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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창작 10계명 ④> 고급 위장술 ‘상징’, 상징으로 내 시의 수준을 높이자! / 권갑하 시인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네 번째 강의 시간이다.
학교 교과서에서 우리는 유치환의 시 <깃발>의 ‘길발’이 ‘인간의 이상을 향한 낭만적인 향수’를 상징하고, 서정주의 <국화옆에서>의 ‘국화’는 ‘성숙한 여인의 마음’을, 김동명의 <파초>의 ‘파초’는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상징시의 실제 창작에 대해서는 기성 시인들마저도 어려워합니다. 자신의 시 중에 상징시를 한 편 들라고 하면 다들 주저하게 되죠.
이상섭의 <문학비평용어사전>에 따르면, ‘문학적 상징’은 심상, 이미지의 일종으로 봅니다. 장미꽃이 하나의 고체적인 감각적 인상을 되살리는데 그치면 이미지(image)이고, 거기서 더 나아가 ‘정열적인 사랑’이나 ‘여인의 아름다운 젊음’, ‘찬란한 사랑의 아름다운 아픔’을 가리키거나 암시하면 상징(symbol)이 된다는 뜻이죠.
이미지는 감각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로 나뉘는데, 이러한 이미지는 상상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적인 이미지(image)에 의존하여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것으로 변용하는 능력이 상상력(imagination)입니다.
상징적 이미지는 암시성, 다의성(多義性), 입체성을 띤다. <꽃 같은 여신>처럼 여인을 꽃에 비유할 때, ‘여인’이 원관념이고, ‘꽃’은 보조관념입니다. <아름다운 여인>이라 하면 추상적이고 실감 나지 않죠.
그래서 <꽃>을 빗댄 것이죠. 꽃에 빗대면 여인의 이미지가 감각적으로 와닿죠. 시각적으로 구체화되면서 시적인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직유가 발전하면 은유가 됩니다. 직유가 유사한 두 사물을 비유한다면, 은유는 유사하지 않은 두 사물을 동일시하죠. 시에서 직유보다 은유가 더 소중한 이유는 감춤의 미학 때문입니다.
은유가 직유에 비해 신비한 느낌을 주는 이유죠. 숨길수록 매력이 더해지는 원리입니다.
여기서 기형도 시인의 시 <빈 집>을 만나볼까요?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직유)
‘장님처럼’이란 직유 표현은 ‘장님’을 통해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행위’를 구체화합니다.
그런데, 이를 → 나 장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은유)처럼, 장님을 주어로 쓰면 은유적 표현이 되죠. 그렇다면, 이어지는 구절은 어떨까요?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여기서 ‘빈 집’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무엇을 비유하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원관념이 생략된, 감춤이 강화된 구조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원관념은 나타나지 않고 ‘빈 집’이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보조관념만 나타나는 것을 상징(symbol) 이미지라 합니다. 그러니까 상징은 원관념이 생략된 은유법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직유와 은유는 두 사물을 비교하고, 비교되는 두 사물이 시에 나타나지만 상징은 원관념을 감추어 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직유에서 은유로, 은유에서 상징으로 나아가면서 감춤은 이처럼 깊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임보 선생은 상징을 ‘고급 위장술’로 명명했죠.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김수영, <풀> 부분
김수영의 시 <풀>에서 ‘풀’과 ‘바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풀과 바람’만 겉으로 드러나고 원관념인 ‘민중’이 생략된, 감춘 구조인 것이죠.
기형도의 시에서
(은유) 장님=나
(상징) 빈집=...
은유는 ‘장님’ 이미지가 ‘나’라는 하나의 원관념을 갖지만, 상징은 ‘빈집’ 이미지가 ‘다수의 원관념’을 갖습니다. 이렇게 은유는 뜻을 감춘다 해도 하나로 고정되어 있어 추정이 쉽지만, 상징은 다수의 원관념을 지녀 추정이 어렵고 모호합니다. 그만큼 상징은 풍부한 상상력을 요구하죠.
예컨대, 한용운의 시에서 ‘님’이 상징하는 것은 조국이나 부처일 수 있고 진리 그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은 ‘사랑, 소망, 아름다움’등을 상징합니다. .
