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7년 대작곡가 베토벤은 5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베토벤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머리칼을 간직하려고 머리칼을 잘라 가져가서 머리에 머리칼이 남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베토벤을 존경하던 조각가 요셉 단하우저가
데드 마스크를 떴다. 베토벤의 장례 행렬이 지나갈 때 약 3만명의 빈 시민이 길가로 나와 베토벤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어떤 왕의 죽음의 행렬보다 많은 인파로, 매우 이례적인 애도의 행렬이었다. 사람들은 죽은 베토벤의 두개골, 머리등을 탐하는 사람들의 시신 훼손에 대한 소문이 줄을 이었고, 베토벤 친구들은 불침번을 짜서 베토벤 묘지를 지켰다.
사후 36년후 베토벤 유해를 꺼내 조사하고, 다시 안장하는 과정에서 외과의사 로메오 젤리그만은 베토벤의 두개골 한조각을 몰래 간직했다. 그 두개골은 현재 미국 산호세 주립 대학교 베토벤 연구 센터에 있다. 베토벤 사후 빈의 음악회엔 베토벤 교향곡만 울려 퍼졌다고 한다. 이 모든 에피소드들은 베토벤의 사후 영향력을 대변해 준다.
베토벤 출생지인 본에서는 베토벤 사후 10주년을 기념하여 기념비를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평소 베토벤을 존경하던 슈만 역시 기념비를 위한 기부금 조성에 도움을 주고자, 1836년에 <Fantasie Op.17> 을 작곡한다. 슈만은 곡이 완성되었을 때,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에 의한 큰 소나타, 베토벤을 기념하기 위한 오보렌(소액의 기부금), Op.12> 으로 기록하고, 각 악장에는 "폐허(Ruine)" "트로피(Trophäen)" "종려(Palmen)"라는 부제를 붙여서 출판사에 출판을 의뢰했다. 그러나 베토벤 기념비 건립 운동이 난항을 겪게 되고, 출판업자 키스트너가 이 곡을 통해 기부하려는 슈만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다. 슈만은 향후 <Fantasie> 라고 고쳐서 1839년 출판하고, 베토벤 기념비 건립 운동을 주도한 리스트에게 헌정한다. 리스트는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곡을 단 한번도 연주하지 않았다고 전해지나, 이에 대한 답례와 우정의 표시로 피아노 소나타 b minor 를 헌정한다.
베토벤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 곡을 작곡했지만, 1836년 슈만은 개인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슈만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클라라에게 이별을 통고받는다. 클라라는 아버지 비크의 명령에 따라 슈만으로부터 받은 <피아노 소나타 f-sharp minor Op.11>과 슈만의 편지를 모두 되돌려 주고, 자신이 쓴 편지도 돌려달라고 슈만에게 요청한다. 이러한 개인사에서 작곡된 판타지 C Major는 슈만의 말대로 "사랑의 비탄을 가장 열정적으로 담아낸 곡"이다.
<판타지 Op.17>은 클라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상실의 절망, 그리고 베토벤에 대한 존경심을 담고 있다. 슈만은 '지상의 모든 소리 가운데 '꿈'을 속삭이는 한 음'에 귀 기울여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시구) 1악장에 "클라라 주제 (AGFED)" 를 지속적으로 울린다. 1,3악장에는 베토벤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중 제6곡의 주제 선율을 인용한다. 또한 베토벤 고전주의의 대표적 형식인 소나타 형식에 사랑의 상실로 인한 자유로운 판타지를 결합한 부분 역시 이 곡의 태생을 잘 대변해 준다. 성격이 매우 다른 세 개의 악장은 슈만이 첫 출판에 의뢰한 세 개의 부제 "폐허(Ruine)" "트로피(Trophäen)" "종려(Palmen)"에 매우 적합한 성격을 지닌다.
