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Hayo
babo-0-1@hanmail.net
◆ 파르카에(RGH)
01.
세상은 조용했다.
가끔 일어나는 불안한 살인과 잘 못된 정치로 인해 시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요즘의 세상은 평온했다.
뭐라고 떠들어댈 것 없이 조용하던 세상에 새벽의 달마저도
숨 죽여 세상을 비춰야만 하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세상의 모든 평온을 깨트리고
혼란을 시킬 커다란 총성이 하늘을 울린다.
그동안 쌓여있던 모든 스트레스가 터질 정도로 시원한 반면 그것은 무척이나 잔인하고 슬프게 들려왔다.
잠을 자던 많은 사람들이 잠에서 깼지만, 단 한번으로 끝나버리는
속 시원한 총성을 자신들이 잘 못 들은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러나 잠결에 들은 그 총성은 거짓이 아니라는 듯 아침이 되자 거리는 시끄러워졌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는 어젯밤 하늘을 찢기던 커다란 총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한 자리에서 걸음을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벽의 사건은 이미 사건화 되어 신문과 뉴스에 도배되어있으며 수사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었다.
기사화 되어있는 소리 이 외에도 사람들의 입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모두 정확하지 않는 추측이 되어 끝도 모르고 더욱 커지기만 한다.
"비비안 로즈의 짓이라면서요?"
"어우. 어디 세상 무서워서 살겠어요?"
"난 애들 학교 보내는 것도 무서워 죽겠어요."
사건은 점심시간이 되어서 까지 이어져갔고,
뉴스와 신문에서는 계속 새로운 기사를 써내려갔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온 직장 없는 아줌마들이 한 자리에 잡고 앉아
오전 내내 보았던 살인사건을 다룬 뉴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 대화의 중심이 다른 길로 세어 다른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그녀들의 입에선 여전히 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 이상 다른 이야기는 할 수조차 없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정확하지 않는 이야기마저도 사실적이게 들려왔다.
"그것보다 들었어요? 그녀한테 죽은 K의원이요. 사실은 그 사람 뒤가 엄청 구리다는 소리가 있었데."
"아~ 그 소리 저도 들었어요. K의원의 비리가 밝혀지니까 부인만 불쌍하게 되었잖아요."
"부인이요? 부인도 한 몫 챙겼다고 그러던데요?"
"어머. 정말요?"
끊이지 않는 사건의 주인공은 K의원.
그는 어린 아이들의 입에도 오를 만큼 화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4월의 봄의 오후에 그들은 있지도 않을 소문을 만들어나가며
이제는 살아있지 않는 K의원에 대해 실컷 떠들어대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K의원에 관해 관심이 없다는 듯
자신의 무릎에 앉아있는 검은 고양이의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한 소녀가 있다.
아직 남아있는 겨울의 찬 바람은 살결에 닿지 않는지 아니면
두 달 남짓 남은 여름을 벌써부터 느끼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짧은 민소매의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를 보니 벌써 여름이 왔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홀로 앉아있는 그녀가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따듯한 카페모카 잔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입 안에 알싸하게 감도는 커피의 맛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걸린다.
그러던 중 그녀의 미소가 사라진 건 가까이서 들려오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비비안 로즈라. 어제 봤던 것 같은데…."
손에 들려있는 카페모카 잔을 내려놓은 후 고양이를 바라보던 그녀가 시선을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원피스와 검은색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되어있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남자 또한 검은색으로 온통 치장되어있었다.
아직 여름이 아닌 4월의 봄이라 했지만 따사로이 내리쬐고 있는 햇볕으로 인하여 그 둘은 충분히 더워보였다.
그녀가 민소매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되어 회색의 신문을 펼쳐 읽고 있던 그가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신문에서 시선을 떼어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 문뜩 마주친 그녀의 무릎에 누워있는 검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란 마음에 몸을 뒤로 빼었다.
곧 고양이를 쓰다듬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바라보던 그 뜨거운 시선은 고양이가 아닌 그녀라는 걸 알게 된 그가
몸을 가다듬고 헛기침을 내뱉더니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아무런 미동 없는 그녀였지만.
"나한테 반했어?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신문…."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시선은 그가 아닌 그가 들고 있는 신문에 향해 있었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건 그녀의 무릎에 있는 검은 고양이였다.
그녀의 말에 그가 "아…."라고 작은 목소리를 내뱉는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시선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괜스레 손을 올려 햇빛을 가려주고 있는 중절모를 고쳐 쓴다.
