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도에서 삿포로의 왼쪽을 보면 동해의 북서쪽으로 툭 튀어나온 모양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샤코탄 반도(積丹半島)이다. 본래 계획해두었던 일정은 카무이미사키, 시마무이 해안, 비쿠니, 오타루의 야경을 보고 삿포로로 돌아와 야간열차 마리모를 타고 도동지방으로 가는 것이었다. 가고자 한 이유는 단연 카무이미사키를 보려는 목적이었는데 교통편을 조사하다보니 이 곳도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가는 방법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일단 샤코탄 반도로 들어가는 철도가 없다. 가장 가까운 요이치 역에서 내려야 한다. 시골이다보니 대중교통이라고는 츄오버스에서 운영하는 노선버스 및 성수기에만 운영하는 고속버스와 택시 뿐이었다. 정기관광버스는 있는데 투어비가 무려 7,500엔! 택시야 가격면에서 논외로 치고 노선버스의 경우 적지않은 편수가 운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종점인 카무이미사키까지 도착하는 편수는 하루에 고작 5편이었다. 츄오버스 홈페이지에서 나온 시간표를 가지고 끙끙댔다. 전날 숙박이 삿포로였는데 아무리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봐도 오타루에서 출발하는 카무이미사키행 첫 차를 타기란 무리였다. 출발시각이 오전 8시 정각인데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가는 첫 열차를 타도 도착시각이 오전 8시... 버스를 탄다고 해도 카무이미사키까지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다음차는 요이치에서 오전 9시 36분에 출발하는 편이었다. 각각의 목적지를 오고가는 시간을 파악하고 오타루는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도착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하다 결국 시간상 제약으로 비쿠니를 포기하게 되었다. 대신 삿포로에서 일찍 기차를 타고 버스시각보다 한시간 일찍 요이치에 도착해 꿩대신 닭으로 닛카 위스키 공장을 들러보기로 하였다. 그래도 카무이미사키는 볼 수 있는거니깐... 솔직히 렌트카를 빌릴 형편만 되었어도 이렇게 시간표 가지고 고민할 필요는 없는건데...
오전 8시 30분. 요이치 역에 도착했다. 삿포로에서 보통열차로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도중 오타루 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여느 홋카이도의 소도시처럼 조용하고 평온한 모습이다. 아참, 요이치는 시(市) 단위가 아니라 행정단위가 군(郡)으로 되어있다. -_-;;
요이치 역을 나서면 바로 이 닛카 위스키 공장이 보인다. 전방 약 300m쯤. 정문이 원래 유럽식 성문처럼 생겼던데 내가 갔을 때는 이렇게 공사중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 곳에 대해 그다지 쓸 말이 없다.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아 목적지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인데 요이치 역에 도착해 카무이미사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1시간이 비어 그냥 시간이나 때울려고 들어간 곳이기 때문이다. -_-; 정문의 인포메이션에서 신청하면 30분간의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그것도 무료. 그러나 내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 30분. 버스출발시각이 9시 36분이었으니 여기에서 가이드 투어 했다가 버스를 놓칠지도 모르고 해서 혼자서 돌아다녔다. 가이드 투어라도 했었다면 나름대로 인상이 남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증류소는 1934년에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고풍적인 느낌을 받았다.
입구에 들어가면 인포메이션의 아가씨가 인사를 하며 가이드 맵과 간단한 안내팜플릿을 준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견학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요이치에서 주어진 한시간... 사실 좀 더 느긋이 봤더라면 나쁘지도 않았을텐데 시간에 쫓겨 대충 둘러보고 나온 편이라 그 점이 아쉽기도 하다.
맥아를 건조시키는 곳인 건조창.. 이곳에서부터 위스키 그 특유의 향이 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공장 내의 몇 채 오래된 건물에는 설명도 곁들이고 보존이 잘되어 있었다. 근대유적도 충실히 보존해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관리해서 관광자원화 하는 것... 일본여행을 다니다 보면 원산지는 서구인데 그 서구문물을 새로이 일본에 도입하면서 일본에서의 최초를 기리는 근대 유적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런 것 하나에도 당당하게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는 모습이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삭막함, 건조함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양조장이라서 그런지.. 흡사 공원같았다.
건조한 맥아에 온수를 넣고 효소를 작용시키고 효모를 첨가하여 발효를 하는 발효창이다. 이 곳에서 위스키 원액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들어가 봤는데... 정말 위스키의 그 독한 향이 진동을 한다. 냄새만으로도 취하는 줄 알았다.
비디오로 위스키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는데, 한국인이 그다지 별로 안오는 곳 같은데 한글이 준비되어 있어 새삼 놀라웠다.
창업주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흉상이다.
이 사람이 타케츠루 마사타카(1894 ~ 1979)...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운다고 한다. 그는 1918년 위스키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로 유학길에 올랐다. 끈질긴 노력 끝에 위스키 제조법을 전수받았고, 모국 일본에서 본고장의 위스키를 제조하리라는 꿈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코틀랜드의 명문가 출신의 제시 로베르타 카운(애칭 리타)와 인종을 초월한 결혼도 할 수 있었다. 둘다 집안에서 반대한 결혼이었고, 교회에서 식을 올리지 못하여 등기소에서 약식으로 혼인신고를 하는 것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였다.
타케츠루와 리타가 일본에서 이상적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곳이 홋카이도의 요이치였다. 서늘한 기후, 맑은 물, 안개가 자주 끼는 요이치의 풍토가 위스키 제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기 때문이다. 1939년 2차 대전의 발발로 영국인이었던 리타는 일제의 감시를 받게 되었고 많은 행동에 있어 제약을 받았다. 적성국 사람이라고 주변으로부터 배타적인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애처가였던 타케츠루는 늘 그러한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1961년 리타가 세상을 떠난 이후 타케츠루는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늘 아내를 가슴 속에 품고 그리워했다고 한다. 1979년 85세의 나이로 아내 뒤를 따랐다.
위스키를 통에 넣고 숙성시키는 저장고이다.
이 곳도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
오른쪽으로는 위스키 박물관...
위스키 주조에 사용되었던 증류기들과 설립자 타케츠루와 리타의 일생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시간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더 둘러볼 것도 없었던 것 같다.
위스키 시음은 없었다. 박물관에서 마실 수 있으나 돈을 내야 하고... 내가 나갈 무렵 가이드 투어를 하는 관광객을 볼 수 잇었는데 아마 투어를 신청하면 시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날림(?)으로 견학을 마쳤다. -_-;; 덕분에 이렇게 정말 부실하게 쓸 말이 없다. T_T 술에 흥미라도 뭐 있었어야지.. 여담으로 내겐 아무리 닛카니 스코틀랜드니 해도 위스키는 국산 윈저 12가 최고다. ^^;
요이치 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카무이미사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
첫댓글 여기 한국 사람들 많이 간답니다 ㅋㅋㅋ
아 그렇군요 ㅎㅎ 역시 세상은 넓군요
죄송한데...카메라기종을 뭐 쓰시는지..렌즈까지욤...후보정하신건가요??
엥 구형똑딱이인 SONY 사이버샷 DSC-P100입니다. 3년전 모델이죠... 이날 날씨가 좋아서 좀 잘 찍힌 것 뿐입니다. 후보정은 포토샵으로 리사이징과 AutoContrast를 먹이고 있습니다.
역시 그래도 맥주가....;;;
ㅎㅎ 예 아무래도 사실 맥주가 더 친숙하고 더 낫죠...
한번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