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두 번째 현장 방문지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을 방문했다. 농산물유통 현장을 직접 찾았다는 점에서 농업계 이목이 집중됐던 당시 박 대통령은 직거래장터와 농축산물 매장에서 채소류, 축산물 등의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가격이 급락한 돼지고기 요리를 시식하며 “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소매가격도 산지가격에 비례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유통구조 개선이 농축산물 가격 안정의 근본적인 대책”이라면서 “농식품부가 관계부처와 협력해 유통구조 개선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유통단계 축소 등 유통 과정의 거품을 빼는 데 있어서 농협의 사활을 건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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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농축산물유통구조 개선 대책 무얼 담고 있나
대통령의 민생 현장 방문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정부 관계부처는 즉각 대책 마련에 돌입해 지난 5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산물유통구조 개선 종합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개선은 과거 정부에도 여러 차례 추진해왔으나 본질적인 해결은 하지 못한 숙원과제로 정부는 그동안 범정부 유통구조개선 TF, 민·관 합동포럼, 간담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현장의 다양한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통의 3대 과제를 △높은 유통비용 △큰 가격변동성 △산지-소비지의 비연동으로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매시장의 결정방식을 경매중심에서 정가·수의매매 거래로 다양화를 추진하고, 시장 유통 주체의 영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완화, 물류 효율화 추진키로 했다.
도매시장의 경매의 비중을 낮추고 가격을 정해 거래하는 정가매매와 상대를 정해 거래하는 수의매매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생산단체의 유통경로를 확대하고 농산물 직거래를 육성하는 등의 힘을 키워 유통시장 영향력이 큰 도매시장과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이다. 이를 통해 유통비용을 줄여보겠다는 의지로 분석됐다.
직거래부문에서는 2014년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등 새롭고 창의적인 직거래 모델 발굴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축산물은 유통계열화를 통한 유통단계 축소를 핵심으로 정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영세·소농 생산구조의 현실에서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열화를 중요한 유통개선 과제로 꼽고 ‘안심축산’ 등 협동조합형 패커를 통해 도축·가공·유통의 일관된 유통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농협과 지역조합간 협력을 강화하고 권역별 도축·가공 및 전국단위 통합물류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산지가격과 소비자 가격 간 연동을 높이기 위한 농협계통의 정육점과 정육식당 설치 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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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가격은 떨어지는데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
박 대통령이 민생 현장 방문에서 주문한 것처럼 ‘산지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지에서도 그만큼 가격이 낮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신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복잡한 유통단계를 개선해 비용을 낮추고, 이와 함께 직거래를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비연동성은 이번 정부 뿐만아니라 소비자 물가안정을 중요시한 지난정부에서도 줄기차게 문제시 되어 왔다. 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업계는 복잡하게 유통되는 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배적으로 내놓았다.
정부의 이번 대책, 특히나 축산물 유통 선진화 대책의 경우 현재 축산농가→공판장(도축장)→도매상→유통업체→소비자 등을 거치는 5~6개의 유통단계를 생산자→협동조합형 패커(안심축산)→유통전문점→소비자로 3단계로 축소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농협중앙회 역시 농협중심의 축산물 유통 혁신을 선도한다는 비전과 계획을 세우고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을 위한 임직원 끝장 토론을 진행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소비자단체 등이 산지와 소비자가격의 비연동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중간유통단계에서 과다한 유통마진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에 대한 원인은 축산물 소매점의 경우 대부분 영세해 판매액 가운데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산지 가격 하락 분을 소비자가격에 제때 반영하기 어려운 요인이 더욱 크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소매점의 축산물 판매가격 중 원료육 비중은 쇠고기가 63%, 돼지고기가 67%로 그밖에 점포유지관리비, 인건비, 이윤 등의 고정비 성격의 나머지 비용을 차지하는 등 영세한 경영 환경에서 가격 하락분에 대한 적극적인 반영이 쉽지 않다. 더욱이 국내 축산물의 경우 쇠고기는 등심과 안심, 채끝,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과 목살 등 구이부문에 집중돼 있어 수급불균형에 따른 부위별 등가 조정까지 감안해야 할 상황이서 가격 연동의 폭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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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조직화· 부분육 유통 현실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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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유통 오해와 진실
산지가격과 소비지가격의 비연계성을 문제 삼으며 유통단계를 축소해 마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도매 및 중간유통단계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 관련업계의 막연한 불신과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축산물 가격은 축협이 운영하고 있는 산지 가축 시장과 축산물도매시장에서 농가 수취가격이 공개되고 대형마트와 소매점, 음식점에서의 소비자가격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지만 중도매인과 유통업체 등의 중간유통 과정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폭리를 취하고 있다’ 는 기류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최대의 축산물도매시장인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거래되는 축산물 가운데 40% 이상이 마장동도매시장으로 반입되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 상주하는 유통업체가 2000여개, 여기에 소속된 인력만 1만 여명에 달한다. 중간유통단계를 전담하고 있는 유통업 종사자가 워낙 많아 거래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불투명성이 여기에 있지만 정작 중간유통단계 마진은 도매시장 상장경매 수수료를 포함해 소의 경우 7.4%에 불과하다.