그가 들고 있는 신문을 보고 있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빠른 검은 고양이가 그녀의 무릎에서 내려와 도도한 걸음걸이로 그녀를 뒤 따른다.
"신문…."
"응? 아- 볼래? 너도 비비안 로즈에 관심이 있나보구나.
하긴, 잠잠했던 그녀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궁금하기도 하겠지."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은 후 그가 신문을 고이 접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신문을 받아든 그녀는 신문의 맨 첫 페이지 1면에 실린 K의원의 살해 사건 장면의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고운 그녀의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말았다.
신문의 뒷면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시선을 피했다.
묘하게 멍했었던 그녀의 시선이 날카롭게 고양이를 주시하고 있다.
곧 거칠게 신문을 접더니 그에게 건네주고는
카페테라스를 나가며 중얼거린다.
"짜증나. 3cm 빗나갔어."
그녀가 앉아있던 테이블의 위에는 아직도 따듯한 연기를 내뱉고 있는 카페모카가 올려져 있었다.
아직도 그녀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듯 그는 그녀가 카페에서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앉아있던 곳을 빤히 쳐다보았다.
시간이 흘러 찬 바람이 불 때 쯤 그는 그녀가 건네 준 신문의 1면을 쳐다보았다.
비비안 로즈의 살인 방법 중 하나.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 방법을 사용해 K의원을 살해한 사진.
이마의 정 중앙에 총알구멍을 내는 것으로 깔끔하고 신속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의 정 중앙에 정확하게. 한참을 바라보던 그가 신문 10장 정도를 넘기더니
한쪽 구석에 자그만하게 실린 기사를 바라보다 피식 웃는다.
아무 말도 없이 신문을 고이 접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원래 주인 없는 신문이었으니 원래의 자리에 놓는 것뿐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흐트러져있는 정장의 옷매무새를 새로 잡고 모자를 다시 고쳐 쓴 후 카페를 나선다.
"꽃이 피기 전 그림자가 인기였는데…."
피식 웃는 그의 미소가 바람결에 흩어진다. 사람들은 여전히 K의원의 새로운 기사에 떠들썩거린다.
쉴 새 없이 움직여대는 입방아에 오르는 이미 죽은 사람 K의원이 불쌍해 질 정도로.
날은 저물고 이미 해는 사라졌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들은 저녁을 먹을 생각도 없나보다.
새벽의 달빛이 바람이 들어오라고 살며시 열어 둔 창문의 틈새로 스며 들어온다.
깊은 잠에 빠진 두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앉은 채 침대에 누워있다.
새벽 봄의 찬 바람이 불어오며 커튼이 펄럭거린다.
평온하다.
그리고 편안하다.
그리 생각할 정도로 조용히 새벽이 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방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마음에 창문을 열어 그녀가 침입할 곳을 만들어 놓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녀라면 충분히 열어놓은 창문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들어올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K의원님. 세상과 작별 할 시간이야. 일어나."
귓가에 속삭이듯 K의원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내뱉는다.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뒤척이는 듯싶다가 살며시 눈을 뜬다.
잠이 묻어있는 작은 그 두 눈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낯선 사람의 모습에 커져버린다.
"누, 누구냐!"
"당신을 천국이나 지옥으로. 오늘 당신에게 죽음을 선물 해 줄 사람."
"…뭐, 뭐?!"
낯선 사람의 입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시리도록 차가운 그의 음성이 가느다란 것으로 보아 여성임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온 몸을 떨게 만드는 두려움에 떨리는 손을 더듬어 혹시 모르는 일이 생길까를 대비해
예전부터 항상 넣어두었던 베게의 아래쪽을 향해 뻗어보았지만,
어둠 속에서 더욱 날카롭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에 선뜻 총을 꺼내지 못하였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말로 들은 '죽음'이라는 것이 이토록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말로 자신이 죽을 것 같았다.
K의원의 손은 자신이 이런 처지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잠을 청하고 있는 아내에게로 향했다.
아내를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그녀의 살을 꼬집었다.
"…으음. 뭐예요."
그녀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에 휩싸여 공포에 묻은 그의 표정을 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허나, 그녀는 무언가를 알아채고야 말았는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
두 부부의 앞에 서 있는 낯선 사람의 모습을 본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낯선 사람의 손에 들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총을 보았다.
그녀의 비명소리는 금세 끝이 나고야 말았다.
낯선 사람의 총구가 K의원에서 K의원의 아내로 위치가 바뀌어서였다.
그녀는 입을 급히 틀어막았고,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무거운, 그래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찼다.
