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세가 된 재벌집 막내아들 제 10화
이헌 조미경
현은 눈앞에 있는 처참한 풍경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바로 어제 잠들기 몇 시간까지
멀쩡하던 현장은 화마가 휩쓸고 간 듯 온통 검은 그을음에
타고 남은 잔해만 곳곳에 널려 있었다.
얼마 전 누군가 한 마디 툭 내던지듯 던진
말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큰일을 앞둔 시점에는
눈썹 떨리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말이 지금 자신을
지칭하는 듯했다. 현장 공사 책임자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쫓아 온 것은 현이 현장에 도착하고
채 5분이 되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는 현 앞에서 뭐 마려운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린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말을 꺼내지 못했다.
겨우 하는 말이
“사장님 젊은 사장님…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현장 관리를 조금 더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데 방화범은 어떻게 찾았나요?”
현이 묻자 바로 답이 날아왔다.
“그것은 단순해요. 바로 경찰서 신고했더니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합니다.”
현장 감독관의 얼굴은 파리하게 변했고
자신이 방화를 저지른 범인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현은 생각했다.
그동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롯이 사업 확장에만 신경 쓴 자신에 대한 책망이라고...
오전 1교시 수업은 교양과목이었다. 전공과목이 아니라 현은 편안하게 듣고 있는 수업이었다.
수업 중에도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문자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중간에 엄마 오 여사의 메시지도 있었다.
오 여사는 아들 현에게 지나치게 사업에 몰두하면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현은 걱정하는 오 여사의 문자에 엄지척을 보냈다.
점심은 학식으로 대충 해결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다음 수업 과제 중이다.
현은 무엇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가슴에서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것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자신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기분에 빠지게 하는데, 현 자신은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지 알 수 없다.
오 여사의 조언 대로 사업에 몰두하다 건강을 헤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충고에,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번에는 노트북을 꺼내어 증시를 바라보다 사업장으로 전화를 돌렸다.
쉬는 시간 중간중간 잡담이라도 나누면 그나마 자신이 학생으로 학교에 와 있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마저 없다면, 현은 아마도 돈벌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오후 5시가 넘자 모든 수업이 끝났다.
현이 막 강의실을 나서자마자, 현의 비서가 학교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현은 알았다고 간단하게 답한 다음,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에게 쉬는 시간은 없다.
오직 학교에서 공부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하는 일상이
이제는 루틴이 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현장에서
직원들과 호흡하다 보면 배우는 게 아주 많았다.
비서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몸을 싣자 현은 급격하게 피로감을 느꼈다.
새벽 5시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는 천안 2호점 내부 공사가 한창인 곳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서 내부가 불에 탔다. 범인은 곧 잡히겠지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사를 당장 시작할 수도 없을 만큼 시커멓게 변한 현장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현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크리스마스에 오픈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고 보니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미리 오픈에 맞추어 팜플렛과 인터넷 광고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 한순간에 무너진 생각을 하니
너무나 분통이 터진다. 앞으로 손해 배상 청구와 함께, 금전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배상까지 변호사와 상의 할 것 등의 일들이 산재해있다.
오픈 날짜를 새로 기획해야 하고, 내부 인테리어를 새롭게 꾸미는 일들을
지시하고 나서 이번에는 잠시 눈을 감았다. 피곤이 몰려온다.
현은 침대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하얀 앞치마를 걸친 현이 오븐기 앞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메모하고 있다.
그는 수시로 기계에 표시된 것들을 확인하면서, 작업대에 놓여 있는 밀가루 반죽으로 무엇에 열중하고 있다.
작업대 철판에는 발효실에 들어가기 전에 일렬로 줄을 서서
맛있는 빵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이 메모를 마치자 이번에는 철판에 놓여 있는 빵 반죽을 저울에 올려놓고 눈금을 살피고 있다.
흠 이것이군.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현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내가 나타나서
무어라 지시한다.
현은 쉴새 없이 움직이며 오븐에서 막 구워진 빵을 눈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그것을 다시 메모하고 있다.
현은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잠들어있다.
이때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현이 시끄러운 벨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열어서 시간을 확인한다.
‘내가 깜빡 잠이 들었네
그런데 너무나 생생해
마치 조금 전 작업장에 있었던 것처럼.‛
현은 책상에 앉아 자신의 컴퓨터에 무엇인가를 저장하고 있다.
현은 저장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습관처럼 메모하고 있다.
그 시간 한나는 과제를 위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읽다
생각에 잠겨 있다.
대학 졸업 때까지는 남친을 사귀지 않겠다 스스로 다짐했는데
현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한나의 같은 과 남학생들과 비교도 안 되는 까칠한 성격의 현에게
자신도 모르게 관심이 생기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현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는 복수 전공을 선택해서 학교에 제출할 과제의 양이 많다.
그날도 일찍 잠자리에 들기는 틀렸다.
그녀는 주로 새벽 1시까지 리포트를 정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복습한다. 한나에게는 꿈이 있다. 대학교 졸업하기 전 대기업 인턴사원이 되어
정규직 사원이 되는 것이, 그녀가 소망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방학 때는 스펙을 쌓기 위해 영어 학원에서
회사에서 필요한 영어를 배워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 책상에 엎드려 스르르 잠이 들었다.