국내 소비자 그리고 생산농가들이 농축산물 유통과 관련해 잘못 이해하는 것이 또 있다. 유통비용이 미국, 일본과 비교해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흡한 농산물 정책이라는 숱한 비판을 받아온 배추 값 파동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배추 값이 하락해도 인건비와 물류비는 그대로이다. 산지 배추가격이 100원 일 때 소비자 사는 가격이 열배가 넘는 1100원이라면 유통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지가격이 1000원이면 배추가격은 같은 비율로 10배가 넘는 1만원이 아니라 2000원이 된다. 결국 가격의 등락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마치 유통비용이 과다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축산물 유통마진은 45% 내외로 미국 50.3%, 대만 69.9% 쇠고기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 역시 유통구조 개혁의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이 역시 오해가 크다. 물론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조합을 통한 계통출하가 어려운 소규모 농가의 경우 수집반출상 등을 거쳐 도매시장 등 도축장에 출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적은 숫자에 불과해 보편적인 축산물 유통이라 볼 수 없다. 도매시장 또는 도축장에 상장된 소는 중도매인과 도매시장 등을 거쳐 일반 소매점에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 과정이다. 결코 복잡하다거나 과다한 유통마진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산지 소 값 하락으로 한우인들의 청와대 반납 시위가 전개됐던 2012년 1월 당시에도 산지 소값과 소매점에서의 연관관계 등을 조사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지만 결론은 대형소매가 가져가는 과다한 마진으로 결론 났었다.
45% 수준의 전체 유통비용 중 도매 등 중간유통부분은 3%에 불과하고 42%에 이르는 대부분의 비용과 마진은 소매에서 발생한다는 것. 한우유통구조의 경우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이 연동되지 못하는 이유가 백화점, 대형할인매장, 외식업소, 정육점 등의 마진이 높기 때문이라는 결과는 유통단계 축소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소비자나 생산자 편익은 크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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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 유통, 대안이 될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직거래’를 강조해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직거래를 ‘일률적인 유통단계 축소가 아닌 경로간 경쟁촉진을 통한 거품제거’라는 방식으로 다듬었다.
직거래가 과연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만능해결책일까. 이에 대해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회의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통비용은 상거래 비용과 물류비로 크게 나뉜다. 상거래 비용은 상장수수료와 일반관리비, 상인이윤 등이 속하고, 물류비용은 운송비, 보관비, 포장·가공·선별비, 하역비 등이다. 정부가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은 결국 상거래 비용과 물류비인데 상거래비용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장수수료와 전체 마진 중 일부를 차지하는 단계별 마진이 줄어들 뿐인데다 물류비용의 경우 인건비, 운송비 등이어서 고정비용 이거나 물가상승에 따라 더욱 오를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축산물의 경우 농산물과 달리 도축과 가공이라는 2차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다 부분육이 아닌 마리당 지육중심의 유통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상·하차 등 지육운반에는 인력투입이 필수적이라 고정비용을 감소시키기란 더욱 쉽지 않다.