1악장(폐허)은 소나타 형식 (제시부-발전부-재현부-코다)로 사랑의 상실로 "폐허"가 된 심리적 정황, 절망 속에서도 지푸라기 같은 희망의 끈을 놓치 않으려는 슈만의 절박함이 형상화되어 있다. '환상적이고 열정적'인 제시부를 지나, '전설적인 음조'의 아다지오의 발전부가 주 선율을 다양한 경과구와 함께 발전시켜가며 1악장의 절정을 향해 치닫다가, 느리고 여리게 발전부의 폭발을 c minor의 비장한 정격종지로 마무리 함과 동시에 재현부로 이어진다. 처음와 속도와 격정을 폭발하듯이 쏟아내고 베토벤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 중 6곡 "나의 연인이여, 당신을 위해 부르는 이 노래를 받아 주오"의 선율을 코다로 활용해 여리지만 간절히 심금을 울리며 1악장을 끝맺는다.
2악장(트로피)은 '보통 빠르기의 시종일관 열정적'인 곡이다. 론도 형식 (ABA'CB'A"B"-coda) 이지만, 악보상으로 '빠르게-느리게-빠르게' 의 3부분으로 나뉜다. 론도 형식을 엄격하게 지켜내기보다, 자유롭게 변형되어 진행된다. 다성적인 선율 및 붓점 리듬으로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행진곡의 분위기를 표출한다. 폭넓은 도약과 풍성한 다이나믹의 장엄한 화성과 선율로 2악장을 끝맺는다.
3악장은 '종려'의 악장이다. '종려 나무'는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에 군중은 '종려나무'를 길에 깔며 환영한다. 구약에서 풍요로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은 '종려 나무의 성'이다. 칸트 영화제의 최고 작품상의 이름은 '황금종려상'이다. '종려나무'는 '승리'와 '부활'을 뜻하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불사조'와 동일한 과에 속한다. 격정적이고 빠른 1,2 악장에 비하면 3악장은 고요하고 서정적이다. 구성도 1주제, 2주제가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제시부-재현부만 존재하는 소나타 형식이다. 곡이 전체적으로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는
서주와 코다의 울림에 있다. 꿈속의 울림 같은 서주가 끝나면 왼손의 클라라 주제가 울린다. 슈만은 3악장에서 지속적으로 빛을 향한 길찾기를 시도한다. 1주제, 2주제 심지어 연결구까지 모두 눈부시게 아름답다. 서정적이지만 나약하지 않고, 간절하고 오히려 끈질기다. 곡은 점점 고조되다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다'인 마지막 아다지오 템포의 강렬한 화성 아르페지오와 C Major 화성의 조용한 울림으로 곡은 끝난다. 강함은 밝음도, 절규도 아니다. 고요함과 어둠속에서 빛은 더 강렬하게 빛난다. 슈만은 '폐허'나, '승리'나 결국엔 '처음'으로 통함을 말한다.
'사랑의 열정'도, '베토벤의 위대함'도 제네시스의 화성인 C Major로 통한다.
이별은 사랑의 끝이 아니고, 죽음 또한 삶의 끝이 아니다.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끝에서 시작하게 한다.
끝은 처음이고, 영원임을 슈만은 그의 곡 <판타지 Op.17>를 통해 영원히 우리 맘속에 울려준다.
[출처] 이별과 죽음의 역설 - R.Schumann, Fantasie in C Major, Op.17|작성자 haesung chung
첫댓글 베토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슈만으로 끝났네..
우리 시대에서의 베토벤의 인기가 엄청 난건 알지만 살아 있을 때도
엄청났네..
베토벤 어마어마한 음악가.
살아서도 큰 인정을 받았어. 가는 길도 큰 애도를 받았네.
베토벤이 네델란드 사람이라는 연구가 있드라구 ^^
슈만 판타지는 악보를 보며 들을수 있네. ^^
화면 크게해서 악보 따라 가며 들으니 눈이 피곤해 ㅎㅎ
항상 하던 데로 딴짓하며 들으니 더 좋아 ㅋㅋ
베토벤이 살아 생전에, 많은 존경을 받았다는데, 또한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았다고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