현이 잠들기 전 유일한 취미 생활인 게임을 하기 위해
자신 방 한편에 있는 모니터를 켜자 화면 가득 칼을 든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소리를 지르며 전쟁을 치른다. 현은 마우스를 움직이며 킥킥거리다
이번에는 포효하고 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한바탕 웃더니 그것도 지겨운지
이번에는 넷플릿스를 연결했다. 그리고 모처럼 현의 방에
하하하 웃음소리가 퍼졌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현의 아버지 차 회장으로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들어온다. 한 손에는 서류가 들려 있는 게 아마도
일 처리하다 퇴근한 모양이다. 집안은 정적에 쌓여 있는데
현은 아직도 잠자리에 들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차 회장이 현의 방에 들어왔다.
“아직 안 자고 뭐 하냐?”
현이 의자에서 일어나
“아빠 오셨어요?“
“무슨 사업을 한다고 이렇게 잠도 못 자고 고생이냐?”
잡다한 일은 아랫사람들에게 시키고 나는 그냥
중요한 것만 지시해
그러다 너 몸 상한다.”
차 회장이 아들 현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한다.
네가 베이커리로 성공하겠다고 하는데 말야,
이 아빠는 진즉 말리고 싶었다,
사실 말이다 먹거리만큼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사업은 없단 말이지.
사람들의 입맛은 말야 네가 아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그러니 어지간하면, 학업에 열중하고 이쯤에서 손 떼는 것도 나쁘지 않아.
“싫어요 아빠,...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지금에 와서 손을 뗀다는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구요.”
“그래 알았다. 하지만 건강헤치면서, 사업할 필요는 없단다.”
대학생 때는 좋은 친구도 사귀고, 더 중요한 것은 너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람과의 인연을 맺는 것도 중요한 일이란다.”
차 회장은 현의 집착이 걱정되었다.
아직 한창 친구들과 놀아야 할 나이에, 사업을 하겠다고 종일,
작업실에 앉아서 빵을 굽지 않나, 틈만 나면 사업지를 물색한다고 쏘다니다 보니 한집에 살아도 마치 손님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현이 심혈을 기울이는 천안역 근처 디저트 카페는 우여곡절 끝에
오픈하게 되었다.
현은 오픈 며칠 전부터 설렜다. 오픈 식은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주위 상가에 오픈을 알리는 고사떡과 벤허 광고 제작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엄마 오 여사도 현에게 작은 일은 직원들에게 맡기라 했지만, 자신이 대략적인 기획하고 세세한 것은 다시 꼼꼼하게 살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디저트 카페 오픈 날은 증정품과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첫날부터 손님들이 매장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현은 그동안 마음 졸이고 걱정한 것이 일순간에 해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흡족했다.
디저트 카페 2호점이 착실하게 자리를 잡아 가자
현 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동안 학업을 핑계로 미루어 왔던 병역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무엇하나 소홀 할 수 없다. 학업은 전역 후 복학하면 되지만, 병역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자신이 그동안 키워온 자식 같은 영업점을 생각하니
밤에도 깊이 잠들지 못했다. 가족 중에 가장 한가한 사람은 역시 형 준이었지만
준에게 자신의 사업을 맡길 수도 없다. 준은 학교 공부도 벅차서 늘 지쳐 있었다. 그런 준에게 자신 일을 맡아 달라할 수도 없었다. 현은 결단해야만 했다. 엄마 오 여사는 유능한 사업가이자 살림꾼이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가장 단순하게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준은 어린 시절 이후 찾지 않던
놀이공원을 수업이 없는 목요일 한나와 함께 가기로 했다. 놀이공원은 평일인데도 인파가 제법 많았다. 한나는 마치 예전에는 단, 한 번도
놀이공원을 찾지 않은 것처럼, 들떠 있었다. 현은 한나를 위해 자신이 직접 운전을 했다. 현은 운전하는 내내 자신이 그동안 일에 파묻혀 사느라
자연과 계절의 변화에 둔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롯이 빵과 사업성과 수익성 분석에 매달려 자신을 잊고 살았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아빠 차 회장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오직 하루를 즐기고 싶었다.
한나는 놀이공원에 들어서자 많은, 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거워했다.
꽃의 생김새를 관찰하며, 현은 꽃의 모양을 형상화한 빵을 만들면
좋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나는 “왜 그래 혼자서 웃고
우리 함께 웃자…
그래 하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현은 한나와 있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나는 눈앞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현은 자신도 즐거웠다.
첫댓글 벌써 10화
아마 중간에 빼먹고
지나친것이 있군요
사업 기획 진행
정말 스릴 있지요
한번 실패하면
구렁텅이 지만
도박은 엄청난 열정과 집념이 생성됩니다
이제 쉬고 있으니
그때 일들이 생각이 납니다
늦은밤 다녀갑니다
행복한 년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웹소설은 1화 분량이 5,000자를
써야 하니 팔이 아파요
감사합니다