수년전부터 소비유통을 장악하면서 ‘유통공룡’으로 불리고 있는 대형할인점의 경우 그동안 도매업계에 의존해 상품을 공급해 팔던 방식에서 산지 유통센터를 짓는 등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폐해는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슈퍼갑’으로서의 불공정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의 납품단가 후리기는 이미 업계에선 오랜 관행으로 축산업계에서도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점의 판매망 뚫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상은 ‘속빈강정’이라는 푸념이 대부분이다. 경기도 모축협의 경우 2011년 기준 연간 2만 마리의 한우고기를 공급했지만 오히려 2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판로확보를 위해 대형소매유통과 손잡았지만 결국은 힘의 논리에 밀려 후려치기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제조업과 달리 유통기한이 짧은 축산물의 경우 중간 도매업계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인정하는 등 리스크 분산기능측면까지 감안해 단순히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것보다 이용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실제로 정부의 직거래 정책에 발맞춰 고안되어 현재 전국 농·축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축산물이동판매차량’의 경우 인건비와 관리비, 가공비 등 물류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비효율을 겪고 있어 정부의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결국 직거래라는 이상에 매몰된 정부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여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협동조합이 이에 대한 부담을 모두 안고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 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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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유통환경 만드는 것이 우선
새 정부의 유통구조축소 등 유통구조개선방향에 대해 오히려 유통비용을 전가시킬 위험이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려대 양승룡 교수는 GS&J 인스티튜트가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다짐하고 있는 산지수집단계와 도매단계의 개혁은 자칫 유통비용을 농가에게 전가하고 오히려 유통비용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통문제를 단순히 비용절감을 위한 단계 축소로 볼게 아니라, 가격결정과 가격발견, 작황과 가격 위험관리, 구매리스크 축소, 공정거래 기능을 담당할 체제를 갖춰 나가기 위한 종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격 위험을 흡수할 보험제도를 발전시키면서 ‘선도거래 청산소’와 ‘선물거래소’ 도입 추진 등을 제안했다.
유통단계 축소는 인기몰이식의 정치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유통단계 축소는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이 마련돼야만 하는 것이고 또 직거래를 한다 해도 소비자나 생산자의 편익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유통단계 축소 논의는 비경제적이고 비논리적인 정치구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직거래를 하면 줄어드는 비용만큼 생산자와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면서 직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이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농축산물유통주체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승룡 교수는 “농산물 유통에는 문제와 해법이 따로 있다”면서 “최근 대형소매유통의 영향력이 커지고 논란이 줄어들지 않는 ‘갑’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농가와 유통업체, 농가와 계열화 업체 사이에서 공정한 거래를 규율하는 규범을 정비하고 이에 대한 준수를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매유통의 대형화가 정점에 이르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약해지고 있는 중간유통업계인 도매업계 종사자들에 대해 그들의 노력과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형소매점이 강력한 자본력으로 중도매인들의 영역을 무너뜨리며 시장을 독식하는 것을 방관할 경우 그동안 전국의 산지에 있는 축산물을 각 소매처로 배분하는 도매시장과 업계의 여건과 환경에 맞게 종사해온 중간 유통인들의 노력과 수고가 모두 잘못된 시스템으로 폄하되면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박사는 “우리나라 농축산물 유통환경은 시장 상황에 잘 맞게 설계되어 있어 직거래가 필요한 곳은 직거래가, 다단계를 거쳐야 하는 곳은 물류 효율성이 담보되는 수준까지 여러단계를 거치며 질서를 찾아왔다”면서 “대량의 농축산물을 신속하게 분산하는 도매시장의 역할을 인정하고 발전시키는 등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 저장과 유통 하부 시설을 만들어 유통의 병목 현상을 정리하는 등 유통의 룰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통비용절감을 위해선 선물과 현물, 계약생산과 정가수의매매 등 다양한 거래 방식을 통한 시스템 구현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축산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축산물 유통 판매구조는 소비부문에서의 마케팅 경쟁이 아니라 생산주체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면서 “대형도매유통과의 대등한 거래를 위한 농가 조직화와 함께 근거리 도축과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육 유통 등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선물 및 수의계약 방식을 통한 다양한 거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진단> <!