이러한 상징의 다의성, 모호성으로 기형도의 시에서 ‘빈 집’도 전체 문맥을 파악해야 의미가 드러납니다.
이렇게 상징은 비유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죠. 다시 말하면 상징에 기대지 않고는 시의 세계를 다 담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은유보다 고급인 상징은 구사가 쉽지 않지만, 상징을 구사하게 되면 시의 수준은 달라집니다.
시에서 상징을 강조하고 체계화한 것은 19세 말 보들레르 같은 프랑스 상징파 시인들에 의해서다
사실주의, 과학적 리얼리즘에 반하여 인간의 내면세계, 상상력 등을 중시했죠.
가시적인 것, 예를 들어 ‘깃발’, ‘국화’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향수, 여인의 마음을 탐구하려 한 것입니다.
시인은 만상이 숨기고 있는 뜻을 해독하는 존재이고, 우주 만상인 상징의 숲을 거쳐 미의 절대적인 경지에 이른다고 보았습니다.
상징은 가시적인 사물을 통해 어떤 관념이나 사상을 암시하는 구조이죠. 따라서 감각에 의해 사물을 보고 그 감각이 암시하는 여러 관념들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이 상징 기법입니다.
빈 집 / 기형도(1960~198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의 시 빈집에서 ‘빈 집’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빈 집’이 아니죠. ‘사랑을 잃은 마음’, ‘빈 집’은 그런 마음을 상징합니다. ‘빈 집’은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나’,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로 변주되고 있죠.
또 ‘짧았던 밤들’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로 변주됩니다.
이러한 변주는 상징적 이미지가 보여주는 난해성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죠. 따라서 하나의 상징 이미지를 선택하면 그 이미지를 시에서 반복하거나 암시를 주는 다양한 변주를 해야 합니다.
상징은 원형상징, 관습상징, 개인상징으로 나눌 수 있다.
원형상징(原型象徵)
원형상징은 인류에게 보편성을 갖는 원초적 이미지로서의 상징이다. 시대적 사회적 제약을 초월하는 모든 이미지의 바탕이 되는 상징 이미지다. 무의식으로 계승되는 이미지로, 인간이기 때문에 소유하는 인간적인 꿈, 소망, 원망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지상의 삶을 초월해서 하늘, 천상의 세계에 닿고 싶은 소망도 있고 이런 소망은 흔히 계단, 산, 나무, 탑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중략)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려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하략)
-김현승, <플라타너스> 부분
이 시의 중심 이미지는 ‘플라타너스’이고 여기서 이 나무는 단순히 가로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하늘과 닿는 나무, 이른바 초월을 상징하고 이런 초월은 지상으로부터 벗어나 신의 시계에 닿고 싶은 인간의 꿈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시의 후반에는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는 시행이 나오고, 이런 시행을 전제로 할 때 인간의 꿈이 나무의 꿈이고, 이 꿈은 신의 세계에 닿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 소망을 의미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 <해>부분
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희망을 떠올리며 탄생, 기쁨, 생명 등을 상징한다.
원형은 가장 보편적인 상징이기 때문에 원형 상징은 호소력이 크다. 따라서 시 창작의 초심자들은 의식적으로 원형상징을 응용할 필요가 있겠다.
물은 생명력, 정화, 창조의 신바, 탄생, 죽음, 부활, 재생, 어머니 등의 이미지를 갖고,
태양은 광명을, 어둠은 죽음을, 대지는 어머니, 생산,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별은 소망, 이상적 가치를, 눈을 순결함, 포용, 시련과 고통을, 사막은 정신적 불모와 죽음을, 바람은 죽음, 호흡을 상징한다.
이런 것들이 원형 상징이다.
관습상징(慣習象徵)
의미 내용이 관습적으로 널리 보편화된 상징을 말한다.
