료를 사용해서 읽기나 쓰기의 과정에 대한 이해나 적용의 능력을 바르게 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인재를 기르려면 현재의 수능 객관식 답안지보다 고등학교 졸업자격 논술의 답안지가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글로 쓸 수 있는 능력보다 더 쉽고, 실용적인 능력인 표현력은 21세기 창의 인성을 기르는 핵심 능력이다. 말하기(구술/회화) 능력을 기르도록 표현력 구술(면접) 고사를 대학에 진학하려는 이는 누구나 거쳐야 한다고 본다. 1)‘
다음으로 자기소개서’ 수준에 그치지 말고 학생들이 중, 고등학교 시절 노력한 ‘수행평가’ 결과물도 대학입시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정한 학습 목표를 선생님이나 동료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정해진 날까지 최선을 다해 다양한 형태로 ‘학습 목표’를 소화하기에 힘쓰고 그 결과를 논문이나 강의 형태로 발표하며 그것을 소책자나 녹음 자료 등으로 만들어 대학에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술 면접 시험을 치르는 것, 이런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1) 몇 해 전 어느 대학 면접 시험(교수 3-5명이 수험생 한 명을 상대로 20분-30여분간 전공에 대한 기본 소양 등 다양한 자질을 평가함)에 나온 다음 몇 가지 문제 ① 문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국문과) ② 도시공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지리과) ③ 쥐가 체중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 이유는?(자연대) ④밀폐된 방에 냉장고를 켜놓고 냉장고문을 열어놓으면 방안의 온도는 어떻게 되는가?(공대 전기공학부) ⑤ 일부 변호사의 싹쓸이 수임 사건이 물의를 빚는 현실에서 바람직한 법조인상은?(법대)에서 보듯이 구술시험은 그만큼 실제적이다. 그래서 학생 스스로 ‘단순 지식’이 아닌 ‘학문 활용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뜻을 일깨우게 한다.
[참고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102128485&code=940401
김두루한: 경일고등학교 교사
010-3705-6579, duruhan@hanmail.net)
참배움누리예-참배움학교연구회 cafe.daum.net/zayool
첫댓글 선생님 같은 분이 교육감이나 교육부 장관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제안에도 아무 반응이 없는 이 땅의 선생님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