--[if !supportEmptyParas]--> <!--[endif]--> 김 동 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if !supportEmptyParas]--> <!--[endif]--> <!--[if !supportEmptyParas]--> <!--[endif]--> 유통 경로 간 발전·경쟁 유도를 <!--[if !supportEmptyParas]--> <!--[endif]--> 1. 머리말 1990년대 이후 유통개선 대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농축산물 유통은 비효율적이며 농축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산지유통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산지유통조직의 육성, 도매시장 및 종합유통센터의 건립, 도매시장 운영개선, 물류합리화 등을 통해 농축산물 유통을 개선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효율적인 유통경로가 새롭게 대두되고 생산자조직화가 진전되는 등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농축산물 유통개선은 구조변화를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유통단계를 축소하기 위해 그 동안 직거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여전히 도매시장 위주의 다단계 유통이 주력 유통경로이다. 농협유통사업 개편 논의도 오랜 기간 경과되었으나 가시적인 변화가 느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농축산물 유통개선 대책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기본 방향과 더불어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축산물 유통계열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2. 농축산물 유통개선 기본 방향 <!--[if !supportEmptyParas]--> <!--[endif]--> 유통단계 축소와 가격안정화를 위한 농축산물 유통개선의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통경로간 균형적 발전과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농협, 직거래 경로간 경쟁을 유도하여 효율성 높은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도매시장의 효율화와 더불어 산지출하조직의 규모화를 통한 유통업체/농협도소매와의 직거래 체계 구축과 사이버거래 등 효율성 높은 거래 제도 도입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별농가와 소비자간 개별화된 직거래는 오히려 유통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도매시장은 영세 출하자에게 판로를 제공함과 동시에 영세 규모의 소매상, 식당 등의 공급처로서 기능이 상당기간 필요하다. 둘째, 유통과정에서 경쟁제한적인 규제를 완화하여 창의적인 유통활동이 이루어지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도매시장 등에서는 공정거래 유지차원에서 과다한 규제가 가해지고 있어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농축산물 유통이 효율화되기 위해서는 경쟁제한적인 규제가 혁파되어 유통참여자의 창의적인 경영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농산물 유통에 참여하는 상인들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 및 농업인이 농축산물 유통에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상인들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상인들은 사농공상의 유교적 질서에서 보듯이 역사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었고 신뢰성이 높지 못했다. 상인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자구적인 노력도 중요하고, 정부로서는 상인들의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차단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으나 산지수집상, 도매시장 상인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해 유통경로 전반에 있어서 공정거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산지 생산자는 물론 영세 규모 상인들의 규모화, 법인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유통주체들의 생산성 향상(특히 노동생산성)이 필요하며 특히 영세한 규모 상인들의 규모화, 법인화가 필요하다. 산지생산자들은 농협 혹은 농업법인으로 조직화되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도매시장 중도매인, 산지유통인들은 영세하고 법인화되어 있지 않아 불투명한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농축산물 유통마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 절감이 필요하다. 농축산물 유통마진의 1/3이상을 차지하는 포장비, 수송비 등 물류비용 절감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농산물의 포장비 절감과 과포장 억제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기존 골판지 상자 위주에서 플라스틱 컨테이너 등의 이용 확대로 포장비 절감과 쓰레기 발생 억제가 필요하다. 여섯째, 로컬 푸드시스템(local food system)의 확대가 필요하다. 