비둘기는 평화, 십자가는 기독교, 월계관은 승인, 백합은 순결을 상징하고,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해와 달은 임금을, 연꽃은 불교를, 대나무, 매화, 난초, 국화, 소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성삼문의 시조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이 시조에서 소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이는 문맥이나 전통적인 해석에 따른 것이죠. 하지만 관습 상징은 보편성을 띠지는 않는다. 십자가는 기독교인의 진리이고, 태극기는 한국인들에게 조국을 상징할 뿐이다. 비둘기도 평화를 상징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관습 상징은 시대와 사회의 제약을 받고 또 독창성이 없기 때문에 문맥에 의해 변형시키고 변주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야 한다. 관습 상징을 기반으로 창조적인 개인 상징으로 나아가는 응용을 해야 한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은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윤동주, <십자가>부분
윤동주의 시 <십자가>에서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으로 쓰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관습 상징의 범주를 넘어서 구원을 갈구하는 시인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관습상징이 창조적인 개인 상징으로 나아간 사례이다.
개인상징(個人象徵)
체험과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이미지다. 개인적 상징은 독창적이고 기발한 것이어야 한다.
사실 우리 삶은 돈, 훈장, 졸업장, 표지판, 중앙선 등 <기호화된 상징. 속에 살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카시러(Ernst Cassirer)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이라고 했다. 사실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말도 상징이다. 시란 그 언어의 상징성을 이용하여 새롭고 독창적인 상징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비’가 올 때마다 주인공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데, 여기서 ‘비’는 ‘불행’을 의미하는 창조적 상징이다.
지금은 눈 내리고 /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윤동주의 시 <광야>에서 ‘눈’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을, ‘매화향기’는 불멸의 민족혼, 광복의 기운, 고고한 기상을 상징한다.
개인 상징은 개인적 감각을 중심으로 그 내면성 혹은 상상의 세계를 강조하는데, 그 의미가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앞에서 살펴본 기형도의 <빈 집>처럼 구조에 의해 혹은 시 전체의 문맥에 의해 의미를 암시해야 한다.
동천冬天 / 서정주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시 <동천> 은 미당 선생이 시집 후기에 적었듯이 불교적 은유에 힘입은 고도의 상징적 수법의 시다. 핵심 이미지는 ‘님의 고운 눈썹’과 ‘매서운 새’다.
이 시에서 ‘고운 눈썹과 초승달’이 겹쳐진 이미지는 ‘염원이나 외경의 대상’을 상징한다. ‘매서운 새’는 ‘영원을 동경하는 인간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상징이 어우러져서 이 시는 사랑과 그리움, 동경 같은 것을 상징한다. 이를 관념으로 표현하지 않고 겨울 하늘을 나는 새에 빗대어 구체화했다.
신발에 관한 동화 / 임보
아버지가 장에 가서
신발을 사 오셨다
5남매의 신발
다섯 켤레 고무신이었다
성미 급한 형은
며칠 신다 굽이 터지자 엿 사 먹고 말았다
마음 착한 누나는
매일 깨끗이 닦아 조심 조심 신었다
개구쟁이 막내 동생은
개천이고 산이고 첨벙대며 신고 다녔다
소심한 누이동생은
댓돌 위에 얹어 놓고 바라다만 보았다
나도 돌밭길을 달릴 때는
두 손에 벗어 들고 맨발로 뛰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형제들을 불러 놓고
자신의 신발들을 가져 오라 이르셨다.
형은 없는 신발을 가져올 수 없었고
막내의 신발이 제일 엉망이었다
가장 양호한 신발은
누이와 누님의 것
새 신발이 필요한 자는 바꾸어 주리라
아버지가 이르셨다
그러자 손을 든 놈은 오직
막내뿐이었다
임보 선생의 이 시는 단순히 신발을 둘러싼 한 가족의 얘기를 한 것이 아니다.
(임보, <다시, 상징에 관하여> 참조)
신발은 하나의 상징물이다.
사람에게 주어진 ‘재능’일 수도 있고
‘재산’, ‘환경’, ‘도구’일 수도 있다.
형제자매들 역시 다양한 성품과 능력을 지닌 각계각층의 인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상징이 숨기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이 시는 잘 보여주고 있다.
상징은 어떻게 구사해야 할까요?
(이지엽, <현대시 창작 강의> 참조)
- 상징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방법-
첫째, 동일화다.