조금이라도 엄한 말을 했다가는 곧 바로 총알이 자신의 신체에 빠르게 적중 할 것 같았다.
마주 잡은 두 부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둘의 생각이 공통된다.
"누, 누가 의뢰 했어요?"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낯선 사람에게 말을 내뱉는다.
K의원 부인의 목소리에 K의원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시선을 돌려 부인을 바라본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다.
자신이 괜한 질문을 한 것인가 생각하며 입술을 잘끈 깨문다.
허나 곧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런 감정이 담겨져 있지 않은 낮은 음성의 차갑고 시린.
그래,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자체가 아무렇지도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인간이라면 모두 언젠가 죽게 되어있어. 당신은 그 죽음이 빨리 온 것뿐이야."
"…."
"누가 의뢰했는지는 의뢰자의 부탁에 의해 밝혀 드릴 수."
"꼬, 꼼짝 마! 움, 움직이면 쏴버리겠다!"
부인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을 때였다.
K의원이 베게 속 깊숙이 숨겨두었던 총을 꺼내 낯선 사람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K의원의 떨리는 음성에 낯선 사람이 시선을 돌려 K의원을 바라보았다.
스며드는 달빛에 반짝이는 두 눈동자가 K의원의 시선과 겹친다.
총을 든 손 끝이 흔들린다.
부인의 손을 잡고 있는 손이 떨려왔다.
"부, 부인. 어, 어서 경찰에게!"
"…."
"빨리!"
"아, 알았어요!"
잡고 있던 부인의 손을 떼고 부인이 침대에서 내려올 때였다.
부인을 향하고 있는 낯선 사람의 총에서 철컥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가운데 들려오는 그 소리는 굉장히 커다랗게 들려왔고,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공포심이 드러나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휩싸이기 시작했다.
"전 의뢰자에게 의뢰받은 사람만 죽일 수 있습니다.
남편분과 함께 천국 혹은 지옥의 맛을 보고 싶으시다면 움직이셔도 좋습니다."
"…."
"단."
침대에서 두 다리를 내려놓은 채 낯선 사람을 바라본다.
자신을 향해 총이 향해져있다.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금방 쏠 듯한 기세였다.
낯선 사람에게는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이상 움직이신다면 전 당신의 머리를 겨누겠어."
"아, 안 돼!"
K의원이 소리쳤다.
자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다.
K의원이 들고 있는 총에서도 철컥 소리가 들려왔다.
부인의 손을 떼고 두 손으로 총을 잡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안정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그 떨림은 배가 되어버릴 뿐이다.
"의뢰 받은 사람 이외의 인간은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 혹, 혹시!"
여전히 K의원에게 시선이 향해있는 채로 낯선 사람이 말하였다.
그 사람의 경고에 부인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한 마음은 컸지만 자신을 향해 있는 총 끝의 위험을 몸이 먼저 알아차린 것이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바닥에 닿고 있는 발을 누군가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부인의 말에 낯선 사람이 고른 이를 보이며 씩 웃는다.
"그 '혹시'가 제 생각과 동일하다면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당신들의 바로 앞에 있는 저입니다."
"…비, 비, 비비안 로즈!"
비비안 로즈.
새벽의 달 공기를 맞으며 열린 창문 틈 새로 들어온 낯선 사람은 바로 비비안 로즈였다.
낯선 사람, 비비안 로즈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또 한번 씩 웃는다.
저승사자라고 일컫는 비비안 로즈가 눈앞에서 웃고 있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되자 온 몸의 소름이 끼치면서 K의원은 더 이상 총을 들 수 없었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항상 기삿거리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듣기만 했던 비비안 로즈가 바로 눈앞에 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와 있다.
누가 의뢰를 했는지에 대한 궁금함은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
'죽음'.
그것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부인을 향해 있던 총이 K의원을 향한다.
자신의 앞에 선 사람이 비비안 로즈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고,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손에 쥐고 있었던 총을 쥘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재수 없게 나에게 걸려서."
비비안 로즈의 살인 사건은 신문 1면에 장신 될 만큼 유명했으며,
그 어떠한 소속에도 속해 있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의뢰받은 사람 이외의 사람은 죽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물론 제일 먼저 유명해 진 것은 그녀의 살인 방법이었다.
"죽음을 당하는 그대에게 선물을."
탕-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 끝에서 연기가 피기 시작했다.
총알은 빠르게 지나쳐 K의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간다.
이마의 중앙. 바로 그 위치에 한 치의 망설임과 흔들림 없이 항상 같은 곳을 노려 쏘는 살인 방법.