로컬 푸드시스템이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원거리 시장에 판매하지 않고 근거리 지역내 시장에서 판매하여 농산물의 이동에 따른 푸드 마일리지를 감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지역내 소비를 촉진하는 파머스 마켓, 학교급식 등이 확대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도로변 직판장은 물론 생산자 단체에 의해 도시 지역 직판장이 1만 7000개가 넘을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로컬푸드는 규모화 정책에서 소외되는 소농의 판매처로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곱째, 정보통신기술(ICT) 등 새로운 기술을 유통부문에 접목하여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은 기술 혁신으로 농산물 유통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ICT 인프라를 이용한 전자상거래는 물론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3.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축산 유통계열화 방안 <!--[if !supportEmptyParas]--> <!--[endif]--> 정부는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협동조합 채널을 통한 일관 유통체계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산지에서는 규모화, 전문화로 안정적인 판매 물량을 확보하고 도매에서는 도매 물류센터 건립으로 물류체계를 완비하며, 소매에서는 지역조합 하나로마트 체인화 등으로 계통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농협에 있어서 산지-도매-소매간 유통계열화의 의의와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개별 농가 중심의 생산 및 출하방식을 산지를 중심으로 조직화함으로써 생산자 주도형 유통체계의 확립이 가능하다. 둘째, 규모화된 출하 체계와 일관 유통체계를 갖춤으로써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대응력 확보가 가능하다. 셋째, 산지부터 소매까지 일관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중복 기능 제거 및 재고 물량 감축 등을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 유통주체별로 분산되고 있는 도축, 가공, 배송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운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일관경영체계를 갖출 수 있다. 넷째, 산지부터 소매까지 일관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식품안전성의 확보 및 품질 개선이 가능하다. 다섯째, 산지부터 소매까지 통합적인 조정(coordination) 체계를 갖춤으로서 수급조절에 의한 가격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농협을 중심으로 한 유통 계열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협유통사업의 혁신을 통한 효율성 증대가 전제되어야 하고 산지조합과 농협중앙회가 연계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축산물 유통계열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와 산지 축협간 원활한 역할분담과 연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산지축협의 유통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재 축협의 공동판매사업은 출하권을 개인 농가가 가지고 있는 형태로 출하의 규모화, 브랜드화 등에 한계가 크다. 앞으로는 축협이 중심이 되어 사양관리의 표준, 사료 공급 등을 통해 양축가를 계열화해야 하며, 더 나가서는 판매를 축협이 책임지고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는 계약생산 형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산지 축협은 전업농 중심의 브랜드 마케팅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필요한 경우 규모 확대를 위핸 인근 축협과 연합사업을 추진하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축협의 유통사업은 철저히 시장지향적이고 조합원의 책임의식 등이 강조되는 형태로 추진되어야 한다. 상품성 향상을 위한 유통시설과 전문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며, 유통주체들은 엄격한 손익 의식을 가지고 유통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산지 축협 유통사업의 개혁과 더불어 농협중앙회의 판매기능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회는 도축, 경매 위주의 수수료 사업 위주로 되어 있어 유통사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농협중앙회가 전체 축산물 유통시스템의 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매취 중심의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사업의 책임의식을 강화시켜야 한다. 산지에서부터 최종 판매까지 책임짐으로써 상품기획 기능은 물론 유통체계 합리화를 통한 비용절감 등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농협중앙회 공판장은 단순한 도축, 판매가 아니라 산지와 소비지 판매장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물류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향후 축산유통이 계열화되면 현재 지육 중심의 유통에서 부분육, 소포장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축산물의 가격연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협계통 정육점과 정육식당(음식점)의 설치를 확대하고, 직거래 장터 및 이동식 판매차량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축협 하나로마트내 축산물 코너를 확대하고 축산물 코너 임대, 위탁매장은 직영 혹은 축협 위탁형태로 운영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농축협 하나로마트 총 2062개소 중 축산물 코너가 없는 마트는 993개에 이르고 있다. 또한 소비자단체를 통해 식품판매업체 및 음식점, 농협계통 판매점 판매가격을 조사, 공표하는 등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식육부위별 가격, 마진 등을 조사하여 정보를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전파하여 소비자의 정보 요구를 충족하고 소매점의 독과점적인 행동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