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의 정복자 힐러리卿은 누구인가
입력 2008. 1. 11. 15:53수정 2008. 1. 11. 15:53
댓글 0
번역 설정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88세의 나이로 11일 영면한 에드먼드 힐러리경은 지난 1953년 세계 최초로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뉴질랜드의 등반가이자 탐험가다.
그는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뉴질랜드에서 양봉을 하던 33세의 청년 에드먼드는 1953년 5월29일 네팔의 셰르파족(族)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 후일 '힐러리 스텝'이라 이름 붙여진 12m 높이의 수직빙벽을 돌파,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영연방 소속의 한 젊은이가 해발 8천848m의 세계 최고봉 정복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나흘 뒤인 6월2일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날 공표돼 더 큰 환희와 감격을 몰고 왔다. 엘리자베스 2세는 에드먼드에게 `기사'(knight) 작위를 수여했다.
Cool한 여름스타일! 커스텀 에코백 제작
OH PRINT.ME
광고 정보
힐러리경은 에베레스트 정복에 만족하지 않고 4년뒤인 1957년에는 뉴질랜드 탐험대를 이끌고 남극에 원정, '스콧 기지' 과학 연구센터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1월에는 개조 트랙터를 몰고 다시 남극원정에 나서 남극점을 밟는데 성공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1월에는 '스콧 기지'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87세의 나이로 손자 데이비드 헤이먼과 함께 남극을 다시 방문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힐러리경은 뉴질랜드 최초로 생전에 지폐에 얼굴이 실리는 영광을 누렸지만 지인들은 그가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1975년 자서전 '모험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Nothing Venture, Nothing Win) 출판 직후 인터뷰에서 힐러리경은 "모험은 나처럼 평범한 능력을 가진 평범한 사람에게도 가능하다"면서 스스로를 범인(凡人)으로 묘사했다.
또 함께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셰르파 노르게이와 자신 중 누가 먼저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한 팀으로 함께 정상에 올랐다"면서 노르게이가 사망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자신이 먼저 정상을 밟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힐러리 경은 1960년대 '히말라얀 트러스트'란 단체를 설립해 셰르파족을 위한 학교와 병원을 짓는 등 셰르파족을 돕는 데 일생을 바쳤으며 네팔 정부는 2003년 에베레스트 정복 50주년을 기념해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그는 환경보호에도 힘써 1987년에는 유엔이 선정한 '글로벌 500' 환경보호운동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힐러리 경은 자신이 '평범한 능력을 가진 평범한 뉴질랜드인'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을 뿐 아니라 결의와 겸손, 관용의 삶을 산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부총리는 호주인들 또한 힐러리 경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면서 "힐러리 경의 이름은 모험, 꿈과 동의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