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옥 경 자
1.지인들과 봉고차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호에 서식하고 있는 쇠제비갈매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갈매기보다 크기가 작아 작을 소(小)자를 써서 부르기 쉽게 쇠제비갈매기라 불린다고 했다. 이름도 생소한 쇠제비갈매기에 대한 기대로 우리를 실은 차는 쉼 없이 달려 안동호 선착장에 도착했다.
2. 쇠제비갈매기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와 주로 바닷가 모래밭에 서식하는 여름 철새이다. 이 새들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희귀성 조류로서 환경부로부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받는 보호새이다. 일부일처제로 암놈은 제일 먼저 먹이를 잡아 오는 수놈과 교미한다. 암놈 한 마리당 네 마리의 수놈이 경쟁한다고 하니 수적으로 수놈이 많은 것 같다. 알은 한 번에 2~3개를 낳고 암놈이 알을 품으면 수놈이 먹이를 구해서 암놈에게 제공한다.
3. 먹이경쟁에서 동작이 굼뜨면 암놈을 차지할 수가 없다. 알이 부화하지 3. 못하면 한 번 더 교미하여 알을 품는다고 한다. 먹이를 구해오는 수놈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오지 않을 시엔 다른 수놈의 구애를 받아들인다. 먹이를 받아먹는 동시에 먹이를 제공한 수놈과 교미하여 아비가 다른 알을 품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새들에게도 있는 것 같다. 아마 어미가 살아야 새끼를 보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물이나 인간이나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하는 책임감과 자식에 대한 모정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4. 본래 쇠제비갈매기의 서식지는 낙동강 하구였다. 서식지 인근의 건설사업으로 모래사장이 줄어들고 먹이사슬이 줄어들자, 이곳 안동호로 일부가 날아들어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
안동호에는 호수 폭이 가장 넓은 곳에 쌍둥이 섬이 있었다. 취약점은 안동댐의 수위가 올라가면 섬이 물에 잠겨 새끼가 부화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 섬이 수면 10m 아래로 잠겨 버렸다. 둥지를 틀어야 할 곳이 없어지자 차츰 쇠제비갈매기의 출현이 뜸해졌다.
5. 안타까운 소식을 알게 된 안동시와 주민들이 협조해서 쌍둥이 섬 옆에 인공 모래섬을 만들었다. 안동호 인근의 어부들과 인부들이 뭍에서 모래를 날라 호수 아래 12개의 닻을 달아 인공섬을 고정시켰다. 안동호의 물 수위가 높아지면 같이 높아지는 인공섬에다 모래를 깔아주고 쇠제비갈매기의 모형을 만들어 꽂아 두었다. 천적인 수리부엉이의 공격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된 원통을 만들어 새끼를 보호하고 수달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강판 담장을 설치해 놓았다. 먹이도 풍부해 인공적으로 만든 섬이 그들 최고의 숙소인 셈이다.
6. 인간이 생태 보존의 파괴자이기도 하지만 지킴이 역할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쇠제비갈매기는 4월에서 7월까지 이곳에서 서식하다가 새끼가 날게 되면 다시 왔던 곳으로 무리를 이끌고 귀향한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십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또다른 외딴섬이었다. 섬이라고 하기엔 아주 작았다. 자그마한 평수의 컨테이너와 의자 몇 개, 인공섬을 관찰할 망원경 몇 개가 전부인 이곳은 작아서 손바닥 섬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이곳 안동호에는 작은 것들이 많은 것 같다.
7. 우리는 바닷가에 살아야 할 갈매기들이 어찌하여 강가에 살고 있는지 설명 듣기 위해 배를 운전한 선장님의 해설을 듣기로 하고 손바닥섬으로 모였다. 이분은 안동호에 살고 있는 쇠제비갈매기에 관해서 기사를 써 기자 대상을 받았으며, 신문사에서 재직 중인 취재 본부장 기자이기도 했다. 사비로 배를 사들여 견학하는 이들에게 해설과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손바닥섬으로 와서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연구하다 보니 쇠제비갈매기에 대해서 거의 박사 수준이 되었단다.
8. 해설을 듣다 보니 생태환경이 무너지면 어떤 결과가 올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생물보다 우리 인간에게 최대의 위기가 아닐지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생태환경이 무너져도 생물은 이처럼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든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겠지만, 인간은 누가 인공섬을 만들어 줄 것인가. 쇠제비갈매기의 삶을 관찰하러 왔다가 생태환경에 대한 큰 불안에 빠져버렸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 하나에도 마음이 쓰였다.
9. 돌아오는 뱃머리에서 쌍둥이 인공섬의 쇠제비갈매기를 만났다. 그들의 언어는 평상시에는 삐이익~ 삐이익 여유를 부리다가 위험 상황이다 싶으면 삑 하고 외마디소리를 낸다고 한다. 지금이 그 위험 상황인 것 같았다. 뱃머리를 빙빙 돌며 어미 새와 아빠 새는 삑~삑 소리를 내면서 위협적으로 날고 있었다. 새끼를 지키려는 필사의 몸짓이었다.
“안녕! 쇠제비갈매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우리는 큰 소리로 외치며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