깔끔한 처리와 비비안 로즈가 처리하는 시체에서의 머리 구멍 위치는 항상 똑같았다.
총을 맞은 K의원이 뒤로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부인의 입에선 비명 소리가 세어 나왔다.
"꺄아아아!"
살인을 하고도 비비안 로즈는 움직이지 않았다.
풀썩- 거리며 K의원이 쓰러지자 끽끽- 거리는 침대의 스프링 소리가 들려온다.
긴 비명소리가 멈추고 곧 부인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입에선 K의원을 찾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네 소원대로 네 앞에서 죽여주었어."
"고마워요."
"그리고 돈은 오늘 아침 해가 뜨는 즉시 줘야겠어."
"알겠어요. 배로 드리죠."
그러나 그녀의 입 꼬리는 양 끝을 향해 있었다.
부인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 기뻐 흘리는 눈물이었다.
K의원이 죽자 즉시 보이는 그녀의 이중성에 비비안 로즈는 피식 입 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는다.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던 비비안 로즈의 굳게 닫혀있던 입술이 달싹거린다.
“아니요. 돈은 계약한 금액 그대로 주세요. 그리고 배로 주겠다는 그 금액으로는 고양이의 사료로 주세요.”
“고, 고양이의 사료로요?”
“전에 만났었던 카페에 주면 되.”
두 여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경찰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온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K의원의 부인은 죽어버린 K의원의 시체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시작하였으며, 둘의 앞에 서 있던 낯선 사람.
의원을 죽여 버린 비비안 로즈는 더 이상 그 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것이다! 찾아!”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경찰은 부인과 시신의 주위를 경계하고,
무선기로 주위에 있을 그들의 동료에게 연락을 취한다.
비비안 로즈는 더 이상 그 곳에 없다.
둘의 대화가 끝나고 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 때에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달빛과 함께 봄 새벽의 공기가 들어올 수 있게 살며시 열어두었던 창문은 커튼이 펄럭거릴 정도로 활짝 열려있다.
그녀가 나간 곳.
창문을 통해 나간 창문으로 스며든 달빛이 있는 그 곳에는 K의원의 피로 물들여진 흰 장미가 올려져있다.
창문을 통해 K의원의 집에서 나온 그녀는 그 곳에서 좀 떨어진 거리에서 시끄러운 동네를 바라본다.
그녀의 범행 장소에 항상 올려져있는 피에 물들어진 흰 장미를 발견한 한 경찰에 의해
K의원을 살해한 사람은 반개월 전부터 조용했었던 ‘비비안 로즈’의 범행 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이 동네는 더욱 시끄러워져버렸다.
봄 새벽의 밤. 잠을 청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잠옷 차림으로 나와 K의원을 구경하러 나온다.
그 속에 섞여있는 그녀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피에 물들여진 꽃.”
사건 현장을 수색하는 경찰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틈 속여 섞여있던
비비안 로즈가 살며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허나, 사람들 속에서 수상한 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모두들 사건의 진실이 밝히길 원하는 두려움과 흥미가 섞인 표정을 짓고 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는 날이 있기를.”
“…!!”
중절모를 내려쓰며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는 누군가가 그녀의 곁을 스친다.
구급차가 오고 죽은 K의원이 들것에 실려 가는 모습이 보이자
사람들은 더욱 가까이서 보기 위해 걸음을 앞으로 향한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 자유연재
[연재]
비비안 로즈 (Vivian Rose) 01
Mr.송
추천 0
조회 41
08.06.23 08:56
댓글 8
다음검색
첫댓글 와아.. 왠지흥미진진하네여
ㅁ 곧 다음편도 보실 수 있을거예요>< 길게 쓰고싶은 마음에 연재가 좀 더디겠지만. 될수 있는 한 빨리 쓸 수 있도록 노력해졸게요! 감사합니다♥
와, 정말 잘 쓰시네요.. 마지막에 그 수상한 사람은 대체...? ㅎㅎㅎ
ㅁ 이어나온 편을 보시면 아실 수 있으세요>< 고마워요!
역시 예고편대로 완젼 재밌어요. 정말 재밌어요 읗흑. 전 어서 다음편을보러.. 이거 절대 연재중단하시면않되요! ㅜ
ㅁ 연중진짜너무많이해서탈이에요ㅜㅜ 로즈는 스토리를다짜놔서걱정이없지만, 슬럼프가찾아오는시기에는... 그치만 로즈에대한 애착은 좀 강하답니다!
재밌네요! 담편 기대하께요 ㅎㅎ
ㅁ 료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