서정시는 자아와 세계의 동일화를 추구한다. 첫째는 상징도 이 동일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상징이 되기 위해선 동화의 대상의 의도하는 바를 상징어에 유의하여 동화 이후의 세계로 한 번 더 설정해야 한다.
새 /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1.2연의 새는 단순한 새에 지나지 않죠. 하지만, 3연에 이르면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상징의 새로 변모합니다.
그렇게 해석하게 하는 장치가 ‘매양 쏘는 것은 /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다. 동일화에서 상징이 되게 하는 의도적 장치인 것이다.
상징이 되게 하는 두 번째 방법은 ‘반복’이다.
구르는 돌은 둥글다 / 천양희
조약돌을 줍다 본다 물속이 대낮 같다
물에도 힘이 있어 돌을 굴린 탓이다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 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이리저리 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
돌도 한자리 못 앉아 구를 때 깊이 잠긴다
물먹은 속이 돌보다 단단해
돌을 던지며 돌을 맞으며 사는 게 삶이다
돌을 맞아본 사람들은 안다
물을 삼킨 듯 단단해진 돌들
돌은 언제나 뒤에서 날아온다
날아라 돌아, 내 너를 힘껏 던지고야 말겠다
이 시에서 ‘돌’은 무려 10번이나 반복된다. 반복되면서 이면의 의미가 암시되고 이를 통해 상징 효과를 얻게 된다.
‘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
‘돌은 던지며 돌을 맞으며 사는 게 삶이다’ 같은 진술은 돌이 단순한 돌이 아니라 시대의 돌이며 상처임을 상징하게 한다.
반복은 상징의 암시성을 높여 준다.
세 번째, 상징 구사법은 병치적 상황을 연속시키는 방식이다.
토마토 / 조인선
고래 한 마리 입 벌리고 날아다닌다
간신히 몸을 굽혀 들어간다
거울이 깨져 있다
바람이 불려나 빛이 흔들린다
어두운 어머니 환한 미소 앞에
애꾸눈 아버지 무릎 꿇고 손들고 있다
바람이 불려나 꽃이 진다
노란 스커트 밑에 새 알이 있다
바다는 왜 철사줄을 닮았나
늙은 고래 한 마리
사막에 누워 푸른 고등어 토한다
하늘 가득 고래가 날아다닌다.
시인은 제목의 ‘토마토’와는 이질적인 것들을 끌고 와 시인의 불안 심리를 고조시킨다. 그리하여 ‘토마토’는 결국 ‘토마토’가 아니 ‘그 너머의 무엇’을 암시하게 된다.
상징은 이렇게 시적 대상의 병치적 표현을 통해 나타내기도 한다.
넷째, 설화나 신화에 나타난 원형 상징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남해 금산 /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의 시 <남해금산>은 일체의 설명을 배제하고 고도의 상징을 구사한 작품이다.
이 시에는 ‘여자’와 ‘돌’과 ‘해’와 ‘달’과 ‘물’의 상징이 나온다. 이 시를 단순히 읽으면 실연에 빠진 한 사내의 슬픔을 그린 것으로 보이지만, 왜 해와 달이 끌어주고 왜 바닷물에 잠기는가를 생각해 보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고대가요 <공무도하가>에서 물은 ‘죽음과 이별, 부활’의 원형 상징임을 알 수 있다. 물의 이러한 원형 상징이 이 시의 모티브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시는 사랑의 무상성과 유한성을 뛰어넘어 영원한 절대 사랑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초월 의지를 노래한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시 창작에서 감축의 미학을 지닌 상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상징 이미지 구사로 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 권갑하 감성TV. 좋은 시 창작 10계명 ④> 고급 위장술 ‘상징’, 상징으로 내 시의 수준을 높이자! / 권갑하 시인, 수필가, 문학평론가
https://youtu.be/Sfhrzcb-2T0
*이 강의에서 언급하신 참고도서를 메모해 둔다.
이승훈, <이승훈의 알기 쉬운 현대시작법>
이승하, <이승하 교수의 시쓰기 교실>
이지엽, <현대시 창작 강의>
도종환, <시창작 교실>
윤금초, <현대시조 쓰기>
이광녕, <현대시조 창작기법>
임보, ‘다시, 상징에 관하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